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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박한별 ㅣ 동심원 4
박혜선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7월
평점 :
한별이는 어떤 아이일까? 위풍당당 박한별의 이야기가 이 한 권의 시집에 오롯이 담겨있다. 부모가 이혼을 하고 할머니집에 와서 살고 있는 한별이, 작은 엄마가 돌봐주긴 하지만, '작은 엄마는 작은 엄마다'라고 말하는 한별이의 마음이 전해져 와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릿해져오기도 했다.
이혼이, 이제는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일이 되어버린 요즘,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은 주변에도 넘쳐난다. 그들이 늘어난 만큼 그들을 바라보는 눈길도 평범해졌을까? 현실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화가 계속되는 가정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나 이혼을 하고 따로 살아가는 아이들 중에서 어떤 아이가 더 나을까. 참 바보같은 질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부모의 불화 혹은 폭력(언어폭력과 물리적포함을 모두 포함)사이에서 자라는 아이들보다는 차라리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부모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눈으로 본 현실일 뿐이다. 정작 그 당사자가 된 아이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
이 시집에는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집에서 살게 된 한별이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시들이 많다. 엄마, 아빠의 싸움 속에서 지쳐가던 한별이, 할머니 집에 와서 살고 있지만, 엄마가 그리운 한별이, 다른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엄마를 생각하는 한별이의 모습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한별이는 그 과정을 잘 이겨내는 듯하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던 시는, 한별이가 할머니 집에서 잘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한별이에게도 부모의 이혼은 생활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생활도 변화가 생겼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변화가 달가울 리 없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로 살아간다. 한별이의 관심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로 옮겨가고, 그러면서 동네 할머니의 죽음과 동네개의 죽음도 겪으면서 헤어짐이란 다양하게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걸 깨달아가는 듯하다.
동시집 한 권을 다 읽었다. 짧은 시간에 한별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한부모 가정, 혹은 조손가정에 대해 약간은 기울어진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까.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달라지겠지. 아이를, 가정이나 가족이라는 고리 속에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바라보는 눈을 각제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