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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호랑이 코털을 건드리다 ㅣ 학고재 쇳대 1
유다정 지음, 한수자 그림, 윤열수 민화 자문 / 학고재 / 2010년 7월
평점 :
학고재 쇳대시리즈. '쇳대'라는 말, 정말 오랜만에 본다. 우리 어렸을 때 열쇠를 쇳대라고 불렀는데..쇳대시리즈는 우리 문화 속에 담겨 있는 상징과 의미를 알아가는 시리즈라고 한다.
이 책에는 8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잠자는 호랑이 코털을 건드리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다, 눈은 삐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뛰는 여우 위에 나는 메추라기, 마른 하늘에 떨어진 똥벼락, 개구리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 두루미, 못된 원숭이 엉덩이 털 뽑히다, 울다가 웃으면 머리가 벗어진다."이다. 소제목들만 봐도 웃음이 실실 흘러나온다. 흔히 알고 있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마른 하늘에 날벼락,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울다가 웃으면 똥~에 털난다"를 은근슬쩍 바꿔놓았다.
우리 문화 속에 담긴 상징와 비유를 알려면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읽다보면 어렴풋이 그 이야기의 뜻을 짐작하는 듯하다. '상징과 비유' 자체는 어려운 말이지만, 그것이 이야기가 되어 전달될 때는 우리도 모르는 새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코 '민화'이다.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그 이야기를 끌어내는 그림이 눈길을 끈다. 한국의 민화를 보다보면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그림이 정감이 있다. 무서운 호랑이를 그려도 무섭게 여겨지기보다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느낌을 준다. 아이들이 많이 읽는 자연관찰 책의 그림(세밀화)이나 사진은 사실적이어서 사실 그대로의 정보를 전달해준다면, 민화 속의 생물들은 사실과 더불어 그림을 그린 조상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민화는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더불어 이 책 속에 '문자도'도 보이는데, 내가 문자도를 눈여겨 본 것은 '서편제'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옛 사람들이 그린 문자도와는 느낌이 다르지만(한자가 아닌 한글이어서 그럴지도)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멋진 문자도가 있어서 한 페이지를 완성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7349143581749.jpg)
세상 모든 일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하고 시작한 이 이야기책에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물론 이것은 자연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만들어낸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동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토끼꼬리는 왜 짧아졌고, 호랑이 꼬리는 긴지,
닭볏은 왜 톱니처럼 들쑥날쑥한지, 소발굽은 왜 갈라졌는지, 개 주둥이는 왜 길어졌는지,
가자미 눈은 왜 한쪽으로 몰렸는지, 메기입은 왜 큰지, 병어입은 왜 뾰족한지, 문어눈은 왜 꽁무니에 붙어있는지,
메추라기 꽁지는 왜 빠졌는지,
여우 입 주위는 왜 하얀지,
두루미 목은 왜 긴지,
원숭이 엉덩이는 왜 빨간지, 게의 등은 왜 납작한지,
메뚜기 머리는 왜 대머리인지, 개미 허리는 왜 잘록한지, 물새 입은 왜 길쭉한지
이야기를 읽다보면 알게 된다. 물론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그게 옛 이야기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와 함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까지 생각해본다면 더욱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