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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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호프 자런의 '랩 걸'을 떠올린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는 오히려 랩걸보다 더 공감하며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천문학자로서의 고민 속에 나와 혹은 우리와 공통되는 고민들이 살짝살짝 보인다. 거기에 연구만 하느라 연구실에 틀어박혀 자기 분야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답답한 학자의 이미지와는 정 반대의 캐릭터가 보인다. 글 곳곳에 숨어 있는 문학과 영화와 음악과 대중문화가 좀더 가깝게 끌어당긴다.

참석자 중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사람은 유일한 학부생인 나뿐이었으므로, 기쁜 마음으로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외쳤다. 태양에서 IAU거리에 있는 지구에서부터 5AU거리의 목성으로 순간이동하는 주문을. 아주 짧고 간단한 문장이었다. "저요!" (P.19~20)

나는 언제나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고 믿는다. 나도 저자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마다 손을 번쩍 들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저 순간 "저요!"하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다들 짐작이 갈 것이다. 그녀가 두번째 '저요!'를 외쳤던 것처럼 나 역시 그런 시간을 거쳐왔다. 내가 그녀처럼 대단한 과학자나 알아주는 유명인이 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앞에 온 기회를 잡을 때가 있다. 나는 저자를 잘 모르지만, 어떤 성격일지 상상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책을 참 쉽게 썼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만큼 이 책은 잘 읽힌다. 과학적 지식만을 다루지 않고 과학자로서의 삶과 짧지 않은 기간동안 한국에서 과학자로 살아가는 삶을 잘 그려놓았다. 특히 와닿았던 부분은 우리나라의 많은 기록에 남아 있는 천문학적 관찰 기록들을 이야기하는 부분과 이소연 우주인의 이야기, 그리고 학생들의 글쓰기에 관한 부분이었다.


학문은 정제된 기록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발견한 것이나 실험한 내용, 조사 결과와 그에 관한 생각 등을 잘 정리해서 이름, 날짜와 함께 기록해두면, 훗날 누구라도 그것을 참조해 재현해보고 거기에 새로운 부분을 더해 다시 자신만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다른 학자들이 따라 해보았을 때 같은 결과가 재현되도록 레고 조립 매뉴얼처럼 정확하고 자세해야 한다.

학자들은 교류를 통해 지식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기록을 발표한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학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는 학자들과도 교류하기 위해서 편지 형식을 취했던 것이 오늘날 논문의 전신이다. 논문에서는 과거 다른 사람이 발견하고 연구하고 논했던 내용을 정확히 밝히며 인용한다. 남의 업적을 내 것인 양하는 태도는 국가나 가족에 대한 긍지를 느낄 때나 쓰는 것이요, 남의 글 베끼기는 타자 연습할 때나 하는 일이다.

학문할 때의 글은 형식도 갖추어야 한다. 다양한 공간과 시간을 넘어 그야말로 '누구나 읽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쓴이가 이미 갖추고 있는 명성이나 영향력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읽히고 판단 받을 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뛰어날지라도 형식만은 판에 박혀 있어야 한다. 이 연구를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혹은 마침내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는 적지 않는다. 시적 허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학생이라면 학문적 글쓰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문적 글쓰기는 유려한 글 솜씨를 요구하지 않는다. 연구 내용이 별것 아니더라도, 글이 서툴더라도, 남의 것을 베껴 열 쪽짜리 보고서를 쓰는 것보다 한두 쪽이라도 자신이 행하고 생각한 내용을 형식에 맞게 쓰는 것이 더 지적인 활동이다. 그것이 대학의 모든 강의에서 공통으로 배우는, 혹은 배워야 할, 대학생으로서의 기본 소양이다. (P.58-60)

좀 길게 인용을 하였다. 비단 이 내용은 대학생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의 글쓰기 또한 이와 같다. 대내외 문서를 작성하면 그 문서는 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애써 만들어 놓은 문서가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거나 현학적인 표현으로 인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학교에서부터 글쓰기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실수를 한다. 기안서나 제안서를 쓰고 계약서를 쓰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라 막막해한다. 이과생들의 글쓰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렇다고 문과생에게는 이런 문제가 없다고 할수는 없다. 막연하게 길어진 문장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했듯) 시적허용이 필요없는 문장을 써야 함에도 감성적인 단어를 마구 섞어놓기도 한다. 보고서라고 하기에 애매한 글들, 무엇을 기안하는지 제안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글에서 벗어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대학원생들은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 부모가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제 막 집중을 좀 해 보려는데 집에 갈 시간이라는 알람이 울리면 선뜻 손놓고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생각해보면 뛰쳐나가지 않은 날이 드물다. 왜 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에야 일어서는지. 엄마는 늘 뛰어다닌다. 그렇게 퇴근한 날은 읽고 있던 논문이나 책이 가방 가득 들어 있다. 부모 노릇도 연구자 노릇도 절반쯤만 할 수 있는 날이다. (P.77)

이 글을 읽는데 어찌나 공감이 되는지. 읽다 만 책과 자료를 바리바리 싸들고 퇴근하느라 핸드백이 아니라 무거운 백팩이어야 했고, 예쁜 구두보다 투박한 운동화일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저자가 아이를 재우고 마저 하려던 바램과는 달리 잠들어버렸듯이, 나 역시 그러한 시간을 보냈다. 대한민국의 위킹맘은 크든 작든 비슷한 일들을 겪고 사는 듯하다. 우주인 이소연에 관한 평가는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일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소연이 남자였더라도 그런 평가를 받았을까? 부모 중 누군가가 본인의 일을 잠시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것은 양육자로서의 의무다.(P.107) 엄마의 의무가 아니라.

저자의 글에는 우리나라의 우주과학의 미래를 위한 애정이 마구 묻어난다. 우주 탐사에 관한 정책은 특별한 정치색을 띠지는 않는다고 한다. 정계에서 과학자 집단에 요구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나 국민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해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과학이든 기술이든간에 자기네가 하지 않으면 다 혈세 낭비라고 몰아붙이고, 해 준것은 없으면서 공은 자기들에게로 돌리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그들을 추종하는 자들의 억지 선동)가 자주 보이던데....나의 기우이길...

우주탐사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고 한다. 저자는 비전을 제시하는 자문단도, 정책을 만드는 전문가도, 그것을 승인하는 최고결정권자와 국회, 공무원들, 그리고 우주탐사를 지지하고 애정어린 눈길로 봐주는 국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우주탐사가 늦어지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발걸음을 더 떼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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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고정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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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의 제인 오스틴 전집을 구입한 지는 조금 되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읽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다 이번에 드디어 읽었다. 함께 읽는 독서동아리가 없었다면 아직도 책장 한켠에 놓여있을 책이었을 수도 있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부유한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p.11)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 그 독신 남성은 부유하고 멋있고 모든 걸 갖추었겠지? 그와 관계가 있을 그녀는 아마도 제법 똑똑하고 괜찮은 미모를 지녔을 것이며, 대신 집안 형편은 좀 딸릴 수 있겠네. 나의 이 생각은 이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일단 맞아떨어지는 설정이었다. 어린 시절 하이틴 로맨스와 할리퀸 로맨스 시리즈를 모두 섭렵한 이래(그때가 초등 5학년 경부터 중등 3학년 즈음까지였다) 이런 류의 로맨스 소설은 가능한 안 읽을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아, 그래도 읽다보면 좀 다르지 않을까? 사후 2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책이니까. 그래서 계속 읽어가기 시작했다. 베넷 부인과 베넷 씨가 네더필드 파크에 이사 오는 빙리 씨를 두고 자신의 딸들이 결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화자는 베넷 씨를 예리한 지성, 냉소적인 유머, 내향적인 기질, 충동적인 변덕이 기묘하게 섞여 있어서 그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에 반해 베넷 부인은 비해력도 떨어지고, 견문도 좁고, 오로지 딸들을 출가시키는 일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각자 독특한 자기만의 개성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등장하지만 어느 하나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책 속 배경이 되는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적 조건 등은 지금 보면 고루하고 갑갑한 것임에도 술술 읽히는 것은 그런 인물들이 자기 역할을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베넷 씨에게는 다섯 명의 딸이 있다. 제인은 아주 아름다운 아가씨이고, 리지(엘리자베스)는 인물은 제인보다 못하고 싹싹하지도 않지만 예리한 면이 있고 똑똑한 딸이다. 메리, 리디아, 키티는 베넷 씨 생각에 멍청한 아이들일 뿐이다. 물론 부모로써 딸들을 사랑하긴 하지만 말이다. 네더필드 파크에 온 빙리 씨는 무도회를 열었고, 거기에서 빙리 씨의 친구인 다아시 씨가 주목을 받았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 품위 있는 태도 때문이었지만 곧 고약한 태도로 인해 급격히 인기가 떨어지고 만다. 엘리자베스 역시 다아시 씨와 빙리 씨의 대화를 듣다가 그에 대한 나쁜 감정을 갖게 된다.

무도회와 정찬 초대 등을 통해 다양한 이웃 간의 교제가 이루어진다. 제인과 엘리자베스도 네더필드의 여자들(허스트 부인과 빙리 양)과 교제를 한다. 빙리 양은 제인의 상냥한 태도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였다. 제인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스러운 태도를 취하며, 누군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바꾸는 일을 어려워할 만큼 마음도 얼굴만큼이나 아름다웠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빙리 양을 비롯한 그쪽 가족들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거만하게 구는 것이 못마땅해하였다. 그나마 빙리 씨가 제인을 향해 보여주는 친절과 호감 때문에 그들도 예의상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샬럿(엘리자베스의 친구)은 이렇게 말한다. "결혼 생활에서 행복이란 순전히 운에 달렸어. 서로의 기질을 속속들이 안다거나 원래부터 아주 비슷했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건 아냐. 기질은 세월이 지나면서 계속 달라져서 결국은 서로 부딪치게 되지. 인생을 함께 보낼 사람이라면 결점은 되도록 모르는 게 좋아."(p.38)

배넷 씨의 다섯 딸은 물론이고,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남녀가 결혼을 하기 위해 상대를 물색하고 청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결혼은 신분 상승 혹은 경제적 여건이 달라질 수 있는 해법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샬럿의 결혼관은 마땅해보인다.

무도회 이후 엘리자베스는 다아시 씨에 대해 오해의 폭을 계속 넓혀가는듯하다. 내가 보기에는 다아시 씨가 계속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은데 엘리자베스는 왜 모를까? ^^;

나도 '첫인상'이 꽤 오래 가는 편이다. 처음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던 사람은 늘 일정 정도 벽을 쳐놓게 된다. 어떤 커다란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첫인상이 바뀌기에는 어렵다. 아마도 엘리자베스 역시 그랬을 것 같다. 제인이나 엘리자베스에게 좀더 교양 있고 우아한 엄마와 동생들이 있었다면 그들의 인생도 달라졌을까? 평판이란 것이 그렇게 중요한 시대처럼 말하지만 결국은 남자의 평판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콜린스 씨나 위컴 씨 같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게 되는 과정을 보아도 그렇다. 나라면, 그런 사람의 '과거'라면 그를 좋은 사람으로 절대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유산을 상속받거나, 빚을 탕감하게 되고 '결혼'을 함으로써 모든 게 용서(?)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때문에 도망간 여자는 손가락질을 받지만, 사랑때문인지 돈때문인지 이유도 불분명하게 도망간 남자는 그다지 평판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엘리자베스나 제인이 엄마와 동생들 때문에 별볼 것 없는 가문의 딸로, 곁에 있는 이들이 결혼을 반대하는 것도 정당하게 변명이 되는 상대로 보여지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엘리자베스는 위컴 씨, 콜린스 씨, 다아시 씨 앞에서도, 그리고 숙부인 앞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법한 캐릭터다. 현실에서도 그렇게 당당하게 표현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비록 시대나 사회적 상황이 지금과는 다르다고 하여도 엘리자베스 같은 당당한 여성상이 요구되는 지금에도 많은 이들이 재미있게 읽는구나 싶었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가문이 지체없는 가문이라 하여도 사랑 앞에서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마도 엘리자베스의 마음을 흔들었지 않을까? 오해와 착각으로 인해 꼬이고 꼬인 인연의 실타래를 푸는 데에는 그들의 솔직함, 그들의 진실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제인 오스틴의 책을 몇 권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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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연결하라 - 일의 세계가 즐겁게 바뀐다
멜라니 A. 카츠먼 지음, 송선인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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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의미와 기쁨을 되찾는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다. '일'에서 어떻게 보람을 찾을 것인가 하는 것. 이 책은 총 7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존경심 쌓기, 모든 감각 활용하기, 호감 가는 사람 되기, 충성심 기르기, 갈등 해결하기, 두려움에 맞서기,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그것이다.

많은 조직에서 구성원 사이의 상호작용이 직접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같은 방 안에 있더라도 기계로 소통을 하거나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한다. 그래서 빠른 피드백은 필수이다. 관계를 즉시 개선하는데는 웃음이 좋은 방법이다. 웃음은 전두엽을 활성화하고 웃음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웃는 사람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어느 연구에 의하면 웃는 사람들이 더 호감이 가고, 공손하며, 심지어 유능하게 보인다고 한다. (p.27)

직장에서의 예의범절은 전과 비교하여 훨씬 더 중요해졌다. 직장에서의 관계를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탁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명령하고 통제하는 지시에 반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하니 명심할 것!

직장에서 만족감을 높이려면 칭찬을 아끼지 말고 전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칭찬을 받는 사람은 칭찬 받을 자격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 근거 없는 칭찬은 아첨으로 여겨지며, 진정으로 인정받을 만한 노력을 했을 때 오히려 그것의 진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부정적인 발언 한 번으로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려면 긍정적인 발언 다섯 번이 필요하다고 한다. 동료의 특별한 기여에 감사하며 칭찬을 하자. 칭찬은 미루지 말고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칭찬의 효력이 높아지려면 칭찬을 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높이 평가하는 가치를 칭찬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칭찬제도를 아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전 직원이 함께 보는 업무 일지에 공개적으로 칭찬글을 작성하여 칭찬을 한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에는 서로 칭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서로를 칭찬하는 것을 어색해하던 직원들이 이제는 장점을 찾아내고 고마운 일을 찾아내어 서로 격려하고 칭찬을 나누고 있다. 여기에 칭찬 받는 직원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공유하게 된다면 칭찬의 기술이 더욱 좋아질 것이다.

동료의 시간 관리를 돕는 방법으로는 동료들이 계획안을 보내거나, 요청하거나, 공지를 보냈을 때 확인했음을 알리는 것이다. 당신이 상사라면 보고서를 받고서도 아무런 피드백을 하지 않는 무신경하고 무능한 관리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즉시 취할 수 없는 요청이 있다면 '받았다'는 답장과 언제 끝낼 수 있는지 예상 날짜를 적어 보내는 것이 좋다.

잘 들으려고 노력하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경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제1부와 제2부에서는 우리가 동료로서 존중받고,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배려하고, 조직 구성원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듬을 수 있는 조언을 했다면 제3부에서는 나를 바꿔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나와 소통하고 싶어하게 만드는 것이다.

먼저 자리를 지키며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만 딱 맞춰 도착하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한다. 직장에서 특정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지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학습된 무기력으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습된 무기력으로 발생하는 수동적 행동을 줄이는 방법은 바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사건을 직접 통제하지 못하더라도 그 일이 언제 일어날 지 예측할 수 있으면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정보가 있다는 것은 선택의 영역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 그러나 알면 좋은 정보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의 의사 소통 방법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때때로 직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안전하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개인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질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좋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소문을 퍼뜨리지 않아야 한다.

4부로 넘어가면 우리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동료들과 서로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료들이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와 일의 전후사정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등 직원들의 스트레스트를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5부에서는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감정이 고조되면 일이 복잡해진다. 사람들 사이의 불필요한 분열과 추측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동료의 감정을 읽어낸다. 그리고 사과할 일이 있다면 바로 사과를 하고 솔직해져야 한다. '방 안의 코끼리'를 밝히는 것도 좋은방법이다. '방 안의 코끼리'는 정해지지 않은 이슈를 뜻한다.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잠재적 결과가 두려워 논의하지 않는 상황이나 질문, 문제, 혹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슈를 나타내는 용어다. (p.276) 코끼리의 존재는 느끼지만 그것을 부정할 때는 해결 방법이 없다. 우선 코끼를 찾아야 한다.

6부에서는 두려움에 맞서는 법을 7부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의 내용 역시 많은 자기계발서 혹은 경제경영서가 그러하듯이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다룬다. 우리는 '기본'만 잘 지켜도 이겨낼 수 있는 것들이 많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는 절대 혼자 일할 수 없다. 함께 함으로써 나의 일에 대한 만족도와 즐거움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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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 엄마를 위한 작은 책
리즈 클라이모 지음, 정영임 옮김 / 북극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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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짧거나, 고유명사로만 되어 있을 때 검색이 어렵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다. "엄마 엄마", 또는 "엄마! 엄마"로 검색하면 네이버 글감에서 이 책을 찾을 수 없다. 이 책을 검색하기 위해서는 "엄마를 위한 작은 책"을 검색해야 한다. 알라딘에서 찾아보니 자동완성기능으로 이 책이 나오기는 하지만 단어를 쓴 다음 검색을 클릭하면 이 책이 바로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여러모로 아쉬운 지점이다.

이 책은 작은 소설책 정도 되는 사이즈의 그림책이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 그림책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당신은 엄마예요"로 시작한다. 당신은 정말 많은 그림책을 읽어 줬을 것이라며 만약 아직 안 해 봤다면 많은 책을 읽게 될 거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아이가 태어난 후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엄청 많은 그림책을 읽었다.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한 그림책이었지만, 읽으면서 내 자신에게 힐링이 되고 감동을 주는 그림책도 많이 많았다. 아이를 키우고, 아이의 육아를 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그림책을 읽을 일이 생긴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당신이 당신의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읽었다면, 이 그림책은 당신을 위한 그림책이다.


엄마가 되는 일은, 나이를 먹는 것처럼 그냥 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이는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기도 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세상 모든 일은 건 by 건이나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엄마가 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일 중에 하나다. 갓 태어난 아이는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나고 몇 주간은 아주 힘들 것이다. 다행히(!!) 모두 당신에게 조언해 준다. 아.... 저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아이를 낳고 처음 엄마가 된 사람들은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도 많이 겪게 된다. 당연하다. 처음이니까. 우리 주변에는 이미 그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도움을 준다. 때로는 자신의 방법을 강요하는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잠을 푹 잘 수 있는 시간도, 나만을 위한 시간도 없을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단계를 여러 동물들의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엄마들은 다들 공감할 내용이다. 말을 하기 시작한 아이,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점점 제멋대로인 아이, 배움의 시간을 갖는 아이를 차례차례 만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곧 십 대가 될 것이다.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림책을 보는 동안, 지나온 시간들이 주루룩 흘러가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엄마들이 존재한다. 책은 엄마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왜냐면 엄마가 하는 말들은 다 아이들이 하는 말이 되니까.

며칠전부터 읽었던 청소년을 위한 위로의 책에 이어, 이 책을 읽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고보니 수많은 엄마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공감의 책이 바로 이 책인 듯하다. 엄마들은 강해야 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다그치지 않는 그림책이다. 그림과 글에서 작은 위트를 느끼기도 한다. 슬그머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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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 언택트 미술관 여행 EBS CLASS ⓔ
정우철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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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교양강좌로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을 진행한 후 후속작업으로 출간한 책이다. 프롤로그에 보면 "한때 제가 미술을 해설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나의 해설 방식이 옳은 걸까? 만약 틀린 거라면 어쩌지? 그런데 화가의 삶을 공부하면서 문득 머릿속 안개가 걷히듯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어요. 누구도 타인의 삶에 대해 옳고 그름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이 책에서 소개하는 화가들의 이야기를 조금 해 볼까요? 그들은 때로 당대인들에게 날선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성 화가들이 답습해 온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P.7)라는 말이 나온다.


아마도 그의 미술 작품 소개 방식이 조금 낯설었거나 기존의 도슨트와는 달랐기 때문에 찬사도 받았지만 그에 대한 공격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나도 미술관을 자주 가려고 하는 편이지만 '도슨트'가 있는 시간에 맞출 수 없어서 생생한 현장의 느낌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음... 생각해보면, 마치 경주에 가서 외국인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통역사와 비슷하지 않을까? 어떤 통역사인가에 따라, 통역사의 의식 수준에 따라 설명하는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예술작품을 대하는 자세에 정답이란 것이 있을까? 작품 앞에 서서 각 개인이 느끼는 감상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관련 서적을 수시로 읽어보는 이유도 그중 하나이다. 이 작가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그 작품에는 어떤 스토리가 녹아있을까 기대를 안고 읽게 된다.


 

이 책에는 구스타프 클림프, 툴루즈 로트레크, 알폰소 무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클로드 모네를 소개한다. 그동안 미술관련 서적을 찾아서 읽거나 전시를 할 때는 관람도 했기 때문에 낯선 화가들이 아니다. 특히 알폰소 무하와 클림트의 그림은 꽤 좋아하는 편이다. 이야기하듯이 쓴 글이 정우철의 강의나 도슨트를 연상시킨다. 화가나 작가가 작품을 그리거나 쓸 때 그에 얽힌 뒷이야기를 아는 것은 은근한 재미이다.

체코에서 나고 자랐던 알폰소 무하나 노르웨이출신 에드바르트 뭉크처럼 파리로 가서 그림을 배우고 새로운 세상을 접했던 것과는 달리 클림트는 빈에서 평생을 보내어 '빈의 화가'라고도 불린다. 클림트의 그림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키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클림트가 그린 풍경화도 있다. 클림트의 풍경화는 1:1 정사각형으로 그려진 게 특징이며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거의 일본 우키오에의 영향을 받는다. 클림트의 작품 중에서는 그의 유작 <신부>나 <삶과 죽음>같은 그림을 보면 낯선 동양의 색채에서 영감을 받아 화려한 색채와 어두운 색채를 배치하고 있다.

틀루즈 로트레크의 그림은 가끔 접한 적은 있지만 그렇게 마음에 들어했던 작품은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로트레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로트레크 역시 일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으며, 포스터의 선구자라 불리는 로트레크의 기법은 평면적인 포스터에 입체감을 주고 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바로 로트레크의 <54호실의 여인>이라는 그림이다. 로트레크는 하층민의 삶, 그 중에서도 매춘부를 많이 그렸다.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 화가!!! 였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로트레크, 그리고 외면당한 사람들을 주목하는 그의 시선은 남부러울 것 없는 귀족사회에서 태어났지만 장애를 갖고 태어남으로써 철저히 소외당했던 로트레크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알폰소 무하 역시 일본의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다. 세로로 긴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알폰소 무하의 그림 스타일은 <세일러문>이나 <카드캡쳐체리>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타로의 그림에서도. 몇년 전 일본에서 카드캡쳐체리 전시를 보았을 때 알폰소 무하를 떠올렸었다. 그의 그림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알폰소 무하는 포스터를 끊임없이 그렸다. "포스터는 더 많은 대중을 계몽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일하러 가는 그들은 멈춰 서서 포스터를 보게 될 것이고, 정신적인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거리는 누구에게난 열려 있는 전시장이 될 것이다. "(P.176)

무하의 아르누보 대표작으로는 <황도십이궁>과 <사계>를 들 수 있다. 사라 베르나르를 모델로 하여 그린 <황도십이궁>은 달력이었다. <사계>시리즈는 포스터는 아니었지만 가게나 집 유리에 뭍이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파리를 떠나기 전 무하는 자신의 디자인 작업을 모아 책으로 펴낸다. 책 한 권이면 무하의 그림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하는 슬라브 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연작 <슬라브 서사시>를 그리기 시작한다. <슬라브 서사시>는 20점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연작으로 무려 20년에 갈쳐 그린 대작이다. <슬라브 서사시>가 완성되어 사람들에게 공개되었을 때 슬라브 민족의 민족성을 깨닫게 하였고 자긍심을 갖게 하였다고 한다.

모딜리아니는 아프리카 미술에 깊이 빠졌으며 브랑쿠시의 조각작픔에서 영향도 받았다. 아몬드 모양의 눈과 긴 코, 긴 얼굴 모양까지 모딜리아니의 그림에 개성을 부여하는 얼굴 모양이 그 특징을 갖추어간다.

"모네는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을 변형하고 재구성하거나 밖에 나가 자연물을 관찰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 속에서 특징을 찾아내 자기만의 시선으로 표현했던 화가였다."(P.268)

이 책에서 소개하는 화가들의 이야기는 새롭거나 완전히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관련해서 작품을 보거나 미술교양서적 등을 읽은 분이라면 이 책이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깊이있게 알 필요는 없지만 작품과 화가에 대해 조금 알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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