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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ㅣ 그림책 보물창고 51
케이트 뱅크스 지음, 신형건 옮김,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의 실수를 늘 발견하게 된다. 실수란 무엇인가, 바로 조심하지 않아서 잘못한 것을 말한다. 조심했더라면, 조금만 신경을 더 썼더라면, 집중했더라면, 잘못하지 않았을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의 실수를 바로 잡아주려고 하는데 그 방법이 때로는 아이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조심스럽지 못한 아이라는 오명을 씌우기 쉽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인데 유독 우리 아이에게만은 더 엄격하게 하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모들도 많아서 문제긴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을 때와 달리 이제 조금 컸다고 제 스스로 하는 것들이 많아진 요즘, 나는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아이의 실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하는 것이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한솔이가 "나는 아무 것도 못해. 잘 못해. 할 수 없어.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어."라며 자책을 한다. 왜 그럴까? 나는 한솔이에게 네가 못한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이건 이러니까 잘못한 거야 다시 해보자."라는 말 끝에는 꼭 저런 식의 반응이 온다. "아, 이렇게도 할 수 있네. 한솔이 생각도 맞지만,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둘러말해야지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다시 이렇게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면 더 좋을텐데...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일단 제목이 "실수해도 괜찮아"니까, 아마도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겠지?
이 그림책에는 연필에 달린 지우개 셋이 나온다. 숫자에 밝은 악어는 삐뚤빼뚤하거나 거꾸로 쓰인 숫자를 지우기도 하고 틀린 계산 속 숫자를 지우기도 한다. 글자와 낱말을 잘 알고 있는 부엉이는 거꾸로 쓰이거나 엉뚱한 곳에 들어간 낱말, 그리고 크기가 제맘대로인 글자들을 지운다. 돼지는 먹는 것을 좋아해서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지운다. 지우개들은 아이의 책상 가장자리에 앉아 모래밭이 있는 바닷가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길을 조금만 지우려다가 악어가 그만 길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실수를 한다. 부엉이와 돼지는 악어를 달래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거라며 위로를 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7349143569806.jpg)
아이는 파도를 그리고 섬을 그리는데 육지로 돌아가는 다리를 그리다가 실수를 하게 되고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된 아이는 종이를 꾸깃꾸깃 뭉쳐서 버린다. 종이 속에 함께 들어가 있던 지우개들은 어떻게 될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7349143569807.jpg)
다시 돌아온 아이는 바닷가 표지판을 그리고, 배를 그려서 지우개들을 구해낸다. 아이가 자신이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종이를 구겨버렸지만 다시 수정하고 큰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지우개들은 아이의 그림 속에서 약간의 모험을 하는데, 그 모험의 끝은 아이가 자신의 실수를 바로 잡는데서 끝난다.
솔직히 말해서, 이 그림책은 조금 애매하다. 제목이나 글의 내용으로 봐서는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그 실수는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인데, 지우개가 했던 실수나 아이의 실수가 아이의 머리 속에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악어지우개가 길을 조금만 지우려다가 다 지워버린 것, 아이가 육지로 돌아가는 다리를 그리다가 그만 둔 것이 그다지 큰 실수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실수란 이런 작은 것들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책이 보여주고자 했던 주제를 명확하게 알기는 힘들다. 내가 생각하는 '실수'와 작가가 생각하는 '실수' 사이에 거리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