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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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는 아키시나의 웅장한 산속에는 한 낮에도 밤의 조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차는 급커브를 돌며 언덕 길을 달리고 있었다. 나는 차창 너머 흔들리는 나무들의 가지를 온통 뒤덮은 터질 것 처럼 부풀어 오른 잎사귀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새카만 어둠이 자리하고 있다. 우주와 같은 빛깔을 한 그 검은 빛에 늘 손을 뻗고 싶었다.]


급커브를 반복하며 산속 언덕 길을 올라가는 차 안에서 초등 학교 5학년 생 나쓰키는 멀미가 나지 않기 위해 차창 밖 너머 하늘, 우주의 조각을 바라보고 있다.

나쓰키는 초등 학교 2학년 때 이 방법을 알고 나서 차멀미를 하지 않게 되었다.

이토록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집은 어린 나쓰키에게 우주와 가까운 곳이라고 느껴졌다.

나쓰키 배낭 속에는 색종이로 만든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가 들어 있고 이 변신 도구를 준 파트너 퓨트가 말 없이 조용히 지켜 보고 있다.

가족들이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바로 나쓰키가 마법 소녀라는 사실이다.

초등학교에 입학 했던 해, 나쓰키는 역 앞 슈퍼에 진열대 구석에 버려진 인형 퓨트를 처음 만났다.

나쓰키는 세벳 돈을 탈탈 털어서 버려진 인형 퓨트를 집에 데리고 왔다.

이날 부터 퓨트는 나쓰키에게 변신 도구를 건네며 이런 주문을 알려 주었다.


-포하피핀포보피아,포하피핀포보피아.


포하피핀포보피아별 출신의 퓨트는 마법 경찰로 위기가 닥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찾아 왔다.

퓨트의 변신 도구로 마법 소녀가 된 나쓰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사촌 유우 뿐이다.

매년 여름이면 찾아 오는 백중 날에 만나는 사촌 유우, 나츠키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백중 기간에 이곳에 올 때 마다 우주선을 찾는 나쓰키, 언젠가 퓨트가 지구를 떠나는 날, 나쓰키도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난다는 말을 믿는 유우는 서로의 손가락을 걸고 맹세했다.

-내가 마법 소녀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유우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여름방학이 끝나도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백중절에는 반드시 나가노에서 만난다.

[유우와 나눈 약속의 감촉이 손가락에 남아 있었다. 달아오르는 뺨을 숨긴 채 종종 거리며 현관으로 갔다. 유우도 같은 마음인지 고개를 숙인 채 성큼 성큼 걷고 있었다. 그때 부터 나와 유우는 연인이 됐다. 마법 소녀인 나는 유우가 고향 별로 돌아갈 때까지 외계인의 연인 이었다.]


마법 소녀 나쓰키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는 지구 상에 생존하고 있는 외계인들이다.

어머니에게 나쓰키는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분노와 화풀이 상대일 뿐이다 . 아내가 아이를 학대해도 감정의 기복이 없는 아버지는 그저 지켜 보고만 있다.

아버지 눈에는 오로지 자신의 첫 딸, 나쓰키의 언니만 보인다.

마법 소녀 나쓰키를 제외 하고 세 식구는 오순도순 살고 있다.

퓨트에게 '사라지기'라는 마법을 배운 나쓰키는 가족을 위해 가끔 이 마법을 쓰고 있다.

더 이상 가족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로 다짐한 나쓰키는 사촌 유우와 부부로 혼인 서약을 하고 마법을 걸고 기도 한다.

[언젠가 우주선을 찾으면 나도 포하피핀포보피아별에 데려가 달라고 해야지. 우리는 부부니까. 내가 유우의 고향 별로 시집 가는 것이다.

나는 사랑과 마법 안에 있었다. 그 안에 있는 한 나는 안전했다. 아무도 나와 유우의 행복을 깨뜨릴 수 없었다.]

백중의 끝나면 나츠키와 유우는 각자의 삶의 자리, 가족에게 돌아 간다.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인 나츠키는 학원 선생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순간에도 가족에게 느껴 본 적 없는 따스한 눈길과 손길에 가슴이 뜨거워져서 눈물을 흘린다.

가족들이 퍼붓는 짜증과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츠키는 주먹을 꼭 쥐며 마법 주문을 외운다.

엄지손가락을 꽉 쥔 주먹 틈 속에 보이는 어둠의 구멍, 나츠키는 자신의 손 안의 어둠을 언젠가 돌아가게 될 우주의 빛, 입구로 바라보고 있다.

나츠키는 가족들 사이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어머니가 머리를 때릴 때, 분노의 빰을 날릴 때면 나츠키의 입에서는 헛소리 처럼, 주문처럼 비참하게 애원하는 말을 내뱉는다.


-네,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마세요. 말도 잘 듣고 뭐든 할 테니까. 제발 버리지 마세요. 어른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죽어요. 그러니까 날 죽이지 마세요.

흥분을 가라 앉힐 때까지 손에 잡히는 데로 딸을 구타 하는 어머니, 나츠키는 구타 당하는 동안 감정의 스위치를 꺼버렸다.

나츠키는 결혼을 맹세한 사촌 유우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른에게 대들면 날 죽일 거다. 어른에게 버림받으면 우리는 죽는다.'

백중이 시작 되기 일주일 전, 마법 소녀 나츠키의 온 몸을 옭아매고 있던 끔찍한 저주를 스스로 풀어 버린다.



-혼인 서약서

다른 사람과 손을 잡지 않을 것

잘 때는 반지를 끼고 잘 것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남을 것

-위 사항을 맹세 합니다.

사사모토 나쓰키

사사모토 유우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신들의 성욕 해소 도구로 이용 하며 순종을 강요 하며 아이에게 어떤 짓을 해도 전혀 기억이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살고 있다.

마법 소녀 나쓰키 눈에 어른들은 어떤 마술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다.

서른 한 살이 된 나츠키는 결혼과 동시에 부모님의 집을 나왔다. 그녀의 남편은 도쿄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근무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탈출 닷컴'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만났다.

나츠키는 자신의 프로필에 '성행위 없음, 아이 없음, 혼인신고 있음'을 적어 놓고 가족에게 벗어나기 위해 상대를 찾았다.

'서른 살 남자, 도쿄 거주, 가족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 상대 긴급 모집 중, 가사 완전 분담, 통장 각자 관리, 각방 쓰는 건조한 결혼 생활 희망, 악수 상의 스킨십 원치 않음, 공용 공간에서 신체 노출도 삼가줄 분 원함.'

이성애자인 나츠키의 남편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목욕을 해서 항상 여성의 몸을 불편하게 생각 하고 있다. 완전히  성적 욕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매체 영상을 통해 보는 걸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두 사람은 구청에 혼인신고를 마쳤고 양가 가족들은 섬뜩하리 만치 두 사람의 결혼을 기뻐했다.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적으로 부부가 된 두 사람은 각자 방을 알아서 관리하고 공용 공간을 사용하면 스물 네 시간 이내에 원 상태로 복구 시키며 화장실은 주말에 교대로 청소 하며 서로 정적인 접촉 없이 살아간다.

남편의 가족 시댁 식구들은 정기적으로 두 사람을 병원에 보내 새 생명을 잉태 할 수 있는지 건강 상태를 체크 하고 있다.


[나의 자궁과 남편의 정소는 공장에 조용히 감시 당하고 있다. 새 생명을 제조하지 않는 인간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은근한 압력을 받게 된다. 새 인간을 '제조'하지 않는 부부는 노동을 함으로써 공장에 공헌하는 모습을 어필해야만 했다.]


서른 네 살에 접어든 나츠키는 여전히 아이를 잉태 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유지 하고 있다. 결혼 서약을 맹세 했던 사촌 유우와는 이십 삼 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서 해고 되고 사촌 유우가 살고 있는 그 곳을 향한다.

유우는 학교 졸업 후 남성복 도매 회사에 취직해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지난 어린 시절 푸른 초원이었던 그곳은 나츠키 부부가 찾아 갔던 날 산 곳곳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연인 유우와 만나게 된 나츠키, 그녀 옆에 서있는 남편은 돌연 유우에게 이런 말을 내뱉는다.

'아내를 딱히 사랑하지는 않지만 공장의 눈을 피하기 위해 혼인 관계를 맺었습니다. 육체로 이어진 부품들이 끝없이 아이를 만들어 유전자를 미래로 운반해야 하는 운명, 어릴 적 부터 어렴풋이 공포를 느꼈는데 아내를 만나고 나서 똑똑히, 이건 기묘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구 별 아래서 세상을 다르게 보는 외계인의 눈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은 아키시나 산 속에서 기묘한 공동 생활을 시작한다.

세 사람은 각자의 개인 구역에서 잠을 자며 '인간 공장'이 되기를 거부 하고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으로 자신들을 규정하며 세상의 규칙, 도덕의 규범에서 탈선하는 행동을 저지른다.

[눈 앞에 파란 덩어리가 있었다. 창고에서 꺼내온, 옛날에 아빠가 아키시나에서 가져온 낫을 몇 번이고 그 파란 덩어리를 향해 휘둘렀다.]

어른들에게 극악한 폭언과 폭력을 당하며 감정의 스위치를 끄고 살았던 나츠키, 어느 순간 부터 유체 이탈 마법을 쓰게 되고 눈 앞에 보이는 악마, 마녀를 죽여 버린다.

'마녀가 부화하기 전에 죽여버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그것 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가족에게 학대를 당하며 학원과 학교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사회에서 인간 공장의 도구로 살아가야 한다는 운명을 거부한 나츠키

세상은 억지로 나츠키에게 사랑을 하라고 강요 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랑을 못하는 사람, 새 생명을 잉태하는 걸 거부하는 이들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지 못하게 될까?

'사랑을 해서 아이를 낳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야 돼' 라고 말하는 가족들

나츠키는 무의식적으로 귀를 막아버린다.

'당신 만은 공장의 손아귀에 붙잡히지 말고 도망쳐. 나는 공장의 노예가 될 거야. 죽은 거나 다름없는 인생이지. 하지만 당신 만큼은 살아남아줘. 당신이 포하피핀포보피아 성인으로 살아 가준다면 나도 분명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어린 시절 부터 어른들에게 학대를 받았던 나츠키는 소리치고 분노 하는 어른들의 눈빛에 복종 하며 숨소리를 내지 않고 살았다.

살아 남기 위해, 가족들에게 벗어 나기 위해 외웠던 주문'포하피핀포보피아,포하피핀포보피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주변의 어른들, 회사의 목소리에 복종하며 살았던 나츠키의 연인 사촌 유우, 가족이 바라는 데로 홀로 독립해서 회사가 바라는 형태로 퇴직하는 날 부터 유우를 옭아매었던 절대 복종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어디에도 돌아갈 곳이 없는 나츠키와 유우, 법적으로 혼인한 남편이 운전한 차를 타고 어린 시절 ,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던 그곳을 향한다.

세 사람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은 이전과 다른 세상이 아니다. 그저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절대 복종의 목소리와 고함이 사라졌을 뿐이다.

[완벽한 밤이었다. 나는 눈을 뜨면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이 이 마을을 뒤덮고 있기를 바라며 잠들었다. 꿈에서 언니도 부모님도 시어머니도 시아버지도 모두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이 됐다. 꿈속 파티는 끝없이 계속됐다. 남편과 유우의 새근 거리는 숨소리와 진동이 꿈과 현실의 경계까지 밀어닥쳐 꿈에서 웃고 있는 내 바로 곁까지 그 체온이 가까워졌다.]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 고슴도치 인형 속에 숨겨진 슬픈 현실 고통이 극심할수록 주인공 나츠키 눈에는 파란 덩어리의 인간, 금빛 액체로 된 피, 핑크 색 세상이 더욱 선명하게 보일 뿐이다.


[우리 세 마리의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은 조용히 팔다리를 덩굴처럼 이으며 일어났다. '밝은 시간'의 빛과 흰 눈에 반사된 빛이 외부 세계에서 우리의 우주선으로 부드럽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손을 맞잡고 어깨를 나란히 한 우리는 지구 성인이 사는 별로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빛에 휩싸인 우리에게 호응하듯, 지구 성인들의 울음소리가 별의 아득한 곳까지 메아리치더니 숲을 뒤흔들며 퍼져 나갔다.]


영국 BBC 선정 ‘2020년 최고의 책’, 미국 <뉴욕타임스> 선정 ‘2020년 주목 받는 100권’에 올라간 무라타 사야카의 <지구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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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9-19 0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만 봤을 땐 반짝반짝 예뻐보였는데 scott님 리뷰를 읽고 다시 보니 그림이 섬뜩하네요... 주인공 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scott 2022-09-19 16:46   좋아요 3 | URL
파이버님 생각처럼 제가 표지만 보고 덥석 ㅎㅎㅎ

이 표지 속에 엄청난 충격의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

희선 2022-09-19 0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라타 사야카 책은 아직 한권도 못 봤군요 SF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 현실과 다르지 않네요 현실을 벗어나려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 있겠습니다 그 세계에서나마 편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오래 이어가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2-09-19 16:47   좋아요 2 | URL
<편의점 인간> 이라는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거머쥐었던 작가 학생 때 부터 편의점 알바생으로 살면서 틈틈히 글을 써서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

학대를 가하는 가족 이것을 방치하고 방관하는 사회와 국가,,,,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ㅜ.ㅜ

moonnight 2022-09-19 0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 보고 어린이 대상 책인 줄ㅠㅠ; 너무 슬프네요ㅠㅠ;;;;

scott 2022-09-19 16:49   좋아요 3 | URL
저도 유즈키 아사코 작품 처럼 달콤 쌉쌀한 이야기 인 줄 알았습니다

반전을 거듭 하며
마지막 충격의 결말,,,,

작가는 분명 주변의 모든 인간(학대 받는 아동들) 찬찬히 지켜 보았던 게 틀림 없습니다 ㅜ.ㅜ

2022-09-19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9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9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9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9-19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법소녀란 말이 슬프게 와닿아요. 깊은 주제를 담고 있네요. 아이를 만드는 공장, 거부하는 사럼들 , 말장난같은 포하피핀포보피아란 주문 ㅠㅠ 스콧님덕에 정말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되는 거 같아요 ~~

scott 2022-09-19 16:52   좋아요 2 | URL
포하피핀포보피아~
이런 주문 외우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였으면 좋겠습니다

미니님의 오늘 주문은 <행복한 오후 > (*Ü*)ﻌﻌﻌ♥

어쩌다냥장판 2022-09-21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을 왜 이제야 했나 하는 안타까운 맘과 넘쳐나는 읽고 싶어지는 책들의 소개덕에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오는데요~~
이미 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책장의 여유없음에 e북으로 우회해서 선택해야함이 아쉽긴 하지만요 책은 자고로 새책의 냄새와 넘기는 손의 촉감이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던 걸 포기했어요.
나무도 지키고 좋은거지로 위안하며 이책역시 e북으로 찜해둬야겠습니다.
소개해주신 책들은 하나같이 다 너무 재밌을것 같아서 하루하루 기대되네요
낼은 무슨책일지 벎써부터 기대되요

scott 2022-09-21 21:54   좋아요 0 | URL
냥이님! 캄솨!

이 책 작가 <편의점 인간> 읽고 충격을 받았는데 사건 인물 전개가 엄청 뛰어 납니다
짧은 문장으로 섬세한 묘사를 담아 내는 능력까지

이 작품 정말로 충격적이고
아주 많이 슬픕니다

어린나쓰키 소녀 안아 주고 위로 해주고 싶었어요 ^^

저는 일단 관심 가는 책들 이북으로 읽고 소장 하고 싶은 책은 종이로 구매 하고 있습니다

손의 촉감으로 느끼는 활자의 매력 ^^
 
한경아르떼 프리즈 서울 2022 -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서 만나다
한경arte 특별취재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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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영국 런던에서 아트 매거진 <프리즈Frieze>가 창간 되었다.


데미언 허스트가 골드 스미스 대학 시절 친구들과 기획 했던 전시 이름에서 차용된 잡지 <프리즈>는 4년 후 1995년 뉴욕과 베를린에 아트페어 개최를 시작으로 지난 30여년 세월 동안 현대 미술계의 광범위하면서도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아트페어 개최를 비롯해 출판물,비디오, 팟캐스트, 웹사이트 등을 통해 전 세계 예술가와 컬렉터를 연결 하는 세계적인 아트 ,컬쳐 멀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리즈>는 본격적으로 전세계 예술 작품을 한 곳에 전시 하는 아트 페어를 2003년 런던에서 개최 하면서 예술과 문화가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 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2년 랜들스 아일랜드 에서 개최한 <뉴욕 페어>와 런던 <프리즈 마스터 페어>를 시작으로 영상과 작품을 다양한 매체로 적극 소개 하며 단순히 미술품을 구매 해서 전시 하는 것 뿐 만 아니라 문화와 패션, 음식,영화와 연결 시키며 전 세계 예술의 교두보로 우뚝 성장했다.

반면 1966년 독일 쾰른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아트 페어가 열린 이후 줄곧 아시아 지역은 일본과 홍콩을 제외하고 예술계 변방으로 한국은 몇몇 소수의 작가들 작품을 제외하고 해외 거물 급 갤러리 소장품으로 등록 되지 못했다.

1980년대 까지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은 일본으로 막강한 엔화 자금력을 동원해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모네의 '수련'작품 같은 최고의 명작을 긁어 모아서 세계 미술계 시장을 움직이는 한 축으로 우뚝 성장했다.

1990년 버블 경제로 일본 경제가 기나긴 침체에 빠져 버리자 싱가포르가 아시아 미술 시장 자리를 차지 했지만 2007년 싱가포르 정부가 미술품에 7퍼센트 부가 가치를 부과 하는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르면서 세계 주요 경매 회사들이 세금이 없는 홍콩으로 건너 갔다.

외국의 메이저 급 화랑들이 홍콩 미술 시장 곳곳에 문을 열며 아시아 문화 예술 중심지가 되었지만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불안한 사회 경제 상황과 중국 공안의 극심한 검열로 정치적 불안이 요동 치던 중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 되면서 유럽 명문 갤러리들이 서울에 사무실을 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일본과 싱가포르 그리고 홍콩에 밀려서 아시아 예술계의 변방이였던 서울이 2022년 9월 드디어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를 개최 하게 되었다.


2022년 9월 2일 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렸던 <프리즈>에는 국내 화랑 12곳을 포함해 20여 국의 110개 갤러리가 작품들을 전시하며 '서울'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급 부상 하게 되었다.

아트 페어 <프리즈>는 단순히 그림을 사는 곳이 아니라 행사 기간 동안 프리즈 작품에 관한 영상 전시,소더비 인스티튜트의 프리미엄 컬렉션 코스, 토크 프로그램 그리고 야간 행사를 통해 작가와 작품, 컬렉터와 수집가를 연결 시키며 미술계의 중요한 화두와 의제에 관해 소통하는 거대한 '아트 테마 파크'다.


20022년 9월 서울 프리즈에서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빼곡하게 전시 되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루이즈 부르주아, 애니시 커푸어, 트레이시 에민, 에곤 실레, 조지 콘도, 세실리 브라운, 스털링 루비의 작품과 함께 현대 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동시대 중견 작가와 신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 되었다.

2022년 9월 서울 프리즈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작품 <Red Portrait Composition>2022


조지 콘도의 작품으로 붉은 색을 배경으로 조각 조각 나 버린 얼굴 혹에서 드러나는 내면의 세계를 큐비즘 작품으로 형상화 시켰다.

모던 아트 섹션 하이라이트 코너에 전시 되었던 루이즈 부르주아의 <Gray Fountain>1970-71


각기 다른 각도와 높이로 기울여 절단된 기둥들이 미묘하게 기울어진 경사로 배열되어 멀리서 바라 보면 마치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듯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미국 현대 미술사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던 작품 필립 거스턴의 <Untitled (Outsider)>


커피 머그잔과 작가가 '후드'라고 부른 가면을 쓴 두 인물이 고도 성장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지극히 개인적이며 일상적인 자화상을 보여 준다.


치하루 시오타 < State of being(ship)> 2022

주변의 일상적인 용품이나 물건 신발, 열쇠, 침대, 의자, 드레스 같은 오브제로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정을 삶과 죽음 관계로 확장 시켜서 기억과 의식의 개념을 새로운 관점으로 새겼다.

프리즈 서울에서 최초로 소개 된 작가 타바레스 스트라찬 <Legacy>2021


지금 까지 한 번도 전시 된 적 없는 작품들이 아시아 최초로 소개 되었다.


바하마에서 성장한 타바레스는 어린 시절 밤 하늘을 보며 우주 탐험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그는 북극을 탐험하며 얼음 조각을 운송해서 전시에 사용 하며 자신의 조각품을 우주로 쏘아 보내기도 했다.

우주에서 유영하는 수 많은 별들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 지구의 생명체의 운명까지 확장 시키며 삶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작품을 통해 펼쳐 보였다.


<타버린 청색과 다색>1990

한국 현대 회화 단색화 1세대인 故윤형근 화백은 서구적인 추상과 한국적인 질감을 독창적으로 결합 시키며 혼합 안료로 가공하지 않은 한국의 마포, 면포, 한지 속에 세파를 견뎌 낸 고목의 색감과 한반도의 땅을 지탱하는 흙의 향기를 회화 작품에 재현 시켰다.


예술 작품 속에는 시대의 모습이 반영 되어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 뿐 만 아니라 사회를 들끓게 만드는 사건 사고, 그리고 우리 모두의 무의식 속에 잠재 되어 있는 미지의 세계 까지 예술은 또 다른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보여 준다.


20세기 비디오 아트를 창시한 현대 미술의 거장 '백남준'은 2006년 마이애미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전염병의 대 유행, 전쟁 발발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연달아 겪었던 백남준은 자신의 동료의 죽음과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전 세계 인류의 모성,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사랑으로 확장 시켰다.


<로봇 라디오 맨, 요제프 보이스>1987

2022년 9월 서울 프리즈, 전염병과 전쟁, 세계적인 경제 불안 속에서 2022년 9월 서울 프리즈가 지핀 예술의 혼은 전세계 곳곳에서 활활 타오를 것이다.


<어머니 I 열아홉살>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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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9-16 1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지콘도의 작품 인상적이긴 하네요. 오리? ㅎㅎ 세계적아 작가 이름을 보니 에곤 실레 빼곤 다 첨들어보네요 😅 역시 미술은 심오한 세계~!

scott 2022-09-18 23:11   좋아요 2 | URL
역쉬! 새파랑님은 프리즈 행사 기간 중에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작품을 알아보시는 군요! 👍👍👍👍👍

하지만 새파랑님이 알고 계신 에곤! 작품이 가장 비싸 가격이 붙어 있어서

안팔렸다고 합니다 ^^

청아 2022-09-16 1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매거진 <프리즈Frieze>표지들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한국에도 선보였음 좋겠네요
검색해보니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었군요!! 사람들이 많이 몰렸을것 같아요. 스콧님 즐거우셨겠어요!!*^^*

scott 2022-09-18 23:13   좋아요 2 | URL
요 매거진은 이전에 인터넷이 활성화 되지 않았을 때 발행 했고 요즘은 큰 손들에게만 배포하는 것 같습니다 (선구매 하라고 부축이는 ㅎㅎㅎ)


사람들이 넘 많아서 전시 작품이 위태로울 정도 였고 작품 구경 보다 사람 머리를 더 많이 봤던 ㅎㅎㅎ


mini74 2022-09-16 1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하면 가셰박사의 초상부터 떠오르더라고요. 프리즈가 데미언 허스트에서 나왔군요 ~ 소개해주시는 그림이며 내용 넘 좋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우주로 쏘아올린 타바레스 스트라찬 그림 예쁩니다. 👍❤️

scott 2022-09-18 23:14   좋아요 2 | URL
타바레스 작품 실제로 보면 정말 멋집니다

내방 천장에 복사품 잔 뜩 붙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

페넬로페 2022-09-16 13: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울 프리즈는 일반 입장료부터 비싸더라고요. 사람들이 유명한 작품에 많이 몰렸다고도 하고요.
어느 순간 예술도 결국 자본의 움직임으로 좋다, 나쁘다가 결정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이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은 작품의 가격이 비싸면 또 좀 좋게 보이기도 하고요 ㅋㅋ

scott 2022-09-18 23:19   좋아요 3 | URL
3박 4일 기준으로 7만원( 아랫층 키아프 입장권을 포함해서) 인데 실제 런던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대략 만 오천원정도 였습니다(엄청난 작품 숫자가 많을 때는 삼만원정도 받음)

그런데 느닷없이 서울에서 십오만원 받겠다고 하니 난리 쳐서 그나마 칠만원으로 가격을 내렸 ㅎㅎㅎㅎ

넘 비싸지만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이 있어서 갔는데,,,

칠만원의 가격을 잊어 버릴 만큼 무수히 좋은 작품들이 전시 되어서 ㅎㅎㅎ

결국 자본 시장의 모든 거래들은 큰 손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술을 하는데 돈이 정말 많이 들어 갑니다

페넬로페님 말씀처럼 비싼 가격의 작품에 사람들이 몰렸고
실제로 보니 정말로 빛났습니다 ^^


서니데이 2022-09-16 2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니까 보러 가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도판과 설명을 미리 한 번 보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전시된 예술품이 많으면 자세히 보기 어렵고, 빨리 보고 오면 기억에 남는 것도 적었어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09-18 23:20   좋아요 3 | URL
코엑스 전시장에 발을 딛여 놓는 순간 부터
목적지를 향하기 힘들 만큼 인파가 ㅎㅎㅎㅎ

서니데이님 만큼 작품 수가 많을 때는 미리 예습을!

그냥 한 적한 공간에서 나만 홀로 작품을 보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

hnine 2022-09-18 14: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남준 작품 위의 사진은 에곤 쉴레 그림이지요?
진즉에 알았더라면 가보았을걸, 좋은 기회를 놓쳤네요. 책이라도 구입해서 봐야겠어요. 아마 한동안은 잘때 스마트폰 대신 이 책을 끼고 잠들지 모르겠어요.

scott님, 생일 지났지만 (이것도 지금 알았어요 요즘 알라딘에 잘 안들어오다보니), 축하드려요. 즐겁게 잘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scott 2022-09-18 23:2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나인님
이번 서울 프리즈 미친 표값(런던에서 대략 만 오천원 가격, 물가 비싼 스위스 바젤에선 삼만원)을 할 정도로 엄청난 작품들을 한 꺼번에 전시 해 놔서 인파에 깔려 죽을 뻔 ㅎㅎㅎ

런던 테이트 모던과 뉴욕 모마의 하이라이트 작품들을 모아 놓은 것 처럼 좋았습니다

이 도록은 작품 구입을 할 것 처럼 달려 들어서 받았는데 ㅎㅎㅎ

정말 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실려 있지 않았습니다(아마도 작가가 원하지 않았거나 엄청난 가격 때문에)

나인님 제 생일을 기억해 주셔서 감솨!

나인님 건강 잘 챙기세요 ^^

어쩌다냥장판 2022-09-17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럴때는 지역에 사는게 아쉽네요 볼줄 아는 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전시회 가보는걸 좋아해서 자주 접할수 있는 서울이 부럽습니다~~ ㅎㅎ 그래도 글로라도 접할수 있어 좋으내요

scott 2022-09-18 23:25   좋아요 2 | URL
그냥 좋아하는 작품 곁에 두고 자주 보고 (책이나 도록) 기회가 될 때 전시회 둘러 보면서 보는 눈이 키워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림과 예술 작품 앞에서 눈과 귀가 멀어 버려서,,,,
일단 열리면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ㅎㅎㅎㅎ

냥이님 주말밤 평안하게 ^^
 
청춘 - 코펜하겐 삼부작 제2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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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30분, 열 네 살 토베는 이모가 만들어 준 옷, 단 하나 밖에 없는 원피스를 입고 책가방을 매고 학교가 아닌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 집으로 출근 한다.

고용주 집에 도착한 토베는 책 가방에서 앞치마를 꺼내 입고 차 주전자를 들고 다니며 고용주가 시키는 데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여덟 시간 동안 어머니를 보지 못할 것이었다. 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나는 그들이 매일 일정한 보수를 주고 일정한 시간 동안 신체적 노동력을 구매한 사람이었다.]


차를 끓여 본 적도 없고 마셔 본 적도 없었던 토베는 차 주전자에 찻잎을 얼마나 깔아야 하는지 몰라 허둥지둥 거리고 있을 때 고용주의 아들이 달려와 토베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내가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해야지. 안 그러면 쏴 버릴 거예요.'

고용주는 토베가 자신의 집안에서 하루 종일 해야 할 일들을 시간대 별로 작성한 목록을 내밀었다.

청소기를 사용 해 본 적도 없고 카페트를 청소 해 본 적 도 없었던 열 네 살 토베는 기기 작동을 시도 하다가 뚜껑이 열려서 먼지 덩어리가 통째로 튀어 나와 버렸고 마루 바닥 솔질 방향을 잘 못해서 수 백 군데를 긁혀 놓았다.

오후 다섯 시 고용주가 집으로 돌아 오기 한 시간 전,토베는 해고 당하고 앞치마를 집어 넣은 책가방을 매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토베는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하숙집 부엌을 청소 하고 있다.

아침 8시 부터 12시간 동안 온 몸에 그을음과 기름으로 범벅이가 되어 퇴근 후 집으로 돌아 오자 마자 단 한 줄의 시를 쓰지 못한 채 침대 위로 고꾸라졌다.

검은 원피스에 하얀 앞치마를 입고 난로 불이 꺼지지 않는지 지키며 하숙집 방과 욕실, 부엌을 청소 하면서 받는 급료는 30크로네

토베는 동료 선배들에게 저속하고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지난 시절,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던 시간, 마음껏 책 속에 파묻혔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나는 어린 시절에 내가 두려워했던 것을 하나 떠올린다. 착실한 숙련공. 나는 숙련공에 대해서는 아무런 거부감도 없지만, 미래의 모든 밝은 꿈을 가로 막는 건 '착실한'이라는 단어다. 그 단어는 비 내리는 하늘 처럼 밝은 햇빛을 느낄 만한 부분은 어디에도 없다.]

토베 인생의 밝은 빛을 가려 버리는 사람들은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

토베의 아버지는 여전히 불안정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열 네 살 짜리 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했고 어머니는 딸이 받아 온 일당으로 새 라디오를 사서 하루 종일 틀어 놓고 있다.

잠자는 소녀야, 널 위해 찬가 한 곡 불러 줄게

어떤 광경도 이토록 진실한 기쁨을 준 적은 없었어.

움직임 없이 사랑스럽게 누워 있는 너 만큼은

꿈속에서 웃고 있구나, 하얀 시트로

네 젊은 가슴을 간신히 덮고서

아, 내게 그 모습은 얼마나 신성했는지.

너는 알지 못했지만.

항상 심각한 표정과 희망이 없는 말 만 내뱉는 부모님과 친척들이 이제 열 다섯 살이 된 토베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토베는 매일 매일 하숙집에 더러운 부엌과 화장실을 청소 하고 퇴근 후에 하루 종일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시어들을 끄집어낸다.

토베가 텔레비전만 응시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설거지와 청소가 싫고 어떤 종류의 집안 일도 다 싫어요. 차라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타자 치는 걸 배우고 싶어요.'

'아직은 안 돼. 우선 집을 제대로 관리하고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오면 요리 해 주는 법을 배워야지. 넌 금방 배울 거야.'

결국 토베 엄마는 남편이 겨우 열 다섯 살이 된 딸에게 이런 말을 내뱉자 하숙집에서 누군가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남편을 설득 시켜버렸다.

하숙집 일을 그만 둔 토베는 사무직 구인 광고에 여러 번 지원 하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다.

면접 날 아버지의 직업을 물은 인사 담당자들은 열 다섯 살 짜리가 집안을 먹여 살리고 있는데 자신들이 주는 봉급으로는 힘들지 않겠냐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두 번 다시 고용주의 하인으로 살지 않기로 굳게 결심한 토베는 여러 군데를 도전 한 끝에 노동 조합에 가입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 끝에 마침내 어느 간호 용품 회사의 재고 관리 사무원으로 취직한다.

열 다섯 살 토베는 오빠 에드빈이 입었던 코트를 수선해서 입고 새 일터로 향했다.

세상은 온통 겨울이다.

히틀러가 독일을 집권 했고 네덜란드를 침공했다.

전쟁의 기운은 서서히 덴마크로 흘러 들어 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죽어 가고 있었고 멀리 전선으로 떠난 이들은 영영 집으로 돌아 오지 못했다.

토베는 자신을 둘러 싸고 있는 세상은 변하고 있었지만, 매일 아침 일곱 시에 사무실로 출근해서 구석 구석을 청소 하고 간호 물품들이 도착하면 물건들의 용도에 맞춰 분류 작업을 시작하는데 열중 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토베의 눈 앞엔 언제나 똑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거실에는 퇴근 하고 돌아 온 아버지가 쇼파에 누워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 하고 있고 어머니는 딸이 받아 온 일당으로 구입한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은 채 커피를 끓이며 뜨개질을 하고 있다.

문득 토베는 오빠 에드빈 처럼 열 여덟살이 되기 전에 이곳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영원히 벗어 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서 사는 한, 나는 외롭고 이름 없는 삶을 살아갈 운명에 처해 있다.

세계는 내 어떤 부분도 인정해 주지 않고, 내가 모서리 하나를 겨우 붙잡을 때마다 내 손아귀를 슬쩍 빠져나간다. 사람들은 죽고, 그들 머리 위의 건물들은 헐려 나간다.]

토베는 물품 보관소에서 약품들을 하나 씩 만지면서 이전과 다른 시어들이 가슴 속에서 일렁 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어둠 속에 초 하나가 타고 있어.

나 만을 위해 타는 초

내가 입김을 불면

그것은 활활 올라

나 만을 위해 올라

하지만 부드럽게 숨을 내쉴 때

초는 깜빡 밝음을 넘어서고

내 가슴 깊은 곳에서 타올라

그저 너를 비추게 되네.

토베는 늦은 저녁 남자 친구와 영화관에도 가고 연애도 하며 노동 조합에 가입을 한다.

직장에서 해고 당해도 당황하거나 좌절 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극단에서 배우를 찾는 광고 단지를 보고 덜컥 지원하고 갈색 정장을 입은 채 일흔 한 살 짜리 할머니 역할에 합격한다.

열 일곱 살 토베는 커피를 마시며 대사를 외우고 노래 연습을 한다.

극단 대표는 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어 준다.


'토베 디틀레프센이라는 아주 어린 소냐가 아그네스 아줌마 역할로 대단히 성공적인 연기를 선보 였다.


토베 디틀레우센, 디틀레프센, 이름의 철자가 틀린 채 인쇄되었지만 토베는 아마추어가 아닌 배우로 인정 받은 것이다.

아마추어가 아닌 배우 토베 디틀레우센은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연기 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갈 것이고 그리고 사랑에 빠질 것이다.

연극 배우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토베, 부모는 딸에게 덜컥 커다란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통보 한다.

'방이 세 갠 데 아주 커. 거의 무도회 장 수준이더라. 이 프로레타리아 동네에서 벗어나는 것도 괜찮은 일일 거야.'

새로 이사 간 집에 처음으로 자기 방이 생긴 토베 는 쇼파에서 잠을 자고 있다.

토베가 일어나 출근 하고 나면 그곳은 곧장 응접실이 되고 다이닝 룸이 된다.

한 달에 60크로네를 받는 토베는 외상으로 새 코트를 사 입고 새 책을 구입한다.

단 2주 동안 만난 악셀이라는 이름의 청년과 약혼 하지만 어떤 직장에서도 한 달을 버티지 못하면서 꾸준히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파혼 해버린다.

토베는 이별에 대한 미련도 없고 슬퍼 하지 않는다.

내일 출근 할 직장이 있고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집으로 돌아가면 살 날이 몇 일 남아 있지 않는 이모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 하며 집 안 가득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토베는 살 날이 몇 일 안 남아 있는 이모의 비참한 상태 보다 자신이 잘 곳이 없고 시를 쓸 공간 조차 없이 평온한 저녁 시간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는 사실에만 신경 쓸 뿐이다.

마지막 주사를 맞은 이모의 숨소리가 사라지고 곁에서 지켜 보고 있던 어머니는 '끝났다'는 말을 내뱉고 토베는 그저 잔인할 정도로 추악하고 역겨운 죽음의 악취를 집안에서 내보내기 위해 창문을 전부 열어 젖혀 버린다.

[나는 두 팔로 내 몸을 감싸 안은 채 내가 젊고 건강하다는 사실을 만끽하며 기쁨에 젖는다. 그렇지 않다면 내 청춘은 당장이라도 없애 버리고 싶은 하나의 결함이자 방해물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생일을 단 2주 앞두고 사무실에서 해고 된 토베는 곧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놓고 서둘러 집을 나갈 준비를 마쳤다.

'우리가 이사를 온 건 모두 널 위해서 였는데. 너한테 글을 쓸 방을 갖게 해주려고 그랬지. 네 아버지는 다시 실업자가 됐어. 네가 집에 갖다 주는 돈 없이는 지낼 수가 없는데 .'

환전소에서 한달에 100크로네를 받게 된 토베는 타자 용지 100장을 사고 자신만의 방으로 간다.

그 방에는 꽃 무늬 커버가 씌워진 소파 하나, 안락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 그리고 낡은 수납장이 있다.

토베는 방 안 가득 뒤덮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코트를 입은 채 타자를 치고 있다.

내일 당장 히틀러가 군대를 이끌고 쳐 들어 올지 모르지만 마음 속 가득 담겨 있는 단어들을 타자로 치고 있는 토베는 두렵지 않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어도,타자기를 치는 동안 배고픔을 잊어버린다.

열 여덟 살, 마침내 가족으로 부터 도망친 토베는 환전소에서 일하고 시를 쓰고 가끔 씩 젊은 남자들과 춤을 춘다.

시를 쓰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젊은 남자는 토베에게 잡지 <밀알>의 편집자 비고 F 묄레르에게 보내라고 조언해준다.

그가 자신에게 장난 쳤을지 모른다고 살짝 의심하면서도 토베는 <밀알> 편집자에게 세 편의 시를 동봉해서 보낸다.

매서운 추위 조차 느끼지 못하는 토베는 이름 하나, 주소 한 줄을 입으로 되뇌이며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편집자 비고 F 묄레르는 몇 살 일까?

F는 무슨 약자 일까?

아니, 어쩌면 죽은 사람이 아닐까?

친애하는 토베 디틀레우센 양에게. 귀하의 시 두 편은 ,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탁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시 <내 죽은 아이에게>는 사용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담아, 비고 F 묄레르

토베는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산 잡지 <밀알>을 손에 쥐고 있다.

잡지를 펼치면 이런 시가 적혀 있다.

네 작은 목소리를 들어 보지 못했어

네 창백한 입술은 내게 미소 지은 적도 없지

그리고 네 작은 두 발의 발길질

그건 내가 영영 볼 수 없는 일

드디어 잡지 <밀알>에 토베 디틀레우센 이름이 새겨진 시 <내 죽은 아이에게>가 실렸다.

여자는 절대로 시인이 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은 진실이 아니였다.

시를 읽지 않은 사람들은 그녀의 시가 <밀알>이라는 농업 잡지에 실렸다고 생각했다.

토베는 마치 사랑에 빠진 것 처럼 두근 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 시키며 자신의 시를 실어준 편집자 얼굴을 이제서야 또렷이 바라본다.

편집자는 토베에게 시집을 출간 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다.

토베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나는 눈부신 빛 속을 걸었고, 유명인들이 발하는 빛을 거울처럼 내던져 졌다. 내가 그들의 이미지를 비춰 보여 주자 그들은 자기들 눈에 보이는 그 이미지를 마음에 들어 했다. 우쭐해진 그들은 내게 미소를 지으며 칭찬을 퍼부었다.]


<소녀의 마음>을 품고 잠든 토베는 더 이상 지난 시절에 읽었던 수많은 책들을 떠올리지 않는다.

수 많은 나날 동안 입가에서 맴돌았던 말들, 지난 날의 삶의 흔적들이 담겨 있는 <소녀의 마음>

가족들이 토베가 <밀알> 편집자와 당장이라도 결혼 할 것 처럼 들썩이는 동안 영국은 독일에 선전 포고를 했다.

유럽 전역이 전쟁의 화마에 휩싸여도 토베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시집 <소녀의 마음>을 읽고 있다.

[나는 책 한 권을 펼쳐 몇 줄을 읽어 본다. 인쇄된 형태로 보는 시들은 묘하게 멀고 낯설어 보인다. 나는 다른 한 권도 펼쳐 본다. 이 모든 책에 똑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는다.]

토베는 <소녀의 마음>이라는 시집을 읽다가 잠이 들 것이고 다음 날 아침 집세를 벌기 위해 일하러 나가면서 자신의 시집을 품 속에 숨겨 둘 것이다.


단 한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행복, 토베 디틀레우센 <소녀의 마음>

이제 그녀는 돌이 킬 수 없는 운명, 시인의 길을 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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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9-08 1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다 읽고 소름돋았어요. 토베의 상황도 나치에 의한 전 세계적 위기의 배경도 숨가쁘게 전개되는 느낌이군요. 그녀가 쓴 시도 훨씬 더 성숙한 분위기! 저도 2권을 시작하렵니다.*^^*

scott 2022-09-08 11:56   좋아요 4 | URL
이 얇은 책
반세기 전에 살다간 시인, 소설가 동화 작가의 삶을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ㅎㅎ

미미님의 <청춘>리뷰 고대 합니다.

(ᐡ-ܫ•ᐡ)

유부만두 2022-09-08 14: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 직장에서 피아노 해먹고 그집 애 데리고 엄마한테 간 장면까지 읽었어요. 근데 덮어두고 시간이 지나니 다시 손에 들지 않게 되네요.... 일단 명절 연휴를 살아남아야 책을 더 ...

scott 2022-09-08 14:28   좋아요 2 | URL
전 일년만에 재독중 인데
이번에 펭귄에서 출간된 장편 얼굴 기대 하고 있습니다
3권 마지막 읽으니 토베의 재능 안타까움이 가득😿

책읽는나무 2022-09-08 14: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읽을 책을 자꾸 써서 올려 주시니....
흑흑~~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ㅜㅜ
펭귄북스 모으려고 시작 중인데...펭귄 나오면 그걸로~ㅋㅋㅋ
스콧님도 명절 연휴 잘 보내시어요^^

scott 2022-09-08 14:42   좋아요 4 | URL
이책 펭권판은 원서
한국어판은
을유 암실문고😊
나무님 명절 푹 쉬게
가족들 각자도생 살귀 😄

책읽는나무 2022-09-08 14:51   좋아요 4 | URL
아...펭귄북스는 원서였나요?
이 책으로 사면 되는 거네요~ㅋㅋㅋ

scott 2022-09-09 12:10   좋아요 2 | URL
😅

페넬로페 2022-09-08 14: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이라도 다들 똑같게 되는건 아니잖아요.
본인의 의지와 능력도 무시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scott 2022-09-08 14:44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타고난 능력
재능 숨기기 힘들지만
어린시절 부모에게 상처 받은 트라우마는 영원히 지우기 힘든것 같습니다😶

2022-09-08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9-08 18: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배경을 잘 모르지만, 코펜하겐이 있는 걸 보면 덴마크겠지, 합니다.
북유럽 이름들은 낯설어서 잘 모르겠어요.
2차 대전 시기라면 가벼운 분위기 일 것 같지는 않네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scott 2022-09-08 23:34   좋아요 4 | URL
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ㅎㅎ
전쟁에 휩싸였으니
정말로 한 치 앞도 내다 보기 힘들었던 시대 였죠.

서니데이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 세요 ^^

서곡 2022-09-08 2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 프사에 댓글 남겨봅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잘 어울립니다

scott 2022-09-08 23:35   좋아요 3 | URL
요즘 날씨 정말 좋은!
서곡님
추석 연휴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희선 2022-09-09 0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베라는 이름이어서 토베 얀손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름밖에 모르지만... 토베 얀손은 핀란드 사람이군요 토베 디틀레우센 사는 게 쉽지 않았네요 힘들었다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해서 다행이고 그걸 알아본 사람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희선

scott 2022-09-09 12:11   좋아요 3 | URL
토베 얀손!
휘바!휘바 !
핀란드인 ㅎㅎㅎ
저도 첨에 토베 얀손인 줄 알았습니다!

열네살 학교에 가지 않고
부잣집 청소 하러 갈 수밖에 없었던 ㅠ.ㅠ

그럼에도 시쓰기를 포기 하지 않아서 다행이죠 ^^

mini74 2022-09-09 1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베 너무 짠하네요. 어려운 환경에도 당차고 똑똑하고 ㅠㅠ 진짜 몰입해서 읽었어요. 18살의 토베가 시를 쓰고 잡지에 실리는 장면에선 왜 제가 뿌듯하죠 ㅎㅎㅎㅎ 스콧님 프사 환하고 좋아요 *^^* 이런 설레는 맘으로 오전에 이어 오후엔 전 부치기 ㅎㅎㅎ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스콧님 *^^*

scott 2022-09-09 23:23   좋아요 2 | URL
열 네살 토베!
책가방에 앞치마 메고 출근 ㅠ.ㅠ

미니님 오늘 오전 오후
전 부치기!
추석 지나면
가족들 미니님
호텔 추석 바캉스 일박 이일 보내 돨롸!
❛‿˂̵✧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울 레이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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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파리에서 열렸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마련되었던 전시회에서 사울 레이터의 작품을 처음 보았다.

파리 시내 곳곳에 눈 가루가 날리던 날, 빨간색 우산이 내뿜던 몽환적인 색감은 색에 둘러 싸여 있는 세상에서 발견 한 빛과 같았다.

나는 반 세기 전에 찍힌 빨간 색 우산이 내뿜는 빛깔에 매료 되어 "사울 레이터" 라는 사진가의 이름을 가슴 속에 새겨 넣었다.

[예술의 역사에서 색은 언제나 홀대 당했습니다. 색을 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 존재 했기 때문입니다. 드로잉과 형태 같은 요소는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색은 너무 자주 의심 받았습니다.]


1946년 스물 세 살 생일을 앞둔 사울 레이터는 랍비 학자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 하고 도망 치듯 뉴욕으로 건너와 무작정 그림을 그리며 틈틈이 흑백 필름에 도시의 풍경을 담았다.


1940년 대 뉴욕은 세상의 모든 빛을 흡수한 도시로 거리 곳곳 마다 현란한 빛을 내뿜는 사람들과 상품, 광고판으로 넘실 거렸다.


1936년도에 출시 된 코다 크롬 슬라이드 필름을 손에 넣은 사울은 여러 제조사의 슬라이드 필름 중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필름으로 실험 삼아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는 사진을 인화 하면서 시간의 소모로 자연스럽게 변색 되어 버리는 색감에 반해 버려서 일부러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으로 컬러 사진을 집중적으로 찍기 시작한다.


그는 1950년대 본격적으로 패션 프리랜서 사진 작가로 활동 하며 1970년대 초 까지 비상업 용 35mm컬러 슬라이드에 무려 6만점에 가까운 세상을 담았다.

사울은 해외 곳곳을 누비며 사진 촬영을 하면서 틈틈이 찍은 컬러 슬라이드 사진들을 수 백 개의 상자에 담아 놓았지만 이후 여러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 다니던 중 컬러 슬라이드 사진 박스가 보관된 스튜디오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소방관들이 불을 끄기 위해 분사한 내연재로 인해 수 십 개의 사진 박스들은 버려졌고 4만점 정도의 슬라이드 필름만 무사히 살아 남았다.

아주 평범한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작업을 퍼즐 풀듯이 즐겼던 사울 레이터는 컬러 슬라이드 필름이 담긴 사진 상자에 이런 글귀를 적어 놓았다.


거리 풍경-가게 창문-인화용- 개인 보관용

1990년대 대다수 예술 갤러리들이 흑백 필름 사진 작품만 전시 하고 있을 무렵 로몽 에디션스 대표 필리프 로몽이 그의 컬러 사진 작품을 인화하면서 비로소 세상 밖으로 빛을 보게 된다.


컬러 사진을 예술로 여기지 않았던 시대에 그의 사진이 내뿜는 몽환적인 색감, 빛깔에 사람들의 시선을  순식간에 사로잡아 버렸다.

2005년 뉴욕 출장길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그의 사진을 본 독일 유명 출판사 '슈타이틀'의 대표가 독일로 돌아가 그의 첫 사진 집 < Early Color >를 발행 되자 마자 세계 곳곳에 그의 사진들이 전시  되기 시작한다.


그의 사진 구도는 대상이 사진 전체를 지배 하지 않고 강렬하게 내뿜는 색과 기하학적인 형태의 사물들을 배치한 과감한 구성에서 회화 작품의 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사진 속에 포착 된 뉴욕의 공기는 각기 다른 화려한 색감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독특한 빛을 뿜어 낸다.

그는 마치 거리 화가처럼 골목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은밀한 장면을 목격하듯 카메라에 담았다.


클래식 영화 속에 나올 법한 그와 그녀, 패션 잡지의 한 페이지를 채운 화려한 인물들에게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지, 사진을 응시하는 이들에게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 주듯 사울 레이터의 사진 작품들은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저는 어떤 사진도 단 한 번에 완성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 두고 슬쩍 옆으로 밀어 놓고는 수정하거나 인화 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잊어 버립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포트폴리오를 펼쳐서 다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작업을 마쳤다고 누군가를 위해 전시 한다거나 특정 갤러리에게 작품을 팔지 않습니다. 저는 제 작업과 작품에 대해 어떤 확신 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작품을 돈의 가치로 환산 할 줄 몰랐죠. '

그의 작품을 돈의 가치로 평가한 이들은 그를 컬러 사진의 선구자, 사진 계의 피카소라고 칭송했다.

코다 크롬과 엔스코 크롬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한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들은 색의 면적을 넓게 포착하는 비대칭 구성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


그는 전경을 아웃 포커스로 처리해서 배경에 있는 피사체에 시선을 집중 시켰다.


때로는 창문과 거울을 이미지를 구획 하는 덮게, 프레임으로 활용해서 이미지를 추상화 시켜 버리기도 했다.


사물과 사람이 아닌 눈과 비를 포착해서 사진에 회화적인 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이 공개 되자 마자 이후의 사진의 역사, 컬러 사진 연대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화가를 꿈꿨던 사울 레이터는 프랑스 인상주의 시대의 화가 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사진을 찍는 순간 부터 일본 우키요에 작품을 깊이 연구 했다.


[사진 작가는 세상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근사한 것을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 그러나 근사한 것들을 발견 할 때마다 사진의 역사는 계속 변합니다.]


2013년 봄, 사울 레이터는 자신의 사진 스튜디오에서 갤러리 운영자이자 친구인 마깃 어브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내 그림의 문제는 뭐든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2020년 1월, 나는 일본 도쿄 분카무라 미술관에서 열렸던 <영원히 사울 레이터> 전시장에서 그가 남긴 컬러 슬라이드 사진 작품을 만났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장엄한 하늘도 웅장하면서 위엄 있는 산과 강, 계곡과 들판 곳곳에 서있는 야자수와 나무들도 도시 방랑자에게 중요 하지 않습니다. 뉴욕이라는 도시 속을 거닐다가 무심코 포착하는 세상과 사람들, 이렇게 반세기를 넘기고 마주 하게 되니 제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사람들과 그곳 풍경들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사진기를 들고 있었던 저는 시간 여행자 였을지도 몰라요.]


시간 여행자 사울 레이터가 포착한 세상의 빛은 가라 앉은 공기 속에 그윽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자신 앞에 펼쳐진 풍경과 삶을 열정적으로 기록한 사울 레이터 세상의 빛은 그의 삶의 중심이자 전부 였다.


[저는 거의 언제나 주변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항상 마주하고 있는 이웃들 익숙한 거리, 친숙한 가게들 그 주변을 오고 가는 행인들 이토록 평범하고 평화로운 나날 속에서 저는 매일 매일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카메라 속에 담았죠.]


전시장을 가득 채운 그의 사진들은 18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그를 후원했던 친구이자 갤러리 운영자 마깃 어브와 마이클 파릴로의 피, 땀, 눈물의 결실로 엄청난 양의 사진들의 날짜를 일일이 확인하며 촬영 시기까지 꼼꼼하게 추적하고 분류해내어 긴 세월 동안 조심스럽게 천천히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작품들의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냈다.


[내가 사울과 함께 일했던 시절에 그는 대체로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일 년에 팔리는 작품 수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 였으니 정말로 미미한 수준이었죠. 전시회가 열리면 신문에 기사가 실렸고 호평이 들려왔지만 장기적으로 이렇다 할 보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화보집이 출간 되고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그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의 이름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그의 작품을 알아 보기 시작 했죠.]

-마깃 어브(사울 레이터 사진 재단 설립자이자 대표)

사울 레이터 인생의 마지막 순간 까지 함께 했던 마깃 어브와 마이클 파릴로는 사울이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가 남긴 소중한 사진을 인화 하는 작업을 이어 나갔다.



두 사람은 그가 떠난 곳에 남겨둔 사진들을 책상과 서랍장에서 꺼내서 분류한 상자 속에 담아 창고로 옮겨 놓고 세상 곳곳에 사울 레이터가 포착한 세상의 빛을 펼쳐 놓았다.


무서운 감염 속도로 퍼져 나가는 코로나로 인해 2020년 도쿄는 1년 동안 사울 레이터의 작품을 상설 전시 하겠다는 계획을 취소하고 전시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세상의 모든 것은 사진으로 찍힐 만해요. 사진의 좋은 점은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겁니다. 온갖 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해주죠.'


이 사진 작품 집에 실린 사진들은 1948년 부터 1966년 사이에 촬영한 작품들로 수 만장의 슬라이드 작품들 중에 선별한 76장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슬라이드 하나하나의 존재 가치를 소중하게 다루었던 사울 레이터, 그가 남긴 사진들 속에 남겨진 익명의 영혼들이 스쳐 지나간 거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과 사람들의 모습들이 영원히 은은한 빛을 발할 것이다.


​'사진은 악보와 같아요 이런저런 인화 방식에 따라서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른 색감이 나올 수 있죠. 찍는 사람의 의도와 전혀 다른 모습을 마주 할 수 있다는 게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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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8-16 2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페이퍼 기다렸습니다^^* 회화적 질감을 지닌 사울레이터의 작품들! 그가 시간여행자였기에
관람객들은 그의 사진들을 통해 언제든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거겠죠?!!

scott 2022-08-16 23:46   좋아요 5 | URL
맞습니다!ㅎㅎㅎ
전시와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 모두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

미미님은 쟁여 둔 책탑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연휴 동안 주문한 책들 이번 주 내내
줍!줍!줍!

ʚ(>ᴥ<)ɞ

그레이스 2022-08-16 23: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랍비였으니 예술의 길을 가는게 쉽진 않았겠어요. 보통은 물려받는데!

빨간색 인상적이었습니다.

scott 2022-08-16 23:55   좋아요 4 | URL
߮߰🧡߮߬ ⃕

희선 2022-08-17 0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20년 도쿄에서 사울 레이터 사진 전시회 보셨군요 한달밖에 못하다니... 그때 사람들 아쉬워했겠습니다 그걸 그만둬야 하는 쪽도... 유통기한 지난 필름도 멋지게 나오는군요 누구나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도 같습니다 사울 레이터여서 그림 같은 사진을 담았겠네요 본래 그림을 좋아하니...


희선

scott 2022-08-17 23:03   좋아요 1 | URL
그쵸! 똑같은 기기로 찍어도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탄생 하지 않죠!
희선님 말씀 처럼 사울 레이터여서 이토록 아름다운 사진을 담아낸것 같습니다!
회화적 질감이 느껴지는 사진!ㅎㅎ


일본인들 사울 레이터 굉장히 좋아 합니다

앞으로 자주 사진전 열게 될 것 같아요^^

mini74 2022-08-17 0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빗방울 비맺힘 , 카페에서 비 오는 거릴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스콧님 덕에 산 사울레이터 책 ㅎㅎ 아이가 홀라당 들고가더니, 자취방 가니 책상 위 선반에 펼쳐져 있었어요. 좋은 건 알아가지고 ㅎㅎㅎ ~ 익명의 영혼들이 스쳐 지나간 거리 란 스콧님 글귀에 눈이 갑니다.

그레이스 2022-08-17 09:25   좋아요 3 | URL
저도 딸 사줘야겠네요.
사진전 자주 가던데... 그 생각은 못했어요. 스콧님 땡투!

scott 2022-08-17 23:05   좋아요 2 | URL
사진집 사주시는 멋진 마미! 그레이스님 !^^
。゚゚・。・゚゚。
゚。  。゚
 ゚・。・゚
⠀()_/)
⠀(。ˆ꒳ˆ)⠀
ଫ/⌒づ💗💗💗💗💗💗💗💗💗💗

모나리자 2022-08-17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멋집니다~!! 스콧님~
여행 생각이 간절해지네요..ㅎ
약간 시원해져서 숨 쉴 만하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scott 2022-08-17 23:07   좋아요 2 | URL
서울 오후 늦게 물 폭탄이 순식간에!
이전과 다른 소나기 였습니다
8월 중순 넘어가면 무덥고 습한 공기 사라지겠죠.

이제 여행 떠날 려면

이전 보다 몇 배 비용 감수 하고 목숨 걸고 ㅎㅎㅎ(아파도 치료 받기 쉽지 않음)

모나리자님 건강 잘 챙기세요

독서괭 2022-08-17 1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여행자라는 말, 온갖 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 참 좋아요. 스콧님의 사울레이터 글 예전에 본 후로 계속 구매 후보에 있는데 아직 못 사고 있네요~ 덕분에 사진 많이 봐서 좋습니다^^

scott 2022-08-17 23:08   좋아요 3 | URL
저도 이 사진집 망설 였다가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미쿡판 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냉큼!ㅎㅎ

사울 레이터 사진들 중 맘에 드는거
포스터 크기로 인화에서
집안 곳곳 붙여 놨어요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8-17 11: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이 책 읽으실 줄 예상을 했지요^^
사울 레이터의 책을 얼마 전에 읽었지만 그의 사진에는 색감과 독특한 구도 등이 인상적이었어요. 여기에 더하면 역시 이야기겠네요. 사진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도쿄 전시가 1개월만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안타깝네요. 앞으로도 그의 작품이 오래 사랑받길 기원합니다.

scott 2022-08-17 23:11   좋아요 2 | URL
이전에 나온 사진집 보다 판형이 크고 사진 색감을 잘 살려 냈습니다(가격대비 훌륭!ㅎㅎ)
사진의 담긴 이야기!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길 바랬는데 사울 레이터 아흔 살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아쉽습니다 이분이 늦게 세상에 알려 지셨거든요

한국에서도 다시 한 번 전시 되길 바랍니다!

화가님 굿!밤 ^^

프레이야 2022-08-17 2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님 예전 페이퍼로 알게 되어 다큐도 보고 사진집 셋 영접했는데 또 구매욕 불끈하는 페이퍼입니다. ㅎㅎ 여러 통로로 보게 되지만 전시장에서 보는 감동은 크흐~ 알지요 그 느낌. 배경에 포커스를 둔 시선도 좋고 카메라들 모아두고 위에서 찍은 사진마저 좋네요. 카메라, 눈에 익은 것들이 보입니다. 처음 의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를 마주할 수 있는 매력 그게 사진이라면 사진은 참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지요. 브레송도 오리지널 프린트는 쓰레기라고 했는데 사울도 단 번에 완성하지 않는다니 일필휘지보다 다듬고 만지는 손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사. 때론 일필휘지해야 할 순간들도 많지만요.

2022-08-17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8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08-17 14: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울 레이터 작가 2탄이네요.
scott님 덕분에 이 작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이번에 올려주신 사진도 넘 좋아요.
사진도 결국 순간의 시간을 담고 있는데 작가가 포착한 것들에 사연도 있어 보이고 그 이상의 이미지도 생각할 수 있어 멋져요^^

scott 2022-08-17 23:18   좋아요 3 | URL
3탄!4탄도 이어 나가 볼까여 ㅎㅎㅎ
스맛폰 시대 홍수처럼 넘치는 이미지들과 다른 매력이 있죠!

이분 사진은 봐도 봐도 싫증 나지 않습니다 ^^

막시무스 2022-08-17 15: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초 서울서 열린 사진전가서 완전 감동 받았었어요!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전시회 제목도 참 좋았고!ㅎ

scott 2022-08-17 23:19   좋아요 2 | URL
막시 무스님 역쉬!👍👍👍
올 초 1월부터 2월까지 열렸었는에
영상 다큐도 감동!ㅎㅎㅎ

막시무스님 서울 관광은 예술적인 ^^

새파랑 2022-08-17 1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울 레이터는 셀카도 잘찍는군요~! 제가 찍는 사진이랑 비교가 안되네요 ㅋ 역시 사진도 스콧님~!! 전 2008년에 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술먹고 있었을거 같아요 ㅎㅎ

scott 2022-08-17 23:20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도 셀카 잘 찍으실 것 같습니다(현재는 책 탑 아카이브로!ㅎㅎ)

2008년도에는 현재 2022년 보다 좀 더 많이 행복 했었던것 같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2-08-17 2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사울 레이터 글 너무 좋음요. 항상 감탄 감탄!!! 저 책의 표지 사진은 우키요에 분위기가 물씬이네요. 이 책의 사진들은 색감이 더 선명하고 쨍한 느낌이네요.

scott 2022-08-17 23:21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우키요에!
원래 사울이 좋아 했던 우키요에 작가들 작품과 비교 해서 올릴려다가 포귀 ㅎㅎㅎㅎ

컬러 사진만의 매력이 있죠(사울 이전 사진계에서 흑백만 작품 취급을 했다고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7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사울 레이터!!!!
또 사야 하나요???ㅋㅋㅋ
그래도 덕분에 사진이랑 잘 보고 갑니다^^

scott 2022-08-17 23:30   좋아요 3 | URL
나무님 담달 알라딘 새 굿즈와 사울 레이터 함께 ^^

서니데이 2022-08-19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찍은 사진들인데, 컬러 색감이 참 좋네요. 이제는 빈티지한 느낌이 드는 오래전 그 때의 풍경도 좋고요. 코로나19 이후로 전시도 영화도 보러가지 못하고 있어요. 예정된 전시가 코로나19로 일정이 달라진 건 아쉬운 분들 많았을 것 같네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scott 2022-08-22 00:05   좋아요 2 | URL
사울 레이터 사진을 보고 있으면 영상을 보는 듯 빨려 들어 갑니다

그래서 제 방에는 사진 포스터(사울의 작품)은 걸어 놓지 않았어요 ㅎㅎㅎ

전시 공연 스케줄은 쭈욱 이어지고 있는데
딱히 꽂히는 게 없습니다

코로나 19로 극장 처럼 밀폐된 공간만 아니면 전시장은 돌아다녀도 괜찮은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한 주 시작 건강하게 ^^

2022-08-22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속의 순간들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이정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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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지속되는 시간은 초 단위가 아닌 한장의 필름, 한 컷의 사진,사진을 찍는 행위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세상에 속할 수 있는 방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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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26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확 와닿아요 스콧님. 지금 비비안 마이어 책 읽고 있는데 그녀가 세상 밖에서 세상에 속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건 아닌가...스콧님 글 읽으니 좀 더 그녀가 이해됩니다.그나저나 스콧님 따라 산 이 책, 어여 읽어야 하는데 ㅎㅎㅎ

scott 2022-07-27 16:03   좋아요 1 | URL
미니님 비비안 마이어 삶을 다룬(추적한)책을 읽고 계시는 군요!
열대야로 숨쉬는 것 조차 힘든 무더위로 지치고 있는 요즘,
미니님 건강 잘 챙기세요
똘망이도 미니님도 시원^^시원^^하게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