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평점 :
3년 전, 한중통번역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 그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들으면서, 중국어린이문학의 번역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앞으로의 전망을 볼 때 분명 중국어린이문학이 많이 번역, 소개될 것이다. 그러니 그쪽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나의 말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작품들이 하나 둘 소개되는 것 같다. 바로 이 책도 중국작가의 책이다. 작가의 국적을 그리 크게 생각지는 않지만, 책 속에서 국가적 특색이 진하게 나타날 때나 분위기가 조금 다를 때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된다.
장미별장의 쥐라. '장미별장'과 '쥐'는 이미지상으로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도대체 장미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장미 할머니가 살고 있는 별장은 하얀 장미로 뒤덮인 운치있는 별장이다. 별장의 백장미와 초록 잎사귀는 붉은 장미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할머니의 외로움을 나타내기도 하고, 상처 받은 자들이 쉬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의 역할을 부여받은 듯도 하다. 장미할머니는 이 별장에서 상처입은 달팽이나, 새, 강아지, 젊은이 등을 돌봐 주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고 혼자 있다. 그곳에 떠돌이 쥐 쌀톨이가 찾아온다.
쌀톨이는 떠돌이 생활을 끝내기로 하고 할머니의 집에 오게 된다. '함께 겨울을 보낼 친구가 생겨서 할머니는 몹시 기뻤'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쌀톨이는 지하창고에서 술에 취해 살아간다. 술 취한 쥐라니 좀 당황스럽긴 했다. 술에 취해 쓰러진 쌀톨이를 죽은 줄 알고 묻어주려던 장미할머니의 눈물을 보고 쌀톨이는 감동을 받게 된다.
나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렇게 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쌀톨이가 할머니를 떠나는 것은 고양이 뚱이 때문이다. 뚱이도 할머니와 함께 살고 싶어서 왔지만, 고양이와 쥐를 한집에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 할머니 때문에 뚱이는 심술을 부리다가 다치게 되고 그런 뚱이를 치료해주는 할머니를 본 쌀톨이는 할머니를 떠나게 된다.
쌀톨이 이전에 할머니의 별장에 왔던 그들처럼, 쌀톨이도 할머니를 떠난다. 만남에는 반드시 이별이 있기 마련이라고 해야 할까? 늘 장미할머니를 그리워하던 쌀톨이가 장미별장으로 돌아갔을 때, 쌀톨이는 뚱이와 함께 긴긴 눌물을 흘린다. '오래 전 할머니가 자기를 위해 눈물을 흘렸던 그때처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할머니는 아무리 하찮은 동물일지라도 거두어 먹이고 입혔다. 뚱이와 쌀톨이가 싸울까봐 집에 들이지는 못했지만, 밤마다 심술을 부리는 뚱이를 나무라지 않았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입장을 생각해 별장을 떠났던 쌀톨이. 그리고 마지막까지 할머니 곁에 있었던 뚱이.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긴박감이나 교훈을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가슴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내 생을 마감했을 때 나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는 친구 하나 곁에 남는다면 그것 또한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쌀톨이는 장미할머니를 그리워하다 다시 장미별장으로 돌아온다. 다른 이들이 장미별장을 떠나 다시 오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734914354414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