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두 바퀴로 대한민국 한 바퀴/먹지 않고는 못 참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먹지 않고는 못 참아?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6
팻 플린 지음, 김호정 옮김, 톰 젤렛트 그림 / 책속물고기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먹는다는 건 사람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우리 몸을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양만큼 먹지 못했던 시절에는 살기 위해 먹었다면, 몸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더 먹어서 문제가 되곤 한다. 그 결과는 '비만'이나 다양한 질병으로 나타나곤 한다. '비만'의 원인을 꼭 많이 먹어서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이 먹는다는 것은 상대적이다. 어떤 사람은 많이 먹으면서도 아주 많이 말랐고, 어떤 사람은 적게 먹으면서도 뚱뚱하다. 눈으로 보이는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원하는 만큼 먹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매튜는 먹는 것이 사는 낙이다. 먹는 것은 자신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는 일이고, 바쁜 엄마를 귀찮게도 하지 않는 착한 아들로 살아가는 길이며, 행복이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자신을 뚱뚱하다고 놀리고, 친구 하나 없이 외로워도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 매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하던 매튜가 쓰러져 기절을 하고 병원에서는 당뇨병일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는다. 책에서는, 매튜가 쓰러진 이후 엄마가 자신의 일을 줄이면서까지 매튜의 식사에 신경을 쓰고, 운동을 시키는 등 행동의 변화가 일어난다. 약간의 생략과 비약이 있었으리라 짐작이 되는데, 자신의 아이가 고도비만에, 당뇨병일지도 모르며 학교생활조차 어려울 만큼(달리기 몇 바퀴에 쓰러져 기절을 할만큼) 허약햐졌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의사의 충고도 있었을 것이고, 자신이 그동안 일을 하느라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생략되었지만 짐작이 가능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렇게 자신의 일을 줄이면서까지 아이의 생활에 관여할 수 있는 엄마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부분이 좀 서글프다.

 

어쨌든, 엄마의 변화를 쉽게 받아들인다. 사실, 이런 일도 현실에서는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지 않는 한 일어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엄마가 만든 맛없는(그러나 영양학적으로는 아주 우수한) 음식을 먹고, 엄마와 함께 원반 던지기 같은 것도 한다. 매튜의 성격이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모난 성격이 아닌 아니란 것은 이야기 전반을 통해 알 수 있다. 매튜가 뚱뚱하다고 놀리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매튜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정말 싫은 친구인데 단지 초코우유가 당첨되었다고 해서 좋아할 아이들이 있을까? 매튜는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고, 친구도 없는 외로운 아이지만, 그렇다고 친구들이 모두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친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매튜는 자신이 늘 먹던 음식을 멀리 하고, 엄마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작은 움직임이지만 조금씩 운동도 함으로써 건강해진다. 매튜에게 필요한 것은, 음식이 주는 행복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그런 매튜도 한순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케일라가 자신을 이용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실감을 다시 먹을 것을 통해 보충하고자 한다. 매튜는 어렵게 먹을것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났지만 다시 되돌아가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먹을 것 앞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 생활의 리듬을 깨버리는 것은 그것을 지키는 것보다 항상 힘들다. 이 책은 그런 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매튜는 뚱뚱하지만 멋진 여자친구와 사귀게 됨으로써, 외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매튜가 여전히 먹을 것만 좋아하고 체육시간에는 뛰지 않고 쉬고 있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뚱뚱하지만, 성격이 좋고, 또 체육시간이 힘들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또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면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한가지 매력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진 것들때문에 좋아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날씬해지면 멋진 여자친구가 생긴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힘들지만 용기를 내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수해도 괜찮아 그림책 보물창고 51
케이트 뱅크스 지음, 신형건 옮김,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의 실수를 늘 발견하게 된다. 실수란 무엇인가, 바로 조심하지 않아서 잘못한 것을 말한다. 조심했더라면, 조금만 신경을 더 썼더라면, 집중했더라면, 잘못하지 않았을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의 실수를 바로 잡아주려고 하는데 그 방법이 때로는 아이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조심스럽지 못한 아이라는 오명을 씌우기 쉽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인데 유독 우리 아이에게만은 더 엄격하게 하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모들도 많아서 문제긴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을 때와 달리 이제 조금 컸다고 제 스스로 하는 것들이 많아진 요즘, 나는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아이의 실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하는 것이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한솔이가 "나는 아무 것도 못해. 잘 못해. 할 수 없어.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어."라며 자책을 한다. 왜 그럴까? 나는 한솔이에게 네가 못한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이건 이러니까 잘못한 거야 다시 해보자."라는 말 끝에는 꼭 저런 식의 반응이 온다. "아, 이렇게도 할 수 있네. 한솔이 생각도 맞지만,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둘러말해야지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다시 이렇게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면 더 좋을텐데...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일단 제목이 "실수해도 괜찮아"니까, 아마도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겠지? 

이 그림책에는 연필에 달린 지우개 셋이 나온다. 숫자에 밝은 악어는 삐뚤빼뚤하거나 거꾸로 쓰인 숫자를 지우기도 하고 틀린 계산 속 숫자를 지우기도 한다. 글자와 낱말을 잘 알고 있는 부엉이는 거꾸로 쓰이거나 엉뚱한 곳에 들어간 낱말, 그리고 크기가 제맘대로인 글자들을 지운다. 돼지는 먹는 것을 좋아해서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지운다. 지우개들은 아이의 책상 가장자리에 앉아 모래밭이 있는 바닷가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길을 조금만 지우려다가 악어가 그만 길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실수를 한다. 부엉이와 돼지는 악어를 달래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거라며 위로를 한다. 



아이는 파도를 그리고 섬을 그리는데 육지로 돌아가는 다리를 그리다가 실수를 하게 되고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된 아이는 종이를 꾸깃꾸깃 뭉쳐서 버린다. 종이 속에 함께 들어가 있던 지우개들은 어떻게 될까? 



다시 돌아온 아이는 바닷가 표지판을 그리고, 배를 그려서 지우개들을 구해낸다. 아이가 자신이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종이를 구겨버렸지만 다시 수정하고 큰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지우개들은 아이의 그림 속에서 약간의 모험을 하는데, 그 모험의 끝은 아이가 자신의 실수를 바로 잡는데서 끝난다.  

솔직히 말해서, 이 그림책은 조금 애매하다. 제목이나 글의 내용으로 봐서는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그 실수는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인데, 지우개가 했던 실수나 아이의 실수가 아이의 머리 속에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악어지우개가 길을 조금만 지우려다가 다 지워버린 것, 아이가 육지로 돌아가는 다리를 그리다가 그만 둔 것이 그다지 큰 실수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실수란 이런 작은 것들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책이 보여주고자 했던 주제를 명확하게 알기는 힘들다. 내가 생각하는 '실수'와 작가가 생각하는 '실수' 사이에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호인 2010-07-0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수는 쉽게 눈에 띄지만 잘한 일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성향이 많습니다.
잘한 일에 대한 칭찬이 실수해도 괜찮아를 반대로 생각하면 되는 일입니다.
잘한 일을 칭찬하는 일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

하양물감 2010-07-06 13:5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잘한 것을 칭찬하는 일....알고 있으면서도 잊고 있었던 것이네요. 다시 한 번 아이를 대하는 내 태도를 되돌아보아야겠어요. 전호인님 감사합니다.
 
진짜 나무가 된다면 - 2010년 제16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37
김진철 글.그림 / 비룡소 / 2010년 5월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한솔이가 메밀 씨앗을 화분에 심었고, 그것이 싹을 튀우고, 어느새 꽃을 피웠다. 메밀 씨앗은 생각보다 커서 모양을 관찰하기가 좋았고, 물과 햇빛에 의해 쑥쑥 자라났다. 그것을 지켜 본 한솔이는 씨앗이 자라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이 피면 나중에는 또 열매가 나고 다시 씨앗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로 수백번을 설명해주는 것보다 직접 해본 경험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으로 알게 되는 자연의 순리도 있지만, 그림과 글로 표현된 책(지식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책과는 별개이다)을 통해 감성적인 면을 충족시킬 수도 있다. 다양한 책들이 있지만, 나는 이번에 이 책 [진짜 나무가 된다면]을 한솔이와 같이 읽었다.



처음에 한솔이는 제목과 새싹을 보고, "새싹은 진짜 나무가 되는데요."라고 말하며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첫 페이지의 글을 읽고는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이대로 작고 여린 풀잎일지 아니면 씩씩하고 튼튼한 나무일지" 모르는 새싹. 새싹이 모두 나무일 수는 없다는 생각, 한솔이가 키운 새싹도 나무가 아니라 풀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잎이 나고 꽃이 필수도 있지만, 이 작은 새싹은 자신이 나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진짜 나무,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의 역할을 해낼 큰 나무가 되기를 바란다.


햇살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 진짜 나무가 되면, 외로운 사슴에게 어깨도 내어 주고, 둥지가 필요한 새들에게 겨드랑이를 벌려줄 거란다. 봄이 오면 알록달록 향기나는 꽃을 피워 여행을 보내기도 할거한다. 새싹이 꿈꾸는 미래는 그런 거였다. 크고 우람한, 나무가 되어 자신을 뽐내고 싶은 게 아니라 그렇게 세상에 필요한 나무가 되고 싶어한다.


땅위의 아이들이 걸려넘어지지 않게 뿌리는 땅속으로 내리고, 땅속 친구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무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이 되면 탐스러운 열매도 맺어주고, 단풍과 낙엽을 떨어뜨려 소리도 내어본다.


겨울이 오면 하얀 눈을 덮고 잠시 사라지겠지만, 다시 봄날이 오면 새순을 틔울것이다.

새싹이 가진 원대한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비록 새싹이 나무가 되지 않는다해도, 그 꿈만큼 세상을 또 아릅답고 멋지게 상상해낼 것 같다.



아이들에게 새싹의 꿈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줄 것이다. 한솔이는 이렇게 큰 나무가 되면 참 좋겠다고 말하며 책장을 덮었지만, 작은 새싹이 풀잎이 될 수도 큰 나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꾸는 꿈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들 말한다. 거기에 이 새싹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미래를 꿈꾼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달에 한솔이는 메밀 씨앗을 심었고, 그 씨앗은 싹을 튀우고, 자라서 꽃이 피었다.

씨앗 하나가 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을 그렇게나마 관찰을 했던 한솔이는, 매일 물을 주면서 잎이 시들시들하지는 않은지, 꽃이 몇 개나 피었는지를 살펴본다. 언젠가 집앞에 자생적으로 피었던 민들레를 할아버지가 뽑아버렸을 때 섭섭해하던 한솔이. 제 스스로 씨앗을 심고 꽃이 피우면서 또다른 즐거움이 생긴 것이다.

 

이번에 '안의 씨앗'이라는 책을 보여주면서, 씨앗이 자라는데 무엇이 필요한 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한솔이가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에 동화가 겹쳐지면서 더 효과적인 이야기 읽기가 된 것 같다. 씨앗을 받아 든 동자승들이 어떻게 하면 싹을 튀울까 고민하는 모습 다음에 눈 내리는 바깥 풍경이 보여진다. 본은 괭이를 찾고, 정은 화분을 고른다. 그런데 안은 씨앗을 작은 주머니에 넣어둔다.

 

본은 눈덮인 땅 속에 씨앗을 묻고, 정은 연꽃에 관한 책을 읽는다. 안은 자신이 해야 하는, 그리고 평소에 하는 일을 한다. 성급하게 씨앗을 심은 본은 씨앗의 싹을 튀우지 못했고, 정은 책에서 본대로 화분에 흙을 넣고 씨앗을 심은 다음 따뜻한 곳에 두었지만, 금으로 만든 화분에 옮기고 뚜껑을 덮은 것때문에 죽고 말았다. 안은 봄이 오자 연못 한쪽에 씨앗을 심었고 꽃을 피운다.

 

세 동자승들이 하는 행동은 비단 식물을 키우는 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세가지 유형을 나타낸 듯하다. 일의 선후를 따지지 않고 성급하게 행동한 본, 책의 지식과 정보를 이용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정, 그리고 때를 기다려, 그것이 있어야 할 곳에 심은 안의 행동은 우리들의 행동과 생각을 되돌아보게 한다.

 

모든 것은 있어야 할 자리가 있고, 해야 할 때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쫓아 성급하게 행동하는 모습의 현실의 정치적 이슈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인간의 오만함이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도 알게 한다. 아름다운 화분에 심었지만, 정작 씨앗이 필요로 하는 햇빛과 물을 얻지 못한 정의 씨앗에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닫는다.

 

봄을 기다려 연꽃이 자라기 좋은 연못가에 씨앗을 심은 안을 봐라. 적당한 때와 적당한 장소, 그리고 씨앗을 싹튀우는 자연의 힘. 우리는 그것을 너무 무시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팽이
허은순 글, 김이조 그림 / 현암사 / 2010년 5월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텔레비전 모 프로그램에서, 요즘 아이들이 갖고 노는 팽이를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팽이라는 것이 영~재미가 없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팽이가 튀어나가 계속 돈다. 아이들은 그 팽이를 보기만 하고 어떤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은데도 요즘 아이들은 재미있어한다. 팽이란 게 열심히 쳐서 쓰러지지 않도록 오래 돌리는 게 묘미인데 말이다. 바깥 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든 요즘 아이들이기에 팽이치기마저도 움직임이 전혀 없는 놀이가 되어가는 듯해 씁쓸했다.

이 책은 옛날 우리가 돌리던 그 팽이를 갖고 노는 아이들 이야기이다. 웅철이라는 아이는 팽이를 많이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팽이를 자랑스럽게 들고 나가서 논다.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웅철이의 팽이에 관심을 갖고 다가온다.

보아하니 시간적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 과거의 어느 날이다. 웅철이의 집 풍경이 그러하고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그러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웅철이의 팽이에 관심을 보이는 순간 과거는 사라지고 환상의 세계로 변한다.

노란 옷을 입은 여자아이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얼굴에 점이 난 소년은 강아지의 모습으로,
돼지바를 입에 문 여자아이는 돼지의 모습으로,
소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은 아이는 소의 모습으로 변한다.

변신한 아이들과 웅철이가 팽이를 돌릴 때는 그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가 되어있다.

우리 어릴 때 팽이를 돌리며 놀 때, 바로 이런 기분이엇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처럼 돌아가는 팽이를 눈으로만 본다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신나게 놀다보면 저녁이 오고 골목에서는 아이를 부르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그날의 놀이는 자연스럽게 마쳐지곤 했다. 이 그림책에서도 웅철이 엄마가 웅철이를 부르는 소리와 함께 놀이는 끝이 나고, 웅철이는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은 황금팽이를 들고 집으로 간다.

그저 옛날에는 이랬지라는 이야기였다면, 참 시시한 이야기가 되었을텐데 환상의 세계로 시공간이 바뀌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어른들의 추억의 놀이를 그저 회상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고양이가 웅철이의 황금팽이를 들고 도망가는 모습도 익살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