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나랑 의사놀이 친구랑 나랑 놀이 시리즈
씽크밸리 글, 류수형 그림 / 효리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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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아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청진기와 주사기 장난감은 아주 유효했다.
글을 모르는, 아니 병원이란데가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르는 우리 한솔이도
청진기와 주사기에는 푹 빠져버렸을 정도니까 말이다.
한솔이는 1살이니까, 책을 읽어준다고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거나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청진기를 귀에 꽂고 배에 갖다대니 불빛이 들어오면서 심장소리까지 나니
아이가 까르르 웃는다.
주사기로는 매번 예방주사 맞던 자리에 대고 흉내를 내었더니 금새 따라한다.
한참을 그렇게 놀고 나더니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때 책을 읽어주었다.

 
악어가 사탕을 먹다가 이가 썩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원숭이 다리 부러진 이야기,
배아픈 곰이야기, 안대를 한 돼지까지..이야기를 들려주니 그림을 유심히 쳐다본다.

아이들이 병원을 가기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 주사가 아파서? 아마도 그렇겠지?
요즘은 의시선생님도 간호사 언니들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진료를 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옛날과 같이 무서운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아파서 병원에 가는 아이들은
병원 근처만 가도 울기 일쑤다.
아직 한솔이는 그런걸 모르는 때라 주사 맞을 때만 잠시 울지만, 곧 그런 걸 알게 되는 때가 오겠지.

이 책을 보면서 아이에게는 병원이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병원에 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다.
귀여운 그림이 아이에게 관심을 유발시키는 듯하다.
의성어 의태어의 적절한 쓰임도 괜찮은 것 같다.
 
마지막에 아기가 아이스크림과 사탕을 손에 들고 진흙탕에서 노는 장면은,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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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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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간절하게 바라던 왕이 7명의 딸을 낳자 화가 나서 7번째 딸을 바다에 버렸는데 거북이 용궁으로 데려가서 거기서 자라게 된다. 그 아이가 바로 바리공주 -바리데기-인데 왕이 병이 들었는데 바리공주가 구해 오는 불사약을 먹어야 나을 것이라 하여 저승으로 가서 부처님을 만나고 신선에게서 약수를 구해 와서 왕을 살려냈다. 그래서 바리는 죽은 자가 저승 세계로 안전하게 가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굿을 할 때 모셔진다.




내가 알고 있는 바리공주 이야기가 황석영의 바리데기에서는 어떻게 그려질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이 책(내가 읽은 것은 가제본 형태이다)을 읽었다. 옛 서사를 보면 바리는 자신을 내다 버린 부모를 위해 죽을 고생을 하고 생명수인 약수를 구해 와서 살려낸다. 그러나, 자신을 내다버린 부모에 대한 효가 중심이라기보다는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떠도는 자들을 구해준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만약, 이 서사가 孝만 강조했더라면 오랜 기간 전승되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바리데기는, 옛 서사의 줄거리를 빌려왔을 뿐만 아니라 그 이름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책 속의 바리는 현대의 북한과 중국, 영국을 거치면서 옛 서사 속의 바리데기처럼 고난을 겪는다. 그러나, 생명수를 찾아 부모에게 돌아가야 하는 바리데기와는 달리, 책 속의 화자 바리는 생명수를 찾아 돌아갈 곳이 없다. 바리데기의 운명을 타고 났지만 바리에게는 그 생명수-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자신을 버린 부모를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리에게 주어지는 고난, 중국에서 밀항선을 탔던 사람들의 고난, 이슬람 사람들에게 주어진 고난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생명수로 되살아난다. 바로 이 점이 바리데기의 주술적 역할-죽은 자들을 저승세계로 안전하게 인도하는-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바리의 고난은, 바리 개인의 고난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북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서 살 길을 찾는 사람들, 그마저도 어려워 다시 외국으로 밀항을 해야 하는 사람들, 외국에 가서도 불법체류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의 고난이다. 이들의 고난이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도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고, 최근 몇 년 동안 벌어졌던 사건들과 연관되기 때문일 것이다.




바리의 고난의 삶을 통해 황석영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들의 욕망, 전쟁, 슬픔, 속박과 압제, 미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희망에 대한 믿음. 이 모든 것이 이 책 속에 있다. 우리는 그 중에 우리 각자에게 맞춤한 대답을 찾으면 된다.




황석영은, 얼마 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현대 한국문학은 다채롭고 힘이 있으며 라틴아메리카문학처럼 서구문학에까지 오히려 많은 영감과 반성을 줄 수 있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계간 창작과 비평 2007년 여름호, p.185) 바리데기가 바로 그런 서사를 가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적인 서사를 차용하여 소설의 무대를 넓히고, 다양한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써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풀어낸 점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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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역경 - 현명한 사람은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를 집고 일어선다
랠프 팔레트 지음, 김석희 옮김 / 북북서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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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은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를 집고 일어선다.

 

굳이 '칠전팔기'나, 개구리 왕눈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가, 바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쥐구멍에도 볕이 들'때가 있는 법이니 딛고 일어서야한다는 말이 아닐까?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제목부터 '위대한 역경'이지 않은가. 역경을 딛고 일어선 자의 성공은 누구에게나 귀감이 가고 힘이 되는 이야기이고, 격려를 위한 좋은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은 뻔한 이야기겠군.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은,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그 이야기의 소재가 아니라, 바로 [필요없는 시련]과 [필요한 시련]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며 그 시련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점이다.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책들을 읽으면, 뻔히 아는 이야기지만 실천하지 못한다는 걸 자각하게 만듬으로써 책이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가르쳐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란 말. 그렇다고 모든 책이 다 뻔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면, 굳이 여러 권의 책이 나올 이유도, 읽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다른 책과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는 것,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역경]을 통해 두번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성공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든 시련이나 역경이 다 성공 혹은 인생역전의 발판이 되지는 않는 것이란 점이다. '필요없는 시련'이란, 겪지 않아도 될 시련인데 스스로 불러들인 시련이며, 똑같은 실수를 연달아 함으로써 겪게 되는 시련이다.

 

산다는 것은 더 큰 인생을 위하여 상승해가는, 의식적인 노력이므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가장 편안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아래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며 곧 들이닥칠 시련을 조심해야 한다(p.28)는 저자의 말은 이 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또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태는 인위적으로 높은 곳에 끌어올려져 그 자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p.53)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작은 사람의 운명과 큰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말인데, 중요한 것은 작은 사람이냐 큰사람이냐하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스스로 가꾸고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란 점이다.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이즈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충분히 성장하고 증발되어 어뵤어진 부분을 보충해야한다.(p.55) 전혀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그 자리를 주체하지 못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렇게 자신이 성장하여 커지면 고민도 작아진다. 그것은 이전보다는 큰 시야로 고민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p.76) 기회도 마찬가지다. 내가 크게 성장해야 기회가 눈에 보이는 것이다. 내가 성장하지 못하는 눈앞에 있는 기회도 보지 못한 채 놓쳐버린다. 이 책을 통해 그걸 깨달았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 내용이 연설문을 책으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비슷한 내용이 많다.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내가 취할 것을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보자. 적어도, 지금의 내 시련과 고통이 필요한 시련인지 필요없는 시련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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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도 이야기를 좋아해 이야기 보물창고 7
사라 스완 밀러 지음, 최지현 옮김, 트루 켈리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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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외할머니집, 그러니까 내 친정에는 개가 아주 많다. 집안에도 집밖에도 개들이 왕왕, 멍멍, 깽깽 짖어댄다. 아이가 태어나고 석달을 친정에서 지냈는데, 신생아였던 우리 아이는, 문여는 소리,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잠에서 깨어나 울었지만 개 짖는 소리에는 금방 적응을 해서 편안한 단잠을 자곤 했다. 사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그래서, 개가 아이 옆에 오는 것조차 싫어했는데, 그게 우리 어머니한테는 못내 섭섭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와 개, 정확하게는 강아지들이 만났다.

이제는 사물도 제법 구분하고, 살아있는 것에 대한 관심도 커져서, 강아지들을 손으로 만져보려고하고, 강아지 배에 기대어 누워보기도 한다. 아직은 아이에게 강아지가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만, 이제, 강아지에 대해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들도 이야기를 좋아해>를 읽은 것은, 개에 관한 좋은 이야기가 없을까 생각하다 고른 책이다. 강아지 그림이 있는 그림카드들이나 까꿍놀이에 나오는 개 말고, 좀 확실하게 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책 없나 하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개들도 이야기를 좋아해>는, 심심해 하는 개를 위해 이야기를 해주는 설정이지만, 잘 읽어보면, 아이에게 개의 생태나 습성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동화이다.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읽다보면 개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동화라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첫번째는 [도둑을 쫓다]. 우선 우리가 생각하는 일차적인 개의 역할은 집을 지키는 역할이다. 요즘은, 애완견들에게 도둑잡는 역할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듯하지만, 전통적으로 개의 역할 하면 딱, 도둑잡는 개, 낯선 사람을 쫓아내는 역할이 아니던가. 우리는 개들이, 애완견들도 마찬가지로, 낯선 사람이 보이거나 수상한 발자국소리-주인의 소리가 아니-가 들리면 짖는 것을 본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그 소리가 시끄러워 성대수술을 한다어쩐다하기도 한 적도 있지만, 그건 개의 본능이다. 이 책 속의 개가 낯선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멍멍 짖는 것에 대해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저건 개들이 옛날부터 해 오던 일이야. 라고. 그리고 시끄럽게 짖거나 사납게 짖는 개들 곁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도 알려주자. 아무리 귀여운 강아지라도 그의 첫번째 임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니까.

두번째, [뼈다귀 나무가 사라지다].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주면, 꼭 그걸 땅속에 파묻었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먹는 습성을 보인다. 그건, 집밖에서 키우지 않는 요즘도 개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데, 땅속이 아니라 이불 속이나 소파 뒤라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까? 아이들에게 강아지가 뼈다귀를 숨겨놓고 뼈다귀 나무에 주렁주렁 뼈다귀가 매달리는 꿈을 꾸고 있다고 얘기해주자. 혹시 강아지가 어디 숨겼는지 잊을 수 있으니 개껌이나 개 간식용 육포 하나 주는 센스도 함께.

세번째, [들개가 될거야]. 우리 아이들과 집안에서 지내는 개들은 애완견으로 길들여져 있다보니, 먹을 것을 챙겨줘야 하고, 쓰다듬어 줘야한다. 그렇지만 밖에 돌아다니는 개들은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야한다. 우리 아이에게 이야기해주자. 우리 멍멍이는 밖에서 혼자 살 수 없으니까 네가 잘 돌봐줘야해. 하고 말이다. 버려진 불쌍한 개들이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 얼마나 난폭해질 수 있는지, 지금 함께 하고 있는 개를 왜 잘 보살펴줘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자.

개는, 우리의 가족과 같은 위치에 올라섰지만 개의 본능과 습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개에게는 우리집이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개의 습성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서도 재미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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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4
아지즈 네신 지음, 이종균 그림, 이난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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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제대로 된 풍자소설을 읽었다. 짧은 글들 속에 중요하고도 속시원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래서, 한편 한편 읽는 동안 반성도 하게 되고, 현실을 제대로 보기 위해 눈을 뜨기도 하고, 쯧쯧, 혀도 차본다. 아지즈 네신이 바라보는 세계는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잇는 세계다. 그래서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풍자소설을 읽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자주 접하지 못하는 나라의 문학임에도 공감가는 부분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이 책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간 본성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이 다른 곳에 사는 독자이면서도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똥파리가 많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 바구니에 담아 버리려면 말려서 부피를 적게 해야 하기 때문에 마당 한구석에 음식쓰레기를 펼쳐놓고 말리는 집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을 열어놓으면 똥파리들이 꼭 2-3마리가 들어와 거실을 맴돈다. 그 똥파리를 제대로 쫓아내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밤새도록 방안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는 파리를 발견하는 날이 있다. 게다가, 독서램프를 켜고 책을 읽고 있는 내 쪽으로 날아오는 바람에 결국엔 살충제를 뿌리고야 만다. 그런데, [위대한 똥파리]를 읽다보니, 그 파리도, 빛이 있는 밝은 곳을 향해 돌진한 위대한 놈이 아닌가. 늙은 파리들이 경험을 방패삼아 안주하고 있을 때 밝은 곳으로 가기 위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거침없이 돌진하는 젊음. 아지즈 네신은 젊음을 그렇게 보았던 것 같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돌진하는 힘. 바로 그것이 젊음이다. 세상에서 제일 보잘것 없을 것같은 파리의 이야기지만, [젊음]에 대한 멋진 이야기로 변신시킬 수 있는 힘, 이것이 아지즈 네신의 이야기의 힘인 것 같다.

[거세된 황소가 우두머리로 뽑힌 사연]을 비롯, [미친 사람들 탈출하다], [자신을 죽인 파디샤] 등의 이야기는 선거를 앞둔 시점(2007년 대선)에 참 절묘한 우화가 아닐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혹여, 선거법에 저촉될까하여 말을 줄인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선거 이후에) 보충하고 [자신을 죽인 파디샤]에 나온 다음 문장으로 대신할까 한다.

"여러분,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이 되도록 하라. 옛것을 대신하려 하는 새로운 것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로 바꾸려 들지 말라!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정체가 실제로는 겉모습만 살짝 바꾼 옛것일 수도 있다. 그것에 속으면 모든 것이 옛날보다 더 나쁘게 될지도 모른다. "

[양들의 제국]도 읽을 만하다. 양들의 역사책에 쓰여 있는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와 별다를 게 없다. 보이지 않는 적, 그 적에 대항하기 위한 이념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누가 적이고 누가 적이 아닌지를 애매하게 만들어놓은 우리의 현실 말이다. 겉으로는 도와주는 척 하지만 결국은 자신들이 잡아먹기 쉬운 상태로 만들기 위한 계략에 지나지 않는 친절이었음을 말이다. 곱씹어 보아야 할 이야기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어느 무화과씨의 꿈]이었다. 보잘 것 없는 수백 수만 씨앗 중에 하나가 무화과 나무가 되어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압박의 상징을 부수어버리기도 한다.

아지즈 네신의 문학을 처음 접했다. 마치, 탈무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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