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하루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19
안신애 글.그림 / 고래뱃속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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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표지를 얼핏 보았다가 다시 한번 쫙 펼쳐서 보게 되었다. 컬러로 표현된 멋진 어느 날의 사진에만 눈이 갔는데, 그 사진 아래 원숭이의 다리와 뒷 표지로 연결되는 쇠사슬에 시선이 머문다. 처음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림책 곳곳에서 같은 듯 다른 그림을 느낄 수 있다. 그림책의 제목인 '멋진 하루'는 어느 누군가에게는 멋진 하루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과 속박의 시간이다. 이 그림책 '멋진 하루'는 그렇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아한과 고품격이 행복몰에서 다양한 물건을 사고 여가시간을 보내는데, 그것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한 장면을 포착해 보여줌으로써 각성하게 만든다. 쇼핑몰에는 입에서 살살 녹는 참치회, 명품가방, 예뻐지는 화장품, 장인의 손길로 만는 가죽 의자, 겨울패션의 꽃인 모피코트가 고객을 유혹한다. 그리고 돌고래체험이나 원숭이공연도 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한다. 이런 물건들과 쇼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명품 악어가죽가방을 보자. 디자인도 좋고 부드럽고 게다가 명품이니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저 가방 하나 들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사람들도 제법 많을 터. 그러나 그 가방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악어 가죽은 어디에서 난 것일까? 인간이 살기 위한 최소한의 것을 자연에서 취하며 살아가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여도, 사치와 쾌락을 위해 동물을 남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그림책에는 행복몰에서 파는 물건들과 쇼가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그 이면의 추악하고 슬픈 광경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원숭이가 공연을 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 장면이나,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사육하는 돼지들이나, 인간대신 임상실험에 사용되어지고 있는 토끼들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이런 장면이 사진으로 제시되었다면 충격이 더 클 테지만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이 정도면 괜찮지싶다. 어린이들이 이 그림책을 본다면, 인간들이 자신의 향락과 사지를 위해 동물들에게 얼마나 못된 짓을 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과한 것은 좋지 않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때는 균형이 깨지기 마련이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것만 취하고 다른 동물들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반성을 해야 한다. 이 그림책은 고학년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토론이나 토의를 하기에도 괜찮은 책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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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의 잠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박완서 글, 김세현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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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의 잠? 순간 '매미'가 떠올랐다. 땅 속에서 7년을 기다리고 땅으로 올라와 매미가 되고 나면 약 한 달동안 시끄럽게 울어대며 나 여기 있소 외치다 죽은 그 매미 말이다. 표지그림은 개미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7년 동안 잠을 자는 녀석이라면 매미가 틀림없을터였다.

 

첫 페이지에서 개미는 커다란 먹잇감을 발견한다. 보아하니 매미 유충이다. 개미 마을에도 흉년이 계속 되어 먹을 것이 부족하던 개미에게 이것은 행운의 먹잇감이다. 개미는 기쁜 마음에 마을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리는데, 크고 싱싱한 먹이가 있다는 말에 개미들이 달려간다. 존경하는 늙은 개미가 그들에게 이것이 '매미'라는 것을 알려준다. 개미들은 여름날 시끄럽게 울어대던, 개미들이 열심히 일할 때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노래나 하던 매미와는 다른 모습에 의아해한다.

 

보통 개미와 함께 등장하는 베짱이 이야기처럼 매미 역시 개미들이 열심히 일을 할 때 팔자 좋게 노래나 부르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늙은 개미는 '매미'가 그렇게 한여름 한 달을 울기 위해 7년 동안 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개미들은 7년이나 잠을 자고 깨어나서는 한달 내내 그렇게 노래나 부르다 죽는 매미를 동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개미들은 매미의 노래소리 때문에 힘을 내거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매미가 성충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풀과 나무가 있는 곳을 옮겨준다.

 

사실, 개미들의 마을에 흉년이 온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땅 아래에 사는 개미들은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나무와 숲이 있는 땅 속에서 살던 개미들은 여러 가지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었지만, 딱딱한 콘크리트로 뒤덮인 땅 아래에서는 제대로 된 먹이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 마을에도 흉년이 들었다.

 

7년 전 아직 이 땅 위에 풀과 나무와 숲이 있던 때에 땅 속에 낳아진 매미도 이렇게 세상이 변한 것을 알지 못할 터였다. 껍질을 뚫고 나온들 제 껍질보다 훨씬 두꺼운 콘크리트 땅을 뚫고 밖으로 나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라진 자연 대신에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개미들이 매미를 나무와 숲이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은, 7년 동안 참고 기다려온 세월이 헛되지 않게 하려는 뜻이다.

 

 

 

'7년 동안의 잠'은, 인간의 삶도 돌아보게 한다. 개미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흉년이 든 것은 인간이 파괴한 자연때문이다. 개미들이 먹고 자고 입는 것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마저 채우지 못하고 사는 것 역시 그러하다. 보통 의식주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더 높은 욕구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급한 이에게 '매미'의 노래는 팔자 좋은 한량놀음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더라도 노래 한 곡, 춤 한 자락이 하루의 피로를 싹 씻어내릴 때가 있는 것처럼, '매미'도 매미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미들은 매미를 나무 아래까지 끌고 가서 우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다음, '기쁨에 차서 매미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 인간의 현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매미처럼 바짝 한 달을 놀다 가는 인간도 다 그들 나름의 삶을 살고 있으며, 그 어느 누구도 가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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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루시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2
김지연 글.그림 / 북극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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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용 그림책을 읽다보면, 뻔한 내용과 줄거리인데도 그림 때문에 보게 되는 그림책이 있다.

뻔한 이야기를 말그대로 뻔한 이야기로 만들지 않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요즘 유난히 고양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을 하는 것 같다.

나만의 느낌일까?

고양이를 좋아하고,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는, 우리 동에에도 집집마다 고양이를 키웠다.

요즘 잘 나가는 고양이들처럼 비싼 몸은 아니었지만,

시장통이어서 그런지 고양이들이 제법 대접받는 생활을 하였다.

이때만 해도, 개와 고양이 이야기의 결말

(개는 이때부터 밖에서 살았고, 고양이는 이때부터 방안에서 키웠어요)도 딱 맞아떨어졌는데

어느날인가부터 개가 집안에, 방안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더니

고양이는 길고양이로 전락하여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이 그림책에는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공원같은 공간이 나온다.

지붕이 있는 걸로 보아 누군가의 집 뜰일지도 모르겠다.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곳.

그곳에 있는 이 지붕에 루시가 올라갔다.

지붕 위는 경치를 보기에 좋은 곳이다.

 

 

다른 고양이들도 지붕에 올라가고 싶었지만, 루시가 자신의 지붕이라며 지키고 있는 한 올라갈 엄두를 내지 않는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루시가 강압적인 태도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의 지붕이라고 선언했을 뿐인데

다른 고양이들이 올라가지 않고 루시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마도 이 고양이들 사이에 암묵적인 약속일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기 시작하자 지붕 아래에서 놀던 이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루시는 지붕 위에서 자신만의 경치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지붕 아래에서 함께 놀던 고양이들이 오히려 더 부럽다.

처량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루시는 생각에 잠긴다.

 

 

다음날 날이 밝자 고양이들은 또다시 지붕 근처로 모여들고

이번엔 누가 지붕에 올라갈까 궁금해한다.

 

 

이때 루시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이 무엇인지는 그림책을 함께 읽어보도록 ^^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는 것처럼

혼자 누리던 즐거움을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것은 더 큰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이 그림책이 전겹게 여겨지는 것은 부드러운 그림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양이의 모습을 세세하게 잘 그린 듯하면서도 약간은 어색하게 강조된 그림도 있다.

길게 설명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있는그대로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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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이와 원더마우스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1
조승혜 글.그림 / 북극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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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표지 그림만 봣을 때는 완전 유아용 그림책이구나 했는데,

그림책을 읽다보니 4학년짜리 우리집 딸래미도 딱 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동이는 오리다. 이 오리 녀석의 입이 바로 원더마우스이다.

 첫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동동이의 생활이 보여진다.

엄마가 하는 말마다 대답은 꼬박꼬박 잘하는데, 행동은 그러하지 못하다.

다른 집은 모르겠지만, 우리집 아이는 초등 3학년 말쯤부터 이런 증상을 보인 듯하다.

말로는 못하는 게 없는 녀석이 행동은 그에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지는 않지만 습관적인 대답과 그에 따르지 못하는 행동을 보면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동동이에게 큰 일이 일어나는데

입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동동이가 대답한대로, 말한대로 입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어난다고 말하자, 몸은 그대로 두고 입만 발딱 일어서 화장실로 가 샤워를 하고

밥먹으러간다고 하자, 입이 재빨리 식탁으로 달려가 음식을 먹어치운다.

학교간다고 대답하니 동동이는 두고 입만 먼저 학교로 달려가고

축구한다고 하자 입이 뛰어들어가 축구를 한다.

 

하루종일 입을 쫓아다니느라 피곤해진 동동이.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잠이 드는데, 밤새 입은 바르셀로나 축구경기장에 가 있는다.

 

 

입이 없는 동동이는 말도 못하고, 밥도 못먹는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바르셀로나까지 가서 입을 찾아온다.

대답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았던 동동이에게 이렇게 무시무시한 벌이 내리다니

그 상상력이 재미나다.

 수다쟁이는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뜬다더니

그래서 이 오리 이름도 동동이인가?

입이 살아서 움직이니 이 입도 물에 동동 떠있을만하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생활을 하면 안된다는 교훈도 주지만,

일단은 동동이의 입이 혼자서 돌아다니며 말한대로 행하는 장면들이 웃음을 준다.

바르셀로나까지 가서 입을 되찾아온 동동이가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네가 달나라에 가 봐라! 내가 못잡나"라고 말해버린 동동이.

 

다음날 아침 눈을 뜬 동동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언행일치를 강조하지 않아도, 은근슬쩍 말과 행동이 다르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그림책은 영문페이지가 첨부되어 있어서, 두 가지 언어로 읽을 수 있다.

그림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위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 점이 재미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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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조지와 마사 - 세상에서 가장 친한 두 친구 이야기 그림책은 내 친구 5
제임스 마셜 지음, 윤여림 옮김 / 논장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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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친구 조지와 마사가 보여주는 '친구'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

한 번 읽어서는 어린이들은 그 깊은 의미를 바로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조지와 마사의 에피소드 끝에는 언제나 진한 '우정'을 느끼게 해주는 마지막 문장이 있다.

 "조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답니다."

"마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답니다."

"마사는 한 번도 부스럭거리지 않았어요."

 친구 사이에는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있다.

때로는 친구가 하는 말이 거짓인 걸 알지만 눈감아줄 때도 있다.

그리고, 친구가 당혹스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할 때 대신 나서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것에는 대가가 없다.

그리고, 누구처럼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권력을 키우지도 않는다.

조지와 마사의 우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슬그머니 미소짓게 한다.

밉지도 과하지도 않는 둘의 우정을 보고 있노라면

잊었던 옛 친구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친구를 감싸거나, 대신 뭔가를 한다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

조지가 안전요원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는 아주 엄격하게 마사를 혼내기도 했으니까. 

친구 사이란 그런 것 아닐까?

허물은 덮어주고, 지쳐 있을 때 힘을 주고, 이유를 떠나 모든 것을 믿어주고, 친구를 대신하여 어려운 일도 해주고

그렇지만 위험하거나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할 때는 따끔하게 혼도 내고 막을 줄 아는 것,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사이 말이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자기도 모르게 생각없이 굴 때도 있지만,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둘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우정인란,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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