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카르멘이 태어났어요! 우당탕탕! 꼬꼬닭 대소동 3
크리스티앙 졸리부아 글, 크리스티앙 아인리슈 그림, 류재화 옮김 / 소년한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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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당탕탕 꼬꼬닭대소동 세번째 이야기

카르멜리토는 왜 자기에게는 동생이 없을까에 대해 고민을 한다.

동생이 있다면, 정말 잘 놀아 줄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동생이 없는 아이들이라면 한번 쯤 생각해봤음직한 문제이다. 특히 요즘은 외동아이들도 많지만, 의외로 둘, 셋 이상의 형제들이 있는 집도 많다. 우리 한솔이도 동생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비친 적이 있다. 그런데 동생이 있는 또래들로부터 동생이 있으면 좋은 점보다는 안좋은 점을 더 많이 듣는 나이 (아직 초등 저학년이다보니, 동생에게 뭔가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 좋지 않은 나이다)다 보니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 카르멜리토는 동생과 친하게 지낼 수도 있고, 잘 돌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에게 동생을 빌려달라고도 말해보지만, 가능하지 않다.

 

 

 


카르멜리토는 자기도 동생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다. 동생이 없어서 절규하는 저 그림을 보라. 한솔이가 냉큼 '뭉크의 절규다'라고 말을 한다. 그 그림이 어떤 상황인지를 알기 때문에 이 그림의 장면이 한솔이에게는 쉽게 다가온다.

그런데 왜 카르멜리토는 동생이 없을까? 카르멜라는 아기를 어떻게 낳을 수 있는지 설명도 해준다. 그러나 자신은 품고 있을 알이 없어서 동생이 태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카르멜라의 알이 좋은 달걀이어서 낳으면 농장주인이 바로 가져가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닭장에 갇혀서 알을 낳는 닭들에게 알을 품어서 병아리로 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카르멜리토의 친구들은 동생이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카르멜라의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숨겨야 한다. 그걸 도와주는 이는 바로 가마우지 페드로 아저씨이다. 늘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아저씨지만, 이번에는 카르멜라와 카르멜리토를 위해 알을 품어준다.

 

 

 


농장주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을 하면서 말이다. (^^) 이 장면은 나중에 카르멜리토의 동생 카르멘이 하는 행동을 통해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니 기억해두자. 이 시리즈를 읽다보면, 단순히 닭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세상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모습을 슬쩍 비판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카르멜리토가 동생을 가질 수 없었던 이유도 바로 인간들이 알을 다 가져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1, 2편에서는 콜럼버스와 갈릴레이 같은 인물이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뭉크의 그림과, 불을 비춰 달걀 속을 보는 방법, 지렛대를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꼬마엄지]의 한장면이 나온다. 한솔이는 [헨젤과 그레텔]이라고 말했는데 이 두 가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그림책은 어린 유아보다는 초등저학년이 읽었으면 한다. 이런 장면들을 눈치챌 수 있을 때 즐거움은 더 커지니까 말이다.

 

 

 


가마우지 페드로 아저씨가 소중하게 품었던 알은 고습도치들에 의해 수난을 겪지만, 무사히 태어나 카르멜리토의 동생 카르멘이 태어난다. 카르멜리토는 자기와 같은 남자이기를 바랐지만 카르멘은 여자였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도 잠시, 카르멘은 오빠를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하고, 남자보다 더 용감함을 보여준다. 카르멜리토와 카르멘이 남매간의 우애를 쌓아가는 장면들이다.

 

 

 


3편에서는 동생때문에 겪는 일들, 즉 오빠로서 동생을 보살펴주어야하거나, 무엇이든 양보를 해야 하는 관계로 그리고 있지 않아서 좋다. 카르멘은 동생이고 여자지만, 오빠를 도울 수 있고, 남자들보다 더 용감하게 싸울 수도 있는 친구같은 존재이다. 형제든 가족이든 누군가가 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는 순간 힘의 균형은 깨진다. 그래서 뭔가를 양보해야 하고, 내가 손해보는 느낌을 갖기도 하는데, 카르멘은 이러한 힘의 균형 상태를 잘 유지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래서일까? 동생이 있으면 안좋은 점보다 동생이 있으면 좋은 점이 더 드러나는 그림책이다.

 

 

 

 

물론 태교의 중요성도!! (가마우지 페드로가 알을 품고 있을 때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카르멘을 보라. 굳이 알렉산더와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모르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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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셀레스트 우당탕탕! 꼬꼬닭 대소동 2
크리스티앙 졸리부아 글, 크리스티앙 아인리슈 그림, 류재화 옮김 / 소년한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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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셀레스트는 [우당탕탕 꼬꼬닭 대소동] 시리즈 2번이다. 여기서는 카르멜라의 아들 카르멜리토가 주인공이다. 카르멜리토는 1편에서 카르멜라와 똑같은 표정으로 불만을 이야기하며 별을 만나러 갈 거라며 이야기를 맺었었다. 당연히 2편에서는 카르멜리토가 별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카르멜라가 매일매일 알을 낳는 것을 지겨워했다면, 카르멜리토는 해가 지면 곧바로 잠을 자러 가야 한다는 사실이 싫다. 그때마다 어른들은 여우가 잡으러 올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카르멜리토는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공감할 만한 주인공이다. 밖에서 놀다가, 또는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잠을 자지 않고 더 놀려는 아이. 카르멜리토는 특히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밤이 되면 바로 잠을 자야 하니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본 카르멜리토는 쫓아가다 바닷가에서 불가사리를 하나 줍는다. 카르멜리토가 발견한 별이다. 페드로 아저씨는 그 별이 불가사리라는 것을 알려주지만, 별에 대한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페드로의 상상력은 가히 이야기꾼답다. 실망한 카르멜리토를 별을 관찰하는 갈릴레이 아저씨에게로 이끄는 것은 친구 양 벨리토이다.

 

갈릴레이라니... 콜럼버스에 이어 이번에는 갈릴레이의 등장이다.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던 갈릴레이 아저씨는 별을 만지고 싶어하는 카르멜리토에게 닭에게 이빨이 생기면 그런 날이 올 거라며 웃고 만다. 남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커다란 업적을 남긴 갈릴레이도 카르멜리토의 이야기에는 콧방귀를 뀐다. 갈릴레이가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그들의 말만 믿는 사람이었다면 그가 발견한 것들과 만든 것들이 이 세상에 없을 거라는 걸 안다. 아이들에게는 갈릴레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을 원하면서도 속으로는 세상의 질서에 그대로 편입되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생각을 가진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 그림책에서는 다른 행성에 사는 외계닭들이 나온다. 이 닭들은 우주탐사선을 타고 행성을 돌아다니며 별에서 물건들을 모아온다. 장화를 잃어버러 나오지 못하고 남아있던 셀레스트는 카르멜리토와 벨리노를 만나 지구를 구경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닭에게는 없는 이빨이 있다. 왜일까? 셀리스토는 "아주 먼 옛날에 농장 주인들이 우리에게 고기를 먹여서 그래"라는 대답을 한다. 동물사료에 대한 이야기일 터이다.

 

사실 이 시리즈 그림책을 보면 은근히 지금의 현실을 비판하기도 하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셀레스트는 지구를 떠나면서 카르멜리토에게서 불가사리를 선물로 받고, 자기가 가져 온 양치기별 조각을 선물한다. 우리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 닭에게 이빨이 날 리 없다는, 별을 만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뛰어넘어 아이들의 상상을 인정해준다.

 

이 이야기를 아이들이 읽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력을 키우고,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교육경향과는 달리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을 말 그대로 엉뚱한 헛소리로 치부하고 있는 현실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카르멜리토의 엉뚱한 상상이 즐거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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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러 간 카르멜라 우당탕탕! 꼬꼬닭 대소동 1
크리스티앙 졸리부아 글, 크리스티앙 아인리슈 그림, 류재화 옮김 / 소년한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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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가 서점에서 읽다가 사달라고 해서 바로 구입한 우당탕탕! 꼬꼬닭 대소동 시리즈 중 1권이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지만, 재미나다고 사고 싶다고 해서 5권 모두 구입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일로 바빴던 탓에, 내가 읽어보지를 못했는데, 며칠 전에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이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나도 읽고, 한솔이에게도 읽어주려고)

한솔이는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한솔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고, 집에서도 몇 번을 읽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읽는 내내 혀가 꼬여 이름을 제대로 읽지못한 엄마와는 달랐다. (아, 진짜 비슷비슷한 등장인물의 이름들 --)

 

 

 

이 그림책을 쓴 사람은 크리스티앙 졸리부아, 그린 사람은 크리스티앙 아인리슈이다. 그들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어떤 작가들일까 궁금하여 작가소개글을 읽어보았다. 작가소개글을 읽어보니 정말 유쾌한 작가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이 작가들이 한국에 와서 아이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소식이 있었다.
 

 

 

 (위의 사진은 온라인상에서 검색가능한 기사들에서 가져왔습니다.)

 

책장을 넘겨 첫 페이지에서 카르멜라는 ​조개껍데기를 발로 차며 불만에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말미에 보면, 분홍색 닭 한마리가 카르멜라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카르멜라는 꼬꼬닭들이 매일매일 알을 낳는 일상이 지겹기만 하다. 세상에는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은데라며. 우리는 늘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 반복된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때 우리는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곤 한다. 그 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의 삶이라면, 누군가는 그 삶을 박차고 나가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한다. 그리고 그 도전은 그렇게 하지 못한 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카르멜라는 저 이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카르멜라는 가마우지 페드로 아저씨가 해주는 바다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는 바다를 보러 가겠다는 생각을 한다. 페드로의 이야기에는 거짓말도 조금섞었지만 카르멜라는 페드로의 이야기가 재미나다. 사실, 카르멜라는 페드로 아저씨가 해주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확인할 길이 없다. 그림책의 글에서는 페드로 아저씨가 거짓말도 조금 섞었다고 표현하고, 그 거짓말이 무엇인지는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
 

내가 가 보지 못한 곳, 알지 못하는 것을 알려주는 정보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우리는 다르게, 혹은 잘못 아는 경우도 많다. 페드로 아저씨의 말이 카르멜라에게는 정보의 전부였을 것이다. 직접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우리는 혹시 거짓정보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어쩌면 페드로 아저씨는 카르멜라가 사는 곳의 이야기꾼일 지도 모르겠다. 
 
카르멜라는 한밤중에 바다를 찾아 떠난다. 닭장 안에서 알을 낳고 주는 먹이를 먹으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도전을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연상하게도 된다. 안주할 수 있는 삶을 박차고 나온 카르멜라가 만날 새로운 세상은 어떤 곳일까?

 
카르멜라는 다행히도(^^) 페드로 아저씨가 가르쳐 준 바다보다도 훨씬 멋진 바다를 만난다. 저 초록색 바다와 동이 터오는 하늘을 보니 그 색감도 화려하고, 늘 파란색 바다를 상상하는 한솔이에게 초록색 바다를 보여줄 수 있었다.

카르멜라가 신나게 놀다가, 먼 바다까지 니오게 되고 떠돌다가 만난 것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하였다. 콜럼버스라니. 더군다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 떠난 그 배에 카르멜라가 함께 타고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카르멜라를 본 콜럼버스의 첫 마디는 "당장 구워먹게 털부터 뽑아라"였지만 말이다. 위기를 무사히 넘긴 카르멜라의 기지도 볼 수 있다.

 ​ 
카르멜라와 콜럼버스 일행이 도착한 신대륙에서는 빨간색 닭들을 만나게 되는데, 꽁지 빠진 닭들의 모습과, 인디언들이 사는 곳을 돌아보기도 한다. 여기서 만난 수탉 피티코크와 카르멜라는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을(?) 하고 새끼를 낳는데....

 

 그게 바로 뒷페이지에서 카르멜라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불만을 이야기하는 분홍색 닭이다. 빨간색 닭과 하얀색 닭사이에서 태어난 분홍색 닭이라는 설정도 재미나다. 그림책 곳곳에는 재미있거나, 위트가 넘치는 장면들이 많다. 수많은 닭들을 잘 살펴보면 재미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 장면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는 카르멜라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아이들도 도전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겨난다.


 한솔이가 스스로 골라 온 책이고, 재미있다고 하면 나는 바로 구입을 하는 편이다. 항상 엄마가 원하는 책만을 읽힐 수는 없는 법,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책을 고르는 안목도 높아진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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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다, 인권 30
휴먼 라이츠 나우 지음, 김영환 옮김 / 동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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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때에 인권에 대해 한번 더 알아보는 것은 중요할 것 같다.

내가 어렴풋이 짐작으로만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확실한 정보로서 다시 한 번 정독할 필요를 느낀다. 특히 요즘처럼 나의 인권, 그리고 약자의 인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침해받고 있는 부분이라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Human Rights Now가 지었다. Human Rights Now는 일본 도쿄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는 국제인권 NGO단체이다. 국내에도 인권단체가 있을 터인데, 국제단체이긴 하지만 일본에서 활동 중인 단체가 펴낸 책을 번역하였기에 국내(한국)의 상황을 알 수 있는 통계나, 에피소드 등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의 내용은 3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내용이 5~6페이지로 분량이 적당하여 깊이있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실상을 전하거나, 행동을 촉구하는 칼럼 형태이다.

 

인권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전쟁이 야기한 인권유린이다. 전쟁은 가장 심각한 인권 유린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거기에 어린이노동, 에이즈, 군대, 여성 차별 등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무수히 많다. 테러리스트에 이르면 우리는 최근에 보았던 대테러 대책을 알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악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테러리스트들도 실제 모습은 사회적 약자 입장에 놓인, 빈곤과 폭력 앞으로 내몰린 사람들입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테러의 원인이 되는 세계 속의 빈부 격차와 박해, 억압 등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필요가 있"(P.53)다고 말한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고 있는 미국이 대테러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엄청난 인권유린과 오판 등으로 수많은 민간인을 죽이는 등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철저하게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제3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철저한 반면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미국의 태도는, 비단 미국에만 국한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에서도 개발도상국 혹은 빈곤국가에 원조를 하고 있는 국가들이 원조를 조건으로 대상 국가의 인권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그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 모르지만 이 또한 상대국에 대한 간섭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나싶다.

 

모든 인간에게 인권이 보장되어야한다는 생각이 확산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세계인권선언을 인류가 20세기에 만든 자랑할만한 유산 중 하나라고 말한다. 우리가 보장받는 인권으로는 자유권, 사회권, 연대의 권리가 있다. 아, 이거 학교 다닐 때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 권리들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가 하는데에 와서는 그렇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자유권은 가장 오래된 인권으로 '차별 금지, 생명 자유 신체 안전에 대한 권리, 노예금지, 고문금지, 법 앞에서 평등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참정권'등과 같은 권리이다. 그런데 이렇게 열거하다보니 요 몇년 간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는 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생명과 자유 신체 안전에 대한 권리가 그러하며, 법 앞에서 평등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그러하고, 표현의 자유가 그러하고 집회 결사의 자유가 그러하다. 굳이 왜 그러한지를 쓰지 않아도 알리라.

 

그런가하면 사회권도 만만치 않다.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노동의 권리, 휴식 여가의 권리,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문화적 생활을 누릴 권리'를 포함한다. 세번째는 연대의 권리. 좀 낯설기도 한다. 자결권, 발전의 권리, 평화에 대한 권리,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의 권리 등을 말한다고 한다.

 

인권유린은 왜 일어나는가? 이것은 무엇보다 사회의 구조적 배경 하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힘이 센 쪽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힘이 약한 쪽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이 유린을 당하는 것"이다. 이것을 보고도 나는 괜찮으니까 못본 척한다면 결국은 나에게로 돌아온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 처음에는 나 혼자, 그 다음에는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과, 그 다음에는 우리의 생각과 함께 하는 사람이 모여 국가적 일이 되고, 세계가 바라보는 구젲적 일이 된다. 언제난 처음은 미약하고 힘이 없다. 그러나 그러한 작은 움직임이 없다면 커다란 반향은 오기 힘들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어린이자원봉사자 교육을 1년에 2번 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바로 어린이인권교육이다. 이 책에서도 어린이인권선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나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인권에 대해 좀 더 잘 알기를 바란다. 더불어 지금 자행되고 있는 수많은 인권유린의 상황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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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1-0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한국에서는 인권을 말하는 책이 나오기 쉽지 않은 듯해요.
가까운 일본에서 낸 책을 번역하는 책이 많아요.

차남호라는 분이 쓴 <10대와 통하는 노동인권 이야기>는
`인권`과 `노동`을 함께 다루는 보기 드문
잘 나온 우리 이야기이지 싶어요.

하양물감 2014-11-06 06:48   좋아요 0 | URL
추천해주신 책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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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을 때, 가끔 착각을 한다. 내가 읽고 싶은대로 읽어버리는 ^^

껌 좀 떼지 뭐를...껌 좀 씹지 뭐...로 읽었다... 껌 좀 씹는다하면, 그닥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흔히 불량학생이라 일컫는 아이들이 껌 좀 씹었지. 그래서일까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엉? 뭐야? 했다가 껌 좀 떼지(!!)였다는 사실에 혼자 웃어버렸다.

 

제3회 정체봉 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초등학교 5학년 미나가 주인공이다. 5학년이면 어떤 나이인가? 고학년이지만, 위에 6학년이 있어서 왕언니는 될 수 없지만, 아래 학년들 앞에서 폼 좀 잡을 수 있는 나이다. 미나는 학교 안에서 껌을 씹다가 매일 아침 교장선생님께 불려가 청소를 하는 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 벌에서 벗어나는 길은 다른 아이를 잡아와야 한다.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을 하고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과는 별개로, 나 대신 벌을 받을 아이를 데리고 와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학교 아이들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교장선생님의 의도는 교내에서 껌을 씹는 아이가 줄어들고, 깨끗한 학교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겠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다른 아이들을 감시해서 데려오는 길이 가장 쉬운 길이기에 아이들은 자기 대신 누군가를 데려오기 위해 감시를 한다.

 

감시사회.

최근의 화두이지 않은가?

공적인 영역을 벗어나 나의 사생활마저도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요즘, 누군가에 의해 고발 혹은 고소당하지 않을까를 걱정하며 사적인 메시지 하나도 보내는데 조심스러워진다. 통제와 감시가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21세기가 원하는 창의, 창조성은 당연히 꽃을 피우지 못한다. 미나는 아침마다 벌청소를 하고, 누군가를 자기 대신 끌고 오기 위해 친구들과 후배들을 감시해야 하는 상황이 영 못마땅하다. 껌을 씹은 죄로, 벌청소를 하는 미나는 친구들로부터 또 다른 감시를 받는다. 즉, 미나가 나를 지목하지는 않을까? 미나가 어떤 아이를 지목해서 데려갈까를 살펴보는 친구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친구들 입장에서도 미나가 벌을 받고 있다는 것은, 미나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상황이다.

 

껌은,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길거리를 더럽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껌을 씹은 후 길거리에 뱉은 껌이 사람들의 신발에 들러붙기도 하고, 길거리에 납작하게 붙어서 지저분하게 만들기도 한다. 껌을 씹은 후 깨끗하게 처리해서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교장선생님 역시 가장 쉬운 길을 택한다. 아이들 스스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학교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이 막강 권력이다. 그 권력에 대항하는 것은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자꾸 작금의 현실이 오버랩된다.

 

고민을 하던 미나는 자기 대신 누군가를 데려오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계속 껌을 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고나니 마음도 편해진다. 아이들이 교내에서 씹던 껌을 버리지 못하게 하고, 껌으로 더러워진 교내를 청소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신이 그 일을 기분 좋게 함으로써 모든 친구들이 감시와 통제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은 그러한 미나를 보면서 껌을 씹고 아무데나 버리는 것에 대해 조심을 하게 될 것이고, 자기 대신 청소를 해주는 미나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그걸 미나 스스로 생각해냈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생각꺼리가 많아지는 내용이다.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권력을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자 한다. 그것이 때로는 사회의 이익, 공공의 이익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에 싸여 본질을 왜곡한 채 강제되고는 한다. 우리는 지금 그런 현재를 살고 있다. 누군가는 그러한 권력에 대항하여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누구를 응원해야 할까?

 

이 책에는 <껌 좀 떼지 뭐> 외에 <북 치는 아이>,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천왕봉>이라는 작품이 더 실려 있다. <껌 좀 떼지 뭐>와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는 통하는 면이 있다.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라는 권력에 대항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북치는 아이>에서는 전수 온 대학생들과 만난 승학이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약간 작위적이긴 하지만 (특히 승현이 누나의 개입) 웃음을 되찾은 승학이의 모습이 반갑다. 그리고 <천왕봉>은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시험문제를 보게 된 아이들이 산을 오르면서 쉬운 길로 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5~6학년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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