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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평점 :
초월적인 서버 또는 네트워크의 이름인 욘더라는 공간은 일반적인 네트워크 사용 방법으로 접근 할 수 없다.
만일 욘더에 접속 하려면 그곳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컴퓨터 언어를 사용 해야 한다.
사이버 스페이스 세상에서 욘더는 인간 세상의 그곳, 천국 같은 곳으로 인간이 바랄 수 있는 모든 만족이 구현 되어 있어서 진정한 쾌락과 행복을 추구 할 수 있는 곳이다.
욘더에서 사용 하는 컴퓨터 언어를 익혔다고 욘더에 접속 할 수 없다.
오로지 욘더가 허락을 할 시간에만 가능하다.
일부 주장에 따르면 유체 이탈과 같은 초 현상적인 영혼들만 갈 수 있다거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브레인 다운로드'를 통해 가상 체험까지 가능하다는 설이 있다.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연쇄 자살 사건의 배후로 욘더가 지적 되고 있다.
자살자들은 자신들의 육체를 지구에 버리고 사이버 세상의 천국 욘더로 이주 했을지 모른다는 추측 설이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라도 가고 싶은 곳 <욘더>
현재의 삶이 사라지더라도 그곳에서는 영원 불멸 한 행복을 이룰 수 있는 그곳이 본격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 한건 바로 최첨단 과학 기술로 완성한 <브레인다운로드>가 가능해진 세상이 도래 하고 부터다.
현실에서 시도 할 수 없는 것들을 가상의 천국 <욘더>에서는 시도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상 공간에 살게 되는 순간 물질적 집착이나 식욕도 사라지고 질병에 걸려 앓다 죽는 일도 없기에 누구나 꿈꾸는 천국이 되었다.
하지만 가상 공간의 천국에 가고 싶은 이들이 줄줄이 자신의 목숨을 끊어 버리는 사건들이 발생 하자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이 이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기 시작 했다.
2050년의 세상에서 인간이 발전 시킨 과학 기술 그리고 의학은 각종 시뮬레이션 분야와 로보틱스 분야를 인간이 사고 할 수 있는 그 이상까지 끌어 올렸지만 이 기술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 할 수 있다는 걸 어떤 전문가들도 확신 하지 못했다.
'나는 죽음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면 좋겠어.'
브로핀 헬멧을 쓰고 침대에 누운 이후는 이렇게 중얼 거렸다.
'희미한 영혼이라도 남아 있으면...그게 당신을 그리워 할까 봐.'
브로핀에 깊이 빠져들면서 이후는 더 많은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정신이 둥실 둥실 떠다니고 심장 박동을 탐지하는 장치가 부지런히 신호를 전달 하고 있다.
이후는 브로핀 헬멧을 통해 무엇을 보고 있을까?
화면 정지를 알리는 형형색색의 파노라마 일까?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보냈던 순간을 보고 있을까?
브로핀 헬멧은 이후가 선호하는 것들, 취향, 즐겨 찾았던 사이트, 지인들과 주고 받았던 메세지들을 빠른 속도로 분석해서 이미지로 보여 주고 있다.
이후는 지금 가상 현실 속에 살면서 육체의 고통을 힘겹게 견디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지키며 임종을 좀 더 쾌적하게 맞이하도록 돕는다.'
'브로핀 페인 디스트랙션 프로그램'은 마지막 치료로도 회복하기 힘든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 이런 가상 현실 속에서 행복함을 느끼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숨을 내쉰 이후는 가슴 위 파르르 작은 요동을 일으키면서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아내 이후의 마지막 순간, 고통을 줄여주는 브로핀 헬멧을 쓴 채 숨을 거둔 모습을 지켜본 남편 홀은 병원 측에서 제시하는 장례 절차 사항에 무의식적으로 1번을 터치 했다.
화면은 다음 메뉴로 넘어갔고 남편 홀은 다시 1번을 터치했다.
1번-시 市가 권장하는 방법에 따라 재再 처리 합니다.
시신을 재로 만들어 처리 한다는 것은 시신을 화학적인 원소로 환원 시켜 세상으로 돌려 보낸다는 의미로 홀의 아내 이후의 육신은 세상 곳곳으로 흩어져 버릴 것이다.
남편 홀은 아내의 육신이 작은 분자로 쪼개져서 어떤 사물과 만나 어떤 형태로 든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동안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였다. 남편 홀은 오랜 시간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빠진다.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어느 날 남편 '홀'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아바타 얼굴이 뜬 메일들이 주르륵 도착한다.
'나 여기 있어. 다른 데 가지 않았어. 벌써 시간이 많이 되었네? 내가 보고 싶지 않아? 나를 만나러 오려면....'
아내 이후가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기억을 모아 사이버 공간에 저장해두었다는 걸 알게 된 남편 홀은 아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 ‘욘더’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육신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거기 가려면 일단 죽어야 하죠. 일종의 짧은 환각적인 여행이 될 거예요.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만 당신 뇌가 지나친 충격에 노출되어 여기도 아니고 거기도 아닌 곳으로 완전히 가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거죠. 안에는 알약도 들어 있어요. 주사기를 싫어하실 것 같아 대신 놓었죠. 당신을 죽이기 위한 약이 아니라 업로드가 안전하게 끝날 때까지 몸의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용도에요. 최고도로 훈련된 명상가들이 심박수나 호흡을 최대한 느리게 하는 뭐 그런 체험을 하게 될 거예요.'
'욘더'라는 곳은 현실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현실에서 경험한 인간의 기억에 담긴 이미지를 감각 회로를 이용해서 방대하게 자료를 수집한 곳이다.
고도로 진화한 브레인 다운로드 기술로 만든 가상 현실 속에서 인간은 지난 시절의 경험을 '욘더'라는 곳에서 무한 반복 재생 시킬 수 있다.
행복한 순간만 원한다면 '욘더'는 '행복'이미지로만 편집된 공간을 보여 줄 것이다.
그곳에는 수 만개의 명령어들만 입력 되고 있다.
'이곳에 거리를 만들어라.' 이곳에 이런 모양의 집을 지어라.' '이곳에 이런 음식만 맛볼 수 있게 해라.'
인간의 뇌 속에 저장된 기억의 이미지들은 촘촘한 통신망을 거쳐 하나의 거대한 가상 천국을 건설한다.
각각의 명령의 지시어가 떨어지는 즉시 각자의 기억들이 원하는 가상 천국에서는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들만 보고 느낄 수 있다.
2050년 세상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도시 곳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욘더' 접속량은 무서운 속도로 증가 하며 수 만개의 아바타들이 가상의 천국의 문을 두드렸다.
정부는 직접 나서서 사이트 폐쇄를 시도 하고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은 일제히 '욘더'를 공격 하며 사이트를 운영하는 배후 세력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육신을 버리고 오로지 사이버 공간 속 천국에서 영원 불멸 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
사랑하는 아내 이후가 있는 그곳에 가고 싶어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는 남편 홀
'알파는 베타를 사랑해서 수 많은 아바타를 만들어 놓고 욘더로 들어가기 위해 땅으로 돌아갔다.'
죽어 버린 영혼은 정말로 사이버 공간에서 영원히 살아 움직이는 아바타가 되었을까?
아내 이후는 남편이 자신이 죽음의 길을 따라 오길 바랬을까?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땐 정말 어리둥절했지. 내가 생각했던 죽음이 아니었으니까. 누군가 당신을 다시 볼 수 있다고 말했을 땐 진짜 기뻤어. 하지만 그건 내가 당신을 불러들여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건 당신이 죽어야 한다는 뜻이었지. 그렇게는 할 수 없었어. 다만 언젠가 당신을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나를 지탱해주었지. 그런데 당신이 실제로 왔고, 더 바랄 것은 없었어. 정말 행복했고...]
브로핀 헬멧을 뒤집어 쓴 채 침대에 눈을 감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본 아내 이후...
지난 시절 행복한 순간의 기억만 무한 재생 되는 그곳 '욘더'는 꿈의 낙원, 영원불멸 한 삶을 원하는 이들의 천국일까?
'내가 저 세상에서 당신을 만나 사랑한 것은 당신에게 넘치던 삶의 활기 떄문이었지.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살아 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당신은 이미 죽었어. 더 죽을 필요는 없지.'
인간의 뇌는 숙면을 취하는 동안 각양 각색의 이미지들이 나오는 꿈을 꾼다. 꿈 속에서 지난 시절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절대로 현실에서 갈 수 없는 그곳에 갈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가족들이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뇌를 다운로드 받아 사는 죽은 자들의 도시, 사이버 천국 '욘더'에서 인간은 꿈을 꿀 수 없다.
오로지 저장되고 편집 된 '기억'의 이미지들이 요동치는 곳에서 지시어와 명령어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가상 공간이 만들어낸 불멸의 천국이 무엇을 만들고 건설하고 창조 해나가도 인간의 따스한 온기와 감정을 되살려 내지 못할 것이다.
이미 죽어 버린 인간이 남긴 기억들은 오로지 살아 있는 이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겨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