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샘터역사동화 4
김종광 지음, 김옥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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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작년인가? 한 번 읽어보자 생각하고 펼쳤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를 하고, 『열하일기​』를 쉽게 풀어 쓴 고미숙의 책으로 대신했던 적이 있다. 이 열하일기를 어린이 역사동화로 풀어놓은 책이 이 책이다.


일단 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작가의 새로운 창작으로 한양에서부터 의주까지의 일야기를 담고 있고 후반부에는 압록강에서 연경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서술자는 박지원이 아니라 장복이라는 종놈이다. 박지원의 눈으로 본 내용이 『열하일기​』라면, 박지원의 모습을 타자의 눈으로 보면서 쫓아가고, 함께 그 먼 여행길에 올랐던 종, 경마잡이, 역관 등의 시각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재미난 스토리가 함께 하니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요즘 내가 우리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읽기' 혹은 '깊게 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초등저학년인 아이와 그렇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이 책도 그렇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 알지 못하는 단어들도 많이 나오고, 길을 떠나 만나는 수많은 것들을 찾아서 깊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후 아동청소년용 『열하일기​』, 그리고 나중에는 진짜 『열하일기​』를 한번 더 읽어본다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장복이다. 쌀 다섯 섬 때문에 아버지를 대신하여 연경으로 떠나는 소년이다. 어린 나이에 그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나, 뚱선비와 창대형이 있어서 가능했을 터이다. 함께 여행을 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여행의 의미는 많이 달라진다. 양반이지만, 그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박지원과의 여행은 소년 장복이가 성장하게 한다. 그런가하면 창대형은 열아홉 살 경마잡이 소년이다. 경마를 잡고 가는 이가 경마잡이다. '경마'는 남이 탄 말의 고삐를 잡고 가는 일 또는 그 고삐를 말한다. 박지원은 뚱선비로 나온다. 덩치가 크고 뚱뚱한 마흔네 살의 선비라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조선에서는 게으르고 한가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덩치와 함께 뚱선비라는 별명이 어울린다.


한양에서 의주까지 가는 동안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사신단이 가면서 머무는 고을의 모습에서부터, 강을 건너기 위해 모여든 나루터의 모습, 놀이마당의 모습 등 우리 나라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뚱선비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그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들은 남들과 다르다. 중국의 벽돌집과 수레를 보며 감탄하고, 벽에 쓰여진 이야기를 보고 베껴써오는 모습에서 이후의 박지원이 어떤 삶을 살게 될 지 짐작하게 하기도 한다.


역사동화를 읽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역사책이 아닌 역사동화를 읽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허구와 사실이 함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박지원이나, 『열하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반드시 박지원이나 『열하일기​』를 사실적으로 다룬 책을 연이어 읽기를 바란다.


내용으로 보아 초등 중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다. 혼자 읽기보다는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이야기를 나누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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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2-30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하일기 쉽게 풀어쓰기`를 읽어도 재미있을 테지만,
느긋하게 `열하일기 원전 번역본`에 도전해 보셔요.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
원전을 그대로 옮긴 책을 읽으시면
새로우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그득그득 누리시리라 믿어요~

하양물감 2014-12-30 22:15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열하일기를 제대로 읽어보고싶습니다. 아마 2015년에는 그러지싶습니다.
 
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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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그때가 1970년대니까, 못해도 40년은 된 사진이다. 그런데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동물원에 갈 일이 없었다. 경영악화로 문을 닫은 동물원때문이었다. 그러다 부산에도 동물원이 다시 개장을 하였고, 늘 작은 동물만 보던 아이에게 호랑이, 사자, 코끼리가 있는 동물원에 데려가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사자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지인들이 이렇게 댓글을 달았었다. "우와, 그래도 걸어다니는 사자 앞에서 찍었네요. 우리가 갔을 때는 잠만 자더라구요" 라는...

 

동물원의 동물들은 행복할까? 거꾸로 내가 동물원에 있는 동물이라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싫은 일이다. 동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그때의 일을 다시 떠올렸다. 동물원에서 잠만 자는 맹수들, 우리를 타고 넘어 도망 갔다 다시 잡혀 온 동물 이야기. 이런 것들이 자꾸 머리 속에 떠올랐다.

 

이 책에는 세 개의 이야기가 있다. 보통은 표제와 같은 이야기가 하나 있기 마련인데, 이 책에는 표제와는 다른 제목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 제목은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 모두에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잊지마, 넌 호랑이야. 잊지 마, 넌 하늘을 나는 두루미야. 잊지 마, 넌 초원을 달리던 코끼리야. 라고.

 

 

 

첫번째 이야기는 못생긴 호랑이 천둥의 이야기이다. 멸종 위기등급이기도 한 시베리아 호랑이. 천둥은 경영이 악화되어 먹이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동물원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말을 듣는다. 천둥은 고향 시베리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행복동물원에 살던 천둥은 다른 호랑이들과 달리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야생의 상태에서 건강한 교배를 통해 태어난 호랑이가 아니어서 그런지 몸집도 작고 약하다. 그래서 야생성을 지닌 다른 호랑이들에게 늘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 천둥에게도 시베리아의 야생성을 지니고 있던 엄마 호랑이가 있었다. 천둥이 기억하는 엄마는 늘 초점 어뵤는 눈을 하고 바닥에 누워만 있었다. 고향 시베리아로 돌아 갈 희망을 잃은 호랑이였다. 천둥은 결국 행복동물원에서 견디지 못하고 꿈동산랜드로 간다. 꿈동산랜드에서 지낸 시간들도 천둥에게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 천둥이 고향으로 보내진단다.

 

그러나 그가 간 곳은 시베리아가 아니라 행복동물원이었다. 행복동물원에서 다시 만난 친구들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그들 역시 천둥의 엄마처럼 희망을 잃고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아이가 동물원에 갔을 때 걸어다니는 사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부러워하던 지인들이 생각난다. 동물원은, 살아숨쉬는 공간이 아니다. 인간의 재미를 위해, 삶의 터전을 떠나 좁은 우리에 갇혀 지내야 하는 곳이다.

 

새로 생긴 동물원이라고 좋다고 아이를 데려갔지만, 이런 이야기를 읽다보면, 미안하고 또 미안해진다. 우리 아이도 그런 생각을 할까? 우리가 자연 속에서 그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날은 올까?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 자연으로 다시 방사되는 동물들 이야기도 간간히 들려온다. 애초에 잡아서 가두지 않았더라면, 그런 수고도 필요없었을 텐데 말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날고 싶은 두루미 갑돌이 이야기이다. 사육장에서 자란 갑돌이와 습지에서 붙잡혀 온 갑순이의 이야기이다. 갑돌이는 자유롭게 날아보지를 못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천둥이처럼 갑돌이도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아보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갑순이는 습지에서 생활하다 갑돌이와 함께 한국의 동물원에 오게 되었다. 야생의 삶을 알고 있는 갑순이에게는 동물원이 감옥같았을 것이다. 하늘을 날아야 하는 두루미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수 없다. 갑돌이도 어렸을 때 아빠로부터 나는 연습을 했지만, 실제로 날아볼 수는 없었다.

 

야생의 삶을 포기하고 동물원에, 혹은 사육장에 길들려지기를 거부하는 갑순이를 통해 갑돌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언젠가는 갑순이와 함께 저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으리라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그러나 갑순이는 이겨내지 못하고 먼저 죽고만다. 갑순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 갑돌이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사육사의 아들인 재운이를 통해 하늘을 날아 본 갑돌이. 언젠가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기를...

 

 

마지막 세번째 이야기는 동물원을 떠난 코끼리, 꽁이와 산이의 이야기이다. 꽁이와 산이는 아프리카 코끼리이다. 산이 역시 아프리카에는 한번도 가 본적은 없는 서커스단에 있던 코끼리이다. 이 책 속의 동물들은 공통점이 있다. 야생을 기억하는 동물과, 야생을 경험해보지 못한 동물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야생의 삶을 기억하는 동물들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잃어버리고 삶을 포기하거나, 이상징후를 보이거나 한다. 그러나 애초에 야생을 경험하지 못한 채 태어난 동물들은 그냥 주어진 환ㄱ셩에서 적응한다. 우리가 보는 많은 동물들이 사실은 이러한 동물들이다. 그들을 통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좁은 우리에서 적응하며 살고 있는 무기력한 동물들이다. 과연 아이들이 그 동물들을 보고 산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할까?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 지 궁금하다. 야생에서 자유롭게 거니는 동물들을 보지 못하고 우리 속에 갇힌 동물만 보아 온 아이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야생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동물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동물원에서 보는 그들의 모습이 진짜가 아님을. 그 속에 갇혀 있는 동물들도, 그들을 보는 우리도 결코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 샘터 물방울 5기 서평단으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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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12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물원에 안 가본지가 꽤 오래됐어요. 어른이 되면서 동물들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져서 동심을 잃은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뿐만은 아닌 것 같아요.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안타까워서 동물원을 구경하는 것이 더 꺼려집니다.

하양물감 2014-12-12 22:37   좋아요 0 | URL
동물원에 가보고서야 알았죠. 이게 그토록 기다렸던 동물원이 아니라는것을요. ^^

숲노래 2014-12-13 0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갇힌 동물처럼
갇힌 사람인 셈이지 싶어요..
 
닭장에 들어온 검은 고양이 우당탕탕! 꼬꼬닭 대소동 5
크리스티앙 졸리부아 글, 크리스티앙 아인리슈 그림, 류재화 옮김 / 소년한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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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고 생각한 책이다. 프랑스에서 13권까지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는 5권이 나와있다. 그 중 마지막 권이 바로 이 그림책이다. 크리스티앙 졸리부아는 얼마 전 우리나라를 찾기도 했다. 그때 인터뷰에서 "닭장은 닭들이 알을 낳고 살아가는 공동체 공간이면서 폐쇄적이라는 점에서 인간 사회와 닮았다"고 하였다. 그래서일까? 닭장 안의 그들은 인간들의 행동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멍청한 사람을 닭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프랑스에서도 닭이라고 하면 멍청하다는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물론 그림책 속 닭들은 굉장히 똑똑하다. 
 

“검은 고양이는 숫자 13이랑 똑같아! 불행을 가져올 거야.”

 

 

낚시대회를 하던 닭들이 검은 고양이가 들어있는 가방을 건져올린다. 검은고양이를 본 닭들은 불행한 일이 생길거라며 도망을 친다. 카르멘은 검은고양이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며 가까이 가는데, 오빠 카르멜리토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말을 한다. 그런 카르멜리토에게 카르멘은 미신을 믿는 오빠에게 한마디 하고, 그들은 검은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간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자주 본다. 나와 조금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근거없는 미신이나 신념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불행은 준다며 모두가 싫어하는 검은 고양이도 엄마고양이에게는 멋진 왕자님이었다. 엄마고양이와 검은고양이를 떼어놓는 것은 검은고양이를 불길하다고 생각한 인간에 의해서였다. 우리 주변에도 이러한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

 

 

 

닭장으로 데리고 온 검은고양이를 카르멘의 엄마 아빠는 잘 곳을 마련해준다. 그러나 닭장에서 함께 지내게 된 다른 닭들은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마다 검은고양이 탓이라며 구박을 한다. 근거 없는 믿음에 의해 검은고양이를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닭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그렇지만 카르멘과 가족들은 검은고양이를 안아주고, 그가 고양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카르멘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검은 고양이는 어느날 독립을 하기로 한다. 같은 닭장 안에 살면서 검은고양이의 짓이라는 증거도 없는 일들을 모두 검은고양이 탓으로 돌려버린 닭들은, 그가 떠나고 난 뒤에는 어떻게 할까?

 

 

 

 

검은 고양이가 닭장을 떠난 뒤, 들쥐들이 쳐들어온다. 들쥐들이 오는 장면은 명화의 한 장면을 가져왔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나는 바로 브뤼겔의 '눈 속의 사냥꾼'이라는 그림을 떠올렸다. 그 전에 뭉크의 절규를 그림 속에 표현하기도 했던 터라 낯설지 않았다.

 

 

 

검은고양이가 떠난 닭장에 침입한 들쥐들.

그 들쥐들에 맞서는 것은 어느새 돌아온 검은고양이다.

그런데 이 녀석 어딘가 누군가와 닮아있다.

 

 

 

들쥐들을 한 마리씩 해치울 때마다 전리품을 하나씩 챙기는 검은고양이.

 

 

 

그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장화신은 고양이였다. ^^

 

 

 

모두가 싫어하고, 이유없이 차별하고, 증거도 없으면서 나쁜 일을 꾸민 자로 모함하던 닭들이, 자신들을 구해 준 검은고양이에게 열광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느끼게 하였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면, 이러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그림책을 초등학생 쯤 되었을 때 읽었으면 좋겠다. 그도 아니라면, 또래집단이 형성되어 있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한다.

 

 

그림책의 마지막 쯤 또 한번 작가는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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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훔친 카르멜리토와 카르멘 우당탕탕! 꼬꼬닭 대소동 4
크리스티앙 졸리부아 글, 크리스티앙 아인리슈 그림, 류재화 옮김 / 소년한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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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 그림책의 네번째.

개인적으로는 네번째 그림책의 내용은 조금 실망스럽다. 내용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앞의 그림책을 통해 커진 기대치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일단, 이번 그림책은 '아빠'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침마다 꼬끼오하고 태양을 깨우는 멋진 아빠가 바로 카르멜리토와 카르멘의 아빠이다. 아빠처럼 태양을 깨우는 닭이 되고싶은 카르멜리토는 수탉이 아니면 안된다는 말에 실망을 한다. 아빠처럼 되고 싶어하는 닭들은 많다. 바로 닭장 안의 다른 수탉들이다.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카르멘과 카르멜리토가 있다면, 그들을 시기 질투하거나 부러워하는 닭들이 있다. 인간사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자랑스럽게 걸어가는 아빠의 모습과 그 뒤에 있는 닭들은 대조적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불만스러운 표정의 닭들을 나쁜 편에, 카르멘 일행을 좋은 편에 세우는 줄세우기는 할 필요가 없다.

 

 

 

 

늘 태양을 깨우는데 문제가 없던 아빠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 바로 비가 내내 내리는 날이 계속 된 것이다. 사실, 태양이 수탉의 소리를 듣고 떠오르는 것이 아니니, 비가 오는 동안 해를 불러낼 방법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 그러나 이 상황은 아빠에게는 엄청난 시련으로, 다른 수탉들에게는 기회로 여겨진다.

 

 

 

 

전 세계 언어로 꼬끼오하고 소리를 내어보지만 태양은 떠오르지 않는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날, 아빠는 태양을 부르다 축 처진 채 돌아간다.

(하나의 화면 안에 세 개의 장면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준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카르멘과, 카르멜리노, 그리고 펠리노는 태양이 있는 곳을 찾아간다. 커다란 해바라기를 꺾어서 해가 있는 곳만 바라본다는 해바라기를 지도삼아 태양을 찾아 떠난다.

 

 

 

 

 

그들은 콜베르네 방앗간에서 커다란 열기구를 발견한다. 그들의 눈에는 그것이 커다란 태양으로 보인다. 그 방앗간은 바로 열기구를 발명한 몽골피에 형제의 집이었던 것이다.

 

 

 

 

 

갇혀 있던 태양(열기구)을 탈출시키는 카르멘일행들.

그들은 열기구를 타고 닭장으로 날아간다.

 

 

 

 

 

아빠 피티코크가 큰 소리로 태양을 부르는 순간, 카르멘 일행이 탄 열기구가 나타난다. 다들 태양이 돌아왔다면서 기뻐한다. 물론 이 열기구는 진짜 태양이 아니지만, 열기구 뒤로 진짜 태양이 슬며시 고개를 내닌다.

비가 오는 계절이 끝난 것이다. 실제로 카르멘일행이 태양을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아빠를 위해 태양을 찾으러 떠났던 아이들의 마음을 아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아, 몽골피에 형제는 어떻게 됐냐고요?

물론 새로 열기구를 만들어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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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2-0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 식구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구수하게 흐르네요.
닭한테 열기구를 빼앗긴 사람들도 재미나게 놀고요~
 
수학식당 시리즈 세트 - 전3권 수학식당
김희남 지음, 김진화 그림 / 명왕성은자유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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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수학이다. 엄마인 내가 가장 자신없어하는 과목이기도 하고, 아이가 언어쪽으로는 다른 아이들보다 좀 빨라서 은근히 시기, 질투를 받고 있는 터에 (그렇다고 언어영재거나 그렇지는 않다. 단지 조금 빠른 정도) 수학적 사고가 조금 떨어지는 것에 대해 마치 꼬투리라도 잡은 양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아수학을 통해 수학을 접하긴 했지만, 학습지를 통해 사칙연산을 미리 연습하고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너무 느슨하지는 않나 걱정도 하였다. 물론 지금까지는 (현재 2학년) 어려움 없이 수학을 하고 있지만, 3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차이가 날 거라는 둥 이런저런 소리가 신경이 쓰이는 터였다. 그렇다고 학습지 선생님을 붙일 생각도, 앉혀놓고 문제집을 풀 생각도 없는 나로서는 수학동화를 비롯한 수학관련도서들이 반갑다.

 

아이가 유아일 때는 수학동화니 과학동화니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책을 일부러 피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지 못한 채 그러한 책에 노출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들어가 2학년이 끝나는 요즘은 의도적으로 이런 책을 골라주는 편이다. 책 읽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라 책에 대한 부담이 없고, 은근슬쩍 수학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번에 아이와 함께 본 책은 수학식당이다. 창의수학이니, 수학놀이니 하면서 수학이 아닌 듯 수학을 가르치는 영역도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요리를 하면서 수학적 지식을 알아가는 수업도 꼬내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식이라는 것도 듣기도 했다. 수학식당은 아마도 그 놀이수학과 비슷할거라는 생각을 하며 보게 되었다.

 

일단은 요리를 통해, 음식을 통해 수학에 접근한다는 것은 동일하였다. 여기에 수학요리계의 셰프 피와 어리버리한 제자 당케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수학식당에는 '비수레'라는 아주 오래된 비밀 수학 레시피가 있다. 이 레시피를 훔치려고 하는 학수식당의 봉팔셰프와 봉쑤아의 음모가 더해져 수학요리 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

 

수학식당 1권의 메뉴는 도형, 수의 자릿값, 두 자리 수, 덧셈식과 뺄셈식, 길이 등을 알 수 있는 사각사각 샌드위치, 막대어묵어묵조랭이떡볶이, 별나별나초콜릿, 촉촉사르르카스텔라, 쌍둥이스테이크, 그리고 몰라몰라주스가 나온다. 재미나는 메뉴도 그렇지만, 메뉴를 통해 수학적 지식을 전달한 다음에는 이런 요리는 어떻게 만드는 지 레시피가 나오니 그 또한 재미나다. 우리집 아이는 이 책을 읽다 말고 메뉴에 나온 요리를 하고 싶다고 졸라서 당황했던 적도 있다. 저학년용 스토리텔링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2학년인 우리 아이가 보기에 적당한 듯하였다.

 

수학식당 2권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다. 받아내림이 있는 뺄셈, 곱셈구구, 시계와 시간, 수 배열과 규칙, 표와 그래프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콧김슝슝알아알아냉수, 구구떡꼬치, 재깍재깍치즈케이크, 차곡차곡마카롱피라미드, 오래오래스파게티, 별루별루초콜릿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곱셈구구에 봉착한 우리 아이때문에 이 부분을 유심히 보았다. 더하기에 익숙한 손님과 묶어세기를 하는 당케. 물론 결론은 곱셈표를 외워야 하는 것이었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수학교과서에도 그러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수학식당 3권에서는 메뉴가 확 줄어든다. 당연히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내용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 받아내린이 있는 뺄셈, 경우의 수, 분수까지... 기절초풍딸기, 가지가지카레, 잘라잘라사과파이, 도리도리돌돌젤리, 우달달생크림케이크가 나온다. 스토리가 좀 더 흥미진진해지는 면이 있다.

 

수학이라고 하면 늘 싫다고 머리부터 절절 흔드는 우리집 아이가 그래도 수학인듯 아닌듯 책을 읽는 사이에 수학과 좀더 가까워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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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1-2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과목이든
언제나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면
아이는 다 잘 하리라 생각해요.
믿음이 가장 크다고 느낍니다~

하양물감 2014-11-27 09:47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저 역시 아이에게 많은 부분을 허락하는 편이고,
아이의 결정에 많이 따르는 편입니다.
나의 생각과 주관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많더라구요.
지금까지 별탈 없이 잘 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그런 믿음을 계속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