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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발견 - 어른들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심리누드클럽
윤용인 지음, 양시호 그림 / 글항아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어른들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심리누드클럽? 어른의 발견이라는 제목이 낯설긴 했지만 어른들의 속마음이라...그것참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고루한 또는 고루하다고 여겨지는 어른들의 이야기인가 했더니, 다행히도 아니다. 어른이라 함은, 바로 우리 자신을 말하는 거였다. 30대 후반에서 40대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 혹은 40대에 이미 들어선 우리 선배들의 이야기.
일단, 저자가 딴지일보 기자를 거친 사람이란 걸 알고 읽어야할 것 같다. 딴지일보식의 글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순간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결혐당(결혼혐오당)에 대해서 100% 찬성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취지는 이해가능하다.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남들이 하니까 결혼하고, 안하면 쪼다되니까 결혼하는 사람만 있을 뿐, 스스로 결혼이라는 기로 앞에서 진지한 준비의식을 치르는 사람은 없다"(p.23)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반은 공감하고 반은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더라도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고는 생각한다. 반재미삼아 제시한 명랑 결혼생활을 위한 결혼고시는 생각꺼리가 주어진다. 궁금하면 한번 보시도록^^
part3 아이의 발견은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이야기들이다. 육아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p.98)라는 소신을 말한 부분에선,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돈을 벌어오는 일을 남자들만 책임과 부담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그런 것이다.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생각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짐이 된다.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의 판단과 시선으로 통제하고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육아서는 아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결혼에 이어 육아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내가 어른으로서 생각해야 할 일이 더 늘어남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줄 아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중년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요즘은 나이 마흔에 중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솔직히 나도 이제 겨우 세살난 딸아이의 엄마이고, 중년이라기보다는 아직 활발하게 움직이는 청년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중년의 특징으로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면 자신을 중심에 두고 고민해 본 시기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마흔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는 것도 자신을 제대로 찾기 전에 늙음이라는 괴물이 찾아왔다는 것에 대한 공포심때문이"(p.164)이라는 문장은 어떤 느낌을 주는가? 정말 그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찾지 못했다. 나는 사라지고, 아이의 엄마와 한집안의 며느리, 그리고 남편의 아내로만 존재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의 존재를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약간의 일탈감을 맛볼 수 있다. 사실, 나 혼자서는 결코 해보지 못했을 생각들이 펼쳐진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듯이 100% 공감을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가슴 한켠이 후련해지는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때때로 삶이 버거울 때, 그리하여 타고 있는 줄에서 발을 떼고 싶을 때,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을 때, 그때는 고민하지 말고 떠나 보라."(p.217)는 말은 아주 뻔(?)한 말인데도 실천하지 못한 것이었다. 언제쯤 훌훌 털고 나를 찾기 위해 떠날 수 있을까?
요즘은,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이 늦어지면서 마흔은 중년이라 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이에게서 독립할 수 있는 나의 중년은 60은 되어야 할 것 같으니...아,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이제야 실감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