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아틀리에 - 과학과 예술, 두 시선의 다양한 관계 맺기
김상욱.유지원 지음 / 민음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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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교수를 처음 본 것은(직접 본 것도 아니지만)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첫 인상은 달변가라기보다 조곤조곤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나의 생활반경을 고려한다면 과학자를 만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점에서 '예능 프로그램'이 때로는 다큐멘터리보다 큰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문과 성향이 다분히 큰 나는 의식적으로 과학책을 한 권씩 읽는 편이다. 당연히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을 고르다보니 동식물을 다룬 책이 많았다. 이 또한 내가 김상욱의 글을 읽을 일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덥썩 구입을 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저자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 책은 과학자는 예술을, 에술가는 과학을 이야기한다.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영역에서 교차점이 생긴다. 김상욱이 이야기하는 예술은 쉽게 읽힌다. "물리가 답이 있는 질문을 다룬다면 미술은 답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리의 상상이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미술의 상상은 질문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p.7) 김상욱과 유지원은 서로 미술작품을 보는 관점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둘 다 '어떻게'를 먼저 질문한다. 회화에서는 화학의 질문이 되기도 하고, 설치작의 스케일이 아주 커지면 공학의 질문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어떻게'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왜' 그렇게 했는지 작가의 상황과 의도와 마음에 한층 다가서게 된다."(p.10)

우리가 그림을 볼 때는 평면에 펼쳐진 도형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도형이 내포한 의미와 그 의미들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의미를 본다. 의미와 새로운 의미들은 맥락을 생성하고 맥락은 새로운 해석을 통해 없던 의미를 추가로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그림은 의미의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인간의 뇌는 세상 자체를 이야기로 인식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다. 우리의 뇌가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따라 대상과 배경, 색깔과 위치 등에 대한 정보를 통합하여 하나의 화면을 구성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는 하나의 화면은 창작된 이야기와 같다.

"인간은 소통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제대로 소통하는 것은 기적이다." (p.49) 백영옥 작가가 한 말이다. 최근에 나는 '소통'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읽거나 듣고 판단해야 하는 정보, 나로 하여금 추가로 시간을 쓰게 만드는 정보(p.55)는 우리의 주의력을 필요로 한다. 정보가 과잉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니다.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창조적 생산성이 높아진다.

유지원은 <이상은 「오감도 시제4호」를 어떻게 '제작'했을까?>에서 이상이 《조선중앙일보》에 이 시를 발표한 1934년에 금속활자를 가지고 어떻게 뒤집히고 반전된 글자를 만들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나는 이상의 시를 제법 많이, 자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쇄법에 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지금이야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된다지만, 그 시절에 어떻게 그렇게 제작할 수 있었을까. 유지원은 타이포그래피를 연구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그것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시(詩)를 읽으면서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를 접한 순간 머리가 띵~ 울렸다. 이상이 추가했을 거라고 짐작되는 공정을 직접 해 봄으로써 그것이 사진임을 알아낸다. '어떻게'가 해결되는 순간 '왜'라는 의문이 생겨난다. 왜 굳이 그 어려운 작업을 했는가를 생각하다 보니, "시는 그래픽 이미지가 된다. 인간의 음성으로부터 더 멀어지며, 서술적인 텍스트로 읽히기를 거부"(p.91)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자연'과 '자연스러움'은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는다.(p.117) '자연스러움'이란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아니라 인간이 받아들이는 관념이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기계에 대비하여 쓰는 말이니 '자연'에 더 가까우며, '동물'에 대비해서는 '인간답다'라는 표현을 쓴다. 물리학자의 시각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예 존재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보는 것은 눈의 작용인 동시에 뇌의 작용이다. 눈은 '감각'하고, 뇌는 '지각'한다."(p.148) 눈으로 본 것은 뇌 안에 있는 배경지식이나 기억의 맥락으로 해석하여 완성된다. 이를 통해 사람은 '감정'을 끌어낸다. 시각과 촉각은 서로 깊이 연계되어 있다. 즉, 우리는 만지기 전에 보는 것으로 안전한지 판단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과학 속에 예술이 있고 예술 속에 과학이 있다. 언어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기에 수학이나 예술이 존재한다. 우주는 수학과 물리학으로 기술되고, 인간이 수학과 언어로 기술할 수 없는 것을 예술이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가 예술을, 예술가가 과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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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고 창조하고 상상할 권리가 있어요! 모두가 친구 19
알랭 세레 글, 오렐리아 프롱티 그림, 이경혜 옮김 / 고래이야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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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어린이 인권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미디어를 통해 어린이 학대 관련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어서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혹시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요즘 유달리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옛날에는 비일비재했던 일이었고, 당연한 일이었고, 그럴만해서 그랬다는 분위기였다.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그것이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벌을 받거나 매를 맞는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감정의 화풀이'를 해대곤 했다. 아니라고? 불과 3~40년 전의 이야기다.

내가 일하는 작은도서관에서는 매년 2회 방학 기간에 어린이를 위한 인권문화제를 열고 있다. '인권문화제'라고 하면 거창해보이는데, 아이들과 인권을 다룬 그림책을 읽고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권리에 관해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어린이 자원봉사자 교육 때도 어린이 인권 교육이 반드시 들어가 있다.

『나는 놀고 창조하고 상상할 권리가 있어요!』는 '그림으로 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아동권리협약의 기본 원칙은 '비차별 NON-DISCRIMINATION, 아동 최선의 이익 BEST INTERESTS OF THE CHILD, 생존과 발달의 권리 THE RIGHT TO LIFE, SURVIVAL AND DEVELOPMENT, 아동 의견 존중 RESPECT FOR THE VIEWS OF THE CHILD'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의 4대권리가 들어 있다.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고 자랄 수 있는 생존권, 쾌적한 환경에서 놀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발달권, 노동이나 성폭력과 같은 위해환경에서 지켜져야 하는 보호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참여권이 그것이다. 이 내용은 부모로서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를 함께 보호하고 키운다는 마음으로 봐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름과 성을 가질 권리가 있어요"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국가가 보호하는 국민으로 사는 권리이다. 당연히 누구나 누리고 있는 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아직 많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성을 가질 권리가 있어요"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국가가 보호하는 국민으로 사는 권리이다. 당연히 누구나 누리고 있는 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아직 많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나는 따뜻한 집에서 살 권리가 있어요." 물론 물리적으로 모든 것을 갖춘 집을 말하겠지만, 거기에 걱정 근심이 없는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인 그런 집을 말한다. '집'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는 '따뜻하고 행복한 곳, 돌아갈 곳'이라면 누군가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곳,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지 못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그들의 삶이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

"나는 돈 내지 않고도 학교에 갈 권리가 있어요." 우리 나라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이야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무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분기때마다 등록금을 내야 했던 기억이 있다. 등록금을 못낸 아이들은 혼이 나기도 했고. 아이들이 혼이 나면 등록금이 생기는걸까?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게 불과 몇 십년 안팎의 일이다. 여기에 더해서 무상급식과 무상교복지급 등으로 우리는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이 혜택의 소중함을 얼마나 알까? 세상에는 여전히 그러한 혜택과는 먼 곳에서 사는 아이들이 많다.

"나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절대로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요. 누구도 어린 나를 못살게 굴 권리는 없어요. 누구도 말이에요." 약자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소수를 향한 무자비한 폭력 앞에 늘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다. 나이가 어려서, 여자라서, 아시아인이라서, 피부색이 달라서, 종교적 이유로, 우리는 수많은 폭력 앞에 노출되어 있다.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어른의 의무가 아닐까? 그들이 보호받고 사랑받고 자라서 또다른 약자들을 품으며 살아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나는 놀고, 창조하고, 상상할 권리가 있어요." 정말 어린이다운 권리 아닌가?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면 친구들과 이런 저런 놀이를 하며 즐거웠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생각해보면 이런 놀이마저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아이들이 있다는 게 슬프다. 방치된 아이들,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집안에 갇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사각지대에서 숨죽이고 있다. 놀고, 창조하고, 상상할 권리.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나는 나를 표현할 권리가 있어요. 완전히 자유롭게. 그 생각이 아빠 맘에 안 들더라도. 그 느낌이 엄마 맘에 안 들더라도." 외치는 아이들이 있다.

짧은 글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알지만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몰랐던 일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뉴스가 많이 나오는 요즘, 그 옛날과는 달리 그것이 올바른 일이 아님을, 그렇게 아이들이 방치되거나 학대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수시로 상기시켜주는 것 같다. 이 세상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살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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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23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정말 좋아요. 어린이도 읽어야 하지만 정말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책인듯요. 우리나라 어린이들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하양물감 2021-04-23 15:42   좋아요 0 | URL
이번에 도서관 인권문화제 준비하면서 읽게 되었어요. 문장 하나하나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얄라알라 2021-04-23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작은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선생님이시군요!!!

하양물감 2021-04-23 16:29   좋아요 0 | URL
네~~ 제 인생을 바꿔준 작은 도서관과 함께 합니다^^

2021-04-23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3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3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리스 로마 인문학 산책 - 7일에 완성하는 서양 고전의 모든 것
캐롤라인 타가트 지음, 서정원 옮김 / 프로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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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로 '그리스 로마'를 공부하겠지만, 인문학 관련 도서를 읽다 보면 '그리스 로마'를 알면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는 것은 서양 인문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스 로마 인문학 산책'은 최근에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 자꾸 만나게 되는 '그리스 로마'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윤기 선생님의 책을 꽤나 꼼꼼히 읽었는데 그걸 다 기억하고 있지는 않아서 다른 책에서 대뜸 신들의 이름이 나올 때 그들이 어떤 신이었는지 무엇을 상징하는 지가 바로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 책에 손이 간 듯하다.

일단, 결론을 말하자면 서양인문학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도움이 되겠다. 이 한 권의 책으로 그리스 로마를 다 이해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약간의 도움을 얻을 수는 있다.

 

1부에서는 서양 문화의 뿌리, 신화이야기를 다룬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의 가계도를 정리하고 주요 신들을 소개하며, 아홉 여신, 모이라이, 복수와 저주의 여신들, 고르곤, 하르피이아이,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와 같은 여성 혹은 괴물을 다룬다. 이어서 영웅들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문화와 어휘 속에 남아 있다. 신화 속 인물들은 문학 곳곳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아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2부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다룬다. 2500년 전으로 거술러 올라가면 역사가 끝나고 신화가 시작되는 지점에 다다른다. 위대한 역사가인 헤로도토스는 과거의 사건들을 연구하고 검증한 최초의 인물이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고전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헤로도토스를 읽지 않았다'(p.68)고 말한다. 헤로도토스는 자신이 들은 것을 기록하면서, 그것을 믿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히거나 여기서 언급한 것은 내 눈으로 보았다라고 확실히 언급하기도 한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은 위대한 그리스인과 위대한 로마인을 비교한 23편의 수필로 구성되어 있다. 플루타르크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일화를 선택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의 글을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이와 함께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이야기하며 위대한 연설가 데모스테네스를 소개하기도 한다.

3부에서는 고대 로마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갈리아족, 로마공화국, 카르타고, 페니키아, 마리우스와 술라,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에 이어 로마의 황제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 라틴어 이름에 관한 간단한 지식 페이지가 흥미롭다. 그리스인들은 누구의 아들이라는 식으로 이름을 만들었다. 민주주의가 시작되자 이름에 지역을 포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귀족은 보통 세 개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 어머니가 부르는 개인의 이름, 씨족이나 부족, 대가족의 이름,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전해진 성씨와 같은 이름으로 신체적 특징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네 번째 이름은 개인적인 업적으로 표시하거나 입양을 나타내기 위해 추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4부에서는 휴머니즘을 담은 고전문학을 소개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 유명한 <일리아드>나 <오디세이>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호머는 고대그리스의 유일한 문학가가 아니었다. 이솝,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파네스 등이 있다. 고전극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시학>은 후기 유럽의 극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스의 극작품은 상당히 정해진 패턴을 따랐는데 코러스가 시작되고, 연극의 액션이 코러스의 해설과 함께 퍼진다. 연극은 항상 종교적인 배경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로마의 문학에서는 키케로, 오비디우스를 살펴봄직하다.

5부에서는 수학과 과학, 그리고 철학을 다룬다. 그 유명한 수학자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프톨레마이오스가 그들이다. 의학에서는 히포크라테스를 들 수 있고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의 이름만 들어도 아!! 하지 않는가.

6부에서는 화려한 건축과 예술, 고대스포츠를, 7부에서는 고전 언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단하게 살펴봤지만, 우리가 서양 인문학을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이 '그리스와 로마'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읽었던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도 반복해서 그리스의 신들이 나온다. 현대 문학에서도 그리스 신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살아있다.

이 책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전문 지식을 깊이 있게 다뤄주지는 않는다. 서양인문학을 시작하기 전에 이 정도는 알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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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14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들은 읽을 때는 아 하는데 읽고 나서 조금만 지나면 또 까먹고 다른 책 보면서 또 아! 하고 하여튼 늘 반복되어요. ㅎㅎ 이놈의 기억력이 정말.... 이책은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아보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

하양물감 2021-04-14 23:29   좋아요 0 | URL
음. 이 책은 그리 매력적인 책은 아니어서 곁에 둘 정도는 아니어요. 서양인문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정도는 될것같습니다~~

바람돌이 2021-04-15 00:29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보관함에서 확 뺄까요? ㅎㅎ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 - 대청 외교와 『열하일기』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 서가명강 시리즈 16
구범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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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시리즈로 기획된 도서가 한 권씩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인문학 도서를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할 때 서가명강 시리즈가 꽤 괜찮은 것 같다. 고전을 선택할 때 '세계문학시리즈'를 찾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의식적으로 역사, 과학, 인문 도서를 찾아서 읽는 편이지만 읽는 것만큼 이해도 잘 하고 있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잘 풀어서 설명해주는 책이 좋다. 『열하일기』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만큼 유명한 책이다. 고등학생 때 『열하일기』의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정확하게 내용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 번 자세히 읽어보겠다고 몇 권의 책을 구입하기도 했는데, 조금 읽다가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마침 이 책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을 읽고 나니 읽다 만 『열하일기』를 다시 읽어야겠다.



이 책의 제목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1780년'과 '열하'를 하나의 제목 안에 넣음으로써 이야기의 시공간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한다. 조선의 사신들이 중국을 여행하고 남긴 기록을 보통 '연행록'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연'은 '베이징'을 의미하므로 베이징을 다녀온 여행기라고 볼 수 있다. 연행록 중에서도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주 유명한데, 건륭제의 '칠순잔치'에 관한 내용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소중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열하일기』 속의 '열하 이야기'가 사실을 그대로 옮겨 적은 글이 아니라는 것과, 1780년을 분수령으로 조선과 청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선 후기 사신의 외교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책에서 우선 나는 몇 가지 단어를 정리할 수 있었다. "조선의 국왕은 1년에 몇 번씩이나 명나라에 사신을 파견하였는데, 이를 보통 조공이라고 부른다. 명의 황제는 비록 형식적이고 사후적인 행위이긴 했지만 조선의 국왕을 공식적으로 임명하였는데, 이를 책봉이라고 한다."(P.21)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조선과 청은 군신관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청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기념한 3대 명절, 즉 성절, 정단, 동지에 조선에서 파견한 사신은 절사로 통칭되었다. 이 세 가지 절사 외에 경조사나 기타 중요한 외교 사안이 발생했을 때 보내는 사신은 별사라고 한다. 절사든 별사든 조선의 사신은 국왕 명의로 작성하 표문을 지참하였는데, 이런 표문에는 응당 선물, 즉 예물이 뒤따라야 했다. 조공 사절이 가져가는 예물을 방물이라고 불렀다."(P.66)

건륭제는 10년에 한 번씩 만수절을 베이징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칠순 만수절 또한 베이징에서 기념하리라 예상하였다. 황제의 칠순은 청의 건국 이래 처음 맞이하는 경사였으며, 중국 역사 전체를 보아도 통일 이후 그 시점까지 고희의 경지에 이른 황제는 여섯 명 정도였다. 그런데 건륭제는 자신의 칠순 생일을 여느 생일과 다름 없이 보내고 싶다면서 고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말만 그렇게 했을 뿐 사실은 자신의 생일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건륭제가 칠순을 맞을 당시 조선의 왕은 정조였다. 정조는 건륭의 칠순을 그냥 넘기지 않고 '특별한 축하'를 하였다. 이전까지는 없던 일이었기에 '축하'를 위한 '진하표문'을 가져는 가되 분위기를 봐가면서 제출을 하기로 하였다. 절사로 간 조선의 사신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따라 결정을 바꾸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외교활동을 하였다. 보통 조공을 위해 사신들이 중국을 가거나 하면 조공으로 바쳐야 하는 방물의 전달만을 생각하기 쉽다. 우리에게 사신들이 실제로 한 일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데, 이 책을 통해 일부지만 사신들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3부에서는 절사로 갔던 박명원의 '봉불지사'소동을 다루고 있다. 이 내용은 학생 때 배우기도 했기에 기억에 있다. 다만 박지원이 『열하일기』에 이 사건을 해명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해놓았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열하일기』의 최대 특징은 역시 조선인이 직접 겪은 '열하 이야기'를 최초로, 그것도 빼어난 글솜씨로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일 것이다. 연행록 작품들은 대개 베이징에 다녀온 이야기였지만, 『열하일기』에는 제목이 표방한 대로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열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열하일기』 전체 분량의 30~40퍼센트가 직접 또는 간접의 열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박지원은 자신을 포함한 조선 사신 일행이 겪은 열하 이야기를 「태학유관록」, 「찰십륜포」, 「반선시말」, 「황교문답」, 「행재잡록」등에 집중적으로 펼쳐놓았다."(P.153)

이 중에서 「찰십륜포」에 묘사된 건륭과 판첸의 만남은 청과 티베트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에 특별한 가치를 인정 받아 많이 인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열하일기』는 박명원이 이끌었던 1780년 진하 특사의 활동에서 나온 산물이므로 당연히 박명원 일행의 사행활동을 이해해야 한다.

4부로 가면 박지원이 『열하일기』를 통해 박명원의 '봉물지사'를 어떻게 변호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박지원은 중국 예부의 거짓을 밝혀 적음으로써 박명원의 입장을 변호하기도 하고, 사건의 발생 시점을 교묘하게 섞어놓음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게 만든다. 대놓고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그의 책이 건륭과 판첸의 만남이라는 논쟁거리 외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지 않은가.

5부에서는 조선과 청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표면에 드러난 결과와는 달리 그 이면에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협상도 하고 정세도 바꾸는 것이 외교이다. 1780년의 열하는 조선과 청의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중요한 분수령이 된 곳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열하일기』는 문학작품으로서도 훌륭하지만 조선의 외교사를 보여주기도 하고, 위기에 처한 박명원을 변호하는 글로서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시 『열하일기』를 읽는다면 1780년 그 시기의 한국사를 떠올리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도서는 21세기북스의 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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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을 처음 읽었던 때가 생각난다.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었다. 수중에 가진 돈도 얼마 없었기에 여성전용 고시원의 방 하나를 빌려 들어갔다. 책상 하나와 내 몸 하나 누우면 몸을 돌리기도 불안했던 침대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그 책상 한 귀퉁이에 책을 한 권 두 권 쌓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월든'이다.

당시에 샀던 책을 제법 오래 갖고 다녔는데, 다시 읽으려고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분명 어딘가에 있겠지만, 찾다가 포기하고 새 책을 한 권 샀다. 같은 표지의 책이 보였지만, 똑같은 책 2권이 생기는 것보단 낫겠지 싶어 이 책을 선택하였다. 1854년 오리지널 초판본 디자인이란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이 책도 이름은 알지만 읽지 않은 사람이 더 많겠다 싶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 책을 쓸 당시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 숲속에 혼자 살았다. 그가 월든 호숫가로 간 목적은 돈을 들이지 않고 살기 위해서도, 대단한 희생을 치르며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개인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일은 형 존과의 추억을 글로 남기는 것이었다. 소로는 '집을 마련하고 나면, 농부는 그 집 때문에 더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가난해진다."(P.52)고 하였다. 이 문장을 읽는데 딱 지금의 현실과 어쩜 이리도 들어맞을까 싶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마침애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현대식 주택을 소유하거나 빌릴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해 보자. 문명의 발달과 함께 주택도 개선되었지만, 그곳에 거주하는 인간의 수준까지 똑같은 정도로 향상되지는 않았다."(P.53)

나는 아직 내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부동산'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많이 섞여버린 요즘, 내 집 하나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가 사는 곳이 곧 그의 신분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몇 십억 짜리 집에 사는 이들은 구입한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들에게 단지 내에 차를 갖고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그들만의 세상에 우리는 없다. 아파트 브랜드와 평수가 우리를 규정짓는다. 소로의 말대로 집이 문명의 혜택을 받았다고 해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도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늘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하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로는 "그런 집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그 집을 등껍질 삼아 사는 거주민의 삶이지, 집 자체의 독특함이 아니다"(P.72)라고 말한다.

소로의 숲 속 생활을 엿보는 것도 좋았지만, 직업 탓인지 관심사가 그러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독서'에 관해 쓴 글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고전은 인류의 생각을 담은 가장 고귀한 기록"(P.150)이라는 그는 "책은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조심스럽게 쓴 만큼 열심히 삼가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P.150)고 주장한다. "책은 세상의 소중한 재산이고 모든 세대와 민족에 속하는 유산이다."(P.152) 고전을 원어로 읽지 못하는 사람은 인류 역사에 관해 충분히 배울 수 없다. (P.153)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자를 읽을 줄 알거나, 남이 읽어주는 글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이는 삶을 더욱 유익하게 살아가며 지혜도 쌓여간다.

소로는 숲에서 지낸 첫 여름에 책을 읽지 못했다고 말한다. 노동의 참맛을 알아가던 그 여름은 몸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던 터다. 자기가 지은 집에서 이런 저런 방문자들을 맞이하며 숲 속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았다. 소로는 집을 사기 위해 빚을 지고 집값을 갚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안타깝다고 여겼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소로가 2020년대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추가: '월든'을 읽으면서 소로가 그리스 신화와 이야기들, 동서양의 고전이 이야기하는 가치들을 인용한 문장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다. 서양 인문학의 중심에 '그리스 신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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