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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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이 책 아웃이 출간된 해. 나는, 그때, 일본에 있었다. 여기 아웃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도시락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여자들이다. 주간근무에 비해 야간근무는 시급이 높기는 하지만, 정직원이 아닌 시급제 직원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의 시급 800엔은 도시락공장의 주간 시급보다도 높다. 그만큼 도시락공장에서 일하는 그녀들에게 [돈]은 절박한 심정으로 고생하며 벌어들이는 돈이다.

그 당시 일본에서 주부들이 정규직원이 아닌 비정규직의 형태로 2군데 씩 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때, 나는, 굳이 정직원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두군데 세군데 일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또 오히려 이게 더 자유로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잘 모를 때의 일이었다. 사실, 이 책 속의 여자들을 보면, 도시락공장에서의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낮은 시급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일 자체가 단순노동이다보니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랄까 그런 것도 없다. 또한 그녀들에게 가족은,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힘이 되어주기는 커녕 그녀들을 점점 더 힘들게 하는 인물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의 목을 졸라 살인을 저지르는 설정은 독자로 하여금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살인을 한 야요이와, 시체처리과정에 참여한 마사코, 요시에, 구니코. 그리고 이들 네 명 외에 과거에 한 여자를 죽인 전과가 있으면서 지금은 도박과 요정을 경영하는 사다케와 요정에서 일하는 안나, 사채업을 하는 주몬지, 그리고 도시락 공장의 브라질계 일본인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까지 주류가 되지 못한 사람들. 남편을 살해한 야요이를 아무런 이유 없이 도와주는 마사코. 마사코 역시도 무언가로부터 도망가고 싶었고, 그 탈출구로서 야요이의 남편의 시체를 처리하는 일에 동참하므로써 찾지 않았나싶다. 어쨌거나, 1권의 만만찮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읽히는 속도감이 대단히 빠른 소설이다. 어쩌면, 그녀들의 삶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지 않앗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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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을 뒤집어쓴 미미 그림책 도서관 5
율리아 케겔 그림, 도리스 되리 글, 오석균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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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뒤져 스타킹을 뒤집어 써서 긴 머리를 만들고, 셔츠로 치마도 만들고 엄마의 노란구두까지 신은 미미는 얼마전에 읽은 동화책 주인공 이름인 [안나]가 되어 엄마, 아빠를 만난다. 미미가 아닌 안나는, 미미의 집에서 미미의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아닌 남의 눈]으로 '미미' 자신을 바라본다.

 

사실, 미미가 스스로 미미가 아닌 안나가 되겠다고 결심한 부분부터 나는 우스웠다. 아이들이란, 정말 재미있어. 어떻게 자기가 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까? 알고 보면 이건 일종의 역할놀이가 되는 셈인데, 그것이 아이들의 소꿉놀이나 병원놀이처럼 약속된 역할놀이가 아니라 혼자서 시도한다는 점에서 특이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미의 엄마와 아빠는 [미미가 아닌 안나]의 방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안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미미가 아닌 안나]는 미미의 집에서 미미의 습관이나 행동에 대해 안나의 눈으로 보기 시작하고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눈다. 미미로서는 할 수 없는 말도 안나기 때문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엄마는 미미가 왜 신발을 신을 때 시간을 끄는지도 알게 되었고, 미미가 싫어하는 음식도 안나가 되어서는 먹기도 하고, 미미가 어질러놓은 방을 치우면서 평소 습관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미가 안나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미미의 그림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된다. 만약 현실의 문제였다면, 미미는 계속 숨기기 어려웠을 것이고, 엄마, 아빠도 가만 두고 보았을 리 없는 문제지만, 자신이 아닌 남의 눈으로 상황을 한 번 정리 한 뒤라 그런지 엄마 아빠의 해결방법도 달라졌다.

 

아이들도 어떤 행동이 옳은 지 옳지 않은지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자신의 행동에 적용시키는데는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남의 결점은 눈에 잘 보이지만 자신의 결점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 그것을 내가 아닌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개선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황당한 설정이지만, 가끔, 우리 아이에게도 내가 아닌 남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해 줄 필요가 있어보인다. 특히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있는 나이의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효과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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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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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먹는 여우, 라는 제목을 보고, 아는 이가 이렇게 말했다.
혹시 저 여우, 진짜로 책을 먹는건 아니겠죠? 라고... 

나도 처음엔, 저 여우씨가 책을 먹는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겠거니 했는데, 어, 진짜 책을 먹는거다. 그것도 냠냠 맛있게 소금과 후추까지 쳐서. 이 이야기는 책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책을 읽는 의미와 책을 사랑하는 방법, 도서관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아주 비유적으로 재미있게 그려낸 동화였던 것이다. 책을 먹는 여우씨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을 알게 된다. 물론, 책의 표면적인 내용만 읽는다면 단순히 책을 찢어먹는 버릇없는 여우씨 이야기겠지만, 그 내면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된다면 여우씨의 책 먹는 식탁에 함께 동참하고 싶어질 것이다.

아이들 책은, 특히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 것 같다. 어쩌면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그런 비유적인 표현을 잘 이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씨는, 수많은 책을 양식으로 삼았고, 마음의 살을 찌워나갈 수 있었다. 읽을거리가 없어서 손에 집히는대로 읽었던 여우 씨는 몸과 마음이 다 고생을 한다. 사실, 여우 씨처럼 좋은 읽을거리를 찾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이며 그런 책은 어떻게 고를 수 있는걸까? 이것 역시 경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걸 또다시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엄마 아빠의 관점이 아이의 독서를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처음 독서의 틀은 잡아줄 수 잇을 듯하다. 여우 씨가 책을 읽고 그것으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 마지막에는 자기 책을 써내기까지 한다. 여우 씨의 책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여우 씨는 책을 읽는(먹는) 즐거움이 더 커졌다고 생각할 뿐이다.

책읽기를 시작한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아참, 여우 씨 앞집에는 유승준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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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 나는 원한다! 권력과 부 그리고 영원한 젊음을 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 5
필리스 A.티클 지음, 남경태 옮김 / 민음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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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건 이환님 블로그를 통해서이고, 이 책을 손에 넣은 건, 모블로거님이 책선물을 하시겠다고 하여 받게 되었다. 생각보다 얇은 책에 순간 흡!하며 놀랐고, 읽으면서 만만치 않은 내용에 두번 흡!흡! 놀랐다. 하긴, 이젠 책의 두께로 책을 판단할 시기는 지났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그래도 마음 한켠으로는 얇은 책은 뭔가 손해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의 두께로 책의 질이 결정되는 게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어쨌든, [탐욕]이라..일단, 내가 [탐욕]이라는 단어를 머리에 떠올리면, 항상 사람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탐욕]이라는 단어를 알기 전에 [탐욕스러운] 동화주인공들의 삽화를 먼저 보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탐욕]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모든 종교의 공통점으로 탐욕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다른 모든 죄의 모체이자 기반이며 뿌리이자 짝(p.21)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교훈적인 관점에서의 [탐욕]을 버리고 이미지로서의 [탐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하긴 교훈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굳이 이런 책 읽지 않아도 수없이 들어 온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탐욕]은 <종교적인 죄악으로서의 탐욕>, <근대의 이성적인 탐욕>, <권력과 부를 향한 현대의 탐욕>이다.

이 책을 읽고 <탐욕>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 지에 대해 깨달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사실 나는, 이 책을 통해 <탐욕>이라는 것이 어떤 변화를 거치며 우리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는지를 피상적으로 알았을 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인화된 죄에서 도덕이론(인식론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도덕이론)으로 천천히 이행(p.51)되었고, 근대에 이르러서는 은근히 유혹적인 것들, 이를테면 자유방임주의, 사회계약, 국부, 자유무역, 산업주의 등을 표방하며 모습을 드러냈다(p.51)고 하였다. 현대에 와서는 권력과 부를 향한 탐욕으로 나타난다.

마호메트는 탐욕이란 마땅히 필요한 것 이상을 바라는 마음을 가리킨다(p.73)고 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있는 사람이 더하다, 고기 맛도 먹어 본 사람이 안다”고 뭐든지 가진 자들이 가진 것에 대한 욕심이 더 커지나보다. 그래서 탐욕스러운 자는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른다. 이것은 자기성취와 관련된 만족과는 달리 보아야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적당한 자족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자족은 탐욕을 방지할 뿐 아니라 가난한 자를 도와 줄 여력도 남겨주기 때문이다. (p.76) 이는 현대인들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국제정세를 보면 강대국에 의해 자족할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는 나라를 많이 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자족도 구성원이 자족할 마음이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 권력과 부에 대한 집착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자족이라는 말은 그저 공허하게만 들린다.

이 책은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탐욕]이라는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 가지 종교/사회/문화 코드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어렵게 보고자 하면 어렵고 쉽게 보고자 하면 쉽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인간에게 [탐욕]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항상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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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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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소설을 한꺼번에 왕창 읽으면서 이제 그만 읽어야지 하면서도 또 이 책을 집어든 걸 보면, 온다 리쿠도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마치, 어린 시절, 뻔한 내용의 뻔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하이틴로맨스 시리즈처럼.

그런데, 이 책은, 그동안 읽은 온다 리쿠의 소설들과는 달리,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온다 리쿠 식의 스토리 전개나 쑥쑥 읽히는 속도감 등은 이 책을 읽으면서는 잠시 뒤로 미뤄두어야했다. 사실, 나는, 세 꼭지 정도 읽은 후, 처음부터 다시 읽기로 했다. 뭐야? 이거. 같은 이야기같은데 조금 다른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잖아....이러면서, 도대체 뭐가 달라진거지? 하며 다시 읽기를 수차례. 결국은 온다 리쿠의 책치고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읽기를 끝냈다.

온다 리쿠 하면 잘짜여진 이야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러한 잘 짜여진 소설, 잘 만들어진 이야기에 대해 제법 비판을 받은 모양이란 걸 느낄 수 있다. 미스터리와 같은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온다 리쿠 식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을 제법 봤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종류의 비판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작중 인물의 입을 통해 그렇게 [잘 만들어진]소설에 대한 비판을 비판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야기는, 세명의 여배우와, 죽은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것이 화자에 따라 각각 다른 이야기가 되어 전개된다. <나그네들>의 이야기와, <호텔 정원에서>와 <호텔정원에서 생긴 일>, 이 세가지 이야기가 각각 전개되고 나중에는, 이들이 모두 합쳐져 또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알고 보면 단순한 줄거리로 요약될 수 있는 이야기인데, 화자가 달라짐으로써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내내 헷갈렸다 (--). 오죽하면 노트를 펼쳐놓고 극중 인물들을 하나하나 그려놓고 대조까지 했을까? 마치 4권의 책을 읽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복잡하지만, 그 복잡함에서 또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었던 소설이라 생각된다. 혹여 지금까지의 온다리쿠의 소설과 같은 가벼운 미스터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한번더 고려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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