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손자병법 - 고민 많은 초등학생을 위한
문경민 지음, 민은정 그림 / 비룡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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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을 읽을 일이 어지간해선 없는 여자아이인 딸아이에게 이 책을 건네주었다. 고민이 많아지는 초등고학년이 된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법서로서의 손자병법뿐만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위해 자신에게 숨겨진 능력을 찾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위기의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책이기도 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고민은 늘 따라다닌다. 그 고민을 적절한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단련되고 성장한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가정이나 사회에서는 여전히 어리게 보지만, 학교 내에서는 저학년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하고, 스스로도 다 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구들과의 관계, 사회적 경쟁,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겪는 고민들은 점점 늘어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이것저것 이야기를 쏟아놓던 아이가 학교에서의 이야기를 점점 드러내놓지 않고, 부모보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와 친구들의 눈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좋은 친구를 곁에 두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지만, 아이의 사회생활을 다 파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화를 통해 고민을 이야기하고,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지만, 쉽지 않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13가지의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있다. 해결법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방식이다. 해결방법으로 제시된 문장을 보면, 어른인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이다.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읽어보고싶냐고 물었더니 재미있겠다며 몇 개의 에피소드를 골라 읽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말고 니가 읽고싶은 부분부터 먼저 읽어봐"라고 했더니, 목차를 읽어보고 2,4,8,9편을 골라서 읽는다. 줄거리가 필요한 책이 아니기에 내가 주로 아이에게 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제2편 문제는 오래 끌지 마라 - 장난 문자 메시지 사건

제4편 기본을 갖추면 길이 열린다 - 지겨운 시험 공부

제8편 나만의 주관을 세워라 -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

제9편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라 - 책 스무 권, 독후감 열 편 


마침, 오늘 학급회장선거를 하는 날이었다, 지난번에 읽었던 제8편 나만의 주관을 세워라 -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 편이 기억나서 오늘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학원선생님과 주변 어른들의 의견에 떠밀려 회장선거를 준비하는 한얼이는 왜 회장이 되어야하는지,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없다. 그런 한얼이가 동생들의 질문에 자기가 왜 회장 선거에 나가려 하는지 고민을 시작한다. 나만의 생각, 판단, 가치관을 키우고 자기주관을 가져야한다는 도움글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속시원하게 답해주지는 못한다.


이 책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보면, 아이들이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을 잘 골라담았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제는 던져졌고, 서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다보면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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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언니 상담소 일공일삼 56
김혜정 지음, 김민준 그림 / 비룡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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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자신도 이제는 십대라고 말하던 우리집 아이가 떠오른다. 십대 대접을 해달라는건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한해가 지난 요즘, 아이는 제 또래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하루종일 휴대폰과 얼굴을 맞대고 있기도 하고, 그저 어린 아이로만 보이던 또래들이 고만고만한 고민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아직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며, 학원이나 도서관에서 만나는 친구들과의 일을 재잘재잘 늘어놓는다. 맞장구도 쳐주고, 때로는 아이가 간파하지 못한 부분을 슬쩍 건드려주기도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엄마가 '내 편'이 되어 주는 것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나 역시 어설프게나마 다시 시작한 사회생활이 어느새 5년이 지났고, 점점 육아나 가사보다는 바깥일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다행이라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그나마 많다는 것이리라. 어느날 이 아이가 자신의 부모가 아닌 또래들과 푸는 날이 올 것을 알고 있다. 그럴 때, 옆길로 새지 않고 길을 잘 찾아 갈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맞아 언니 상담소'는 아이들의 고민을 어른의 시각에서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고, 자기들 나름의 처방도 내려준다. 아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기를 바라며, 그렇게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나'만 갖고 왜 그래? 라는 불만에 그래 그래 호응해주고, '너'의 생각이나 행동이 옳다고 믿어주는 맞아언니상담소는 아이들에게 인기를 끈다.


맞아 언니 상담소를 운영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가지고 상담을 해주는데, 어느날,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무조건 맞아 맞아 호응해주고, 너의 생각대로 해를 외치던 아이들이 이 사건으로 인해 책임있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만 끝낸다면 지독하게 도덕적인 이야기로 싱겁게 끝나버렸을 것이다. 완벽하게만 보였던 모범생이자 천재소녀였던 친구의 행동, 그리고 나쁜 아이일거라고 생각했던 친구의 참모습 등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누구나 고민이 있고, 그 고민을 풀어가는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무조건 네 탓이다, 네가 잘못했어 라는 말에 반기를 들었던 맞아언니상담소 아이들은 맞지 않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줄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우리집 아이에게 이 책을 읽은 느낌이 어땠냐고 물어보았다. 재미도 있고, 우리들 이야기같다는 말도 한다. 그리고 맞아언니상담소 같은 것이 진짜 있으면 좋겠다고도 말한다. 나와 마음이 맞는 친구가 하나라도 있다면,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내 아이에게도 그런 친구가 한명쯤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 하나 더 바란다면 그 친구 중에 엄마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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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6-02-2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언제나 아이들하고 눈높이를 맞추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우리 스스로 상담소 언니가 되겠지요 ^^
 
과학은 쉽다! 3 : 끝내주는 우리 몸 - 몸속 기관의 종류와 하는 일 과학은 쉽다! 3
김정훈 글, 김명진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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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쉽다고? 정말?

내가 학생 때, 과학을 참 좋아했다. 화학과 물리를 가장 좋아했고, 지구과학도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그런데 내가 제일 어려워하고 재미없어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생물'이다. 어렵고 하기 싫은데다가 외워야 하는 것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그런데 이 책은 과학이 쉽다고 말한다. 그것도 내가 가장 어려워했던 '생물'의 내용이면서 말이다. (흥! 흥!)

우선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자.

1. 세포가 가진 놀라운 능력

2.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얻는 법

3. 우리 몸이 움직이는 법

4. 우리 몸이 느끼고 생각하는 법

5. 우리 몸에서 가장 특별한 기관

으로 나누어진다.

우선,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 대해 알아본다. 세포분열, 세포분화, 유전자, DNA, 조직, 기관 등과 같은 단어에 익숙해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것이다. 언젠가, 학습지 회사에서 테스트 한번 받아보라고 해서 과학문제를 풀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느낀 것은 바로 '과학도 국어다'라는 것이었다. 낯선 어휘와 그런 어휘들로 이루어진 문장을 해석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보였다. 다행히 문장이해력이 있는 편이라면 과학적 지식에 대한 이해는 좀 빨를 것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가 그렇지 않는가 하는 것은 이것때문이다. 이 책이 5~6학년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했을 때, 문장 뿐만 아니라 그림과 도표가 보여주는 의미를 잘 해석한다면 충분히 이해가능하리라 여겨진다.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얻는 법에서는 소화, 호흡, 순환, 배설기관에 대해 알려준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영양소와 산소로 살아간다고 한다. 우리 몸이 받아들인 영양소와 산소를 몸 구석구석까지 옮기는 순환기관, 영양소와 산소를 흡수하는 소화기관과 호흡기관, 그리고 노폐물을 밖으로 내 보내는 배설기관까지 살펴보고 나면 우리 몸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알게 된다.

우리 몸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뼈와 근육이 필요하고, 느끼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감각기관과 뇌, 신경이 있어야한다. 간단한 만화와 쉽게 설명하고 있는 글을 읽어가다보면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쉬운 퀴즈는 퀴즈가 되는 순간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되고 만다. 틀리면 어떡하나, 읽었는데도 잘 모르겠다 라고 한다면, 문제를 풀지 말고 넘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내용이 재미있어서 한번 읽고 두번 읽으면 자연스레 알 수 있으니, 장이 끝날 때마다 있는 퀴즈에 너무 연연해하지는 말자.

마지막으로 우리 몸에서 가장 특별한 기관, 생식기관을 지나오면 이 책은 끝이 난다. 과학 중에서도 생물을 제일 싫어하는 내가 읽으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싫다, 좋다라는 감정을 갖기 이전이기때문에 가볍게 접근해나간다면 재미를 느끼고 쉽게 느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 마지막 장을 덮기 전에 '가로세로 낱말풀이'도 꼭 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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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1-2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물을 제일 싫어하셨군요 ^^ 저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몽땅 어려웠는데, 뭘 믿고 이과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가로세로 낱말풀이를 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문득 발동합니다.
한솔이는 재미있게 읽던가요?

하양물감 2016-01-20 21:08   좋아요 0 | URL
한솔이도 절 닮았는지 과학을 어려워합니다. 저학년 과학은 국어문제로 문장을 이해하면 그런대로 하는것같아요.
여기에 과학적지식을 어떻게 흡수하냐가 문제겠지요.

한솔이는 이 책에 있는 만화만 읽고 덮었습니다 ㅠㅠ

cyrus 2016-01-20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ᆞ고등학교를 다니면 과학을 암기하게 되니까 과학을 좋아했던 아이들이 과학 과목을 싫어하게 됩니다. 사실 제가 그런 아이 중의 하나였습니다. ㅎㅎㅎ

하양물감 2016-01-20 21:12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 3학년때 선택과목이 생물이었어요. 진짜 선택이었다면 전 화학을 선택했을텐데 문과는 전부 생물을 들으라하더군요. 여학생은 생물점수가 제일 낫다는 편견 아래 자행된 만행이었습니다.
20점만점에 20점만 받던 화학을 선택하지못하고 20점만점에 4~6점 받던 생물 선택한 불행아이지요.
학력고사칠 때 생물 4점받았습니다. ㅠㅠ
 
양말이 좋아 사계절 그림책
손미영 지음 / 사계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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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보면, 유달리 애착을 보이는 물건들이 있다. 우리집 아이는 손수건을 좋아해서 잠잘 때도 손수건을 손에 쥐고 있어야 잠이 들곤 했다. 이 그림책 표지를 넘기면 처음 마주하는 장면은 빈 빨래줄과 빨래줄 아래에 떨어져 있는 양말이다. 빨래집게가 죽 늘어선 빨래줄의 심심함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나비가 한 마리 앉아있다. 이 빨래줄에 널려 있던 빨래들은 어디에 갔을까? 양말을 흘리고 간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살짝 일어난다.

양말을 줄줄 흘리며 가는 사람은 조그만 여자아이다. 아이는 빨래줄에서 걷어 온 양말을 갖고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양말 디자인도 다양해서 아이의 상상은 한없이 커져간다. 패션의 완성은 가방이라고도 하고 구두라고도 하지만, 이 여자아이에게는 양말이다. 뿐만 아니라 슈퍼맨이 되기도 하고, 코끼리가 되기도 하는 양말은 최고의 장난감이기도 하다.

구멍난 양말도 있고, 선물을 담아두는 양말이 되기도 한다. 할머니의 버선처럼 모양이 독특한 양말도 있고, 아기 양말처럼 작은 양말도 있다. 양말을 갖고 노는 아이 옆에 장난꾸러기 고양이도 양말로 장난을 친다. 아이가 어렸을 때, 물건은 다를지라도 한번 씩은 다 경험했을법한 관경이다. 누군가에게는 양말이, 누군가에게는 손수건이, 누군가에게는 엄마 화장품이 그런 대상이 되곤 한다. 어린 유아와 함께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양말로 인지활동을 하기에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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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1-16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아이는 곰인형이었어요. 꼬질꼬질한데 빨지도 못하게하던...
표지도 산뜻해서 읽고 싶네요^^

하양물감 2016-01-22 11:56   좋아요 0 | URL
확실히 유아용이에요.
 
언니가 없으면 좋겠어 살림어린이 나무 동화 (살림 3.4학년 창작 동화) 9
이은재 지음, 심윤정 그림 / 살림어린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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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가슴이 쿵... 가족 중 누군가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는 일이 많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함께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주 보지 못하고 내 삶과 관계가 없다면 그들의 말 한 마디에, 행동 하나에 상처받을 이유가 없으니까. 결국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기 쉽다는 말이다.


언니가 없으면 좋겠어.


이 책은 3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하나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언니가 없으면 좋겠어', 그리고 '백조가 된 오리 꽥꽥'과 '행복해져랏, 얍!' 이다. 세 가지 이야기는 하나의 주제로 통일된다. "행복이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이해하고 그리고 가슴으로 사랑할 줄 알아야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예담이는 장애가 있는 언니가 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언니는 늘 엄마와 아빠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예담이는 언니때문에 집에서 늘 찬밥신세라고 생각한다. 부모마음이야 어느 자식인들 소중하지 않을까마는, 언젠가는 부모 없는 세상에서 혼자 살아야 할 예슬이가 좀 더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된다. 예담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힘이 되어주어야 할 가족이기에, 예담이가 이해해주기를, 아니, 예담이와 예슬이가 함께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부모도 힘들고 지칠 때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놓지 못하는 건 가족이기 때문이고, 내 아이이기 때문이다. 예담이처럼 언니때문에 자신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자신이 받을 사랑과 관심을 빼앗겼다고 느끼면 그때부터 사는 것이 즐겁지도 않고, 모든 불행이 자신에게만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언니를 장에 가서 두고 왔다가 다시 언니를 찾아 그 손을 잡는다. 예담이가 내민 손이, 예슬이의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손을 잡았을 때 따뜻함을 느끼는 것은 예담이의 마음이 언니를 향해 열렸기 때문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한다고 느낄 때가 분명히 있다. 가족이기때문에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기때문에 믿어주고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가족'이 짐이 아니라 '울타리'가 되어 줄 것이다.

어른들은 말한다. 가장 어렵고 힘들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가족밖에 없다고.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기 싫을 때가 많다. 내가 언니라서, 내가 동생이라서, 내가 딸이어서, 내가 부모여서 서로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따른다. 나의 선택과 의지와 상관없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기에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 때문에 희생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나의 행복도 결국은 주변인의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가족'이라는 틀 속에 주인공들을 묶어놓았지만, 넓게 보면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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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11-2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생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서로 아끼면서 즐거운 살림이 될 수 있으면
이때에 싸목싸목 기쁜 웃음이 피어나리라 느껴요.
몸을 바치거나 마음을 바친다기보다
마음을 나누는 사이이기에
한식구이지 싶어요

기억의집 2015-11-2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공감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