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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오소희 작가와의 두번째 만남...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에 반해버려 가장 호응도가 컸던 동아프리카 여행기와의 조우...사실 중반부 넘어가면서부터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어 '글쎄'였던 반응이 후반부로 가서는 눈물 뚝뚝...이 정도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작가가 평범하고 호기로운 관광객 이하는 아닌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여행기들이 그 나라에 대한 관찰자, 혹은 조금 더 나아가 잠깐 발을 담가 보고 현지인들과 짧은 관계를 나누고 그것이 전부인 마냥, 여행가면 다 '위아더 월드'가 된다는 환상의 두께만 덧쒸우는 것과는 달이 이 여행자는 가슴으로 그 세계를 받아들이는 진지함과 더불어 성찰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예사롭지 않다. 화보도 너무 아름답다. 풍광보다는 아프리카인들과의 사연이 녹아 있는 인물 사진들이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 보게 한다. 특히 아이들은 얼마나 이쁜지 정말 종이 속에 팔을 둘러 꼭 껴안아 보고 싶어진다는...8살 아들 중빈과의 여행은 어른동행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경험의 세계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다. 일단 아이들한테는 무장해제하는 어른들의 경향과 가식으로라도 대화를 여는 것이 몇 배는 쉬워지므로...
아프리카는 예전부터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오히려 그 소망을 한 켠으로 미루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풍광, 사파리, 이쁜 아이들만으로 이미지화했던 나의 오판이 최빈국에 사는 이들의 물질 앞에서의 속수무책이 주는 불편함을 간과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이 없다. 오소희 작가 만큼 그릇이 커서 평균적인 인간성으로 만족하고 말 수 있는 마음적 여유도 없고, 아이들을 상대로도 물질을 얻어내기 위한 장사를 하는 일부의 그들을 이해하고 눈물을 그칠 담담함도 부족한 지라...그래서 내도록 이 책을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눈을 조금씩 흐릿하게 했다.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돈앞에서의 생존을 건 기만....믿으면 여지없이 뒤통수 치고 마는 예외없음...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런 신들이 강렬하게 남는 것을 보면...
아프리카 앞에서는 '위아더월드'는 없다. 그들에게 관광객들은 어떤 목적을 가진 수단으로 대상매겨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빈이 가끔 상처받는 장면은 나를 더욱더 아프게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그 최악의 상황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내가 거짓을 말하지 않고 도덕과 인내의 시험에서 항상 승리했다면, 그것은 내가 도덕적이거나 인내심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운좋게도 거짓을 말하기 전, 도덕과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기 전, 구원받고 또 구원받는 삶이었기 때문이다...중략..." 이 대목에서는 무릎을 쳤다. 그런 것이었다. 그런 것이었다. 최소한의 의식주와 보호도 받지 못하는 그들 앞에서 도덕을 논하고 인간의 도리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나누는 삶에 대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나는 울고 말았다. 닭 한마리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고아원에 살지 않는데 사는 것으로 또 거짓말의 대상이 된 아이들의 영악함 앞에서 실망하기에 앞서 슬퍼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는 오래 한 자리에서 서성이게 되었다...여행이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삶으로 뛰어들어가 그 사람의 결핍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역할자로서까지 확장될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지평선에 나의 손을 걸어 본다....너무 큰 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