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사다리
노아 벤샤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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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과 말에 힘이 실려 있음을 느낄 때가 있는데, 아마 그것은 책 밖으로 튀어나와 변화를 이끌 때가 그렇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이러한 책들이 도움을 주는데, 흔히들 그것을 지혜라고 부른다. 지혜를 담은 이 책은 그렇기 때문에 묵직하다.

짧고 간결한 문장은 선인들의 지혜로 가득하여 소제목만 보아도 책 한 권을 읽은 기분이 든다. ‘나직이 말하고 크게 들어라’,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뒤돌아볼 때 이해가 된다’, ’친구를 얻으려면 친구가 되어주라’, ‘타인을 볼 때 자신을 보게 된다’ 등 생각하면 할수록 그 깊이의 맛에 취한다. 종교적인 색채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무관하게 읽을 수 있다. 어렸을 적에 읽었던 채근담, 탈무드, 명심보감 같은 분위기라서 얘들한테 읽히기에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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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하는 사회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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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회비평을 다루는 책은 때가 중요하다. 그래야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 바로 출판되고, 바로 읽어야 제 역할을 발휘하게 된다. 이것은 이야기의 진실성이나 저자의 주장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이 책이 출판된 지 1년이 지나서야 접하게 된 것은 그래서 매우 김빠지는 책읽기가 되어 버렸다. 국보법 폐지나 3대법안 입법 같은 굵직한 사안에 대하여 반개혁적이고,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열린당이 아닌, 1년 전의 민주당, 열린당 분당에 관한 내용을 책 곳곳에서 읽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온다. 물론 이 책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1년 전에 내린 강교수의 ‘처방’과 ‘예언’은 과연 얼마나 적절하고 적중했는가를 따져보는 일은 무척이나 재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강교수의 말은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간절한 심정으로 강교수는 분당의 해악성을 늘어놓으며 막아보려 했지만, 분당은 잘 된 일이 되었다. 그러나 강교수의 말대로 열린당은 실패했다. 지역성을 탈피했으면서 개혁성도 같이 벗었고, 민주당과의 차별성에 중점을 두어 다른 진영을 수구, 반개혁으로 몰아 붙였지만, 결국엔 자기들이 한나라당과 야합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역사에서 ‘가정’만큼 쓸데 없는 일은 없겠지만, 강교수의 말대로 민주당이 분당이 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 생각은 이렇다.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고… 민주당에서 뛰쳐나오나, 거기에 있으나 그 놈들이 그놈들인데…

이 책은 오버하는 열린당과 한국 사회를 비판하면서 오버하는 본인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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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1-1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분당 안했어도 별반 차이가 없었을 거라고 보시는데 분당은 잘 된 일이 되었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결과적으로 다수당이 되었다는 뜻인가 싶기는 한데...?

라주미힌 2005-01-1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런뜻으로 썼어요. '열린당'한테는 잘 된일이죠.

릴케 현상 2005-01-1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별반 차이도 없을' 분당을 단행한 것은 잘못이라고 봐요. 오버하는 사회는 안 읽었지만... 아~ 정치 이야기 나오니까 혼란스럽군 담에 뵈요^^

라주미힌 2005-01-15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당을 한 것을 잘했다 잘못했다라고 판단하기는 그렇고요. 정치적인 면을 보는게 나을거 같네요. 당의 성격, 체질의 변화라기 보다는 누가 주도권을 가지고 가느냐는 정략적인 면이 강하다고 봅니다. 김대중 측근 잘라내기. 노무현 중심으로 해쳐모여~
허접한 리뷰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대충 썼어요. 인상적인 책은 아니라서.
 
유년기의 끝 그리폰 북스 18
아서 C. 클라크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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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라는 장르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외계 문명, 경이로운 과학기술의 발전, 우주, 심해, 다른 차원의 세상 속에서 독특한 상상과 영감을 얻는다. 과학기술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그곳에서 미래를 그려낸다. 미래에 대한 막연함이 주는 답답함이 싫어서인지도 몰라도 미래는 언제나 현재만큼이나 중요한 관심사이다. ‘유년기의 끝’은 나의 이런 취향과 아주 잘 맞는 테마를 갖추고 있다. 로저 젤라즈니, 하인라인, 아이작 아시모프와 더불어 SF계의 거장인 아서 C 클라크의 소설이라는 간판만큼이나 흥미로운 내용과 주제의식이 강렬하다. 가이낙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모태가 된 작품답게 모호하고 수수께끼 같은 내용들이 이어진다. 인디펜더스 데이의 첫 장면을 연상시키는 외계문명의 접근, 알 수 없는 인류에 대한 호의와 인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힘은 여기에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이끄는가. 우리가 결국에 맞이하게 될 것과 그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궁금증들을 점진적으로 증폭시키는 전개와 복선들의 은밀함이 아주 매력적이다. 마지막을 쉽게 예측 할 수 없으니 반전이라고 부르기에는 적당하지 않지만 희망적이지도 않은 그렇다고 비극적이지도 않은 결말은 백미 중의 백미라 생각된다. 그렇게까지 담담하고 정제된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게 그 장엄한 장면을 하나하나 같이 지켜보는 느낌은 참 묘한 느낌을 준다. 우주에서 인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런식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심한 무기력감, 그러나 새로운 시작이 있기 위해서는 그 끝도 존재해야만 하는 운명적인 당위성은 ‘유년기의 끝’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한가지 걸리는 것은 온갖 분쟁과 갈등으로 극을 치닫는 인류의 몰이성적인 역사의 진로를 이상적이고 절대적인 세계와 존재에 의하여 강제로라도 변경되었으면 하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것 같다. 올바른 힘이 곧 정의가 된다면 이상적인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라고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정작 그것의 과정은 허무맹랑하고 너무 추상적이긴 하다. 물론 책 내용에서는 그것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집단에서 그 해법(?)을 찾긴 했지만, 우주 속에서 인류의 한없이 가벼운 존재성을 통하여 인류의 반성과 겸양을 찾기에는 약간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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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Jimmy Fantasy 2
지미 지음, 백은영 옮김 / 샘터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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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하루에 지하세계에서 4시간 정도를 머무른다. 내가 지나온 역은 지나갈 역이 되고, 지나갈 역은 지나왔던 역이다. 삐걱, 덜커덩 거리는 소리, 아줌마의 수다, 아저씨의 술주정, 능숙한 장사꾼의 호객행위, 기계적인 안내 방송이 한참 귀를 때리다 보면 나는 지상세계로 발걸음을 뗀다. 익숙한 발걸음이 늘 나를 따라다니고, 그렇게 도시의 건조한 일상은 이렇게 시작하고 끝난다. 목적지를 향해 나는 묵묵히 가고, 목적지가 나를 소리없이 끌어 당기는 도시의 인공적인 순환계는 인간의 영혼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 같다. 부실한 닭처럼 고개를 숙이고 꿈을 꾸는 자들은 필연이던가.

Sound of color. 이 책의 부제는 이러한 지하세계를 아름다운 색채로 그려냈다. 각 지하철 역은 바닷속, 꽃밭, 오즈의 마법사의 황금길, 드넓고 경계가 없는 자유의 공간은 상상력과 감각으로 채워진다. 역과 역은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생뚱맞다. 빛보다 더 밝고 명료하게 그려낸 세계는 아름답고도 고독하다. 앞의 길은 트였어도, 동행하는 자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지하철’은 고독한 한 인간 그러나 자유로운 영혼이 그려낸 지하세계의 초상화이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감추기 위한 위장이다. 북적이고 소란스러운 도시의 낮은 고요한 불빛이 치렁거리는 밤의 가면이리라. 지하철 그것은 진정한 나의 삶의 일부를 가리기 위한 신의 장난일 것이다. 눈을 감자. 그리고 꿈을 꾸자. 다음에 정차할 역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와 흥분은 나를 움직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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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정원 Jimmy Fantasy 1
지미 지음, 백은영 옮김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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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으로 채색된 그림책을 거의 20년만에 읽은 듯 하다.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림책 특유의 냄새와 종이의 질감부터 느껴보는 일이었다. 아~ 이 냄새. 자연의 향도 아닌것이 매우 친근하다. 예전에 느껴봤던 그림의 향. 까칠까칠하고 왠지 무엇인가가 만져질 듯한 그 느낌은 잃어버렸던 무엇인가를 다시 찾은 기분을 주었다. 소녀의 다이어리를 읽듯이 살며시 넘기면서 읽은 이 책의 곳곳에는 극히 개인적인 느낌이 나타난다. 혼란, 고독, 희망, 꿈, 지루함 누구나 느끼는 일상의 일들이 그림과 조화를 이룬다. 물론 낯설지 않은 것이고, 누구나 느껴봤던 것들이다. 인간의 정서에 공통분모가 되는 존재에 대한 확인. 그것이 주는 정서적 안도감과 편안함이 이 책이 던지는 기쁨일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읽는게 맞는 듯 싶다. 그림을 먼저 보고, 그림을 통하여 얻은 감성을 글로 해석하는 것이다. 물론 굳이 책의 내용에 나의 감성을 맞출 필요는 없다. 읽고, 보고, 느낀 것만큼의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활동은 그 무엇에도 구속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빗속을 거닐기로 약속했다.
그대는 각자 우산을 하나씩
들어야 한다고 고집했고,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만의 빗소리, 우리만의 기쁨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 77p <서로 다른 빗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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