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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들으러 미술관 갈까? ㅣ 큰돌고래 2
정숙영 지음, 홍지혜 그림 / 웃는돌고래 / 2013년 3월
평점 :
얼마전에 한솔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옛그림과 뛰노는 동시 놀이터』라는 책을 찾은 적이 있었다. 우리의 옛그림을 보면서 어린이의 눈으로 쓴 동시가 어우러져 꽤 흡족해했었다. 아이도, 나도. 그래서일까? 요즘은 자꾸 우리 옛 그림을 찾아보게 된다. 나는 김홍도의 그림에 꽤 빠져있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 그림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한솔이도 나처럼 흥미로운 것들을 많이 발견하고 그 재미를 느끼기를 바래본다.
어쨌든 이번에는 『옛이야기 들으러 미술관 갈까?』를 읽게 되었다. 그림과 이야기, 그림과 동시. 요즘은 뭐든 하나만 해서는 안되는 시대인가보다. 모든 것이 '통합'되어 있다. 서양의 유명한 그림도 스토리가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듯이, 우리 그림도 그저 고루하고 재미없다고 여기기보다 그 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면 감상이 즐거워진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우리 그림 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가 살펴보자. 우선 이 책은 동물이야기와 사람이야기로 나누어 보여준다. 아무래도 어린이 독자에게는 동물이 더 끌릴듯하다.
약간은 해학적인 일러스트가 책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준다.
나는, 우리의 옛 그림 그 자체에 얽힌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물론 그림 설명도 있고, 그림에서 여러가지 모티브를 가져오긴 하지만, 이야기는 그림 속의 소재나 주제를 빗대어 이야기한다.
예를 들자면, 소에게 "이랴! 이랴!"하게 된 까닭 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동자견려도》를 가져 온 것인지, 《동자견려도》를 보여주기 위해 소 이야기를 들고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둘 다 적당하게 버무려져 있다.
안 끌려가려는 소를 잡아당기고 있는 동자를 보면서 옛 이야기를 끌어온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소에게 왜 이랴! 이랴! 하는지. ^^;
《맹호도》도 있고 - 사실 호랑이 이야기하면 대개 민화의 호랑이 그림을 떠올리는데 이 책에서는 《맹호도》를 쓰고 있어서 괜찮았다. 그리고 《이 잡는 노승》과 같은 그림도 있고, 《어해도병풍》쉽게 보지 못한 그림이다. 물고기와 게를 그려넣은 병풍이라니... 왜 이들을 함께 그린 걸까? 그 설명이 책에 나와있다. 《쌍치도》를 통해서는 꿩 이야기를 하고, 《매작도》를 통해서는 이름도 재미난 뽕구새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사람과 관련있는 옛이야기들이다.
사람이 나오고 이야기가 있어야하니 당연히 풍속화가 많이 다뤄질 듯하다. 김홍도의 《서당》, 《신행》, 《점심》,《씨름》까지. 게다가 앞서 동물 이야기에서도 김홍도의 《논갈이》가 나왔으니 김홍도 그림이 지나치게 많은 단점이 있다.
조영석의 《점심》은 김홍도의 《점심》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그림이어서 내 생각에는 김홍도를 지나치게 많이 등장시켰다는 느낌이 든다. 그나마 권용정의 《보부상》이나 오명현의 《노인의송도》같이 자주 접하지 못한 그림이 있어서 다행이다. 굳이 나쁘다고 할 것도 없지만, 좀 더 많은 화가의 그림이 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 책에 등장한 그림들을 설명하고 있다. 정리하면서 한번 읽어두면 좋겠다.
맨숭맨숭 그림만 보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다면, 이런 옛이야기 하나쯤 걸치고 그림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이라 여겨진다. 그림 자체에 읽힌 일화나 이야기도 좋고, 그림 속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찾는 것도 재미나고, 그리고 그러한 소재들을 써서 이야기하는 옛이야기를 함께 들어도 좋다.
우리 그림도 참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그림이구나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