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 꽁꽁 묶였다. 삼성역에서 신설동역까지 논스탑으로 오는 2호선은 없는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끝까지 얻지 못한 채 갈 때는 성수역에서, 올 때는 신당역에서 환승하느라 진을 다 뺐다. 홀몸이라면 가뿐했겠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안아달라, 무언가를 흘렸는데 찾아봐 달라, 칸쵸가 먹고 싶다는 둥 온갖 요구의 향연인 그녀를 대동했으니 길에서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몸이 힘들었다. 신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정말 이쁜 여자 아이가(난 이제 이십 대 초반은 아이로 보인다) 샤방샤방한 원피스를 날개처럼 흩날리며 걸어온다. 이 아이의 뒤에는 역시나 훤칠한 퀸카 왕자님이 보위해 주고 계신다.  

갑자기 스크린도어에 비친 내 모습이 들어와 박혔다. 그 음울하고 지치고 소녀와는 애저녁에 바이바이 해버린. 나에게도 저런 연애가 있었는데, 나도 지하철을 타면 바깥에 둘만이 마주볼 수 있는 동심원을 그려주는 관계가 있었는데. 기억의 왜곡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나는 되고 싶지 않았던,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과 자꾸 스치게 되는 과정인 것도 같다.  

책상에는 세 권이 책이 있다. 

 

 

백인 앵글로 색슨 계열의 금발 미녀가(게다가 기자이자 작가이며) 이혼하고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로 훌쩍 떠나 삶과 자아를 진진하게 느끼고 탐구하다 마침내 여생을 함께 누릴 소울 메이트까지 얻은 자랑질에 불과하다,고는 절대로 얘기할 수 없는 사랑스럽고 심오한 책이다. 물론 그녀가 욕심쟁이이긴 하다. 인간의 삶이 가지는 이중적 영광인 세속적 즐거움과 신성한 초월성 모두를 원한다고 당당히 고백하고 있으니까.(다들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하지만 그녀는 이 욕구를 응시하고 충족시키기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재기어린 글발로 칙릿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을 몰랑한 얘기를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시킨다. 내면에 대한 탐구의 여정에서 약간 신비주의적인 코드로 접근해 가는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삶과 존재를 받아들이는 섬세하고 애정어린 모습은 자꾸 멈추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먹보야, 넌 매일 무슨 옷을 입을까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슨 생각을 할까 고르는 법을 배워야 해.-p.270  

장미꽃잎으로 만든 하트로 신혼부부의 첫날밤을 맞아 주는 고급호텔과 빛나는 에메랄드빛 바다의 이미지로 떠오르는 발리가 가지는 역사적 배경과 토착민들의 정서를 관조하는 대목은 그 이미지를 뒤틀어 속살에 닿게 한다. 관습의 촘촘한 매트릭스 안에 갇힌 사람들, 항상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좌표를 확인하고 고정시키고 싶어하는 발리인들에 대한 관찰은 그녀가 단순히 팔자좋은 유랑을 다닌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자신을, 자신의 삶을, 타인을, 타인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마침내 다시 내면의 생채기들이 아물어 꾸덕꾸덕해진 부분을 매만지는 그녀는 내가 나를 어떻게 대우하고 삶을 어떻게 받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를 잡아주는 멘토 같다.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친정 아버지가 그 큰 입에도 불과하고 정말 미인이라고 상찬하는 줄리아 로버츠가 어떻게 표현해낼지 기대된다.  

문학 계간지는 처음인데 하루키의 인터뷰가 150여 페이지(일본 계간지 게재분)나 실려 있다고 해서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내면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면의 압박이 있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하루키를 오픈했다고 볼 수 있다. 말도 아주 논리적이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고 절제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아껴놓은 것들을 풀어내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지니고 있는 면이 인상깊었다. 지극히 내성적이고 금욕주의적인 생활을 견지하고 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샐린저, <위대한 개츠비>의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카버 등에 대한 작가론도 무척 재미있다. 영어 번역을 꾸준히 하며 소설의 구조에 대하여 습득하고 감을 유지하는 생활을 하는 것도 더불어 그의 필력과 서사의 힘으로서 작용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의 인간관에 동의하고 기초한 인간형들을 창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선과 악의 준거점이 개별적이며 유동적이라는 시각은 그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고독하고 나약한 인간이 결국 의탁할 곳으로 사랑과 소통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김연수와도 만난다. 경로우대를 받아 천엔을 주고 멀티플렉스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하루키를 상상할 수가 없다. 사실이란다. 

오늘 고전 서가를 서성거리다 하루키의 추천을 믿기로 했다. 어느 서점엘 가나 <1Q84>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따지기보다, 지금 우리에게 뭔가를 '강요하고 있는 것,' 그것이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를 각각의 인간이 각각의 경우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죠. 그것은 아주 고독하고 힘든 일입니다.
                                                                                                                                                           -p.470 

고독하고 힘든 우리에게 하루키는 위로가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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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딴지같은 소린데...토욜에 광화문엘 갔다가 전철타고 오는 중이었거든요.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블랑블랑?거리는 소리가 나지 뭐여요.
오른 쪽에 젊은 연인 둘...느무나 멋져버린 프랑스 사내와 쬠 이쁜 울나라 뇨자.
둘이 엄청 사랑하나 봐여~~
사랑하는 둘 사이가 부러운 게 아니라...갑자기 불어가 배우고 싶어졌어.
그 여자 전철 밖으로 밀어버리고...그 남자 한테서 말이죠.
주땜므, 주부잼므...정도는 나도 속삭일 수 있는데...ㅎ

푸히히~~상상은 내 자유죠, 그쵸?

blanca 2010-09-01 11:0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마기님, 안그래도 분위기가 국제 커플이 참 많아지는 추세인 것 같아요. 저도 외출할 때마다 꼬옥 마주치게 됩니다. 교보문고 광화점에서는 브래트피트를 봤는걸요 ㅋㅋㅋ 역시 이쁘고 동양적인 한국인 여자친구를 대동하고. 외국인 여자친구와 다니는 남자들도 뵈구요. 불어가 참 섹시한 단어인데..저는 고등학교 때 제2국어로 배웠는데 죽을 쒔던 기억이 나요. 넘 어려워요--;; 외국어를 가장 빨랑 배우는 방법은 그 나라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ㅋㅋㅋ

비로그인 2010-09-02 23:21   좋아요 0 | URL
브레드피트를 봤다는 그 얘기에 나 어제 꿈 꿨어요.
울 동네 백화점 한식당에서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브레드피트 꿈을요~~ㅍㅍ

blanca 2010-09-03 16: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래도 달콤하셨죠?

꿈꾸는섬 2010-09-01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것 정말 힘들죠. 그래서 하나면 좀 수월하지 않나요? 전 현준이 데리고 다닐때 락앤락통에 과자, 사탕 같은 것들 갖고 다녀어요. 공공장소에서 떼쓰면 정말 난처하잖아요. 그럴때 하나씩 물려주면 조용하더라구요. 물론 물도 싸갖구요. 그리고 녀석이 좋아할만한 물건을 하나 몰래 갖고 다니기도 했어요.^^ 점점 나아질거에요.^^

blanca 2010-09-01 11:03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제가 아이 9개월때 업고 핸드폰 대리점 갔다 마주친 애 둘인 엄마가 그러더라구요. 애 키우기 힘들죠, 하지만 둘 낳으면 하나는 껌입디다 ㅋㅋㅋ라고.

pjy 2010-09-02 09:56   좋아요 0 | URL
둘 낳으면 하나는 껌~~~
우리엄마가 하나! 그러니깐 저를 낳아 키울때요~
첫째인 저는 독같이 무거워서 업어주기도 힘들었고,
blanca님말대로 둘째 태어나니 껌되더랍니다~ 다행히 바쁜 엄마옆에서 제가 천하장사처럼 유모차도 밀어주고 나름 편리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다가 셋째 낳았더니 낯을 가리고 엄마등짝에서 안내려와서 허리가 망가졌다고 치를 떠시던데요ㅋㅋㅋ

마녀고양이 2010-09-0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별로 위안 안 되염, 에세이라면 모를까,, 소설은 영.....
내 생각에는 끝까지 읽어도 소설이 해석이 안 되다보니, 어떻게든 끝이라도 보려고 읽는거 같아여. ㅋㅋ

이쁜 분홍공주가 그리 엄마를 힘들게 했다는 말이죠. 음... 이쁜 짓 한 것도 있을건데? 왜 맨날 미운털 공주님으로 등장할까? 좀..... 공주님 이쁜 짓 이야기도 올려봐여. ^^... 그게 싫으면 차버린 남자에 대한 연애담이라도. 아하하.

blanca 2010-09-01 11:04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제가 완전 저질 체력이라 육체적으로 많이 지치는 것 같아요. 빨랑 키워버리거나 얼집에 보내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네요. 내년만 오매불망 기다리구 있어요--;;

2010-09-01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0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9-0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런두런 이런 페이퍼 너무 좋아요, 블랑카님.
우울이 주기적으로 오다가 이젠 아예 매일 수시로 대놓고 와서 사람을 묶어놓고 이성을 잃게 해요.
어쩌나 세상도 사람도 마음대로 안 되죠. 그래도 또 받아들여야지, 이만큼도 감사해야지, 이래요 제가요.
먹고기도하고사랑하라,는 꼭 찜해뒀어요. 결국 사랑이 문제고 열쇠에요.

비로그인 2010-09-01 09:02   좋아요 0 | URL
우울 성토대회라도 열어야겄어~
프레이야님~~그노무 사랑이 문제예요, 진짜.

blanca 2010-09-01 11:07   좋아요 0 | URL
이 책 기대이상이었어요...우선 참 재미있더라구요. 거기에 카르마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생에서도 우리는 매번 같은 좌절, 행동들을 되풀이하지 않냐고. 카르마의 의미가 거기에 있다고. 참 와닿더라구요. 저도 맴돌아요. 매번.

stella.K 2010-09-0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지 잘 안 사보는데 이번에 나온 <문동>은 좀 사 봐야겠군요.

글게요, 저 책이 곧 영화로 개봉할 모양인데 책으로 빨리 읽고 영화를 봐야할 것 같아요.
영화 먼저 보고 책으로 보면 왠지 흥이 안 나더라구요.
우울해하지 말아요. 나까지 우울해질려고 그런당~ㅋ
블랑카님 지금도 충분히 예쁘고 아름다워요. 진짜루!^^

blanca 2010-09-01 21:19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꼬옥 읽어 보세요. 특히 하루키의 글은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큰 도움이 되겠더라구요. 책과 영화가 함께 나오는 경우 선후가 어떤게 더 좋은건지 저도 좀 애매할 때가 있더라구요. 저도 영화 기다리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교보문고 매대에서 스텔라님 책 발견하고 혼자 막 반가워했어요.^^

stella.K 2010-09-02 12:58   좋아요 0 | URL
아, 아직도 거기 그렇게 건재해 있군요.
이번주 지나고나면 어찌될지 모르겠어요.ㅜ



비로그인 2010-09-0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쩜, blanca님.


전 이제 우울이 오면 저항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단 하나, 이젠 우울이 찾아와도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찾아 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 시가 내 머릿속에 박혀 버렸거든요. 나에게는 실비아 플라스에 견줄 만한 막강한 문학적 재능도, 엄청나게 이름을 떨칠 남편도,(뭐 나중에야 이름을 떨칠지 모르겠습니다만 실비아 플라스의 그 남자 만하겠습니까.), 하다 못해 남몰래 두고 있는 정부도 없으니까요. 처음이 없으면 마지막도 없는 법. 난 실비아 플라스 처럼 마지막 섹스를 나눌 정부도 없으니, 처음 겪는 우울도 아닌 셈이에요.

뭔가를 찾아내고 싶다고 작정하고 있었어요. 이 와중에 그건 뭣에 쓰려는고? 하는 수상쩍고 괴이한 표정을 한 사람들에게 `놀러를 가고 싶어서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진짜 제가 갖고 싶은 건,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그 하얀 스커트의 나풀 나풀 아가씨가 지닌 발걸음 같은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전으로 돌아갈 수도, 지금 있는 것을 놓아 버릴 생각도 없어요. 지금 있는 것을 다 놓아도 된다고 말하면 그건 순전한 거짓말이고, 그러나 나도 좀 때깔나게 꾸미고 다니고 싶다, 라고 말하면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지만 여전히 여자였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이해한 사람들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 뿐이었어요. 그 말이 그렇게도 오해의 소지가 많은 말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둘 다 이름인 듯한 이름과 성을 지닌 저 여인의 에세이, 참 좋아요. 정확히 말하면 그녀를 `먹보'라고 부르는 그 남자와 주구장창 성모 마리아며 욕의 향연을 보여주는 이탈리아 축구팬들이 좋아서 전 저 책을 원서로까지 샀어요. 단지 그 두 남자만으로도, 웃을 일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아직 위로를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굳이 추천한다면, `먼 북소리'를 추천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작명이 취미인 듯한 저 작가의 책 중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긴 글의 덧글:거미여인의 키스는 모두의 추천도서죠!

blanca 2010-09-01 21:24   좋아요 0 | URL
쥬드님!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읽으셨어요? 저는 그녀의 일기만 읽어서. 처음에는 제가 쥬드님 글을 잘못 읽은 줄 알았어요. 번역본이 있나요? 원서를 읽으셨군요. 시는 아무래도 원서로 읽어야 그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대단하셔요. 저도 기회가 되면 꼬옥 읽어 보고 싶어요. 능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실비아의 일기를 읽으며 아내가 남편의 성취를 질투하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봤어요. 이사도라 던컨은 반대의 경우였는데 젊은 남편이 자살까지 하잖아요. 부부라는 것이 성취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약간의 착각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할머니가 되어도 성적 긴장감을 가지고 싶어요. 그냥 그건 자존감과도 닿아있는 부분인 것 같아서.

저도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넘 귀여운 책이더라구요. 이탈리아 스토리에서 계속 포복절도했잖아요. 축구 끝나고 빵집 가는 남자들 얘기 읽고는 ㅋㅋㅋ 거미여인의 키스가 저를 즐겁해 해 줍니다. 쥬드님의 긴 댓글 언제나 하나의 페이퍼를 선물받는 느낌 같아 참 좋아요!

기억의집 2010-09-0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덕분에 저 문학동네를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사기로 결심했어요. 스컷님에 따르면 이번 신조사에서 하루키하고 3일간 인터뷰를 했고 그 인터뷰를 실은 책이 나왔다고 해요. 덤으로http://foreign.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6000404347 탄탄한 근육의 하루키도 볼 수 있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궁금했죠. 저 문동잡지의 하루키 인터뷰가 신조사 인터뷰일까하고. 블랑카님 글 읽어보면 그 인터뷰 같아요. 궁금해서 근질근질하네요. 어휴...근데 문동잡지값 왜 이리 비싼거에요? 한 만원으로 떡을 쳐도 되겠구만.

기억의집 2010-09-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문동에 하루키 사진 좀 도배했나요?

blanca 2010-09-02 14:42   좋아요 0 | URL
예, 그거 맞아요. 그런데 기억의집님 사진은--;; 아무래도 흑백 인쇄이다 보니 거의 큰 의미가 없어 보여요. 그래도 정말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심지어 그의 에세이보다 더 그의 소설관, 세계관을 여실히 알 수가 있어 참 좋겠다 싶어요. 이것만 한 삼일 붙들고 참 맛나게 읽고 줄긋고 그랬답니다. 저는 하루키 팬이 아님에도요. 하물여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아, 책값.요새 왜이리 다들 만 오천원선을 넘어가려고 하는 건지....저는 게다가 오프에서 사서 다 주고 샀답니다. 흑흑....

2010-09-02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9-0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어제 하루키 이야기 하다가 말았네. 저도 애들 데리고 다니면서 진짜.. 몰골 휑하고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오천원짜리 티하나로 몇 년을 버티고 땟국물이 질질 흐르던 때라 외모도 볼품 없는데 애들 데리고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내 다시는 애들 데리고 안 나온다 속으로 다짐하던 때가 있었는데...지금은 그게 추억으로 남아요. 희안하죠. 애들이 크니깐... 애들 어릴 때 힘들었던 것들이, 고생스러웠던 것들이 새록새록 기억에 솓아올라오네요. 아마 나중에 블랑카님도 그 때 그랬지, 할거에요. 우울 털어버리세요^^ 문동 끝내 샀어요. 땡스투 갔을 거에요. 어제 중고샵갔더니 또 유혹하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같이 질렀어요.

blanca 2010-09-03 16:49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지금이 젤 이쁜 시기라고 하고 저도 인정하는데^^;; 일단 종일토록 붙이고 다녀야 한다는 거 절제를 모른다는 거. 힘내고 또 열심히 사랑해 줄라구요^^ 그렇지만 때로는 하루키의 삶이 부럽기도 해요.

비로그인 2010-09-0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호선에서 보는 수많은 인파 가운데 한 분이 blanca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분홍공주님의 수많은 요구에 정신 없으신 장면이 떠올라서,, 비슷한 상황의 장면을 보게 되면 말은 걸지 못하더라도 그냥 아 님이시구나 하고 좀 웃으며 바라봐야겠습니다.

잘 버무려진 얘기들 좋고, 잘 듣고 갑니다 ^^




blanca 2010-09-05 11:0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ㅋㅋㅋ 아이 안고 타면 다들 좀 긴장하더라구요. 자리양보를 해야할 것 같은 번거로움때문인가봐요^^;; 정말 바람결님을 뵐 수도 있겠네요. 저는 잘하면 대문사진으로 바람결님을 알아 볼 수도 있겠다, 싶어요.
 

한창 오렌지족, X세대 마케팅이 활황이던 94년 우리는 끔찍한 존속살해 사건을 접하게 된다. 부유한 집안 출신의 유학생 박한생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잔인하게 난도질하고 불태워 버렸던 사건이다. 거액의 유산을 노리고 완전범죄를 꿈꾼 오렌지족의 패륜은 연일 선정적으로 보도되었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존엄과 가족에 대한 애정, 신뢰가 깡그리 실종된 극단의 예에 모두들 광분하고 비난의 일성들을 토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신을 낳아준 자의 피를 흘리게 하는 그 극악무도한 범죄는 오늘날에도 심심찮게 언론의 기삿거리가 되어준다. 우리는 자문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인가. 대체 인간의 추락을 막아주는 방파제인 마지노선이 있기나 한걸까. 그럼에도 삶과 생명에 경외를 바칠 수 있을까. 아니 더 나아가 이런 인간을 창조했다는 신의 방관과 침묵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결국 신은 없는 것인가. 모든 고결한 가치는 하나의 허상과 이상과 기대에 불과한 것인가. 

여기 한 아버지가 있다. 그는 모든 악덕의 총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탐욕스럽고 인색하며 냉정하고 야비하다. 아들의 여자를 탐할 만큼 호색한이기까지 하다. 그는 두 번 결혼했고 처들의 막대한 지참금을 챙기는 대신 그녀들에서 얻은 세 아들은 방기한다. 그 아들들은 방탕하지만 신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미챠, 신과 불멸에 강한 회의를 제기하는 관념론자 이반, 논리 이전에 삶 그자체와 신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알료샤로 자라난다. 마침내 이 재앙같은 아버지는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미처 받지 못한 유산 문제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으며 그루셴카라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연적 관계를 형성했던 장남 미챠가 유력한 용의자선에 서게 되고 결국 유죄 선고를 받게 된다. 

 

인간 그 모순적 존재에 대한 심오한 고찰 

인간이란 너무 넓어, 라는 둘째 아들 이반의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그 존재를 깊이 뚫고 마침내 그 심원에 닿은 깨달음이다. 악마와 신이 싸우는 전쟁터이며 양극단이 서로 만나는 곳, 그곳은 별다르고 대단한 곳이 아니다. 바로 한 치 인간의 마음이다. 극히 선할 수도 동시에 극단적으로 졸렬하고 야비할 수도 있는 게 인간이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 모순의 공간을 품고 삶의 전장에 나서는 일은 그래서 태생적 비애를 업고 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가능할 수 있는 모든 대립쌍들을 뒤섞을 수 있고 또 한꺼번에 두 개의 심연을, 우리들 위의 심연, 즉 드높은 이상들의 심연과 우리 아래의 심연, 즉 가장 저열하고 악취 나는 타락의 심연을 관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3권 P.401 

이 악이 육화된 악마와 이반의 대면 장면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나는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분이다.'라는 얘기와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삶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각종 종교도 결국 근원적인 악의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모조리 선, 모조리 사랑, 이해, 배려가 점령한 세상은 그 어떤 규율도 성장도 뉘우침도 도약도 없을 것이라는 슬픈 진실의 응시는 적나라하면서도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악의 자리를 감내해야 함을 보여준다. <달과 6펜스>의 서머싯 몸은 심지어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독창적으로 가장 위대한 작가의 자리를 점하게 된 것도 결국 그의 악덕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일정부분 수긍이 간다. 우리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고개를 주억거리고 때로는 온몸에 돋는 소름을 경험해야 하는 대목은 언제나 그가 지독하게 천착하고 드는 인간  내면의 그 사악한 부분이다. 우리 안에 살고 있는 벌레, 움츠리고 있는 괴물을 불러 내기 때문이다. 그를 이은 수많은 후세의 작가들도 결국은 이 지점에 사로잡혀 헤매고 있다. 평범한 사람의 내면에서 갑자기 그로테스크하고 야비한 것이 출몰하는 대목에서 예술들은 끊임없이 배회한다. 아름다운 것을 지향하는 것은 결국 악덕의 찌꺼기를 긁어 모아 전시하는 것과 결별할 수 없다.  이반은 아름다움이 소돔에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의 이 선정적인 사건에 모두가 은근하게 기뻐하고 있다는 작중 리자의 말은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한다. 관념적 사랑은 언제나 오케이지만 실천적 사랑에서는 머뭇거리는 평범한 우리들이 어쩌면 가장 악덕을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직시하는 자리에서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 더 높은 지점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대체 신은, 불멸은 있는가! 

결국 작가가 가장 던지고 싶었던, 천착하고 싶었던 문제는 이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날도 내일도 우리들이 스러지는 그 지점에서도 결국 맞딱뜨릴 수 밖에 없는 그 근원적이고 답이 없는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매일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지난한 고통들과 마주칠 때마다 이 문제를 거머쥘 수밖에 없다. 둘째 아들 이반과 막내 견습 수도사 알료샤의 대화들은 이 문제들을 심도있게 파고든다. 이반은 신도 없고 불멸도 없는 자리에서는 윤리도 사랑도 다 붕괴되고 인간들에게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말한다. 필멸의 존재는 숭고한 도덕률에 얽매이지 않는다. 지척의 만지기 싫은 빈민들에게 자선을 베풀지 않아도 된다. 그저 모든 것을 미친듯이 오만하게 하다 장렬하게 최후를 맞으면 그만이다,라는 것이 무신론의 귀결로 그려진다.  작가는 고도의 책략을 가미한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기실 독실한 러시아정교인이었다. 즉 그는 유신론자였다. 방탕하고 도박에 취해 있던 그의 삶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 신의 문제를 탐구하고 회의하다 결국은 그 신에게 귀의하는 결론은 상류계급 출신이었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비슷한 귀결이다. 신과 불멸의 문제에 천착하나 결국 그 신에게 다시 돌아가는 도식이 러시아적 색채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러나 신과 불멸을 어떤 인간세계의 각종 규범들과 윤리와 연결하여 고찰하는 대목은 상당히 인상깊다. 우리는 은연중 신이 있기를 바라며 신을 필요로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그것을 간파하는 예리한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사실 너희들은 다 있기를 원하잖아! 라고 비웃는 것만 같다.  

 

낳아줌으로써 부모의 역할은 완수되는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의외의 지침이 숨어 있다. 바로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는 부모들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한 면밀한 고민 끝에 나온 조언이다. 아버지는 재앙일 수도 있다는 말, 누구나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린 자녀들에게 가정이라는 은밀한 울타리에 기대어 무한하고 내밀한 권력을 휘두르고 때로는 학대하는 많은 부모들을 알고 있다. '무에서 사랑을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들이여, 자신의 아이들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라는 인용어구들은 자식을 낳음으로써 부모로 존중받고 대우받을 자동의 권리를 부여받는 것이 아님을 얘기한다. 아이들은 무기력하고 무력한 존재들이다. 세 아들을 무참히 방기하고 하인의 손에서 자라게 내버려 두고 그들의 재산을 갈취한 카라마조프가의 아버지의 비참한 최후는 하나의 알레고리다. 정도의 차이를 감안하고서라도 우리는 부모의 의무와 연약한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해 주어야 할 기본적인 책무를 잊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모두의 양심의 현현 같은 존재인 막내 알료샤가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교조적인 연설을 하는 장면은 빈약한 결말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작가가 일관되게 애정어린 눈길을 보낸 아이들에 대한 존중에 한번 더 강렬하게 방점을 찍어준 것으로 이해해도 괜찮을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아이들을 사랑했다. 아이들의 고통이 방치되는 것을 보고 무신론을 주장한 이반의 모습은 그것과 상통한다.  

 

지극히 윤리적인...

이 소설은 존속살해를 다루고 있지만 지극히 윤리적이기도 하다. 악덕이 반드시 행동 차원에서만 징벌될 것인가, 하는 그 예민한 윤리의식은 마침내 사유와 욕망의 것으로까지 확장된다. 나쁜 생각, 즉 저 사람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그 욕망마저도 때로는 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유죄이자 존속 살해범일런지도 모른다. 인간은 약하고 비열한 존재다. 하지만 그렇기에 또 더없이 고결한 존재로의 도약이 가능하기도 하다. 내 안의 악마를 응시하는 행위는 그래서 소중하다.  

영원한 재판관은 그대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대에게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2권 p.90)

P.S. 방대한 분량, 대사를 통한 사건 전개, 때로는 너무 인위적이고 전형적인 인물들로 인해 1권을 종반부까지 읽어도 2권을 흔쾌히 잡기 힘든 책이다.--;; 서머싯 몸이 왜 그렇게 도스토예프스키를 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라고 욕을 해댔는지 조금 수긍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안구가 씻겨 나가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흐릿한 안경알을 닦고 갑자기 세상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라고까지 과장할 수도 있다. 어느 지점에서 고민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다 나온다. 세상사가 답답하고 사람들에 환멸이 들 때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더운 열대야의 밤에는 완전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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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24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디어 읽으셨군요. 짝짝짝~~~~~ ^^
정말 힘들게 읽고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지만 요렇게 리뷰를 잘 쓰는 건 아무나 못해요.
지금은 예전에 경험한 감동의 물결만 남아 있을 뿐...

blanca 2010-08-24 20:5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독서토론회에서 읽으셨다고 꼭 읽어 보라고 했던 댓글 덕택입니다. 사실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서 망설였었는데 결국은 읽고 지나가야 할 것 같은 강박 때문에. 예....감동이 어느 순간 정말 쓰나미처럼 밀려오더라구요^^

비로그인 2010-08-24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열린책들에서 나온 붉은색 표지(이건 예전 버전이라던가..하는)의 책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책을 좀 찾아 손에 들으니, 한참 열심히 읽던 기억도 나고 하네요 ^^

목소리들. 그 목소리들이 다양하게 울리는.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공평한 시선을 갖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파편으로 이뤄진 것 같지만 하나로 거대하게 묶여 깊은 뿌리가 있음을 가늠케 하는 것이 계속 찾아 읽게 하는 그 무엇은 아닐까 하고요..

blanca 2010-08-24 20:5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정말 놀라운 책이었어요. 말씀대로 인간을 총체적으로 해부한 것 같은. 나라는 존재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예전에 문학샘이 줄치며 읽었다고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해서 다 같이 엎어져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 알것도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8-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단한 리뷰예여, 블랑카님...
나두 읽어야 하는데.

인간 관계의 원초에는 부모 자식 관계가 있죠. 결국 부모 자식 관계에서 인간의 극단적인 면을 볼 수 있는거 같아요.

blanca 2010-08-24 21:0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맞아요. 근데 참 더운데 읽기는 힘들기는 하더라구요--;; 제가 안읽고 꽂혀 있는 책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ㅋㅋ 참고 읽었는데 역시 왜 사람들이 그렇게 카라마조프 운운하는지 알것도 같았어요. 당분간 책 안읽고 눈좀 쉬려구요. 오늘은 우산 없어서 아이랑 비맞다 집에 와서 이쁜 핑크색 우산도 질렀답니다. 단순해지려고 해요^^

꿈꾸는섬 2010-08-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참 리뷰 잘 쓰세요.^^
교양수업때 이 책 읽고 분석하고 시험봤던 기억이 있긴 한데....블랑카님 리뷰 정말 좋네요.^^

blanca 2010-08-24 21:01   좋아요 0 | URL
우아! 그런 수업이 있었어요? 되게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대학교때 읽으셨다니 대단하세요. 저는 그때 제대로 책도 안읽고 다녔던 것 같은데. 시험이라. 등장인물들 이름 써내라고 하면 참으로 난감해질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08-25 00:13   좋아요 0 | URL
ㅎㅎ백지 주시고 아는 거 모조리 쓰라던데요.ㅎㅎ
그땐 참 빼곡하게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요.ㅠㅠ
알리딘 서재에도 그렇게 빼곡하게 쓰면 좋을텐데 그게 안되요.ㅠㅠ

2010-08-24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8-25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윤리적이라는게 이상향으로 생각이 듭니다^^;
윤리적이어서 인간적이라고 하겠지만,실제론 참 비윤리적이어서 너무너무 인간적이라는 생각하니 말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없고, 자식이 원하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립니다..
이 책을 저는 과연 읽을수 있을까요^^?

blanca 2010-08-25 18:22   좋아요 0 | URL
pjy님 저도 요새 인간이 참 사악하다는 걸 느껴요...체념을 배우고 기대를 낮추는 게 나이듦의 과정인 것도 같아 참 쓸쓸하기도 하구요. 이 책. 솔직히 아주 재미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강추라는 말은 차마. 그래도 그 이상의 소득이 분명 있으니 시간이 좀 많이 나고 여유가 되실 때 시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때 나의 엄마와 아빠가 해운대에서 입맞춤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설사 그랬다손 치더라도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했더라면, 그래서 각기 다른 아이들을 낳았더라면.
수많은 시간을 뚫고 왜 하필 지금 여기에서 내가 이 사람을 만나 이 아이를 낳고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자판을 두들기고 있나. 

이런 생각들에 스치울 때면 존재가 무거워지는 것도 같고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도 같다. 그러나 대부분 나는 이런 것들은
잊고 치워두고 비본질적이고 치사하고 졸렬한 것들에 집착하고 매달려 하루하루를 소진하고 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더 들어갈 수록 우리는 더욱더 근시가 된다. 마침내 정말 코앞의 것들밖에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존재의 지평선 너머로 슬쩍 밀려가 버리고 만다. 영겁의 시간들 속에 그렇게 우리 존재는 역사 속 의미있는 한 줄도 되지 못한 채 그저 그렇게 흔적도 없이 스러져 간다. 

모든 것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는 없다. 모든 것의 본질로 포박해 들어갈 수는 없다. 관념적이고 그럴듯한 것들로 삶전체를 채울 수도 없다. 싸고 먹고 마시고 소진하고 낳고 그러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마침표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시간에 당도한다.  

두 번은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중략>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저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중

 

 

시를 즐겨 읽지도 않고, 더군다나 시집을 사모으지도 않는다. 어느 날 정혜윤의 <런던을 속삭여 줄게>에서 이름도 어려운 쉼보르스카의 <박물관>이라는 인용된 시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박물관의 사물들에 대한 그녀의 명쾌하고 예리한 서사 부여가 가슴 끝을 찌르는 듯이 박혀 왔다. 

왕관이 머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어요.
손은 장갑에게 굴복하고 말았어요.
오른쪽 구두는 발과 싸워 승리했어요.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이라니. 박물관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유물들이 인간의 삶을 뛰어넘는 그곳에서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그 모습에 대한 코믹한 시구들은 시인이 범속한 우리들과는 다른 겹눈을 가진 듯한 느낌마저 가지게 한다. 우리가 말하고 싶지만 언어로 미처 형상화해내지 못하는 것들, 찰나를 스치고 지나가 금방 잊혀져 가는, 그러나 본질적인 깨달음들을 이 폴란드의 여류시인은 재빠르게 채어 놀랍도록 명징하고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되돌려 준다. 그녀는 시인은 인생이 마치 고갈되지 않는 재고품이라도 되는 듯 함부로 낭비되는 것에 일종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쓰지 않은 시에 대한 검열 중> 

EBS에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위에서 메릴 스트립의 수줍게 웃는 모습을 찍어 대던 그 나이든 사진작가는 <평원의 무법자>에서 황량한 모래 바람을 가르며 총질을 해대는 젊고 매력적인 이방인으로 분하고 있었다. 무릎 위에는 쉼보르스카의 껍질에서부터 뿌리 구석구석까지 양파스럽고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는 성공적인 피조물이라는 양파의 미덕에 대한 찬사를 들으며 끊임없이 죽여대고 복수하고 폼을 잡는 서부의 총잡이의 얘기를 슬쩍슬쩍 눈안에 퍼담았다. 육체로 말하고 호소하고 사랑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제 눈빛으로 호소하고 당면한 욕망을 억누르고 뒤안길로 빠지는 미덕을 목하 보여 주는 노인으로 분하게 되었다. 시간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그 종결점에 결론적으로 동의하고 만 무력한 존재들이다. 모든 미소한 것들이 옴쭉달싹 할 수 없게 우리를 옭아 매는 그 순간에 이런 시를 읽고 이따금 삶이라는 것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찰나에 스며든 존재의 그 무력하지만 신비한 속성을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인 것 같다. 

힘들 때마다 이 시집을 읽으려고 한다. 완전히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었던 그 가능성을 떠올리며 하필 내가 이 지점에서 나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에 대한 신비로운 존귀함을 기억하고 나의 시간들이 얼마나 찰나적인 것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잊지 않도록.  삶의 비의를 살짝 훔쳐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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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5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이 철학적인 리뷰를 쓰셨으니... 나둥~

"지금 하필 이 순간이, 나, 여기" 이게 필연일까 우연일까 이런 생각들,, 이것이 전생의 업일까 아님 다만 이번 생의 찰나일까 이런 생각들............ 끝도 없고 결론도 없는 많은 생각들.

예전에는 결론 없고 에너지 소모인 듯 하여 승질났는데, 요즘은 여유가 좀 있는지.. 재미있습니다. ㅎㅎ

blanca 2010-08-16 17:03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은 찾아 가시는 중이잖아요. 부러워요....지금 하필 이 순간 내가 무얼 원하는지 몰라 답답해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하여튼 머리 아프답니다.^^;;

비로그인 2010-08-16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인이여, 그대 이름은 무엇이냐?-몰라요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디 출신인가?-몰라요

왜 땅굴을 팠느냐?-몰라요

언제부터 여기에 숨어 있었느냐?-몰라요

왜 내 약지를 물어뜯었느냐?-몰라요

우리가 당신에게 절대로 해로운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아는가?-몰라요

당신은 누구 편이지?-몰라요

지금은 전쟁 중이므로 어느 편인지 선택해야만 한다-몰라요

당신의 마을은 존재하는가?-몰라요

이 아이들이 당신 아이들인가?-맞아요





쉼보르스카, 베트남.



제가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시인입니다. 블랑카님의 서재에서 쉼보르스카 이야기를 듣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blanca 2010-08-16 17:03   좋아요 0 | URL
쉼보르스카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첨 알았어요. 시가 이렇게 잘 읽히고 좋은지...위에 시도 한참을 정지할 정도로 좋아요....쥬드님

비로그인 2010-08-17 15:03   좋아요 0 | URL
물음보다 `몰라요' '맞아요', 이 두 마디가 더더욱 오랜 시간 남아있는 시입니다.

pjy 2010-08-1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멈추게 만드는 시.. 온통 달려야만 보이는건 아니죠~ 멈추면 더 잘 보이는거죠^^

blanca 2010-08-17 21:32   좋아요 0 | URL
예, 그래서 이따금 이런 시집을 읽어줘야 하나 봅니다.^^

비로그인 2010-08-1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 보면.. blanca님 읽고 대면하시는 책과 제가 읽는 책이 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올려지는 몇 권의 책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또 어려울수도 있겠지만요. ^^

이른 밤. 삶을 "정지" 하게 만드는 시들. "정지" 한 삶에서 중요한 무엇들을 불러 일으키는 시들. 중요한 무엇들이 다시 삶을 바로 잡아 주게 만드는 시들.. 쉼보르스카 와 비슷한 느낌의 다른 시인들의 시를 생각하며 이런것들을 떠올려봅니다.

대체 뭐가 뭔지 허옇게, 나의 시선과 타인의 시선이 너무나 차이가 나는 것을 또 느끼는 밤. 들려 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blanca님..

blanca 2010-08-17 22:3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비슷한 건 언제나 기분이 좋아요^^;; 외국 시인들의 시는 번역을 거쳐 아무래도 직접 소통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쉼보르스카의 시는 워낙 좋으니 그런 우려도 부끄럽게 만들더라구요. 저는 소통에 큰 기대를 안 건답니다. 그것도 나이듦의 장점이자 서글픈 대목이기도 하고요. 바람결님 행복하세요.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하루키와는 그렇게 만났다. 그때가 스무살이었는지, 스물두살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매일 붙어 하루를 고스란히 공유하고 완벽한 이상형이라며 서로의 짝사랑 상대를 신격화하는게 소일거리였던 나와 그녀. 그녀는 갑자기 하루키에게 완전히 빠졌다. 하루키는 일순간 교주가 되었다. 사실 하루키가 아니더라도 그 나이때는 무언가 완전하게 몰입하고 찬탄할 대상을 하이에나처럼 찾아 헤매는 시기이니까. 그리고 그녀는 하루키의 책을 읽을 것을 강권하기 시작했다. 절독시기였던 나는 모든 문자화된 것을 거부하는 것이 무슨 젊음의 특권인마냥 살고 있었기에 그녀의 청을 유야무야 밀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말 눈물나도록 예쁜 얘기가 있다고 마침내 그 빌려온 책을 나에게 넘겨주고 제발 읽으라고 부탁했다. 

장편도 아닌 단편을 읽을 도리밖에 없었다. 친구를 위하여 그리고 어쩌면 또 같이 방방 뛰며 흥분해댈 재료거리가 될 수도 있으므로. 제목도 참으로 그럴듯하지 않은가. 100퍼센트라니. 

화장실에서 그 짧은 단편을 심드렁하게 읽어내고 나는 하루키는 나와 맞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니까 단편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공상 같은 거였다. 누구나 한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서로에게 완벽한 이상형이던 소년 소녀의 엇갈린 재회. 그 빛나던 시절의 기억이 얼마나 찰나적이고 몽환적인 거였었는지에 대한 조금은 씁쓸한 깨달음 같은 거. 

<상실의 숲> 여동생이 빌려와 자기것마냥 반납하지 않고 떡하니 소장하고 있던 그 책을 무척이나 불성실하게 통독하고 역시나 나는 그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청춘소설의 대명사, 젊은 날의 하나의 이정표마냥 추앙받는 그 책을 나는 제대로 이해하고 느끼지 못했다. 

그런 하루키가 육십이 넘어 21세기를 맞고도 건재하다니.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려고 결심하게 된 것은 박완서 덕분이었다. 여든의 노작가의 진솔한 감상평과 과장되지 않은 칭찬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하루키 마케팅이었다. 나에게는.

 

이 책을  읽고 하루키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거의 유일한 하루키의 개인적 고백담이라고 한다. 달리기에 대한 얘기는 사실 하나의 메타포이고 그 속에 하루키가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진솔하고 담백한 이야기가 스며들어가 있어 재미있고 진지하게 읽힌다. 문득문득 비어져 나오는 그의 삶을 통한 깨달음에 대한 작은 경구들은 내가 살아나가고 사람을 만나고 읽고 쓰는 일에 대해서도 하나의 엄중한 조언으로 작용한다. 

그는 82년에 달리기를 시작해서 23년간 스물세 번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한다. 결승점에 도달하면 이제 더 이상 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지배한다는 그의 진심어린 고백은 사실 뛰는 일이 전업작가로서의 성실하고 치열한 자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그는 더 잘 쓰기 위해 처절하게 성실하게 언제나 달리고 있다. 재즈 클럽을 운영하며 야구를 관람하던 그가 갑자기 하늘에서 춤추듯 내려왔다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욕구하나로 우연찮게 소설가가 되었지만 그 후로는 현실에서의 인간 관계보다 독자들과의 그 관념적인 인간관계를 더 무게중심에 두고 자신의 사적 즐거움을 뒤로 미루고 근육을 훈련하듯 글쓰는 일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보여지는 것보다 더 진중하고 성실한 작가임을 알게 한다.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산만큼 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p.145  
 

문학성과 상업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으로 호평받는 그가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는 고백에 순간 뜨악해졌다. 거액의 선인세 논란의 중심에까지 있었던 그가 보는 세상은 의외로 불공평하고 불가항력적인 것들 투성이었다. 성공한 자가 보는 세상은 손안에 잡아 챌 수 있을 만큼 작고 또 그는 이기는 일에 익숙해져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나는 아직 더 커야 하나 보다. 세상과 사람을 여전히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개개인의 한계를 오만하게 초월하라고 초월할 수 있다고 꼬드기는 대신, 그는 그 한계를 직시하기를 권한다. 다만 그 한계 속에서 효과적으로 자기를 불태우기를 권한다. 달리기와 사는것이 다르지 않은 이유다. 이 당연한 얘기가 그의 입을 통해 나오니 청량감이 있다.  

당연히 이 세상에는 100%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젊은 날의 향수 같은 거다. 있다고 믿으며 보내는 그 시간들도 나름대로 소중하다. 뒤돌아 보면 눈물나는 시간들이다. 그 소년과 소녀는 서른이 넘어 우연히 골목길에서 재회한다. 그런데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슬프지만 괜찮다. 가능하다고 여겼던 시간들이 스러지고 이제는 현실을 직시할 차례다. 우리는 그 다음으로 85%, 혹은 65% 정도의 삶을 살게 된다. 그건 체념과는 다른 것같다. 거기 안에서 100%를 추구하는 것. 그 정도의 얘기인 것 같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무지개를 보지 못했다. 라디오 DJ가 청취자들이 무지개를 봤다고 사연을 보내온다고 했다. 나는 무지개도 못 본 인생이라 생각하며 베란다로 걸어 나갔다. 세상에. 빨주노초파남보의 그 그림책 속 무지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지개라고 알만한 것이 천상의 다리로 걸려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지개를 본 날이다. 이런 날도 있다. 라디오에서는 스티브 바라캇의 Rainbow Bridge가 흘러 나온다. 너무 좋아했던 그 노래. 그리고 무지개. 골목길 모퉁이에서 우연찮게 마주친 나의 과거의 100% 같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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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1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증 하나 - 그럼 당시 blanca님의 그 "신격화한" 짝사랑 상대는 누구였나요?
궁금증 두울 - 오늘 무지개를 처음 보신 걸까요? .. 그렇담 읏!
궁금증 세엣 - 오늘은 "다음뷰" 를 안하셨는데. 이유라도 있을까요?

여름밤에 읽는 청량한 글이었습니다. 근데 이상한걸로 궁금증이 생기네요~ blanca님 :D

blanca 2010-08-11 14:5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ㅋㅋㅋ 스무 살의 짝사랑은 회고해 보면 참 유치하잖아요. 근데 누구라고 하면 바람결님이 아실까요?^^;;; 무지개 정말 첨 봤어요. 정말로. 일기쓸라구요. 다음뷰~ 지금이라도 하죠,^^

blanca 2010-08-11 15:3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안되네요--;;

마녀고양이 2010-08-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홋, 드디어 내가 아는 책이....... ^^
나 하루키 팬인거 알져? 특히 에세이 집에서. 성향 탓인가봐여. 난 좀 현실적이면서, 쿨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그러면서도 깊이는 잃지 않는 책들이 좋거든요.. 자기 감정에 겨운 책들이나, 너무 관계가 거미줄같은 책은 잘 못 읽겠어요.

blanca 2010-08-11 14:58   좋아요 0 | URL
아, 마녀고양이님이 하루키 팬이시군요. 1Q84 혹시 읽으셨어여? 대체 얼마나 잼나길래 그리도 1위를 상중하가 오랫동안 압도적으로 지키고 있는지 넘 궁금한데 쉽게 읽게 되진 않아서요^^;; 저도 요새는 등장인물 이름 다 잊어버리고 관계는 중간쯤 오면 다 엉망되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서 이리 저리 얽힌 책은 별로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8-11 18:56   좋아요 0 | URL
1Q84 얼마전에 리뷰 올렸어요..
사실 책이 의도하는 바가 파악이 안 되서, 최근 하루키 인터뷰를 찾아서 올린게 더 많지만. ^^
역시 하루키 소설 어려워여~

비로그인 2010-08-15 22: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블랑카님, 백년의 고독에 단단히 데이셨군요.

저는 작가로서의 하루끼는 안좋아하는데 [달리기를~]은 계속 마음에 남는 에세이집이었어요. [먼 북소리]도 읽을까 생각중이에요.

마태우스 2010-08-1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60을 넘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전 40대 후반이거나 50대 초반, 이 정도 생각했는데... 하여간 훌륭한 작가들의 에세이는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혹독할 정도로 자신을 단련시키는 광경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하루키가 마라톤 애호가라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100%는 없지만, 그걸 향해서 달려가야겠지요...

blanca 2010-08-14 21:41   좋아요 0 | URL
저도 나이듣고 깜놀했어요. 그렇게는 도저히 안보이던데. 역시 자기관리가 한몫 한 것 같아요. 예. 유명인들의 에세이는 남는 게 꼭 한가지가 있더라구요. 좀전에 엄청 큰 소리로 천둥이 쳐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태우스님은 혹시 들으셨는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상찬을 바치는 작품이 있다. 유명인들이 추천 도서 목록 고전에 거의 반드시 올리는 소설이 있다. 소설의 죽음을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얘기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메시지까지 싸안고 있는 그 책. 

 

 

 

 

 

 

 

 

별 다섯 개가 거개인 리뷰를 몇십 개를 달고 있는 소설도 흔치 않다. 그것도 고전중에. 그러니 나는 언제나 항상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였다. 그리고 칠레의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그 독특하고 유머러스하고 야하고 그럼에도 아름다운 그 남미의 문학 특유의 분위기에 완전히 중독되어 남미 작가들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며(고작 두 권 읽고) 이 책을 시작했다. 

그.런.데. 폭염과 더불어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 같은 이름이 몇 대에 걸쳐 반복되고 죽었다 살아나고 이모랑 했는지 여동생이랑 했는지를 헷갈리는 등장인물과 더불어 완전히 미로를 땀을 뻘뻘 흘리며 헤매다 끝나고 말았다. 그러니 나는 이 책의 리뷰를 적을 자격이 없다. 일단 성실하지 않은 독서였고 그 마술적 리얼리즘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은 딱딱한 감수성을 견지했으며 근친상간이 가지는 더 큰 문학적, 예술적 은유를 떠올리지 못했으니 이 책을 논하지 못하겠다. 

다만 지금까지 읽은 그 어떤 소설보다 독특했고 기묘했고 매력적이었다는 것만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필코 시원한 바람이 불면 다시 제대로 이 책에 빠져보리라. 이 책은 딱딱하고 까칠한 눈으로는 절대로 온전하게 즐길 수 없다는 것만을 깨달았다. 

남미에는 아주 독특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사주며 잘 먹는 나를 흡족해하며 지갑을 털어댔던 절친은 지금 베네수엘라에 가 있다. 그녀는 과테말라에 있다 베네수엘라로 가며 미스 베네수엘라가 되겠다고 싸이의 대문글에 적었다. 그 독특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를 떠올리며 남미의 그 문화에 한 번 젖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복날 우리 가족은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허름하고 무뚝뚝한 그 작은 칼국수집에 근처 대학교의 농구팀 비슷한 젊은 청년들이 대거 들어서자 그 무뚝뚝하던 종업원 아줌마는 그간 본적 없던 애교와 너스레를 발휘하셨다. 정말 친절하셨다. 싸인 한 장씩 해달라고 세 번 반복하시며. 

분홍공주님은 아예 그쪽으로 돌아앉아 한참 그 오라버니들을 완상하시더니 돌아앉아 갑자기 음흉하게 웃는다.  
그건 분명 아주 의미있는 웃음이었다.

그렇다. 여자들은 남자들을. 남자들은 여자들을 좋아한다. <백년의 고독>도 결국은 그런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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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이 미로를 헤맸다는 책이면...난 안볼래.
저번에 블랑카님의 리뷰보고...그거 읽었다가...나 한참 헤맸어요.ㅠㅠ

blanca 2010-07-30 15:42   좋아요 0 | URL
마기님~ 그게 뭐예요?^^;; 괜히 미안해질라고 해요^^;; 좀 시원해져야 책 내용도 머리에 들어올 것 같아요. 당분간은 좀 가벼운 걸 찾아 볼라구요. 아, 정말이지 너무 더워요!

비로그인 2010-07-3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죠 blanca님 !

전.. 후에 라블레의 가르강튀아 / 판타그뤼엘 읽을때 느낌이 좀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온갖 것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 듯 하지만 그 속에는 뭔가 질서가 있는 듯하고, 그 질서란 다름아닌 옛부터 내려오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그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여자들은 남자를,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걸까요..? ^^

참! 제가 읽은 어느 책에 의하면 (정확히 몇살인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3-4살정도가 되면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에게 어떤 유혹의 제스처를 본능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분홍공주님" 도 이제 그런 나이가 된걸까요? ㅎ

blanca 2010-07-30 15:4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아, 진짜 오늘 제대로 덥네요. 끈적끈적하고. 하하하. 제가 딸애를 키우면서 느낀 건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자애들 앞에서 달랐어요 ㅋㅋㅋ 바람결님 얘기 들으니 이제야 이해가...여성으로 키워지는 게 아니라 타고난 여성적 본능이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신기해요. 가르강티아/판타그뤼엘. 제목부터가 어렵네요^^;; 그런데 아마도 번역본이라 그런 면도 있을 것 같아요. 원서로 접하면 또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금욜은 많은 것들이 용서되는 요일인 것 같아요^^

루체오페르 2010-07-30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 여자들은 남자들을. 남자들은 여자들을 좋아한다!

명쾌합니다!^^

blanca 2010-07-30 15:45   좋아요 0 | URL
루체오페르님. 그건 유아부터 노인까지 두루두루 적용되는 유일하게 예외가 아주 적은 명제인 것 같아요 ㅋㅋㅋ 며칠 전 병원에서 자원봉사하시는 이쁜 할머니들 주변에 할아버지들이 둥글게 둘러싼 것도 봤어요^^

비로그인 2010-07-30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남미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도리어 그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을 보면 부럽기까지 합니다. 제가 아는 남미는 음악으로 모든 것이 채워져 있어서, 음악 이외의 무엇을 즐겨본 적이 없었어요)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고 더운 나라들을 내가 싫어한다는 걸 명백히 확인하게 되었어요. 이 책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소설이지요. 하지만 저도 길잃은 1인입니다. 이름을 못외워서 길을 잃었다니 무식해 보이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저인걸요. 하지만 이름을 기억 못한다는 이 사항이 뭔가 뒤틀렸던 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을 때였지요. 정말 하나도 헛갈리지가 않았어요.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부르고, 애칭이 따로 있는 그 이름들 속에서 전 길을 잃지도 않았고 찬탄해 마지않으며 읽었더랬어요. 그래서 내 나름대로의 이상한 논리가 그 때 생겨났습니다. 난 더운 나라에 적응을 못하는구나.

이 거대한 문학의 지도 앞에서 날씨 운운이라니요. 무식하지만 저의 책읽기 자체가 벼룩같은 걸, 깨달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나마 똑같이 더워도 이슬람에선 길을 잃지 않으니(옆에 있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저의 베스트 중의 하나여요) 이상야릇하지만요.


그러나 이 책을 내가 좋아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강력한 이유는, 역시 문체였어요. 그 남자의 마지막 말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어쩌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었을까요. 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반짝반짝 빛이 나요. 물론, 어디 가서 읽었다 말하기 면팔리지만 말입니다.(하나더-반가워요! 나 혼자만이 아니었어요!)

blanca 2010-07-30 15:48   좋아요 0 | URL
쥬드님! 정말 비슷한 감상이에요. 저는 이름이 너무 헷갈리더라구요.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저 이 소설 읽고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전직의사가 사람들은 그저 전쟁만 맨날 해대는 존재감 없는 나라로 오인한 아프가니스탄을 그렇게나 아름다운 역사와 향토색, 사랑이 있는 나라로 복원해 냈다는 게 정말 감동이더라구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도 언젠가는 꼭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또 의욕이 생기네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다시 들춰보고 싶어집니다.

프레이야 2010-07-3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것의 표지가 더 마음에 드네요.
이 책의 유머에 젖으려면 저부터 무장해제하고 흥청망청 읽어야겠단 생각,
저도 비슷하게 했더랬어요.
아무튼 블랑카님의 결론이 아주 간명하고 정확하네요.^^
그리고 분홍공주님 귀여워요. ㅎㅎ

blanca 2010-07-30 15:4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그러니 이게 다 말도 안된다,고 시비 걸듯이 땀흘리며 읽었으니 저는 난중에 좀 상태 좋을 때 제대로 다시 읽어야 할 듯해요. 어젠 정말 그녀가 너무 웃겼어요 ㅋㅋㅋ 사실 저도 좀 흘낏 흘낏 보긴 했었거든요.

마녀고양이 2010-07-3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분홍공주님의 웃음이 너무 궁금해여, 아이 보고 시퍼라.

이 더운날,, 저는 어려운 주제는 근처도 안 갑니다. "테메레르"에 홀랑 빠져서 삼일만에 벌써 4권 들어가고 있습니다. 거의 "테메레르" 폐인으로 집안꼴이 엉망이랍니다, 현재.

루체오페르 2010-07-30 10:41   좋아요 0 | URL
오홋 마녀님을 그렇게 빠지게 만들다니...테메레르 관심은 갔는데 상당히 재밌나 보군요.

blanca 2010-07-30 15:5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테메레르가 뭐예요? 검색해 볼게요. 하여튼 시리즈는 섣불리 시작하며 안되기에 나중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토지 읽다 살림을 완전히 놓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요 ㅋㅋ 분홍공주 대신 저를 보여드리죠^^

비로그인 2010-07-3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백년동안의 고독] 신봉자 중의 하나에요. 옆에 가계도 하나 놓고, 별 생각없이 그냥 굽이굽이 같이 흘러가는거지요. 냉철함 보다는 속편하고 감정적인 저같은 타입에 맞는 책인걸까요?

얼마전에 [광대 샬리마르]를 정말 힘들게 읽었어요. 몇페이지 미리보기만 하고 책을 사선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지요. 온갖 풍이 뒤섞인 반전소설이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낯설은 카슈미르 이름들이 때론 이름으로, 때론 성으로, 때론 이름+미들네임, 혹은 직함으로 불리니 날도 더운데 더 씩씩거리면서 읽었다지요..

지금은 [여명]을 기다리고 있는데, 수요일에 '바로드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서는 양장본 재고가 없다고 집으로 보내준다더니 큰 길 건너면 코앞인데 아직도 안 왔어요. ㅜㅜ

blanca 2010-07-30 15:52   좋아요 0 | URL
만치님! 가계도를 뜯어서 옆에 둘 생각을 저는 왜 못한 걸까요? 저 완전 바보인가봐요--;; 광대 샬리마르 읽고 싶었는데 아...그렇군요. 소설 제대로 읽으려면 가계도를 작성하든지 이름을 주욱 적어넣고 시작해야 될 것 같아요. 심지어 한국 소설도 헷갈리는 저인걸요 아, 여명 양장본으로 신청하셨군요. 저는 무엇보다 얇아서 강력 권합니다. 오늘은 왔을까요?

하이드 2010-07-3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남미 소설 시작한 것이 백년의 고독과 보르헤스 ^^ 다르면서도 공통된 엄청난 뭔가가 있어요.
마르크 레비의 <너 어디에 있니?>를 추천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인데, 이 책을 보고 의외로 '중남미' 라는 곳에 대해 깨닫기도 했구요.

blanca 2010-07-30 15:53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보르헤스를 읽으셨다니 저는 맨날 읽지도 않아 놓고 아는 척 하잖아요 ㅋㅋㅋ 보르헤스...언젠가는 꼭 도전해 보겠습니다. 하이드님이 중남미 소설에 일가견이 있으시잖아요. 마르크 레비의 소설! 예, 장바구니에 담아둘게요~

stella.K 2010-07-3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읽다 포기했는데 지금 읽으면 재밌게 읽히려나 모르겠어요.
난 왜 노벨문학상이면 경기부터 하는지 모르겠습니다.ㅜㅜ

blanca 2010-07-30 23:32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제 일천한 경험상 노벨상 수상작이 기똥차게 재미있을 확률은 낮은 것 같아요. ㅋㅋㅋ

순오기 2010-07-3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책을 여기저기서 추천해도 전혀 땡기지 않아서 읽을 생각도 안 했어요.
난해한 책 읽으며 골 아프기 싫어요. 예전보다 더 많이~~~ ^^
칼국수는 잘 해 먹는데, 올 여름엔 아직 팔칼국수를 안 했어요.
거의 저녁 메뉴는 잔치국수나 콩물국수로 때우고 있어요.ㅋㅋ

blanca 2010-07-30 23:3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팥칼국수 은근히 손 많이 가지 않나요? 저도 완전 면킬러라 잔치국수 엄청 해먹었어요. 그런데 역시나 자꾸 먹으니까 속이 좀 안좋더라구요. 콩물국수. 저도 콩 직접 갈아서 해먹고 싶은데 도저히 엄두가 안나서요.

기억의집 2010-07-3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저는 이 책을 백년의 고독이 아닌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번역되었을 때 읽었어요. 저는 야하면서도 남미 문학 특유의 낙천적이고 늘어지는, 그렇게 읽었던 것 같아요.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던 소설인데. 전 이 작품으로 마르케스가 좋아졌는데 그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인가 뭔가 하는 소설은(블랑카님이 백년의 고독에 대해 말씀하신 것처럼 ) 도.저.히 몰입이 안 되더라구요. 백년은 그 때 첨 선뵈인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인가 뭔가 하는 소설적 기법이 독특하고 우리 문학의 기법하고 달라 몇 번을 읽었는지 제가 셀 수 없을 정도였는데........ 창녀는 읽다가 접었어요. 휴~~~

그리고 오늘 책 보냈는데, 그림책 두 권도 함께 보냈어요. 사실 그림책 더 챙길려고 했는데 어떤 스탈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더 못 넣었어요. ^^

blanca 2010-07-30 23:36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마술적 리얼리즘은 하도 들어서리 저도 읽기도 전에 알고 있었다니까요. 저도 아무래도 한 번 더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 그림책까정..이건 거꾸로 되는 거잖아요. 아...너무 고맙습니다. 저 기억의집님 덕택에 토마스 로커 나무책에 구름책까지 구입했답니다. 받으면 말씀드릴게요.

2010-07-30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1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2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1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2 15: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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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2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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