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잘 쓰던 오렌지빛 주물 프라이팬에 돼지 목살을 구웠더니 흡사 불이라도 난 것처럼 연기가 치솟았다. 군데 군데 코팅이 벗겨져 있고 식재료들이 눌어붙기 시작했다. 때가 된 것이다. 고작 2년이라니. 테플론 코팅과 주물의 차이를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거의 같은 내구 기한을 자랑하는 것같다.

 

건강을 위해서나 환경을 위해서나 스텐 프라이팬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하나 구비해 두었다. 그런데 역시 쉽지 않다. 지긋이 예열해 주어야 하고 어떤 식재료에 따라서는 그냥 아예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바닥에 엉겨붙는다. 내공이 쌓이면 두부부침(스텐 프라이팬으로 하기에 가장 고난도이라고)도 찰박이게 할 수 있다는데 계란 후라이가 한번 붙는 광경을 목도하고나서는 수분이 많은 야채볶음류 등으로 한정하게 되었다. 그러니 후라이팬은 또 쌓인다.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 스텐팬, 그리고 목하 맛가고 있는 중인 주물 프라이팬. 테플론 코팅팬을 처음 사서 요리를 할 때는 모든 것들이 너무나 부드럽고 탱탱하게 그 팬 위에서 미끄러져 의기충천하게 된다. 다 요리한 것을 뒤집개로 스르륵 밀기만 해도 바로 그릇으로 유연하게 낙하한다. 그런데 이 테플론이란 놈은 세월 앞에서 약하다. 점차 무언가를 떠나 보내지 않으려는 듯 발버둥치기 시작하며 새것을 외친다. 그렇다면 이 코팅재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프라이팬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안도. 또한 여자들 대부분이 테플론으로 코팅된 프라이팬에 애증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했다.
-에쿠니 가오리 <부드러운 양상추> 중

 

 

에쿠니 가오리가 생선 초밥집에서 옆에 앉은 두 여자의 얘기를 우연히 엿듣게 되면서 크게 공감했던 경험이다.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하게 되면 결국 이 테플론 코팅 프라이팬과 애증의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성급하게 일반화할 수도 없는 게 어떤 분의 어머니는 이 얄팍하고도 수명이 짧은 팬을 10년간이나 생채기 없이 잘 사용하고 계신단다. 잦은 세척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얘기에 좀 더럽게도 사용해 보고 예열도 열심히 해 보고 해도 나의 경우에는 2년 이상은 관계를 지속할 수가 없다. 고기를 굽다 화재감지기 경보가 울릴 지도 모를 사태까지 가고나서는 다시 또 행사장의 주방용품대를 서성이게 된다. 나에게는 스텐팬이 있는데 테플론 코팅 따위는 멀리 날려 버리려고 이 책을 읽고 결심했었는데 결국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이 책에 따르면 테플론 코팅팬은 약 200도~300도 사이에서 코팅제가 분해되기 시작하고 팬이 360도 이상으로 가열되면 매우 독성이 강한 기체가 방출된다고 한다. (p.133) 심지어 이러한 조리 환경에 애완용 새가 노출되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현대인들의 미숙한 요리 솜씨, 조급함 등이 정성과 시간을 요구하는 전통 무쇠팬(듣기만 해도 무거울 것 같다)이나 스텐팬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약간의 불편과 시간을 감수한다면 건강에도 해롭지 않고 제조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지도 않는 조리기구들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사실 이 대목을 읽고 스텐팬을 구입했었다. 예열이 관건이라는 말에 일단 중불로 바닥을 데웠다가 껐다 다시 켜서 기름을 또 가열하여 방사상으로 퍼지는 것을 확인한 뒤에 식재료를 조리해야 들러붙지 않았다. 모든 요리를 다 이것으로 해 보려고 안간힘을 써보기도 했지만 테플론 코팅팬은 아닌 주물팬을 발견하고서야 적절하게 타협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주물이란 놈도 묘한 것이 과연 코팅이 안 되어 있는데 이렇게 식재료들이 부드럽게 굴러다닐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여하튼 지난 주말 나는 다시 핑크빛 주물 프라이팬을 질렀다. 이로써 도합 또 3개의 후라이팬이 차곡 차곡 쌓이게 됐다. 돼지 목살을 불타게 했던 오렌지빛 주물팬은 처분하게 되었고 언제 산 지도 모르겠는 코팅이 반나마 벗겨진 조그만 프라이팬과 바닥이 거뭇거뭇해 예전의 그 찬란했던 광은 흔적도 없어져 버린 스텐 프라이팬 위에 온 몸으로 신참임을 자랑하며 위무도 당당하게 입성한 나의 핑크 주물 프라이팬은 이렇게 오게 되었던 것이다. 불 위에서 하는 요리들은 다시 탄력을 받게 되었다. 결핍은 이렇게 새로운 사물로 채워진 것처럼 보이게 된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시간과 노련한 요리 솜씨일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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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2-07-17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모친은 그리하여 잘 들어서 효율이 높다는 칼, 무겁지만 수분 없는 요리를 가능케 하는 프라이팬과 도구들, 빈틈없는 압력을 가하는 솥으로 주방을 가득 메우셨어요. 환경 호르몬 없음과 효율성, 영양소 파괴 없음의 삼위일체에 이어 장만하신 밀폐용기의 최강자 터퍼웨어는 공기를 완전 차단하여 심지어 식재료가 더욱 싱싱해진다는 진공상태 달나라의 기적까지 보여주시더이다. 하긴 냉장고가 세 개(이건 저도 좀 뜨악), 가스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텃밭을 두고 농산물 시장을 이용하며서 최첨단 조리기구를 구비하고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바지런히 구비하는데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한겨울 바람을 이겨내고 처음 고개를 내미는 풀을 어디선가 구해와서 최첨단 무공해(과연?) 조리기구로 요리하시는 모친님을 보면 저는 늘 쓰레기로 온몸을 그득그득 채우는 듯한 죄책감마저 들어요. 먹는 것은 인내심과 애정, 노련함과 본능의 이중주에요. 데코레이션으로 깨를 뿌려두고는 '당신을 위해 나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여인처럼.


덧-마지막 말은 부친의 생일상을 차리던 모친이 하시던 말. 먹는 것과 요리하는 것의 묘한 역설로 들렸어요.물론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는 표정을 곁들이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blanca 2012-07-18 09:45   좋아요 0 | URL
쥬드님 어머님의 묘사가 참 실감나네요. 앉은 자리에서 가만히 떠올려 보니 미소가 지어져요. 냉장고가 세 개나^^;; 그런데 먹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 자신의 몸을 대우하고 상대를 대접하는 일이기도 해서 단순한 의미로 그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쥬드님 어머니가 아버님에게 생신상을 차려드리는 일, 그 시간, 땀에는 아버님에 대한 사랑도 담겨 있겠지요. 저는 그래서 맛있는 것을 사 주는 사람과 만들어 주는 사람에게는 단순하게 무장해제되어버리나 봐요. 아, 그런데 막상 제가 부엌의 주인이 되어 버리니 부엌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아존중감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임을 깨달아 버렸답니다.

Arch 2012-07-1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읽는 <이기적 식탁>에서 '남자는 무쇠팬과 다를 게 없다'는 구절이 나와요. 스텐이나 무쇠팬은 정말 요리 고수나 쓸 수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쇠팬 길들이기도 만만치 않고. 요리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프라이팬에 대한 애증은 덜하지만 참 다루기 힘든 조리기구인 것 같아요.

blanca 2012-07-18 09:47   좋아요 0 | URL
아, ㅋㅋ 정말 좋은 표현이네요. 무쇠팬 길들이기^^ 무언가를 길들이기까지가 너무 힘든 것 같아 겁먹어 미리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스텐팬도 길들인답시고 시행착오 다 겪어 놓고 도망가게 되어 버려요. <이기적 식탁> 책 찾아 볼게요, 고마워요, Arch님^^

감은빛 2012-07-1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도 스텐 프라이팬 있는데, 맨날 눌러 붙어서 거의 안쓰고 있어요.
아내는 채식을 해서 프라이 팬을 하나 따로 쓰고 있구요.
저와 아이들을 위해 '계란', '생선', '고기' 등을 굽는 프라이팬이 두개쯤 있어요.

코팅 팬이 나쁘다는 건 잘 아는데, 스텐 프라이팬을 쓰는 건 기술 부족으로 참 어렵네요!

blanca 2012-07-19 11:0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저도 스텐팬은 너무 힘들어요. 생각한 거란 실전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코팅팬에서 조금만 더 양보해서 주물팬으로 타협하고 있어요.
 

 

그 책의 작품성과 관계없이 책을 읽는 데에는 책을 읽는 사람의 취향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아, 나는 마술적 리얼리즘과 안 맞는다.--;; 아니, 이해가 부족하다고 하는 게 더, 공감력이 떨어진다는 게 더 적절한 고백일까.

물론 인내심을 가지고 다 읽어내긴 했다.(다 읽어야 새 책을 주문할 수 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이 작품이 위대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칭찬했다. 칠레의 역사와 한 가문의 몇 세대에 걸친 내력과 여성들의 삶들이 마술적 리얼리즘과 맞물려 장대하고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생몰이 신비롭게 그려지고 온갖 불가능한 일들이 너무 쉽게 가능하고 역사적 사건들에 개인의 삶의 반전과 맞물리고 캐릭터들의 개성이 단지 기질이 아니라 어떤 기행과 신비로운 능력으로 탈바꿈하는 데에 쉽게 적응이 안 되고 몰입도 안 되었다.

 

 

이사벨 아옌데는 <모든 삶이 기적이다>로 처음 만났다. 그녀의 자전적 기록인 이 책은 가벼운 에세이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진지하고 뭉클하고 아름다웠다. 작가의 삶을 채운 그 서사들의 다이나믹함도 놀라웠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형상화해낼 수 있는 재능도 놀라웠다. 소설가는 삶 자체도 소설적 진폭을 가지게 되나 보다. 사실 소설가의 소설을 읽어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좋아하기로 마음먹을 정도였으니.

 

 

 

 

 

 

 

 

 

 

 

 

 

 

 

칭찬 일색인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도 나는 힘겹게 읽었다. 상상력이 빈곤해서 그런 것인지 감수성이 너무 무뎌져서 그런 것인지 그 공상과 현실의 경계를 마구 넘나드는 역동적인 흐름에 쉽게 빠져들 수가 없었다. 한번 그러기로 마음 먹으면 도저히 몰입도 안 되고 행간이 텅 비어 버리고 이야기의 연결은 툭툭 끊기기 시작한다.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끝이다. 세대의 경계를 허물고 꿈과 죽음, 영혼의 세계를 부유하는 등장인물들은 반드시 독자가 손을 내밀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야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젬병이다.  어렸을 때에는 너무 공상에 빠져들어서 문제였는데 크고 나니 이제 그러한 공상에서 지나치게 발을 빼게 되어 재미가 없으니 아이러니하다.

 

 

뜬금없지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두 번째로 보았다. 보려고 했던 게 아닌데 처음도 아닌데 메릴 스트립의 영화는 꼭 나를 붙든다. 그녀의 외모는 전형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헐리우드에 넘치는 탱탱한 금발 미녀상은 아니다. 눈꺼풀이 처져도 배가 좀 나와도 그녀에게서는 그 흔적들이 억지로 위장되지 않는다. 과장된 제스처도 인위적인 어조도 아닌 자연스러움이 그녀의 연기를 하나의 재연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연기자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곳에서 그녀는 처음부터 출발했고 그 고지를 자신의 앞에서 점점 더 밀어올리는 것 같다. 환갑이 훌쩍 넘어도 그녀는 계속 성장하고 성숙한다. 아, 나는 메릴빠다.

 

 

 

배가 풍선처럼 부풀고 너그러운 알렉 볼드윈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수시로 돋보기를 껴야 하는 메릴 스트립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아주 진지한 영화는 아니지만 중년들의 로맨스가 이토록 달콤할 수 있다는 데에 나이 들어가는 게 좀 덜 서글퍼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스토리는 다소 비현실적이다. 성공한 이혼녀가 젊은 여자와 외도했던 전남편의 귀환을 결국 거부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야기. 집도 그녀가 운영하는 식당도 장성한 아이들 셋도 다 지나치게 고급이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도 <섹스 앤 더 시티>의 중노년 버전 같기도 한 진부함들이 달달하다. 아, 이것은 취향의 문제다. 삶은,일상은 달달한 해피엔딩과는 먼 곳에 있는 것을 알아가는 게 나이들어 가는 것임을 배워가면서도 이런 퇴행이 가능하다는 환상 앞에서는 항상 무기력해진다. 메릴 스트립이어서가 아니라 단순하고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 탓이다. 어쩌면 이사벨 아옌데의 허구보다 이러한 허구가 더 불가능한 곳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관객들은 속아 넘어간다. 저렇게 살 수도 있어, 삶은 아름다운 거야. 삶의 적나라한 잔인함과 비참함을 수긍하는 것보다 아름답게 살고 달달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착각에 우리는, 아니 나는 더 관대한 것 같다.

 

 

 

 

아무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의 평온하고 정돈된 삶 한편으로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만방에 알여야 한다고 했다. 정상적인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는 환상에 빠진 사람들과 자신들이 뗏목에 몸을 싣고 슬픔의 바다 위를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그 참상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행복에 겨운 그들의 세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어두운 곳에는 방황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 이사벨 아옌데 <영혼의 집2> 중

 

여전히 이사벨 아옌데도 좋고 메릴 스트립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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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7-0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혼의 집]이 마술적 리얼리즘....책이었군요! 저도 잘 안맞더라구요, 마술적 리얼리즘은요. 다만, 백년동안의 고독은 그 사람들 내면이라고 해야하나, 개개인의 감정들 때문에 제가 무척 재미있게 읽었어요. 푹 빠져서 읽었더랬죠.

그나저나 저 영화는 뭐죠? 보렵니다, 보겠어요! 꺅 >.<

blanca 2012-07-04 22:15   좋아요 0 | URL
남미 작가들이 대체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아, 이 영화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어요. 일단 영상이 너무 이뻐요. 메릴 스트립 아들로 나오는 배우도 정말 훈훈하고요 ㅋㅋㅋ 그저 흐뭇하게 봤던 영화예요. 다락방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heima 2012-07-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와 메릴스트립을 정말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반가워서 인사드리고 갑니다 :) 블랑카님 글 늘 잘 읽고 있어요 ^ ^

blanca 2012-07-04 22:16   좋아요 0 | URL
아, heima님 너무 반갑습니다. 지금 메릴 스트립이 줄리아 로버츠와 영화 찍는 게 있다고 해서 또 기대중이랍니다.

... 2012-07-0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벨 아옌데도 좋고 메릴 스트립도 좋으시다면 영화 <영혼의 집>을 보셔야 되요!!! 저는 제레미 아이언스 때문에 그 영화를 봤지만요.
<사랑은 너무 복잡해> 저도 재밌게 봤어요. 이번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메릴 스트립의 수상소감은 능청스러워서 호감가더라구요. 관록에서 나오는 여유인가...

blanca 2012-07-04 22:18   좋아요 0 | URL
아, 저 제레미 아이언스도 나오는군요. 안 그래도 이사벨 아옌데가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된 것에 대해서 호평을 해서 어떤 영화인가 했었어요. 보통 원작자들은 기대치가 높잖아요. 메릴 스트립이 남편에게 고마워하고 서로 러브러브한 제스쳐도 취해서 남편이 또 어떤 사람인가 폭풍검색 들어갔었는데 거의 정보가 없더라고요^^;;

하이드 2012-07-0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술적 리얼리즘이 안 맞는다고 하시기엔 읽으신 책들이 쉽지 않았네요 ^^

백년동안의 고독은 마지막 열장때문에 그 전의 길고 길고 긴 여정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콜레라시대의 마지막 사랑' 읽어보셨나요? 재미도 있고, 뭉클해요. 아옌데는 저도 좋아하긴 하는데,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추천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blanca 2012-07-04 22:19   좋아요 0 | URL
아, 하이드님, '콜레라시대의 마지막 사랑'은 읽어보지 못했어요. 읽어볼게요. 백년동안의 고독의 마지막 열장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이진 2012-07-04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메릴빠이기에 저 영화는 절대 놓칠 수 없게습니다. 다락방님과 함께 영화 찾으러 달려가야겠어요==33

blanca 2012-07-04 22:20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이 영화 넘 이쁘고 좋아요. 막내 아들 졸업식 장면도 정말 너무 근사하더라고요. 강추합니다.

비로그인 2012-07-0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페이퍼 읽고 두 권의 책을 담았었는데, 여태 안 읽었다는 사실을 오늘 또 다시 깨닫네요 ㅠ ㅠ
<작은 것들의 신> (제목이 맞나?...), 그리고 <모든 삶이 기적이다> 요번 방학 때 꼭 읽겠어요!

저도 메릴빠이기에 저 영화는 절대 놓칠 수 없게습니다. 2 (ㅎㅎ)

blanca 2012-07-04 22:21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 꼭 읽으세요. 꼭. 방학. 얘기만 들어도 막 제가 다 흥분되네요. 지금 다시 대학생이되어 방학을 맞이한다면 정말 맘껏 놀고 책도 많이 읽고 할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신나게 놀았던 기억도 없는 것을 보면 정말 서글프답니다.

비로그인 2012-07-05 00:02   좋아요 0 | URL
네, 꼭 읽고 글 올릴게요! 그런데 막상 방학 되니까 뭐 해야 되겠는지 모르겠는 거 있죠? 이럴 때 참 꿀꿀해져요. 시간이 많고 여유로운건 행복한 건데, 막상 구미가 당기는 일이 없는 거요. 뭐라도 해야 되는데... 가만히 앉아 이러고만 있네요. 정말 뭐든 찾아봐야겠어요 ㅠ

프레이야 2012-07-05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도 메디슨카운티의다리, 몇 번 봐도 감동이 뭉글뭉글^^
차 손잡이를 잡고 갈등하던 메릴의 손도 뒷거울을 살피던 클린트도.ㅠㅠ 가슴 저려요.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저도 재미나게 봤어요. 크로와상 굽던 장면이요. 빵냄새 폴폴 나던 장면도 좋았어요.
백년동안의고독,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제게. 언젠가 다시 읽어볼 생각이에요. 현실이 더 마술적인가요?
이사벨 아옌데의 저 에세이가 더 끌리네요. 담아갑니다. 영화 '영혼의 집'도요.^^

blanca 2012-07-05 22:4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차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두 번 봐도 여전히 눈물이 펑펑 나왔어요. 아, 크로와상 굽던 장면도 역시요!

2012-07-1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이 <영혼의 집> (책) 재밌다고 해서, 전 책은 안 읽고 영화로 봤더랬지요. 저도 이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근데 메릴 스트립이 아주 젊은 역부터 늙은 역까지 다~ 해서 첨엔 좀 어색했어요.ㅎㅎ

마술적 리얼리즘. 좋고 싫고를 알기 이전이에요. 아직 안 읽어봤어요.
아마 <사랑은 너무 복잡해> 류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느라, 시간이 없었겠지요. 마르케스도 보르헤스도 안 읽은 이유는.. 블랑카님이 말씀하신 대로, "아, 이것은 취향의 문제다." 입니다.^^ 그러고보니 블랑카님과 제가 취향이 비슷?!! ㅎㅎㅎ

blanca 2012-07-15 10:55   좋아요 0 | URL
아, 메릴 스트립이 그런 연기를 했군요. 저, 보르헤스도 그렇더라고요^^;; 정말 섬님이랑 취향이 비슷한 듯 해요. 저는 아직 달달하고 비현실적이라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그런 류의 얘기들이 더 좋아요.
 

내가  64살이 되면 딸아이는 34살이 되니 운이 좋으면 손주들을 무릎에 앉히고(무릎에 앉아주기를 바란다) 책을 읽어줄 수도 있겠다. 비틀즈의 <when I'm 64>에는 이십 대의 폴 매카트니가(실제 이 노래를 만든 때는 십 대라고 하니 놀랍다. 누가 감히 열다섯 살 때 자신이 환갑이 넘은 상황을 상상하고 싶겠는가? 비틀즈는 그래서 위대하다) 미래의 손자들을 등장시킨다. 베라, 척, 데이브. 그리고 비틀즈와 전혀 상관없는 릭 게코스키의 이 책은 그들에게 헌정된다. 하필 이 책을 쓸 때의 릭 게코스키의 나이는 64살이다. 아쉽게도 아직 손주는 없다.

 

 

   

                                                                  

 

이런 책은 수없이 많다. 책은 넘치고 그 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책들은 더욱 넘친다. 읽는 행위는 살아가는 행위와 분리될 수 없다. 나의 삶은 언제나 나에게 가장 다이나믹한 서사이다. 그러니 내가 읽은 책의 갈피짬에 나의 삶을 끼워넣는 행위는 당연하기도 하고 가장 조심스러워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읽은 책이 나의 삶 속에서 용해되고 해체되어 전혀 다른 곳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혼자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만천하에 공개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가의 허락을 득하지 않은 철저한 오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을 때에는 일말의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어야 한다. 진실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릭 게코스키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워릭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이것은 과거형의 고백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자신이 교수가 되기로 선택한 것을 하나의 실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학문적 기준으로 볼 때 자신은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그의 나약한 내면과 강력한 자아의 결핍을 의미한다고 고백한다. 두 아이의 가장은 이윽고 종신고용이 보장된 안정적이고 명예로운 직책을 던지고 덜 지적인 인간이 되기로 결심하고 '희귀본 거래상'으로 전업한다. 침대맡에서 닥터수스를 읽는 것으로 시작했던 그의 읽기는 사춘기 시절 아버지의 성애도서를 읽는 것으로 확장되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콜필드를 거쳐 엘리엇, 예이츠로 확장되었다 로날드 달의 <마틸다>로 돌아온다. 그의 성장과 그의 퇴행은 책에 대한 탐닉, 집착, 외면, 재회의 과정과 만난다. 릭 게코스키라는 인간은

 

나는 이론에 회의적이고 본질을 믿지 않으며 특수성을 숭배하고, 관념이 아니라 텍스트에 신경 쓰기를 좋아한다.
-p.398

 

이 독서 편력의 기사는 책을 찬미하지 않는다. 30년간의 결혼생활을 마감하고 아파트와 그 부속물을 전부인에게 주기로 약속한 후 큰 집을 얻으면 돌려받기로 한 그의 책을 한 권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었을 때 릭은 길길이 날뛰었지만 한편 시원해하기도 한다.(이 대목은 정말 코믹하다) 책을 좋아하고 항상 무언가 읽을 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나는 남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생각을 때로 한다. 특히 시련 앞에서는 오히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보다 덜 담대하고 더 호들갑이다. 그래서 절망했는데 여기에서 동지를 발견한다. 물론 이 대목은 불편하고 뼈아프다. 모두가 맞다고 고개를 주억거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그렇게 되면 너무 비참하니까.

 

나는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는 행위가 실생활의 감정적 시련에 적합하지 않은 인간, 거북스럽고 정신적으로 나약하며 융통성 없고 언어와 허구에 빠지고 이기적이고 정신이 산만한 인간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p.198

 

책에서는 시련을 간접경험하게는 하지만 그것을 이겨나가게끔 단련을 시켜주지는 않는다. "인생은 똥이야."라는 유언을 남기고 고개를 돌려버렸던 어머니의 임종 앞에서 릭 게코스키는 독서의 무용함을 절감한다. 수많은 간접경험은 직접경험에 대한 면역이 아니라 내성에 약한 항생제 처방 정도인 것도 같다. 릭은 여기에 '역설'이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타인의 정신'을 쐬지 않고서는 세계관을 형성할 수 없으면서도 그렇게 함으로써 간접적이 되고 진정성을 잃을 위험을 갖게 된다.

-p.77

 

어렸을 때  이광수가 변절을 합리화했고 우리의 젊은이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전장에 나가도록 독려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고 이문열이 가부장적인 사고를 부덕으로 미화하는 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전작주의를 시도하며 그들에게 경도되었었다. 아직 어렸고 이야기 안에 교묘하게 삽입된 그들의 세계관이 나에게 두서없이 들어와 나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사랑했던 사람을 지금에 와서야 바보 같은 놈이었다고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미 그와 나눈 교감과 시간 그 자체를 통해 나까지 부정하게 되는 상실이다. 위험했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그리고 그들의 편린이 나의 내부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다음에는 더 나은 사람을 더 나은 방식으로 사랑하게 되는 가능성으로의 전진이 아닐까. 릭 게코스키도 수긍해 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bookman은 책을 욕해대면서 책에 대해 얘기하여 어떤 결론을 내린 걸까. 그는 이 책에서 "여기에서 되풀이되는 주제는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탐색"이라고 고백한다. 책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사랑의 본질을 찾아헤매려 했던 편력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릭은 덧붙인다. "모든 면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을 통해서만 배우게 된다."고

 

빛이 사라지고 밤이 드리워질 때까지 더는 책을 읽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까지 책을 읽게 되리라.
-p.404

 

자, 나는 다시 64살이 된다. 노안이 오겠지. 하지만 더 천천히 아주 경미하게 오기를 바란다. 여전히 종이로 만든 책이 꽂혀 있는 서점과 도서관이 남아 있기를 바란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이 들었다고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아이들이 선뜻 나에게 다가와 무릎에 앉아 내가 읽어주는 책을 들어주기를 바란다. 책은, 독서는 많은 맹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베라, 척, 데이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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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9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9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6-2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64는 오겠지요. 그런 날을 상상해 보는 일은 어려워요.
어떤 일이 올지 알 수 없으니 막막하기도 하고요.
'타인의 정신'을 쐬는 일에 대한 저 문장은 참 모순이면서도 맞다싶은 말이네요.
그래도 늘 읽을 거리 찾아 두리번거리겠지요, 저도요.^^
블랑카님 이 리뷰도 늘 그렇듯 너무 좋아요.^^

blanca 2012-06-29 22:3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는 지금의 나이도 사실 제가 경험하게 될 줄 미처 몰랐답니다.^^;; 이젠 마흔도 쉰도 환갑도 될 수 있다는 것이 때로 두렵기도 하고 대체 내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잘 그리지도 못하겠어요. 그래도 건강했으면 좋겠고 읽는 일은 여전히 저를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2012-06-29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안이 오면, 오디오북을 이용할까? 생각했어요. ㅎㅎ
내가 64살 때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문장이 맘에 듭니다. 눈물 많고 정 많은 블랑카님의 것이라 또한 그 애정이 느껴지는 문장이구요.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려면, 아무래도 노안은, 오디오북만으로는 안 되겠군요.^^

미래의 손주들의 이름을 너무 사랑스럽게 지었는걸요. 폴 메카트니는. 왠지 그의 노래 특유의 낭만적인 멜로디가 그의 성격을 반영한 것 같은 느낌. 아, 저 노래 좋아요.

게코스키 얘기도 재밌고, 이광수와 이문열과의 옛사랑에 대한 블랑카님의 성찰도 재밌어요.

blanca 2012-06-29 22:35   좋아요 0 | URL
섬님, 저희 엄마가 자꾸 그러시더라고요. 책을 읽고 싶은데 읽을 수가 없다고. 그 얘기가 너무 슬프더라고요. 엄마에게 노안이 빨리 왔거든요. 오디오북이 서양에서는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면서요. 그래도 이 활자 중독은 꼭 눈으로 읽어야 치유가 되는데^^;; 나이 들면 더 좋은 기술들이 나오겠지요?

2012-06-29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9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anne_Hebuterne 2012-07-0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젊을 때, 하루에 영화를 다섯 편까지도 보고 밤이면 커피를 마시며 밤새 책을 읽어도 좋았는데."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재작년 함께 공연장에 갔을 때 눈이 부셔 힘들다며 약 세 시간 동안 눈을 감고 계셨어요.

"엄마, 십 년 만에 그 동네 문방구점에 갔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너무 늙으셔서 놀랐어."

"너희 엄마도 그만큼 늙었단다."

이런 대화.


blanca 2012-07-06 22:38   좋아요 0 | URL
쥬드님, 저도 느껴요. 벌써 제 나이도 삼십 대 중반인 걸요. 마음은 중학생인데. 어쩔 수 없는 세월의 격랑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고 뭉클함도 느끼고 아직 배워야 할 것들 투성이인데 풍경은 너무 빨리 지나갑니다.
 
질병의 종말 - 건강과 질병에 대한 새로운 통찰
데이비드 B. 아구스 지음, 김영설 옮김 / 청림Life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몸이 거기 있음을 느끼게 될 때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잠잠하던 그것이 통증을 호소할 때이다. 갑자기 그 '몸'의 호소에 단단히 결박당해 때로 생사를 다툴 때 '질병'은 '존재'를 압도한다. 우리가 행복하게 죽을 수 없고 '죽음' 그 자체에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도 죽음과 질병의 접점에 필연적으로 육체적 고통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근사한 퇴장은 남가일몽이다. 태어날 때에도 그렇게나 울었듯이 우리는 이 세상과 작별할 때에도 고통에 허덕여야 한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 몸에 대하여 얘기하는 것은 불편하다. 부러 더 마음과 정신이 지향하는 가치들과 그것들에 내재된 결핍으로 이야기 꾸러미를 뭉친다. '몸'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왠지 근시안적이고 즉물적이고 경솔한 것 같다.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가슴으로 공감하는 것도 요원해 보인다.

 

'질병의 종말'이라는 제목은 경솔해 보인다. 오히려 진지한 내용의 미덕을 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저자가 실제로  'The end of illness'라고 붙인 제목의 직역이다. 제목처럼 실제 그가 인류의 모든 질병을 극복하고 기대수명을 한정없이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암전문의이자 연구자인 그가 지향하는 하나의 목표이자 시선이 가 닿는 곳일 뿐이다. 그의 앞에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개별화되고 역동적인 몸의 주인이 된다. 단 하나의 진단, 처치로 대상화되어 버리는 환자의 몸 대신 우리 몸은 주체성을 되찾고 세포 사이의 대화의 장으로 변환된다.

 

비타민 C 정제를 주문하려고 벼르고 있던 와중이었다. 나의 주문이 나의 몸에 대한 대우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저자는 비타민은 몸의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바꿈으로써 고유한 항상성 조절을 간섭하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기술로 측정할 수 없는 해로운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차라리 이에 기울일 노력을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데 들이라는 이상적인 충고는 우리가 몸과 대화하는 방식이 연극적인 대우로는 마무리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더 많은 정성과 더 많은 시간을 들이라는 얘기다. 간편하게 알약 하나를 삼킴으로써 면역력을 증강시킨다는 발상은 아이에게 비타민과 각종 건강식품을 먹이는 것으로 건강 관리와 양육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착각을 원했던 내가 믿고 싶었던 허구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고차원적이고 복잡하고 유기적이다. 하나의 자극이 하나의 반응을 낳는 것이 아니라 그 정교한 시스템 전체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위협적인 면까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약간의 처방과 조언이 있다. 그러나 그게 주는 아니다. 그것은 권말 부록 같은 것이다. 몸이 예측성과 규칙성을 사랑한다는 것, 근력 운동의 효과가 기대이상이라는 것, 만성적인 염증이 치명적인 질환의 토양이 될 수도 있다는 것. A형 독감도 B형 독감도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의 신체가 사실은 그 독감들이 남긴 상흔으로 혈관의 노후화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절망적 가능성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는 것. (저자가 독감예방접종을 강력 권고하는데 아이에게 A형 독감 예방 접종을 했던 그 해에 B형이 유행했고, 또 그 반대였던 상황들의 악재에 보기좋게 걸려 들었던 경험으로는 이 대목은 크게 신뢰가 안 간다) 이 조언들은 간명하고 유용하다.

 

이 책은 서구의 의학자가 의학의 위업과 첨단 기술의 조합으로 인한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것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우리의 몸,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고찰, 오늘과 내일을 영위하는 방식에 대한 반성적이고 진지한 성찰 들이 책 자체의 성격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하고 더 진중하게 느껴지게도 한다. 건강에 관련된 남발되는 조언 들에 질식 상태에 있는 우리들에게 암전문의가 삶은 마라톤일 수 있지만 우리는 마치 체스 게임을 하는 것처럼 달려야 한다고, 체스는 한 번에 하나씩만 움직이며 앞으로 나갈수록 게임이 바뀐다고 조언하는 데에야 절로 고개가 숙어지지 않을 수 없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일은 언제나 조금 불편하고 기대이상으로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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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2-06-2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의 글에는 '젊었을 때에는 마음대로 되던 몸이 나이가 드니 멋대로 따로 존재한다. 몸이 상전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는다'는 구절이 있었어요. 저는 몸의 질병을 크게 '공공의 적'과 '개인의 괴로움'으로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흰머리, 잔주름, 두통 같은 내 나이대의 사람들이면 응당 호소할 공공연한 사실과도 같은 아픔. 하지만 저에게만 찾아오는 까닭 모를 질병과 질환, 징후. 이것은 업보와도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 함부로 다룬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일이라고.

블랑카 님의 리뷰를 읽으니 밝고 낙관적인 부분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 전체의 흐름을 바탕으로 몸과 질병을 이야기한 책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들어앉은 생각들을 바꾸어주는 것을 유쾌하다고 말씀하시니, 블랑카님은 필시 생각을 유연하게 하시는 분일 거란 추측을 해봅니다.

blanca 2012-06-27 09:22   좋아요 0 | URL
쥬드님, 저도 그래요. 특히 위염요. 예전에 관리하지 않은 업보를 받고 있답니다. 점점 몸이 상전이 되어가고 점점 더 대우해달라고 아우성이네요. 이제 그 소리에 귀 기울이려 한답니다.

like 2012-06-2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두 나왔더라구요. 비타민씨대신 자두 드세요^^

blanca 2012-06-27 09:22   좋아요 0 | URL
like님 안 그래도 저 자두 정말 좋아해요. 일단 너무 사랑스럽게 생겼잖아요. 작고 귀엽고 오동통하고 ㅋㅋㅋ 과일 열심히 먹으려고 해요^^

2012-06-28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인용하신 책 내용에 대부분 공감이 가네요. 근데 예방접종 권유는 책 전체의 흐름과 안 맞는 것 같은데, 저자는 왜 권했을까요. 저의 경우, 평생 딱 한 번 독감 예방접종을 했는데, 딱 그해에 엄청 심한 독감을 앓았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 주사 때문인가 싶기도 한데, 타이밍이 일치하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초6때였지요.
제가 아는 분은 신종플루 접종으로 뇌의 일부가 죽어서 엄청난 후유증을 감당하고 있어요. 언어와 행동이 둔해지고 등등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요.

blanca 2012-06-29 10:37   좋아요 0 | URL
저희 아이도 징크스가 있어요.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해에는 꼭 다른 형의 독감을 심하게 앓더라고요. 두 번이나 그러니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처세술이나 어떤 방법론적인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책과 석별한지 좀 됐다. 그러니까 그런 책들에 열광했던 시기도 있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 방법에 관련된 책들을(합격수기 참 많이도 읽었다), 아이를 낳고는 육아서를, 마음이 허할 때는 인간 관계나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뜬구름을 잡으려다 엉뚱한 설교를 해대는 책들을 사 모았다. 그 책들이 다 무용지물이었다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 힘들었을 때 그 엉뚱한 낙관론을 설파한 책은 나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그러한 책들이 비교적 생명이 짧고 때로는 지극히 위선적이고 빈약하다고 해도, 이제는 더이상 나의 책꽂이에 꽂혀 있지 않다고 해도 그 시기에는 나름의 역할들을 했고 책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책들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 왜냐고 묻는다면 이제 절실하게 마음에 와닿지 않고 개개인의 상황을 도식화하고 정답을 눈앞에 들이미는 듯한 그 태도에 별로 솔깃하지 않게 된다는 게 답변이 될 것 같다. 살면 살수록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고 그렇게 답을 내재하지 않은 질문들이 그득한 게 그 자체로 삶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는 어쭙잖은 생각도 해본다.

 

얼마 전 아는 동생이 혹시 정리법에 관련된 책이 있냐고 물어왔다. 작년에 유명 블로거가 쓴 책을 읽었던 게 기억이 나 그 책을 추천해줬지만 사실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는 지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여전히 청소는 스트레스고 서랍은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위안이라면 나보다 더한 옆지기가 모든 것을 관용으로 감싸준다는 사실 뿐. 대체적으로 정리정돈은 잘 된 상태에서 사람들을 맞게 되지만 그 과정이 더없이 피곤하고 체계도 없고 물건은 항상 없어지고 사야 할 것들은 끊임없이 튀어 나온다. 그러니까 정리, 수납에 관련된 노하우는 여전히 나를 매혹한다.

 

 

사실 정말 기대가 없었다. 뻔한 얘기겠거니 싶었고 손 안에 거의 일주일은 있었나 싶게 지지부진한 독서였다. 그럼에도 이 책을 강추한다. 수납에 관련된 책에 흔한 사진도 그림도 없이 그저 모든 것을 문자 텍스트로 설명하려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수납 노하우를 기대했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정리'와 그 정리의 대상이 되는 '물건'에 대한 감성적 접근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면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려라!"다. 물건을 하나 하나 만져보며 지금 당장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그 물건과는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적절한 처분은 그 물건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다.

 

물건의 소유 방식이 삶의 가치관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무엇을 갖고 있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와 같다.
-p.227 

 

 물건을 통해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마주하면 지금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보인다.

-p.229

아무리 정리에 대한 자잘한 노하우와 수납 도구들을 만드는 기막힌 방법을 제시한다고 해도 내가 막상 정리하고자 하는 욕구가 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당장 옷장을 열고 서랍을 열고 버리기를 실행해 보고 싶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가지고 있지 않으려 했던 이 책을 다시 가지고 싶게 만든 것도 이 책의 마력인 것 같다. 노하우를 설교하려는 듯한 외양 속에 의외의 보석을 숨겨둔 것 같아 다시금 가벼운 책에 대한 이유없는 거부감을 반성하게 되었다. 부작용이라면 끊임없이 '버려라'라는 환청 같은 강박이 생긴다는 것.

 

 

 

 

사실 이 책의 저자 노라 에프런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알고 보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줄리&줄리아>를 연출했단다. 게다가 두 번째 남편은(현재는 세 번째 남편과 살고 있다고) 워터 게이트 특종 기자 칼 번스타인이다.

 

 

나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믿었다. '진실'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믿었다. <중략>

나는 기자와 결혼했는데, 그 결말이 좋지는 않았다. 나중에 또 기자랑 재혼했는데, 그 결말은 괜찮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들의 말은 늘 잘못 인용된다. 언론계는 음로론으로 가득 차 있다.

-p.48 

 

그녀는 당시 보기 드문 슈퍼우먼이었던 작가였던 어머니와 낭만주의자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여 대학 졸업 후 <뉴스위크>, <뉴욕 포스트>에서 일하게 된다. 헐리우드에서 로맨틴 코미디의 거장으로 거듭나기까지 그녀의 커리어와 삶은 더없이 역동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묘사된다. 이백 페이지도 안 되는 이 에세이집이 사랑스러운 이유다. 자신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늙었다"라는 냉소적인 고백 앞에서도 이 귀여운 할머니의 여담들은 빛을 잃지 않는다. 결코 무겁지도 아주 진지하지도 않은 책이지만 녹록지 않았던 자신의 직장 생활과 이혼, 속과 겉이 다른 유명인들에 대한 회고담, 언론에 대한 가감없는 비평, 죽은 친구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들이 작고 가벼운 책에 중량감을 준다. 그녀 영화 속의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결국 그녀의 성격,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서 나왔다는 게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철들면 버려야 할 환상 들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철들며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한 애정어린 회고담이라고 보는 게 낫겠다. 여기에는 저널리즘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도 포함된다. 서글픈 현실이다. 하지만 그녀가 버리지 않은 것은 삶에 대한 애착이다. 나는 궁금하다. 그녀가 죽음과는 어떻게 마주할지. 맛있는 것들을 참지 못하는 그녀가 마침내 그것들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에 어떻게 근사한 작별을 고할지. 요새는 자꾸 삶의 교사를 만나고 싶어지는 게 또다시 약해지고 있나 보다. 이러한 책들과 재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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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18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웬디님, 그리고 블랑카님의 의견들을 종합해 보면, 정리의 마법 저 책은, 내가 쳐박아 놓은 물건들이나 생활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에세이 같은 분위기인듯 해요.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I remember nothing and other reflections), 저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 땡스투 할 데가 생겼어요! ^^ 이 책 이전에 나온 노라 애프런 에세이 안보셨어요? 원제는 I feel bad about my neck 으로 책표지도 예쁜 에세이였는데 우리나라에 와서 표지도 제목도 진짜 엉망으로 나와버렸던...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가 뭐냐구요...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060181 (직접 확인하세요 흑흑)

다락방 2012-06-18 10:35   좋아요 0 | URL
저는 내 인생은 로맨틱 코메디 읽고 방출했었어요. 목주름 얘기말고는 딱히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글이 없더라구요.

blanca 2012-06-18 22:08   좋아요 0 | URL
아, 읽어보지 못했어요! 목주름에 관련된 어떤 얘기를 했는지 궁금한데요? 이 책 읽으면 목주름 안 생기는 법이라도 알 수 있는건지요 ㅋㅋ 낮은 베개 베고 자는 습관 들였다 다 포기하고 푹신한 베개에 엎드려 자고 있거든요.^^

잘잘라 2012-06-26 10:16   좋아요 0 | URL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 표지! 우와우~~~~ 브론테님의 '흑흑'이 너무나 와닿습니다. 저도 흑흑ㅠㅠ

LAYLA 2012-06-1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호평이 많네요. 저 같은 애를 위한 책이에요. 사야겠어요.

blanca 2012-06-18 22:08   좋아요 0 | URL
정리, 수납에 관련된 책을 몇 번 읽었던 것 같은데 무언가 실행력을 불러 일으키는 데에는 이 책이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2-06-1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의마법, 호평이 많으네요.
저는 오래전 캐런 킹스턴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을 읽고 때로 들춰보고 잠시 실천도 하지만
금세 원점으로 돌아가 뒤엉키는, 뭐 그렇답니다.ㅎㅎ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도 자꾸 쌓이고 ㅎㅎ
블랑카님, 뭔가 제대로 못 버려서이겠지요, 제가요? ^^
감성적 접근, 공감되고 좋으네요. 또 한 주의 시작, 신명나게 보내자구요.^^

blanca 2012-06-18 22:09   좋아요 0 | URL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ㅋㅋ 저는 한번씩 버리기는 하는데 자꾸 서랍을 휘저어 놓게 돼요. 아우 요새 너무 너무 더워요, 프레이야님. 바다가 그리워집니다.

Jeanne_Hebuterne 2012-06-1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 feel bad about my neck에서 노라 애프런은 여자들의 가방, 주름, 옷 등에 대해 이야기해요. 흔한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주관적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에르노와 아주 다르지요. 장르와 소재와 문체가 다르고 결정적으로 이 두 사람은 표정 주름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음에도, 이 두 여자들 처럼 나이드는 것은 부러웠습니다. 부럽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것.

정리의 마법, 저도 얼마 전에 서점 구경을 하며 읽었어요. 그리고 50 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를 사와서 물건들을 버렸던 기억. 그 안에는 안입는 옷, 책, 장신구, 화장품, 가방 등이 들어갔어요. 구입할 때 미래의 어느 시점을 예약하는 일이라며 설레어 했던 순간들이 정리되었음으니 이제 다시 구입할 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젠가 친구가 그랬어요. 가짜를 버려야 진짜를 살 수 있다고. 가짜 명품 가방을 샀는데 가짜임에도 꽤 비쌌대요. 그걸 갖고 있는 내도록 진짜 명품 가방을 살 수가 없었다는 고백. 마침내 버리고서야 진짜 갖고 싶었던 가방을 살 수가 있었대요. 이런 일, 이런 생각들이 있어요.

blanca 2012-06-18 22:13   좋아요 0 | URL
아, 여자들의 가방, 주름, 옷에 관련된 책. 또다시 궁금해지는데요. 아니 에르노와는 정말 다르죠. 그런데도 무언가 독특한 시간의 매력을 선물받은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무겁지 않은 척 하지만 자못 진지한 사람 같기도 하고요. 가방에 관련된 얘기는 정말 와닿는 은유 같아요.

2012-06-18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8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2-06-18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워낙 게을러서 이 책을 읽어도 아마 이 책 역시 박스안에 고이 간직해질것 같네요ㅜ.ㅜ

blanca 2012-06-19 21:58   좋아요 0 | URL
저도 천성이 나무늘보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정리해 놓은 그대로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에게느 관건이랍니다.ㅋㅋ

잘잘라 2012-06-2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실용서에 머물러 있지만, 그래도 노라 에프런 땡스투! 공감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blanca 2012-06-27 09:20   좋아요 0 | URL
저도 실용서 완전 좋아해요. 메리포핀스님. 메리포핀스님의 추천해 주신 요리책 도움 잘 받고 있답니다.^^

Jeanne_Hebuterne 2012-06-27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저의 핸드폰에 20초 전, 뉴욕 타임즈 알람으로 이런 메세지가 떴어요.

Nora Ephron, Filmmaker and Writer, Dies at 71.

블랑카 님이 떠올랐습니다.

blanca 2012-06-27 09:19   좋아요 0 | URL
아! 쥬드님................ 어떻게...눈물이 핑 돌아요. 알려 주셔서 고마워요....

2012-06-2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을 노라 애프런이 썼다니 놀라워요. 근데 또 부고가 함께이니 더.. (사실 부고는 나비님 서재에서 먼저 접했지요.) 저는 노라 애프런을 <유브 갓 메일>로 기억하고 있어요. 아마 그녀는 그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사랑스럽고 즐겁게 살았을 것 같아요...

blanca 2012-06-29 10:36   좋아요 0 | URL
저도 놀랐어요. 지금도 이 책이 옆에 있는데 백혈병으로 갑자기. 슬프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