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질

                                                          마종기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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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9-2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연이 제 마음을 끓어오르게 합니다.
스파피필름님 제가 오랜만이죠? 잘 지내시나요? ^^

스파피필름 2010-09-25 23:2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오랜만이어요.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요즘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하지요?
스산한 마음에..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마지막 연이 인용되어 있네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참 자주 하네요.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   정   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하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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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묘비에 새겨진 이름이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듯

     그대 혼자 이 페이지를 넘길 때

     생각에 잠긴 그대 눈에 내 이름 띄기를.

 

     내 이름 그대가 읽을 날,

     그것은 어느 먼 날일 것인지.

     죽은 사람에의 추억처럼 나를 생각해 다오.

     내 마음 여기 묻혀있다고 생각해 다오.

 

                                      - 몰타섬에서 방명록에 , George Gordon By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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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돌


                                     나희덕

 

움켜쥐고 살아온 손바닥을
가만히 내려놓고 펴 보는 날 있네
지나온 강물처럼 손금을 들여다보는
그런 날 있네
그러면 내 스무살 때 쥐어진 돌 하나
어디로도 굴러가지 못하고
아직 그 안에 남아 있는 걸 보네
가투 장소가 적힌 쪽지를 처음 받아들던 날
그건 종이가 아니라 뜨거운 돌이었네
누구에게도 그 돌 끝내 던지지 못했네
단 한번도 뜨겁게 끌어안지 못한 이십대
火傷마저 늙어가기 시작한 삼십대
던지지 못한 그 돌
오래된 질문처럼
그 돌 내 손에 쥐어져 있네


그 돌을 손에 쥔 채 세상과 손 잡고 살았네
세상의 손을 잡는다는 일
부끄럽지 않은 게 없어서 오늘도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모아 일상의 밥을 짓고
그 자리마다 내 손목은 흩어져 있네
그 돌을 손에 쥔 채 글을 쓰기도 했네
문장은 자꾸 걸려 넘어졌지만
그 뜨거움 벗어나기 위해 글을 쓰던 밤 많았네
만일 그 돌을 던졌다면, 누군가에게, 그랬다면
삶이 좀더 가벼울 수 있었을까
오히려 그 뜨거움이 온기가 되어
나를 품어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하네


오래된 질문처럼 그 돌 내 손에 쥐어져 있네
대답도 할 수 없는데 그 돌 식어 가네
단 한 번도 흘러 넘치지 못한 화산의 용암처럼
식어 가는 돌 아직 내 손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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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는 법 

                                       정 호 승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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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보는 시집..  배가 혹은 마음이 허할 때 이런 시를 보고 있으면 때론 더 허기가 지고 때론 배가 부르다.  

나이에 따라 밥을 먹는 법도 달라진다. 요즘 나는 어떤 방법으로 밥을 먹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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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1-30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밥 먹는 법은? 전 요새 속탈이 나서 먹기가 겁이 나요.
아마도 밥 먹는 법에 잘못이 있나 싶네요.^^

스파피필름 2009-01-31 02:54   좋아요 0 | URL
이런이런.. 저도 요즘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들 먹으면 탈이 잘 나요 ㅠㅠ
시처럼 풀잎을 햇살에 비벼먹어도 배가 부르면 참 좋을텐데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