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여행에 필요한 모든 걸 가방 속에 넣고 다닌다.

 그 속엔 항상 책이 들어 있는데 세상의 모든 현상과 사건을 해석 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오늘도 여행 중에 가방 속에서 책을 꺼내 펼친다.'

                                                                     -채영주의 <웃음>중에서 


나 역시 항상 가방 속에 책들을 넣고 다니지만 가방의 크기에 따라 책의 크기도 달라진다.

머릿 속이 복잡 할 때는 간편하게 스마트 폰 속 이북 라이브러리를 터치 하기도 하지만 종이를 만지작 거리는 책 만큼 확 몰입하거나 집중하지 않게 된다.

출퇴근 시간 동안 지하철 안에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몰입하는 이들 대부분은 영상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영상물이든, 이북이든, 종이 책이든 인간은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는 걸 즐긴다.

“우리는 금성에 머무르면서 외로워하고 기뻐하고 욕망하고 결단하는 주체가 필요합니다. 그런 고민을 인간의 시계에 맞춰서 인간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배우 겸 초벌 각본가가요.” 

                                                                    -장강명의 _「당신은 뜨거운 별에」중에서 


아마 인간은 지구가 멸망해서 우주의 머나먼 행성에 정착하게 되어도 무엇이든 읽고 보고 듣는 일상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어 관용어 중에 <침대맡 책 livre de chevet>이라는 단어가 있다.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이면 프랑스 공영 방송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나 대담을 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심야 시간에 방송 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한 자리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마치 부모가 잠들기 전에 읽어주듯 출연자들의 차분한 목소리와 낭독하는 시간은 프랑스 인들의 늦은 시각을 힐링의 시간으로 채워준다.

인터넷 광역망이 깔리기 전의 시대에도 인간은 매 순간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의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마치 현실이 아닌 꿈의 세상을 동경하듯 삶의 고단함, 일상의 피로함을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를 통해 위로 받고 감동 받으며 살았다.

OTT시대에 다양한 채널과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대한 영상물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웹소설과 웹툰을 즐겨 읽고 보며 마치 머리 맡에 놓아 둔 책을 읽듯 가방 속에 책을 넣고 다니듯 우리는 항상 이야기 속에 살고 있다.


'명인의 하얀 부채가 얼음물을 얹은 검은색 칠(漆) 쟁반에 비치어 움직이는 고즈넉함. 관전은 나 혼자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명인>중에서


바둑을 두는 명인은 상대의 수를 읽는 동안 외부의 시선을 철저하게 외면한 채 바둑판을 통해 세상을 읽고 묘수를 짜낸다.

어떤 걸 창작하고 있는 인간 역시 새 하얀 종이, 아무 것도 써있지 않은 백지 앞에서  철저하게 혼자다. 

6월 9일 부터 쓰기 시작한 창작 웹소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

7월21일 오늘, 8번째 이야기를 올렸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8화- 숫자,시간, 돈

https://tobe.aladin.co.kr/n/83239


누군가의 가방 속에 든 책이 가끔 궁금해 질 때가 있지만 어떤 책이 들어 있는지 묻는다는 것 자체가 무익할 정도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탐독 하며 읽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진짜 삶에 가까운 소설을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삶에는 복선도 없고 플롯도 없잖아요.” 

                                                             -장강명의 「사이보그의 글쓰기」중에서


그렇다. 

내 삶에도 복선도 없고 플롯도 없지만 나는 오늘도 내일도 글을 쓰며 내 삶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 

1화 런던의 비

https://tobe.aladin.co.kr/n/69025

2화 퐁텐블로의 아침

https://tobe.aladin.co.kr/n/70720

3화 바르비종의 수사슴

https://tobe.aladin.co.kr/n/72586

4화 바르비종의 이방인들

https://tobe.aladin.co.kr/n/74234

5화 미끼를 물다.

https://tobe.aladin.co.kr/n/76021

6화 덫에 걸리다.

https://tobe.aladin.co.kr/n/79388

7화 박제된 머리

https://tobe.aladin.co.kr/n/8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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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7-22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실과 다른 이야기, 가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도 있네요 여러 이야기가 사람한테 주는 게 많겠지요 자신이 살아 보지 못하는 삶을 생각하게 하고, 다른 사람 마음을 알게 해주기도 하네요

scott 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3-07-22 09:52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소설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현실이 sf같은 공상 세계 처럼 돌아 갈 때도 있고
서울 엄청 뜨겁습니다
오전부터 햇살이 타들어 갈 정도로
희선님 주말 무조건 시원하게 ^^

새파랑 2023-07-22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가방속에는 책이 있어야죠 ㅋ전 동네 앞에를 나갈때도 가방속 책을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언제 무슨일이 있을지 몰라서요 ㅋ

(뭔가를 기다릴 일이 생기면 책을 읽어야 해서 ㅋ)

scott 2023-07-22 09:53   좋아요 2 | URL
전 동네 앞 나갈 때는 책은 안 넣지만 ㅋㅋ
스맛폰 속에 이북이 있어서

새파랑님 가방은 항상 묵직 할 것 같습니다
주말 무조건 시원하게 ^^

어쩌다냥장판 2023-07-24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이북만 듣고 보고 있어서 책은 잘 안보게 되네요 시간도 시간이고 확대가 가능한 이북이 좋은 ..
안그래도 지난번에 소개해주신 책들 중에서 골라서 보고 있는 중이예요 감사해요 뭘 읽를까 고민하던 중이였거든요..
앗 글을 쓰고 계시는군요 읽으러 간만에 투비 접속해야겠는데요~~

scott 2023-07-25 11:27   좋아요 0 | URL
투비로 오세용
거기에 제가 400개 넘는 노트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무더위 건강 잘 챙기세요
항상 캄솨 ^^

blanca 2023-07-28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명인> 읽으려고 대기 중인데...저는 최근 동경 다녀와서 현타 빠졌어요. 하나도 안 들리고 하나도 말하지 못하겠고, 하루키 책은 들춰보니 검은 건 활자고, 그래도 너무 아쉬워서 하루키 책 일러스트레이터(이거 하나 읽겠더라고요. ㅋㅋ) 사서 왔는데 역시 하나도 무슨 말인지 몰라 그림만 보고 있네요. 이제 기초 일본어 공부하는 중인데 입력 즉시 바로 다른 쪽으로 빠져 나가 다음 날 보면 또 새롭네요.

scott 2023-07-28 15:28   좋아요 1 | URL
야스나리가 시적인 문체 음률이 담긴 문장을 구사하죠
명인은 한 세기 전 의 작품이라 하기에 여전히 세련 된 작품입니다

일본어는 라디오 이비에스나 어플 각종 팟캐 이용해서 하루에 20분만 할애 해도 읽고 쓰는 거 금방입니다

일본어 알고 일본 가면 잼난데 ^^

blanca 2023-07-28 18:44   좋아요 1 | URL
지금 ebs 초급 일본어 듣는 중인데...석 달 정도 됐는데 발전이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어느 나라든 그 언어를 모르고 여행하는 건 그 나라를 반도 이해하기 힘든 여행이 되는 것 같아요. 서점 가서 특히 하루키 책을 일어로 읽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싶었어요. 신간도 사오고 싶었는데, 말았어요.

scott 2023-07-28 19:16   좋아요 1 | URL
라디오 초급 일본어는 단어를 익히고 가장 기본적인 문법 문형을 반복 학습 하기 좋습니다
거기 1년 과정 동안 약 200개 정도 기본 단어를 배울 수 있는데 3개월 정도 하셨다면 무작정 따라하기 교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언어는 초반에 바짝 당겨서 무작정 쓰고 읽고 따라해야 합니다
하루키 글은 에세이(앙앙 연재)
초기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초기 단편집(반딧불이 들어간거)
이 작품들 읽으려면 최소 3천자 정도 단어를 알아야 하고
중급 수준에
한자는 2천자 이상을 알아야 합니다.
블랑카님 하루키 소설 일본어 읽기 도전 할 수 있습니다 !홧팅 !^^

blanca 2023-07-28 19:45   좋아요 1 | URL
헉, 단어 수를 제시해 주시니 확 와닿네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저는 날로 먹으려 했네요. ㅋㅋ 사실 영어 공부한 세월 생각해도 무슨 석 달을 하고 장족의 발전을 기대했었나 싶네요. 실질적인 조언 감사합니다. 열심히 달려볼게요. ^^

2023-08-01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첫 여성운동 물결의 국면을 1848년 세니커폴스 집회부터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한 1920년 제19차 헌법 개정안 시점까지 추적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1960년대부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2의 물결을 떠올릴 수 있다. 혼란스럽고 소란하고 대단하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물결을. 우리는 이런 시각을 견지하면서 우리 모두 여전히 그 물결의 한가운데 있다고, 세상이 요동치는 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마음에 새긴다.'

                                                                                                      -여전히 미쳐 있는 중에서 

폭우를 뚫고 도착한 책, 읽자!읽자!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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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7-15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벌써 도착했네요!
저도 집에 가면 와있기를!

scott 2023-07-15 17:26   좋아요 1 | URL
펀드 참여자들은 오늘 배송 해 줄 것 같습니다
햇살님 댁에도 이미 와 있을것 같아요
여전히 미쳐 있는 ^^

거리의화가 2023-07-15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착했답니다 스콧님^^ 표지가 강렬하네요.

scott 2023-07-15 18:57   좋아요 1 | URL
다락방에 미친에 비하면 한 손에 잡히는 두께 ㅋㅋ

독서괭 2023-07-15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배송지연 문자 왔네요. 어차피 사무실로 시켜서 월요일에 오는 편이 나으니 다행이요 ㅎㅎ

scott 2023-07-15 18:58   좋아요 1 | URL
월요일,,,,
부디 비에 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택배 박스 모서리도 좀 젖었는데
다행히 책은 포송 포송 ^^

책읽는나무 2023-07-16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받았네요^^

2023-07-16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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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갈망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함께 맞서고 싸울 수 있는 목소리들이 담긴 이책 세상이 요동칠 때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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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알라딘의 5월의 커피 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2

우선, 알라딘 커피 노트에 적힌 설명에 의하면 미디엄 로스팅 된 청사과, 벌꿀, 부드러운 바디감이라 적혀 있다.

홀빈으로 구입해서 에스프레소 용으로 갈아 발뮤다 더 브류기기에 내려 마셔 보았다.

레귤러 버턴을 누르면 한 잔 추출 하는데 대략 3분 내외로 12그램의 원두를 넣고 내려 마셔 보니 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2의 첫 맛은 부드러운 바디감에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두 번째 내려 마셨을 때 미세하게 신맛이 느껴졌는데 상큼한 청사과의 그 맛은 아니였다.

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2의 원두는 재배 후 화이트 허니 프로세스로 가공한 원두로 원두를 재배 한 후 펄프를 제거 해서 점액질로 둘러싸인 파치먼트 채로 건조 시킨다.

이런 과정을 하는 원두는 주로 코스타리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두로 이 지역에서 생육하는 원두들의 생산량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허니라 명명한 것은 원두 점액질을 얼마나 벗겨 내느냐에 따라 화이트-옐로-레드-블랙으로 나눠지는데 화이트에 가까울 수록 점액질을 많이 제거하고 건조 시켜서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원두 변질을 방지 해서 가장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알라딘은 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2를 미디엄 라이팅 로스팅 된 원두를 판매 하는 데 이 원두는 미디엄 로스팅 하면 고소하고 상큼한 맛이 더 느껴지는 원두가 된다.

알라딘 원두들의 공통된 맛은 부드러운 바디감~

5월의 청사과 맛은 ~

디저트 맛으로 음미 해야 할 것 같다.(ノ≧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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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5-19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cott님 ㅋㅋㅋ저는 집에서 너 커피 먹지 마 해가지고 드립 금지 당하고 맛없는 디카페인캡슐만 먹어요 ㅠㅠ 커핑노트에 청사과는 좀 무리다 무리…

2023-05-19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9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9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5-20 0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cott 님이 원두를 갈고 내려서 마셨군요 그러면 scott 님만의 맛이었을 것 같습니다 로스팅도 하실 수 있는지... 그런 거 다 하려면 시간 많이 걸리겠네요 자기한테 맞는 거 찾는 것도... 다음엔 미디엄 로스팅이 나오길...


희선

2023-05-21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5-20 0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간식 먹고 싶어지는 스콧님의 페이퍼😳

scott 2023-05-21 17:13   좋아요 1 | URL
괭님
바로 이웃에 살고 계셨다면
이 사과 파이 나눠드리는데 (진심 ^ㅎ^)

그레이스 2023-05-20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사과맛은 모르겠구요, #4은 먹어봤어요. 체리맛요.
처음 마실때 체리맛? 했어요.
근데 한모금 넘기고 나서, 입안에 약하게 남는 맛이 있었어요. 체리맛.
체리맛이 처음부터 나거나, 진하게 나면, 전 안 마실것 같아요.^^
미세하게 남는 그 맛을 즐기려면 커피만 천천히 음미해야 할듯요.
그런데 자주 졸리고 피곤해서 마구 들이키다 보니 이런 맛을 느낄 틈이 없는 듯요.ㅎㅎ

오랜만에 댓글 다네요

2023-05-21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0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1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3-05-20 2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커피는 기계가 혹은 남이 내려주는 게 제일 맛나는 듯요. ㅎㅎㅎ 저는 이거 저거 다 써봐도 커피는 핸드드립이나 기계드립이 제일 맛있더라구요. 발뮤다 꺼는 진하기 선택이 되던데 아이스로 마시기 괜찮은가요?

밤인데 커피 마시고 싶어집니다… 음.. 한 잔 할까요?^^

2023-05-21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1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3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 마물의 탑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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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안은 예전부터 해난 사고가 잦았다. 육지와 바다가 인접한 부분에 암초가 허다했고 폭풍우와 짙은 안개, 눈보라 등의 악천후까지 겹치는 데다 항로표식이 충분치 않았던 탓도 컸으리라. 그 항로표식의 대표가 등대이다]


청년 시절 중국 만주 건국 대학에 재학 중에 학도병으로 대동아 전쟁의 불길 속으로 끌려 들어간 모토로이 하야타는 전쟁의 피바다에서 미쳐 날뛰었던 조국 일본에 엄청난 환멸을 느꼈지만 패전 후 자신의 힘으로 조국을 재건하겠다는 꿈을 품는다.

나츠메 소세키는 작품 <갱부>에서 '세상에 노동자 종류는 많지만,그 중 가장 괴롭고 가장 하등한' 일은 광산의 노동자라 지칭 했고 하야타는 땅 속 깊숙한 곳에 파묻힌 석탄을 캐는 세상에서 가장 하등한 일을 시작한다.

하야타는 갱도로 내려 갈 때 마다 두 번 다시 바깥 세상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면서도 갱도일이 세상에서 가장 하등한 일이라 생각 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그와 달리 탄광 갱도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살아 돌아 와도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자 불길한 예감에 사로 잡힌 하야타는 갱도 입구에서 보이는 바닷길 위를 비추는 고가사키 등대의 불빛을 바라본다.


[고분에서 출토된 창과 검을 거대하게 만들어 놓은 듯한 예리하고 가늘고 긴 기암이 바다에서 뾰족 뾰족 솟아 있다. 고깃 배의 앞길을 막으려고 일부러 파도 사이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손가락처럼 보였다.]


갱도 밖을 나온 하야타는 곧장 요코하마의 등대 관리 양성소를 들어가 우수한 성적으로 다이코자키 등대 해상 보안청에 파견 된다.

그의 임무는 등대 주변을 수색, 관찰 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일로 등대가 문제 없이 해상 표식의 역할을 다하도록 유지하고 관리 해야 한다.

관광 기간에는 일반 관광객이나 소풍, 수학 여행으로 찾아온 학생들을 이끌고 다니며 등대 주변 지역 안내까지 맡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가끔씩 절벽에서 뛰어내려서 자살을 하려고 찾아 오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하야타는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히야타가 예의 주시 하는 곳은 바로 폭포수가 흐르는 곳으로 일명 이곳은 일본 열도 내에서도 자살 명소로 지목되고 있는 곳이다.


[바다로 들어간 뒤로는 바닷물과 안개를 헤치면서 정신없이 소녀를 구해냈다. 다행히 상대는 난동을 부리지 않고 얌전히 내게 몸을 맡겼다. 그래도 사람을 안고 안개가 피어오르는 바다를 헤엄쳐 근처 바위 사이의 좁은 모래사장까지 도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전쟁 때보다 더 힘든 경험이었을지 모른다.]


하야타는 부임 했던 첫 날부터 폭포수 앞에서 뛰어내린 소녀의 목숨을 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수 많은 생명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걸 막는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가 두 번째로 부임한 고가 사키 등대는 첫 근무 지역보다 훨씬 낮은 위치의 곶 암벽 위에 새하얀 탑이 우뚝 솟아 있는 곳으로 높이 솟아 있는 곶 보다 키가 낮아야 하는데 마치 우뚝 솟아 있는 기암 절벽과 경쟁 하듯 높이 솟아 있다.


[구지암 사이에서 꿈틀거리다 쏟아져 나오는 시퍼렇고 성난 파도,등대 뒤로 바싹 다가온 밀림 같은 깊고 짙은 푸른 숲, 어느 샌 가 하늘 가득 펼쳐진 회색 구름, 주변 일대에 펼쳐지고 있는 옅은 우윳빛 안개. 그 한복판에 선 새하얀 탑...]


하야타는 갱에 들어 갔던 그 순간처럼 불길한 예감에 사로 잡히며 '가능하다면' 저 곶에는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기묘한 사건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저 멀리 고가사키 등대의 등대장이 하야타를 향해 손을 흔들지 않고 우두커니 서있다.

사람을 그리워 하거나 반가워 하지 않는 등대장은 새로 부임한 직원을 반갑게 마중 나오지도 않은 채 우두커니 선 채로 이렇게 중얼 거린다.


...허연 게 춤을 춰서 말이야...

....하얀 마물


부임 첫날 하야타는 오래전 쿄토에서 여관을 운영하다 이곳 까지 흘러 들어 왔다는 친절하고 상냥한 주인이 운영하는 여관에 하룻밤을 묶고 그곳에서 하얀 신 '시라가미'를 모시는 무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관 주인이 극구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하야타는 어떤 생각에 사로 잡혔는지 반드시 자신의 근무지 고가사키까지 혼자 가겠다며 여관을 나선다.

지도를 보며 산 속으로 들어 간 하야타는 해변 등대가 있는 곳까지 도달 하려면 울창한 숲을 헤집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인적도 없는 이 산 속에서 하야타의 뒤를 누군가 쫓고 있다. 그는 서서히 숨이 막힐 정도로 호흡이 가파지더니 인기척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뒤를 돌아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체 뭐를 무언가가 느껴지지만 어떤 것과도 마주치지 않는 공포 속에서 하야타는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등대로 가는 길인지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한다.

드디어 좌우로 뽀족한 암벽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왼쪽과 오른쪽 갈림길로 이어지는 길목에 낭떠러지가 있다.

왼쪽과 오른쪽 사이에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저 아래로 떨어진다.

까마득한 절벽을 기어 올라갈 지 아니면 바로 코 앞에 보이는 갈림길까지 단 숨에 뛰어넘을지 이제 하야타의 운명은 '거목과 묘석, 기암길' 사이에 놓여 있다.

길을 잃어버린 하야타 , 주변은 순식간에 어두컴컴한 암흑으로 변하고 저 멀리 희미하게 반짝이든 등대에 불이 켜졌다.

죽음의 찰나의 순간 하야타는 손전등을 켜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돌연 불빛에 날아드는 나방 같이 하야타 귓전에 날아드는 사람의 목소리

'누구세요?'

그는 무엇에 홀린 듯 유카타를 입은 소녀를 따라 걷는다.

소녀를 따라간 오두막집에 두 눈이 이글거리는 공포스러운 가면을 쓴 이가 그를 노려 보고 있다.

소녀의 할머니 시라쿠모는 백녀라 불리는 무속인으로 하얀 가면을 쓰고 있다.

만약 길을 잃더라도

하얀 집에는 가지 마세요.

거기서 묵으면 안됩니다.

소녀의 이름은 하라타, 자신을 낳아 준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다.

소녀는 운명처럼 대를 이어 무녀 수업을 받고 있다.

그날 밤, 하얀 집에서 잠이든 하야타는 꿈 속에서 무언의 발소리를 듣는다.

떠나기 전 하라타에세 받은 부적 천을 손에서 놓쳐버린 하라타, 눈 앞에 펼쳐진 무성한 덤불이 꿈틀거리고 저 멀리 등대가 보이는데도 가지 못한다.

이곳 자연의 기운이 그의 길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일까? 아니며 고가사키 등대가 새로운 등대지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고가사키등대

조금 남은 노을빛을 받아 적동색으로 물든 등대는 거대한 밀랍양초처럼 등실에 불까지 들어오면 정말 촛불에 불을 붙인 것처럼 보인다.

하야타는 목숨을 걸고 두 번째 바위로 뛰어 올라가자 그곳에 놓인 돌계단을 발견한다.

이 돌계단을 오르면 등대가 있는 등탑까지 갈 수 있다.

그가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누군가 뒤쫓아 오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마침내 도착한 고가사키 등대에 또 한 번의 십대 소녀가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고, 겨우 구해 낸 그 소녀는 하야타의 첫 부임지에서도 구사일생으로 구했던 그 소녀였다.

첫 부임지와 현재 부임지 사이의 시간은 10년, 저 소녀는 하나도 나이를 먹지 않은 모습 그대로다.

소녀는 하야타를 쫓아 다니는 바다의 마물인 것일까?

갱부들이 탄광 속에서 이따금씩 발견하는 검은 빛의 마물 처럼 바다에는 하얀 마물이 살고 있는 것일까?

대를 이어 등대를 지키는 이들에게 하야타는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실제 목격담이야기를 듣는다.

이 십 년 전 산 속 깊은 곳에 사는 무녀의 딸과 결혼한 등대지기, 두 부부가 부임지를 옮길 때마다 하얀 물체가 쫓아다니고 변경의 등대지로 옮겨도 하얀 물체는 어디든 쫓아 온다.

두 부부 사이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어느 날 막내딸 하나미가 사라진다.

그것이 춤추고 있어.....

얼어붙은 바다 위에서 미친 듯 춤추는 하얀 사람의 그림자가 그의 뇌리에 또렷이 떠올랐다. 그것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착실히 등대를 향해 오고 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아이가 사라진 후 하얀 물체도 함께 사라졌다.

하야타가 숲 속 하얀 오두막에서 만났던 소녀가 등대지기 부부의 딸이였을까?

아니면 주기적으로 해안 절벽에서 자살 기도를 하며 뛰어내리는 소녀가 두 부부의 아이의 혼령인 것인가?

등대 부속 관사 측면으로 돌아가자 두 번째 바위로 이어지는 돌계단,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하야타가 등대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그 갈림길에 등대와 같은 크기의 거대한 하얀 사람이 서 있었다.

거대한 하얀 마물의 탑의 모습이 하야타의 눈에만 보이고 있는 것인가?

고가사키 등대 불빛에 이상이 감지 된 신호를 등대 관제소는 책임 등대장과 항로 포식직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이 지역 등대를 오랫동안 신임 모토로이 하야타 혼자 담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현장으로 달려가 확인 한 후 반 쯤 넋이 나간 채로 등대 주변을 돌아 다니고 있는 하야타를 병원에 입원 시킨다.

등대지기를 만난 것만 기억하고 있는 하야타는 4일 만에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후에

등대지기 부부와 아이가 행방 불명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이곳 고가사키 등대에서 만나 이야기 했던 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조사에 착수 한 경찰은 하야타가 등대지기 가족을 살해 하거나 모의 자살로 몰고 갔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 등대지기 이사카가 남긴 일기 마지막 페이지가 발견 된다.

[오후 늦게 , 이 시기에는 드물게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금세 짙어졌다. 하마치를 무적실로 보냈는데 도무지 무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는 뭘 하는 걸까?

일지에는 이런 내용을 적을 수 없으니 일기에 적는다.

좀 더 여유가 있으면 무적실로 상황을 보러 가야겠지만, 왠지 나쁜 예감이 들어,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기에 적어둔다. 또 돌아와 계속....]


기이한 괴담이 서려 있는 등대 마다 어디까지가 인간들이 저질렀는지 아니면 기이한 자연 현상에 깃들려 있는 불가사의한 현상인지 알 수 없다.

일본은 일찌감치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며 유럽 곳곳에 사람들을 보내 등대 기술을 배웠고 이후 피바다를 일으키며 무자비하게 주변 국가 사람들을 살육했다.

일본의 해안 곶마다 우뚝 서있는 하얀색 등대는 마치 바닷 속으로 가라 앉은 무고한 생명들의 혼령의 탑일지도 모른다.

마을 여자들 가운데 딱 하나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해녀가 입는 하얀 옷 같은 차림새의 사람이 있었다....

아이가 사라진 후 하얀 사람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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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4-25 0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일본에서는 몇해 전에 나온 것 같던데, 이제야 한국말로 나왔군요 세번째까지 나왔다는 말이 있네요 이번에는 등대지기로 일을 하는군요 등대에 얽힌 이야기도 있는가 봅니다 자기 나라에 도움 되는 거기만 하면 좋을 텐데, 등대 기술로 다른 나라 사람을 죽이다니...


희선

2023-04-25 2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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