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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김성 옮김 / 책만드는집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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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시절부터 '월든송'은 계속되었다. 명작중의 명작이며 읽지 않고 표지만 구경하고 다니던 시절에도 언젠가는 꼭 완독하고 인생의 진리를 획득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가졌드랬다. 

결론은 좌절이다. 완전 착각하고 있었다. 소로우가 한 50대에 모든 물질적인 가치를 뒤로 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며 철학적 성찰을 하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그는 50 이전에 죽었고, 월든 호숫가에는 30대 초반 2년 정도 살았던 경험 얘기가 '월든'이다. 물론 출판이 지연되어 8년 정도의 긴 탈고 기간이 있었지만, 작품의 위대함을 떠나 내가 생각했던 스타일의 책이 아니었다. 일단 번역의 한계로 인해 수사어구가 많은 그의 문장을 쉽게 소화해 낼 수 없었고, 이따금씩 드러나는 자만이 조금 거슬렸고, 특히나 자선에 대한 그의 폄하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고로 내가 아직 이 명작을 소화하기에 충분치 않거나....나와 궁합이 맞지 않는 책이었음을 고백할 수밖에...완독의 꿈은 이루었으나, 인생의 진리를 얻기에는 서로가 역부족이었다. 아니 인생의 진리 타령이나 해대는 내가 한심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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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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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 작가와의 두번째 만남...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에 반해버려 가장 호응도가 컸던 동아프리카 여행기와의 조우...사실 중반부 넘어가면서부터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어 '글쎄'였던 반응이 후반부로 가서는 눈물 뚝뚝...이 정도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작가가 평범하고 호기로운 관광객 이하는 아닌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여행기들이 그 나라에 대한 관찰자, 혹은 조금 더 나아가 잠깐 발을 담가 보고 현지인들과 짧은 관계를 나누고 그것이 전부인 마냥, 여행가면 다 '위아더 월드'가 된다는 환상의 두께만 덧쒸우는 것과는 달이 이 여행자는 가슴으로 그 세계를 받아들이는 진지함과 더불어 성찰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예사롭지 않다. 화보도 너무 아름답다. 풍광보다는 아프리카인들과의 사연이 녹아 있는 인물 사진들이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 보게 한다. 특히 아이들은 얼마나 이쁜지 정말 종이 속에 팔을 둘러 꼭 껴안아 보고 싶어진다는...8살 아들 중빈과의 여행은 어른동행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경험의 세계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다. 일단 아이들한테는 무장해제하는 어른들의 경향과 가식으로라도 대화를 여는 것이 몇 배는 쉬워지므로... 

아프리카는 예전부터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오히려 그 소망을 한 켠으로 미루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풍광, 사파리, 이쁜 아이들만으로 이미지화했던 나의 오판이 최빈국에 사는 이들의 물질 앞에서의 속수무책이 주는 불편함을 간과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이 없다. 오소희 작가 만큼 그릇이 커서 평균적인 인간성으로 만족하고 말 수 있는 마음적 여유도 없고, 아이들을 상대로도 물질을 얻어내기 위한 장사를 하는 일부의 그들을 이해하고 눈물을 그칠 담담함도 부족한 지라...그래서 내도록 이 책을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눈을 조금씩 흐릿하게 했다.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돈앞에서의 생존을 건 기만....믿으면 여지없이 뒤통수 치고 마는 예외없음...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런 신들이 강렬하게 남는 것을 보면... 

아프리카 앞에서는 '위아더월드'는 없다. 그들에게 관광객들은 어떤 목적을 가진 수단으로 대상매겨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빈이 가끔 상처받는 장면은 나를 더욱더 아프게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그 최악의 상황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내가 거짓을 말하지 않고 도덕과 인내의 시험에서 항상 승리했다면, 그것은 내가 도덕적이거나 인내심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운좋게도 거짓을 말하기 전, 도덕과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기 전, 구원받고 또 구원받는 삶이었기 때문이다...중략..." 이 대목에서는 무릎을 쳤다. 그런 것이었다. 그런 것이었다. 최소한의 의식주와 보호도 받지 못하는 그들 앞에서 도덕을 논하고 인간의 도리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나누는 삶에 대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나는 울고 말았다. 닭 한마리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고아원에 살지 않는데 사는 것으로 또 거짓말의 대상이 된 아이들의 영악함 앞에서 실망하기에 앞서 슬퍼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는 오래 한 자리에서 서성이게 되었다...여행이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삶으로 뛰어들어가 그 사람의 결핍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역할자로서까지 확장될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지평선에 나의 손을 걸어 본다....너무 큰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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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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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마타타' 드라마에서 아역 배우가 아빠한테 힘내라고 인용한 아프리카어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오소희 작가의 책제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 육아잡지에서 인터뷰를 읽고 흔하디 흔한 여행서와 차별점이 36개월밖에 안된 귀여운 동반자를 대동한 것이라는 데에 흥미를 느끼고 아무래도 가장 어릴 때 동반한 것이 더 와닿을 것 같아(지금은 그 동반자가 6살 정도가 된 듯)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일단 사진이 참 좋다. 아무래도 귀여운 모델이 있어 그런지 더 그런 듯...터키여행기이며 중간중간 육아에 대한 단상이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마음을 다잡는 데에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 아이들과 어른들과 금새 친구가 되고 성인이 홀로 여행 갔을 때는 체험할 수 없는 어른들의 무방비 개방(아무래도 아기앞에서는)과 또 작가 자신이 아마추어로서는 가지기 힘든 철학적 성찰이 있어 확실히 다른 여행서들과는 차별성이 있다. 

17개월 육아에 지쳐 힘들어하는 프랑스여인에게 들려주는 그녀의 얘기가 넘 좋아서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지루하고 힘든 이 시간들도 또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하나의 과정이고 가치가 있다고...마치 나에게 하는 얘기인 것 같다. 

혼자서도 무서워 패키지 아니면 여행 떠날 엄두를 못내는 나에게 정말 용기를 내보고 싶게 만들고, 이제는 집어치운 영어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책...그녀의 책을 모두 읽을란다....일상의 사소한 치사함에 얽매여 점점 작아지는 나의 세계의 수문을 살짝 열어 준 책...이 책을 강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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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인류학자 -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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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는 가수 호란이 인터뷰에서 추천한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첫만남을 가지게 됐다. 호란의 극찬이 모자랄 정도로 정말 나에게는 대단한 충격과 감동을 준 책이었다. 의학도가 이렇게 글을 잘써도 되는 건지...시샘이 날 지경이었다. 외부사건을 묘사하는 그 섬세한 관찰력과 너무나 아름답고도 가식적이지 않은 표현들이 어우러져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에는 가슴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는 느낌이었다. 각설하고 그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싶었고, 비교적 최근이면서 많이 판매된 책이라 가독력도 있을 듯하여 구입하였다. 

역시나...올리버 색스는 대단했다. 솔직히 '아내를...'보다는 재미라는 면에서 조금은 약하지만, 그리고 너무 닮아서 새로울 것도 없을 것 같지만, '화성의 인류학자' 부분에서는 인간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시선에 매료되어 그만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는 것이다. 자폐증 교수 템플....자폐증을 극복한 것 같으면서도 인간 간의 감정적 교류와 외부사건의 주체적인 해석과 맥락적 해석이 불가능한 그녀...그럼에도 마지막으로 올리버 색스 박사와 포옹 속에 자폐증의 딱딱한 석회껍질이 약간은 부드러워진 듯한 마지막 울림을 남긴 그녀...여기에 이르러서는 이 책을 읽은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지게 된다.... 

 투렛증후군 외과의사 부분에서는 혼자 폭소를 떠뜨리게 된다. 그가 모는 비행기에 동승하여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되어 갑자기 밖으로 뛰어내려 프로펠러를 만진다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박사의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터졌다...또 어머니가 외과의사여서 외래때 함께 앉아 있던 유년의 아름다운 풍경을 추억하는 장면에서는 푸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 냄새가 나는 듯 하여 코를 킁킁되게 된다....향기있는 추억...또한 이 부분이 박사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아..이제서야 이런 작가를 알게 되어서 너무 아쉽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다음은 '색맹의 섬'이다... '소생'이 국내에 출간되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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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산책 2009-11-2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재밌게 읽었다고 하는데..저는 왜 재미가 하나도 없는겐지,,도대체 왜..'아내를..'을 선물받아 읽다가 덮었어요.ㅠ.ㅠ

blanca 2009-11-26 13:30   좋아요 0 | URL
재미없다는 사람도 많아요 ㅋㅋㅋ 다 취향이 다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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