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왕이 되는 유럽 이야기 왕이 되는 시리즈 1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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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4학년이 되면, 사회라는 과목은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들 발목잡는 과목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그래서인지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 과목이기도 하고 이런 류의 책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어린이용 역사책은 최근 몇년간 양적으로도 늘어나고 질적으로도 많이 달라졌다. 똑같은 내용이라할지라도 주제를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구성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목적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 더군다나 사회라는 영역은 다루고 있는 분야가 어마어마하다.

그러면 이 책은 어떤 점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을까?
먼저 표지와 제목을 살펴보면, 유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초등교과와 연계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를 책에서는 "사회 과목 중 세계사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며, 그 중에서도 유럽은 오늘날의 세계사, 인류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14개 국가별로 목차가 짜여있다.

각 국가별 내용을 살펴보면 역사, 문화, 정치 등 다양한 에피​소드로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거기에 각 국가마다 관련 교과 영역을 표시해놓았다. 에피소드의 흐름은 시간의 순서에 따르고 있으며, 전체적인 이해를 돕는 글과 토막상식 같은 내용은 시간순서와 관계없이 책 구석구석에 배치되어있다.

아무래도 사회과목이 초등 고학년 교과에 나오기때문에 관련교과는 5, 6학년에 집중된다. ​특이하게 2학년 교과가 많이 보이는 것은 최근에 개정된 통합교과때문이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진이나, 역사적인 사건, 인물 등이 골고루 잘 배치되어 있는 특징이 있는 책이다. ​사진이나 삽화가 크게 그려져 있어서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다만, 전체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으나, 문장이 그리 매끄럽지 않아서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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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크는 나무 -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유명은 지음, 정경아 옮김 / 아롬주니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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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크는 나무의 표지에는 태권도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태권도라는 운동. 그리고 다문화가정의 아이인 한동이의 모습. 약간 작위적이긴 하지만, 태권도와 다문화가정이라는 소재를 엮어 주제를 풀어내었다. 물론 이것은 소재일 뿐이다. 6학년 아이인 한동이와 정기준, 그리고 아령이와 정우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말을 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꿈에 대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니 대부분이 어떡하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것은 목표이지 꿈은 아니다. 꿈은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갈 삶의 환희이자 살아가게 하는 힘일 뿐 아니라 인생을 아름답고 힘차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야기는 반장선거로부터 시작한다. 한동이는 5학년 때도 반장이었다. 그렇지만 6학년이 되어 반장선거에 나가자니 더 떨리고 긴장되었다. 동이는 반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한다. 태권도의 5대정신을 중심으로 반을 즐겁고 화합이 잘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동이와 함께 반장후보로 나온 정기준은 공부에 열중하는 반을 만들겠다고 하였다. 부모님들은 항상 열심히 공부를 하라고 하고 성적에도 신경을 쓰니 모두가 함께 열심히 공부하는 반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좀 이상적인 포부이기는 하지만, 동이가 말하는 학급의 모습은 그렇게 되든 안되든 아이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말이다. 어쩌면 도덕교과서같은 정답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기준이가 생각하는 학급의 모습은 어른들이 딱!!! 좋아할 모범답안이다.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하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지만, 동이와 기준이의 말은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상적으로는 동이를 응원하면서 기준이의 의견을 더 원하는 학부모의 모습 말이다.

아이들은 동이를 선택하였고, 기준이는 반장선거에서 떨어졌다.

책 속 그림은 기준이의 표정과 동이의 표정을 대비하여 보여준다.

기준이는 어떤 아이일까? 늘 부모님으로부터 형과 비교당하는 아이다. 엄마는 기준이도 형만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학교 일에 발벗고 나선다. 그만큼 지원을 해주면 기준이도 엄마의 생각만큼 성적도 좋고 학급반장도 하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번 반장선거에서 기준이가 떨어졌다. 기준이에게 엄마가 내뱉는 말은 거의 언어폭력이다. 어쩌면 우리 일상에서 자주 듣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뭔가를 시키지 않아요, 스스로 잘하면 좋지요, 아이는 아이다워야지요. 성적이야 좀 나쁘면 어때요? 이런 건 엄마들의 방송용 멘트다. 결국은 속으로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며 집에서는 아이를 잡는다. 아니라고? 그럼 다행이고 ^^

그러면 동이는 어떤 아이일까? 동이의 엄마는 필리핀 사람이다. 그래서 동이의 피부색도 당연히 조금 검다. 아이들은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아이, 엄마가 외국인인 아이에 대해 이유없는 왕따를 시키곤 한다. 그런 아이가 뭔가를 잘한다싶으면 그것도 아니꼽다. 게다가 반에 힘 좀 쓰는 아이가 있다면 말이다.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모두 순수하다고 볼 수 있을까? 분명 그 아이는 어디선가 그런 모습을 보았을 것이고, 자기보다 힘이 약한 사람에게 허세를 부리고 강압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쾌감 같은 걸 갖고 있다. 이런 아이 곁에는 항상 추종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아이를 방패삼아, 혹은 배경삼아 자기 혼자서는 하지 못할 일을 한다. 혼자이면 할 수 없는 것도 여럿이 하면 힘이 난다. (이것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동일한 것 같다)



어쨌든 동이는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런 동이에게 힘을 주고 격려를 한 건 한반인 아령이다. 아령이는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을 뿐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알고 있는 현명한 아이다. 이런 아령이가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동이는 어렸을 때 배우다가 그만 두었던 태권도를 아령이를 통해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운동은 여러가지 작용을 한다.

어떤 아이는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운동을 통해 자기 속에 있는 열과 화, 분을 해소하기도 한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기르게 하는 운동이 있는가하면, 에너지를 발산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떨치게 하는 운동도 있다. 아령이와 동이에게는 태권도를 통해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 자신감을 갖게 되고, 밝은 마음을 갖게 되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로 동이와 아령이는 기준이를 위험에서 구해주었고, 기준이는 동이를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태권도를 시작한다. 기준이가 태권도를 하겠다고 하자 엄마는 당연히 반대를 하지만, 동이를 기필코 이기겠다는 승부근성을 보고 잠깐 허락하기로 한다.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승부근성도 필요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기준이는 태권도를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태권도를 하는만큼 공부도 하겠다고 했지만, 엄마 눈에는 그게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기준이는 태권도를 배우면서, 동이와, 아령이, 그리고 정우를 통해 새로운 우정을 배워간다.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한다고해서 그 모든 지식이 나의 것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목표가 있고, 꿈이 있어야 한다. 그런 목표와 꿈을 바로 태권도를 배우면서 기준이 스스로 하나씩 깨우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경쟁상대로만 보았던 동이와, 별볼일 없는 존재로 보았던 동이어머니에 대한 오해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일을 하는데 꼭 태권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태권도를 통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고, 성장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태권동자 마루치와 아라치. 어렸을 때 보았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이다. 마루치와 아라치의 이름은 으뜸가는 소년,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 마음으로 태권도든 무엇이든 행한다면 그 과정은 가치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진로지도에 대해 공부를 조금 하였다. 아이들에게 진로상당을 해주는 일도 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진로상담을 진학상담과 혼동하기도 한다. 진로는 진학을 넘어선 단계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가치를 갖고 살 것인지가 정해진다면, 진학이든 어떤 목표든 세워지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학교진학도, 취업선택도 이루어질 것이다. 아이에게 목표가 아닌 꿈을 갖게 하자. 꿈을 가진 사람을 당할 자는 없다.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꿈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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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오누이 쫓아가는듸, 궁딱! - 창작 판소리 동화 쑥쑥문고 80
김회경 지음, 오치근 그림, 이일규 감수 / 우리교육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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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판소리 동화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우리교육의 '호랑이, 오누이 쫓아가는듸, 궁딱!'을 읽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전래동화라고 익히 듣고 알고 있는 흥부전, 심청전 등이 모두 판소리였다는 것을 알고 본다면, 판소리의 형태는 우리에게서 낯선 것일지언정, 그 내용은 우리가 잘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판소리도 창작동화의 한 영역으로 넣어 창작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책에서는 판소리에 대해 먼저 알아볼 수 있다.

판소리 창작동화이니 판소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듯하다. 이 작품은 글에 장단을 붙여 판소리로 부를 수 있게 지은 동화이다. 판소리를 하려면 일단은 소리꾼, 고수, 청중이 필요하다. 판소리 내용을 글로 적은 것을 '사설'이라 하니 이 동화는 사설에 해당하는 셈이다.

호랑이가 오누이를 쫓아가는 이야기하면 해님달님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등등...우리가 딱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면 창작동화가 될 수 없을 터.


엄마를 잡아먹은 호랑이인지, 호랑이같은 진짜 엄마인지는 모르겠지만, 호랑이 한마리가 오누이가 사는 집 앞에 와서 오누이를 불러댄다. 오누이는 엄마를 기다리며 수수께끼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하다가 엄마가 왔다는 소리에 문을 열려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니야 하는 아이들, 문 안으로 쑥 집어넣은 팔에 털이 복실복실하다. 상황을 묘사하는 곳에서는 다양한 장단이 사용된다. 중중모리였다가 휘모리였다가 자진모리였다가.

호랑이에게서 도망 나온 오누이는 자진모리장단으로 도망을 간다.

두엄더미 속에 숨은 오누이를 발견하지 못한 호랑이가 두엄더미를 푸는 농부아저씨 앞에서 거짓울음을 울며 아이들을 찾는다.

겨우 도망친 오누이가 산비탈 집에서 도움을 구하지만, 아주머니는 호랑이 말만 믿고 아이들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사실, 전래동화 속 오누이들에게는 이런 일은 없었지만, 도망가는 오누이를 보살펴주거나, 호랑이엄마로부터 보호해주지 않는 어른들을 보면서 요즘 세태를 보는 것 같았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오누이는 부모 말을 듣지 않고 도망 나온 말 안듣는 아이들이다. 가정폭력에 병든 아이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다는 걸 생각하면 이러한 무관심, 혹은 어른들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이웃이 얼마나 많은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겨우 도망나온 오누이가 수수께끼를 내며 서로를 다독이는데, 그 내용이 실랄하다.

이웃 사람 하나 죽어도 나만 살면 그만이라.. 옆 사람 호랑이한테 물려 가든 귀신한테 잡혀가든 아랑곳 없어. 제 한 몸 잘 먹고 잘 살기 우선이요, 제 하고 싶은대로 하자드니 못된 짓 착한 짓 구분할 필요 없이 인정없게 구는 것은 무엇이란 말이요?

호랑이인지 사람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고?
그 사람 호랑이 마음 가진 사람이오. 겉모습 사람이되 호랑이 마음 들어 있는 호랑이 같은 사람이지요.

오누이가 호랑이에게서 도망치며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수수께끼 속에 녹여내니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나는 혹시 그런 호랑이 같은 마음을 가지 사람이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사람인지 호랑이인지 구분도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지 할까? 뭐 이런 건 어른인 내 마음이고, 아이들은 어쨌든 오누이가 저 호랑이한테서 얼른 도망가기를 바랄 터이다.

살구나무 신령조차도 호랑이 말을 믿고 오누이를 내치려 하지만, 결국에는 호랑이의 본 모습을 알고 미안하다 한다. 우리는 이웃집 아이가 어떤 일을 당하든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저 아이 도와주다 내가 어떻게 될까봐 피하고 눈감았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오누이가 잡아먹히고 나면 우리 차례인것을. 남의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곧 남의 일이다.

호랑이 뱃속에서 살아돌아온 엄마와 오누이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린다.

빨간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었던 늑대처럼, 염소네 가족을 모두 삼켰던 늑대처럼 호랑이도 제 뱃속의 어미를 토해낸다. 진짜 호랑이가 잡아먹었던 어미인지, 호랑이같던 어미가 개과천선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호랑이의 탈을 쓰고, 제 아이를 못살게 굴고 폭력을 휘두르는 그런 어른들 소식이 들려온다. 오누이처럼 도망쳐 살아나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이 떠오른다.

어쩌면, 이 책 속 호랑이는 전래동화 속 호랑이일수도 있지만, 어미의 탈을 쓴 호랑이 마음을 가진 어른일 수도 있겠다.

나는 왜 자꾸 이 호랑이 이야기가 그렇게 읽히는지...

판소리 장단에 맞춰 읽어보니 속도감도 있고, 상황과 분위기도 느껴진다. 글로 표현된 문학이지만, 거기에 소리가 입혀지고 장단이 끼어들면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는 듯하다.

내용도 형식도 알맞게 자리를 잡은 책이다.



책에는 호랑이와 오누이 이야기말고도 요깨동굴 이야기가 한 편 더 있다.

랩풍으로 읽어가는 부분도 있고, 판소리의 형식을 살려 읽으면 재미있는 이야기다.

아이들과 소리내어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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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짜면 곱빼기 주세요! 샘터어린이문고 46
하신하 지음, 이작은 그림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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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짜면은 뭘까? 표지그림을 보자니 짜장면같은데...
첫페이지를 넘기니 이런 그림이 나온다. 짜장면과 짜장면 위에 올려진 구름들..
저 구름들이 꿈일까?

꿈이 없는 아이를 위한 꿈짜면 출시!
한 그릇도 배달됩니다.

수리는 아직 꿈이 없다.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도 없고, 그저 아이들과 장난치고 떠들고 노는 게 일이다.
아이들 별명을 지어서 놀리고, 놀렸는데도 반응이 없으면 시무룩해지는 아이.

아,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를 생각나게 한다.
그때도 아이들의 별명들도 대부분 이름이나 외모에서 풍기는 것들로 지었던 것 같다. 내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부르는 것에 바르르 화를 내고, 그 재미에 또 별명을 불러대던 장난꾸러기들.

수리의 행동은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얼마전 초등학교 밴드에서 동창들을 보았을 때 그 아이들도 이름보다는 별명으로 기억되고 기억나게 했다. 별명은 어찌 보면 또 하나의 이름인 셈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수리는 대답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멋지고 폼 나는 꿈을 이야기하는데... 수리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친구들의 꿈도, 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직업'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꿈=직업 이라는 공식이 어쩌면 정형화되어버린 듯하다.

문득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나의 꿈은 가르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가르친다는 것은 아주 포괄적이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고, 그걸 듣는 아이들도 좋아했던 것 같다. 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좀더 자라면서는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도 가르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수리의 엄마는 의사선생님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짜장면을 만드는 아빠는, "아무거나"라고 대답을 한다. 중국음식점에 가면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를 두고 뭘 할지 고르는 장면이 딱 떠오른다. 뭐 먹을래? 하고 물었을 때 아무거나 라고 답하는 게 질문자의 속을 얼마나 터지게 하는지는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그렇지만, 거기 있는 음식이 어떤 게 맛있는지, 어떤 게 좋을지는 먹기 전엔 모른다. 결국은 남들 먹는 거 따라 먹거나, 돈에 맞춰 결정할 수밖에.

우리가 꿈을 가질 때도 그렇다. 내가 장래에 뭐가 될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될지, 또 어떤 일을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는 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체험을 하게 하거나 직업을 소개하는 것이 유행한다. 그런데 뭔가가 빠진 것 같지 않은가?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직업을 권하고 있다.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가야하는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이 책에서 그런 걸 발견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책이라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나는 백년가게의 백년할머니의 일을 도와주면서 수리가 느꼈던 감정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년가게의 할머니는 가게에 앉아서 동네 사람들의 자질구레한 옷수선을 해준다. 수리가 배달을 하러 갔을 때 슈퍼의 아저씨는 딱 알맞은 토시라며 좋아했고, 약국의 약사선생님은 옷이 마음에 든다며 좋아하였다.

수리가 배달을 하면서 어떤 일을 했을 때 상대가 즐거워하거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의사선생님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니라 아프고 병들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그들이 나았을 때 보람을 느낄 것이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처리한 업무로 인해 뭔가가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런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하고 있는 일들이 즐겁지도 않고, 그 일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만족을 느끼기 힘들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혹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기 자신은 또 어떤 보람을 느끼는지 하는 것을 좀더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수리도 그런 일을 스스로 찾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하여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되기를 바랐다.

백년할머니는 가게에서 늘 자신의 일만 하고 밖으로 나와보지를 않는다.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어디 마법의 성에 살고 있는 마녀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할머니는 자신에게 일을 맡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주신다. 그렇지만 할머니도 행복하신 건 아니다. 멀리 있는 손자 얼굴을 보고 싶지만, 방해가 될까봐, 자신이 가면 불편해할까봐 망설인다. 그 망설임을 지켜보던 수리가 할머니를 동네 놀이터로 모시고 나온다. 할머니는 오랫만에 바깥 나들이를 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도 바뀐다.

어떻게 보면 수리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별명 짓는 걸 좋아하는 수리는 사람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한다. 그것도 이제는 들어서 기분 나쁜 별명이 아니라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이름을 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다른 직업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늘 문밖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진영이도 자신의 꿈을 찾는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자, 수리 아빠가 면을 봅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직 꿈이 없다고? 괜찮아! 짬뽕이 좋은지, 짜장이 좋은지는 많이 먹어 봐야 아는 거니까!" 라고.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자신의 꿈을 찾는 일, 그리고 그 꿈을 가꾸고, 발전시키는 일을 많이 경험하길 기대한다. 지금은 막막하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더라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꿈을,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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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학교 1 - 꼬마 산신령들 샘터어린이문고 43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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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학교를 펼치자, 학교사람들 소개가 나온다. 산신령 가문 중 가장 역사가 오래 되고, 대대로 훌륭한 산신령이 많이 나온 집안에서 태어난 꼬마 산신령 귀선, 스스로 태어난 고아 산신령 장군, 선녀와 나무꾼 사이에서 태어난 두레, 빼빼 마른 모습때문에 빼빼라고 불리는 빼빼, 눈도 얼굴도 몸도 둥그스름해서 동글이라고 불리는 동굴이, 환웅과 웅녀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교장선생님, 부엌에 사는 조왕할머니, 가장 무섭고 엄한 변신술선생님, 그리고 식물학선생님까지. 이 캐릭터들을 보는 순간, 나는 한솔이가 보는 애니메이션 '꼬마신선 타오'가 생각났다.

 

아마도 꼬마신선 타오를 본 사람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캐릭터를 대치해보자면, 귀선은 슈잉, 장군은 타오, 두레는 샤오밍, 빼빼는 홀펭, 동글이는 똥펭, 단군교장선생님은 대신선 라오, 조왕할머니는 부엉할머니 등등. 게다가 신선학교와 산신령학교니 많은 부분이 겹쳐진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는가하는 데서 차이를 찾아야 할 터이다. 가장 큰 차이라면, 꼬마신선 타오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이름도 그런 느낌이라면 산신령학교는 우리 나라를 무대로, 우리의 옛 이야기와 설화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연오랑 세오녀가 나온다던가, 선녀와 나무꾼의 딸이 나온다는 식으로.

1권에서는 당연히 이 이야기를 끌고 갈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귀선이가 달봉이가 된 사연, 꼬마 산신령들이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만나게 될 선생님들, 그리고 연오랑 세오녀를 통해 한국만이 아니라 이웃나라인 일본까지 진출한다. 연오랑 세오녀가 있는 일본에서의 모습은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이야기를 아껴둔 것 같기도 하다. (아, 만약 그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이 에피소드는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벌거숭이(산삼)와 도깨비들의 등장 등 이야기 곳곳에 관심을 끄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변신술을 통해 힘겨루기를 했던 꼬마산신령들의 이야기는 막힘없이 술술 익히는 장점도 있다. 빼빼와 동굴이의 역할은 달봉이, 장군, 두레에 비해 미미하다. 그렇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그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도 궁금하게 만든다. 자신의 능력과 힘이 아니라 선대의 배경으로 큰소리쳤던 달봉이가 친구들을 만나 어떻게 변화할지, 가진 것 없는 장군이가 산신령학교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장점을 키워갈지, 인간과 선녀 사이에서 태어나 산신령학교에 간 두레가 그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해갈지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나 설화를 충분히 잘 녹여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이웃나라와의 관계도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쑥쑥 성장해가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나갔으면 한다.

 

아이는 책을 재미있어했다. 내용이 조금 익숙해서이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타오이야기랑 비슷해서이기도 하다. 익숙한 것은 아이를 이야기에 쉽게 몰입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익숙함에 그치지 않고 반짝이는 에피소드로 생명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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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0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태어난 아이가 '고아'라고 나온다면...
좀 거석하네요.

우리 옛이야기도 무척 넓고 깊으니
하양물감 님 말씀처럼
그 넓고 깊은 품을 고이 안아서
아이들이 즐겁게 누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양물감 2014-02-04 20:34   좋아요 0 | URL
아, 고아라는 단어가 느낌이 그렇긴한데요. 어쨌든 부모가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 같아요. 자연에서 스스로 태어난 아이거든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