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의 천국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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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첫 느낌은 이렇게 출판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뻣뻣한 겉표지와 부드러운 종이질이 주는 고급스러움이었다.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지만, 그만큼 이정도 분량의 책수준에서는 가격이 부담스럽게 작용한다. 그러나 굵직한 폰트와 넓은 여백, 짧은 분량, 쉬운 문체로 읽는 속도를 낼수 있어서 좋았다. 출간될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작가가 던지는 메세지는 가슴에 오래 남을 만한 것들이었다. 설령 그것이 진부한 주제일지라도 포장하여 담아내는 작가의 역량, 받아들이는 자의 태도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것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에디의 천국>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천국에 대한 이미지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하여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에디의 천국>에서 보여지는 천국이 낯설게 느껴진다. 죽어서 간 곳에서 5명을 만나고 그들을 통하여 삶을 진정으로 통찰하는 과정, 그것이 천국이었다. 무작정, 되는 대로 살아가는 듯 하지만, 그것에는 모두 의미가 담겨있다. 사람과의 인연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각자의 삶에 연관되어 있고, 서로의 희생과 사랑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이 삶인 것이다. 죄, 오해와 갈등을 용서와 화해로 모두 털어버리는 마지막 과정은 마치 불교와 힌두교에서 말하는 업과 죄를 씻어내는 과정과도 비슷해 보인다.

'악연은 한 하늘 아래 살면서 아예 만나지도 못하는 것. 결국 인연과 악연의 그 무서운 갈림길은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시인 이원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처럼 모든 것은 우리 마음에 달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깨닫고 삶을 통찰하여 진정한 나의 것으로 만든다면 '미리쓰는 유서'에 이렇게 적을 수 있으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귀천>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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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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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있다 해서 웃고 없다 해서 우는 사람, 한가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함석헌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유한한 삶이기 때문에 진실로 풍요롭고 알찬 삶을 갈구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것에는 대부분 어려워 한다. 방법도 모르거니와 환경과 인습의 굴레에 굴복하여 자신에게 무책임해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일을 의무로 여기고, 일 이외의 시간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인생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몰입을 함으로써 발견할 수 있는 진정한 삶의 의미, 행복에 대해서 썼고 그 방향으로 가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내면에서 외면으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보다 외부의 변화에 주목하고, 능동적으로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다 보면 창조적 여가활용을 하게 된다. 그것에 몰입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잊고, 보람, 긍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 아닌 친구, 이웃, 타인과의 관계를 통하여 그리고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속에서 얻은 경험들이 인생을 완성하게 되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비교하고, 다른 학문, 철학, 과학이론들을 끌여들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마무리 한다.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변화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의미있는 것이고, 행복은 자신을 어떻게 이겨내는가에 달린 것이다. 인도나 불교의 참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의 작은 발견과 노력, 변화만으로 가치있는 인생을 만들어 가는데 있다. 그것이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일은 역시나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자기개발서들의 결론인 것 같다.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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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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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이름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윤리적으로 이기적이란 말은 지양되어야 할 행태로 여기며 그렇게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런데 왜 유전자는 이기적인가? 이러한 궁금증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저자에 의하면 '모든 생명의 근본적인 단위 및 원동력, 그리고 우주의 어떤 장소이든 생명이 생기기 위해 존재해야만 했던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이다.'라고 밝힌다. 우리가 알고 있던 유전자의 의미를 해체하고 생명의 정의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이 책은 담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 최재천 교수의 저서 '알이 닭을 낳는다'를 연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보는 시각의 차이로 한정 할 수도 있지만, 생명의 근원에 대한 새로운 창을 열기 때문에 결코 가볍지 않다.

원리는 이렇다. 유전자는 자기복제에 관한 안정화와 효율을 추구하는 진화의 과정에서 개체의 특성을 정하고, 생명체를 기계적 요소(목적을 위해 쓰여지고 실효성이 떨어지면 버려진다)처럼 사용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이렇지만, 워낙 인간 사회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복잡하여 여러가지 이론(에다워 이론, 게임 이론, 케이비, 자하비, ESS 등) 등을 접목하여 이기성 이론의 합리성을 견고히 다진다. 물론 중간중간에 의문점이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유전자가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 인간의 사고영역에도 미칠 것인가?

이런 의문을 가지자마자 바로 저자는 밈(Meme)이라는 개념을 내놓는다. 생물학적 자기복제자는 유전자이며, 문화적 유전자는 밈이 담당한다. 유전자가 생명체를 옮겨다니며 자기 자신을 오랜기간 동안 또는 영원히 복제하듯이, 사상, 정보, 세계관 같은 것들은 밈이라는 것으로 사람의 머리 속을 옮겨다니며 복제한다. 밈은 유전자의 특징인 장수, 다산성, 복제의 정확성 모두에서 유사성을 가진다. 그럴 듯 하다.

그러나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메세지는 다른 것에 있음을 알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 부문을 읽게되면 '맹목적으로 이기적이기만 할 것 같은 유전자'는 서로의 협력과 관용으로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이기적'이란 말이 욕심, 경쟁과 동일한 이미지를 주는 현실에 커다란 괴리감을 안기는 대목이다. 내 욕심만을 체우는 것은 짧게 이익을 보거나 크게 손해를 본다. 무한정 길게 본다면 협력과 관용만이 이익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죄수의 딜레마이며, 이기적 유전자의 특징이다. 너무나 이기적이기 때문에 너무나 이타적이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우주의 진리가 느껴진다. 유전자냐, 개체냐 어느 것이 주체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설사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이 이론에서 끝난다 하더라도... 생명이 고귀한 이유는 '살아있다는 자체, 수많은 협력과 관용이 모여 만든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읽고 내린 결론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본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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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만세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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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설이었어. 쉼없는 주절거림. 쏟아낸다. 속사포같은 메타포들의 페스티벌. 씹기도 전에 벌써 목구멍에 밀려들어 온다. 배려같은 것은 없다. 받아들일 것이냐. 죽을 것이냐.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숨이 막힌다. 머리 속을 막대기로 마구 휘저어 놓고, 잔인하게 일을 마치고 자기 갈 길을 간다. 작가는 악마다. 언어의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언어에 대한 도전이라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시적인 이미지를 잘게 썰어서, 의식의 흐름이라는 양념을 뿌리고, 척박한 사람들의 사진 위에 드레싱한다. 이것을 먹으라고 한다. 먹어 본 사람 손 들라! 전체적인 흐름은 미리 읽고 지옥에 가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325p에 옮긴이가 친절하게 지도를 그려 놓았다. 길을 잃으면 그 곳에서 피가 굳어버릴지도 모르니 미리 말해 둔다.

작가의 필치를 따라해 보려니 여간 벅차지 않다. 대화? 현실? 환상? 주절거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읽어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면 그냥 넘어간다. 그래도 끝은 볼 수 있으니. 백남준씨의 작품을 볼 때 어느 한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전체를 보았을 때, 순간 순간의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은 같은 선물을 준다. 선물, 좀 지독한 선물이라 유감이긴 하다. 언어가 주는 맛이라고 할까? 읽는 맛, 주절거림을 같이 주절거릴 때 느낄 수 있는 수다스러움. 그래서 이 책을 한국 사람은 제 맛을 느낄수가 없다. 아니 원문을 읽을 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의 벽이 높다. 아니 문화의 벽이 높다.

'지옥만세'란 프랑스의 시민들이 혁명 때 외치던 구호라 한다. 현실에 대한 반어적인 조롱이다. 또한 희망에 대한 부르짖음이다. 고철을 분해하여 재활용하는 주인공이 가진 삶이 바로 '지옥만세'이다. 낮에는 세상의 온갖 쓰레기를 분해하고, 밤에는 기름이 찌든 녹슨 무덤을 벗어나려고 애쓰는 몸부림, 사랑의 목마름. 짧은 이야기이지만, 독특하고 거칠다. 대단한 각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끝까지 읽기 힘들다.

그래! 지옥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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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6 16: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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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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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기계, 자본으로 대표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외의 것들이 사라져감을 아쉬워 한다. 불만스러운 현재를 벗어나기 위한 과거로의 회귀본능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진정한 필요에 의한 생존적 요구일수도 있다. 그러나 변치 않는 것은 삶에 대한 성찰, 인생의 목적 같은 근원적 물음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 지는가.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사랑. 흔한 유행가에도 있고, 종교적 교리에도 있고, 사회에서 권장도서에도 쉽게 쓰여지고, 말하여지는 사랑. 톨스토이는 사랑만이 인간을 존속시키고, 영혼을 평화롭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안다는 것,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은 매우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이다. 아니 각 개인의 마음과 이성, 환경과 이상의 거리만큼이다. 그래서 이러한 책이 계속 쓰여지고 읽혀지는 것 같다. 이상적인 바람이 현실의 벽을 뚫고 나오는 날은 우리의 첫걸음 앞에 놓여있음을 인지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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