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섬 공방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게해의 진주, 장미꽃 피는 옛 섬 로도스. 연중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기후의 혜택과 달리 이 섬은 끊임 없이 그 주인이 바뀌는 역사를 겪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역사적 유적이 있다. 그 중에서도 성 요한 기사단의 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데, '로도스섬 공방전'은 마지막 남은 성 요한 기사단과 투르크간의 전쟁사를 논픽션과 픽션을 섞어서 옛 유적을 발굴하듯이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투르크에 의한 콘스탄티노플 함락 이후에 십자군의 존재 이유가 퇴색하였다. 독일 기사단은 돌아가고, 성당 기사단은 해체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성 요한 기사단은 로도스 섬에 정착하게 된다. 백령도에 있는 해병대의 지역적 의미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기사단은 최전방에서 해적질과 의료활동으로 연명하다가 결국에는 대포와 공성전술에 밀려서 항복한다. 기사단의 몰락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역사란 단순히 현상과 사건만을 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의미를 찾아내고 해석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기사단의 몰락은 전쟁의 전술적, 기술적 변화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립형태에 대한 하나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자립적 귀족들이 왕에게 복속되어 영토형 대국으로 가는 과도기의 마지막 몰락 계급이 그들인 것이다. 그들의 이슬람에 대한 투쟁은 새롭게 부상하는 변화와 계급에 대한 투쟁이였으며, 패배로 이어졌다. 십자군 원정 실패와 투르크의 확장이 주는 영향이 매우 컸음이 틀림이 없는 것 같다.

2부는 3부작의 중간 단계라서 그런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다만 흥미로운 부분들은 튜튼 기사단, 성당 기사단, 성 요한 기사단에 대한 정보와 지중해 섬의 역사(몰타, 로도스), 공성 전술, 축성 같은 부가적인 것들이었다. 이 책에서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시오노 나나미의 편향된 시각이 곳곳에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저서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고, 역사는 쓰는 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조금은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읽는 사람의 이성적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콘스탄티노플 함락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0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이 투르크에 함락됨으로써 1100년을 지켜온 비잔틴 제국이 쇠망하게 된다. 그리스, 로마, 오리엔트 문명이 어우러져 경제, 문화, 예술, 종교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도시의 최후는 역사의 냉정함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아쉬움을 남긴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흥망의 운명을 결정 짓는 요소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 전쟁 3부작 중 첫번째로 소개되는 콘스탄티노플 함락이 주는 메세지는 이렇듯 간단하고도 명확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이 전하는 흥미로운 부분은 서구의 분열과 미온적 지원, 투르크의 견제로 인하여 육지의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비잔틴의 시대적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적 혼란과 전쟁 속에서 겪는 개인의 갈등과 노력, 이해관계, 야망에 있다. 제노바와 베네치아 상인들 간의 미묘한 경쟁과 갈등, 그리스 정교회 주교와 로마 카톨릭 주교간의 정치적, 문화적 대립구도, 용병으로써 참여하는 타국의 전쟁에서의 포지션, 지중해를 장악하여 제 2의 전성기를 꿈꾸는 투르크의 술탄 등 개인을 살펴봄으로써 하나의 커다란 역사적 흐름을 이해시키는 구성이 매혹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로 만들었다. 픽션과 논픽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섬세한 고증과 다양한 사료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장식한다. 특히 인상깊은 것은 삼중성벽으로 유명한 요새 콘스탄티노플의 전경 묘사와 제노바, 베네치아 상인들에 대한 세세한 설명, 콘스탄티노플 공성 전술 등은 저자가 들인 노력이 느껴질 정도이다.

승자의 논리, 애국적 민족주의에 의해, 때로는 정치적 술수로 체워져 있는 역사들이 있지만, 이 책은 사람을 담아 그 시대를 이해시킨다. 역사가가 아닌 피부로 경험한 생생한 역사의 장면들을 스크린처럼 펼쳐 놓는다. 시선의 다양함은 보다 진실된 역사의 창을 열어 보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지식은 현재를 읽는 기본이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스와 터키의 분쟁, 발칸반도의 민족적, 종교적인 문제들은 이러한 역사에 대한 이해없이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세와 근세를 가르고,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시키는 동기가 된 투르크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문명과 역사를 이해하는데 재미까지 더하니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과 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3 (양장본)
전경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코피가 기도를 타고 흘러들어 갈 때의 피비린내 그리고 쓰라림. 흘러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아니기를, 보이지 않게 감추려고 고통의 향이 진동하는 삶 앞에 '여자'는 서 있다. 권위로부터의 해방, 금기로부터의 자유, 운명을 향하여 꽂은 롱기누스의 창은 '여자'의 가슴으로 뿌리를 내리고 죽어간다. 이 아찔한 순간은 감각의 언어에 의해 새겨지고, 정념의 정염으로 타오른다. 거울에 비춰진 자아의 분열이 현실의 이름을 더럽히고, 운명의 질시를 소원하여 가시밭이 되었지만, 벗겨진 발에 고인 피는 한 인간의 영혼을 씻어내리고 고결한 사리로 승화한다.

각 단편들은 아픔을 가진다. 그 아픔은 단편들을 잇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그것이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여자. 존재가 가지는 의미, 인간으로써 가지는 기본적인 욕망이 서서히 무너졌을 때의 그 고독과 마지막 자존심이 서슬이 퍼런 칼날이 되어 쿡쿡 찌른다. 그리고 빈손의 무게 만큼이나 가볍던 삶들이었지만, 진한 고통의 향의 무게는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그러나 악몽처럼 집요하게 다가오는 것들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힘은 고통에 바로 중독되어 마법처럼 잊어버리는 것뿐. 그것이 고통의 사랑 아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사라지기 위해 탄생한 나라?
장 피엘 지음, 한정석 옮김 / 자인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비판을 당하는 것은 그리 썩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그것이 진보적 발전과 희망을 위한 것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겠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한국, 사라지기 위해 탄생한 나라'는 외국인 기자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들을 낯낯히 파헤치고 비판한다. 물론 우리 일반인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끈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사안들이지만 개선이 잘 안되는 부분들이다. 워낙 문제가 복잡하고,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리 쉽게 변화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비판은 현상만을 다루고 있지 그 이상의 문제에 대한 분석이 매우 부족하다. 취재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상이다. 비유하자면 사진만 찍고, 인터뷰만을 다루는 식이다.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처럼 문제의 본질에 심도있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다루는 분야가 워낙 다양하고,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이니... 다큐멘터리처럼 현상자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강한 메세지를 줄 수는 있겠지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처럼 책의 무게는 가볍다. 서양인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려는 인상도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규장각 도서 반환에 대한 시각은 철저하게 프랑스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거부감도 든다.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으로 무장하고 약소국의 문화재를 약탈을 한 과거의 역사를 교묘히 감추다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프로그래밍 - 컴퓨터 프로그래밍 미학 오디세이
임백준 지음 / 한빛미디어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과 '프로그래밍' 중에서 무게를 둔다면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전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일 것이고, 후자는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행복해지는 사람일 것이다. IT산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으로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물론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동경은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지만, 심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려는 노력과 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데에 있다. 일에 대한 욕망과 열정보다는 외피의 화려함이 인간에게는 더 매력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말하는 프로그래머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통할 수 없을 것 같다. 비트의 세계, 그 세계와 끈임없이 대화하며 창조물(소프트웨어)을 만들어가는 창조주의 기쁨을 아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고유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밤새워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세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설명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을 보게되면 저자의 약력부터 보게 된다. 이 사람은 이 분야에서 무엇을 하였는가? 얼마나 많은 경험과 노력을 하였는가? 과연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가?를 보기 위함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현재는 벨 연구소가 있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부럽다. 그의 이력에 대한 부러움도 크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부럽다.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커피로 알고리즘을 만든다'. 프로그래머들의 고뇌와 일에 대한 열정이 숨어 있는 문장이다.

책의 구성은 이렇듯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철학만을 얘기 할 줄 알았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많다. 프로그램 언어의 역사, 암호학, 이런 저런 알고리즘, 해킹, 기념비적인 사건들이 아침에 마시기 좋은 카페오레,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진한 에소프레소 등 커피의 특성에 비유하여 내용을 적절히 구성하였다. 그만큼 전산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중을 대상으로 집필한 편안한 책이다. 흥미로운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간단하고 재미있는 알고리즘 퀴즈들도 있는데, 이것들은 프로그래밍의 기초는 알고 있어야 하지만 풀지 않아도 무방하다. 엔지니어가 쓴 책이라서 글이 딱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장력이 있었다. 예를 들면 용과 기사의 퀴즈 대결로 알고리즘을 설명한다던가(기사는 '정보처리기사'라서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 ^^). 무협지의 일부분을 가져와서 프로그래머의 내공과 외공을 설명하는 등 필치에 유연함과 재치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것이 에세이인가, 입문서인가 정체가 불명확하지만, 에필로그는 참으로 아름답고 의미있게 장식한거 같다.

['등산 안내서, 여행가이드북, 컴퓨터 매뉴얼을 쓰는 저자들이 단지 그런 책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설가나 철학자들보다 폄하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중략) 이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세상과 공유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창조적 노동을 하는 프로그래머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면 세상이 따뜻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