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토끼끼토 보람 그림책 4
보람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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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입장에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 아이가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모습을 인정하긴 정말 어려울 것 같다. 그 '다름'으로 인해 사회에서 아이가 겪을 어려움이 눈 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두가 똑같이 하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누군가는 다른 생각을 하기에 세상이 이렇게 변화하고 발전해왔지 않나.

이 그림책 표지를 보고 나는 생각했다. 꽤나 골칫덩어리 토끼구나. 라고.

어렸을 때, 거꾸로 노래부르기를 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동요가 '산토끼'였다. 아직도 기억한다. 거꾸로 부르는 가사를.

끼토산 야끼토 를디어 냐느가? 총깡총깡 서면뛰 를디어 냐느가?


토끼는 생일 선물로 파랗고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신발을 받았다. 그러니 애지중지할 수 밖에. 길을 가다 흙탕물까지 튀고 보니, 토끼 입장에선 신발을 아끼려면 거꾸로 걷는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짜잔~~ 처음에 그렇게 거꾸로 다니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세상을 거꾸로 보다보니, '끼토방식'은 '토끼방식'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처음엔 꽤 재미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토끼에게 이렇게 말했다.


"쓸데없는 짓 그만 하고 똑바로 걸어다니렴"

"으악 괴물 토끼다 도망가자"

"거꾸로 걸으면 키가 안 커"

"똑바로 걸으면 당근케이크 사줄게"

"유별난 토끼네. 우리처럼 평범하게 걸으면 안돼"

"그렇게 인사하면 못써, 예의 없게."


물론 친구들은 토끼를, 아니 끼토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랬지만, 여기저기서 말을 들은 끼토는 화가 난다. 왜 다들 나한테 그러는 건지.

우리는 나와 다른 것을 틀렸다고 말한다. 틀렸으니 고쳐야할 일이다. 다른 것을 다른대로 보는 일이 쉽지 않지만 노력해봐야겠다. 아니. 요즘 애들은 다르든 다르지않든 관심이 없을까?


마지막에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움직이며 끝난다. 무질서 속에서 굳이 질서를 찾아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바란다.

이 그림책을 함께 읽은 아이들도 누군가와 다른 자기 모습에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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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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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은유 작가의 특강을 들었던 2022년 12월에 읽었던 책이다. 이번에 독서동아리 샘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다시 읽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쓰였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기를 쓰고 사는 작은 인간에게 눈길이 가곤 했다.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생의 초기 세팅이 이뤄지는 시기에 사막 같은 곳에 내던져진 아이를 뉴스에서 보고 나면 오래도록 심란했다.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의 평등을 지켜주는 게 공적 지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라는 일본 사회학자 미나시타 기류(水無田 氣流)의 말을 다이어리 첫장에 적어두고 틈틈이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무얼 해야 하지? (p.7)

저자가 이 책을 쓸 때, 평소 이런 생각을 했기에 좀더 생생하게, 그리고 절실함을 담아내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까지는 그래도 학교도 다닐 수 있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그 아이들은 학교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주민번호]가 없어서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아동 청소년은 '지금 여기'를 누리지 못하고 '나중에'를 강요받는 사회적 약자다. 연애도, 술도, 놀이도 대학 가면, 어른이 되면 하라는 말을 듣고 크니까. 그런데 그 '나중에'조차 빼앗긴 아이들, 약자 뒤에 가려진 이중의 약자가 있는 것이다.(p.9)

아이들은 알까? 누군가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을 꿈조차 꾸지 못하는 것을.

미등록 이주아동만이 아니라 이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애기회를 설계하고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시혜나 휴머니즘 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당연한 권리다.(p.32)

이 아이들은, 우리처럼, 우리 아이들처럼 이 나라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살고 있다. 자기 나라를 떠나서 이곳을 선택해서 온 아이들이 아닌데 그들에게 '왜 여기에 왔냐고, 한국에서 사냐고' 묻는다. '알지 못하면서' 그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국가와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어쩌다보니 한국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데 '너네 나라로 가라'고 한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주아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었다. 유학을 오거나, 취업을 하거나, 국제결혼을 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에 와서 살면서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그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생각을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다가 보면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다문화교육이란게 글로 배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그 아이들과 어울려 살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편견을 깨 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터득되는 것이다.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에서, '다문화교육'이라는 것을 일부러 만들어서 할까? 우리나라가 유난히 외국인 이민자들에게 대해 보수적이다보니, 오히려 잘 볼 수 없어서 잘 몰랐을 수 있다. 이제 어느 도시에 가면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보이는 곳도 있다. 이제 이것을 교육받아서가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느끼고 생각을 할 수 있어야할것 같다.

친구들과 두루두루 사이좋게 지내게 된 건, 아마도 제가 한국 왔을 때 친구들이 저를 배척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영어를 못하거든요. 그런데 외국인이니까 친구들이 저를 처음 보면 “헬로" 하고 인사를 해요. 중학생이 되니까 다른 학교 친구들도 만날 기회가 생기잖아요. 이 친구들도 저한테 "헬로” 하더라고요. 그럼 저는 한국말로 "안녕"하고 인사하죠. 그러면서 한바탕 웃고 친해지고요. 제가 차별을 안 당하니까 저도 친구들을 차별할 생각을 안 했죠.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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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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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나 안데르센 동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동화들이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꽤 잔혹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조금(--)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가 아마도 내가 20대 중반쯤이었을 것이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거기서 소개받은 책에서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아이가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또다시 옛 이야기의 잔혹함을 마주하게 되었다. 잔혹하다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있다. 그런 느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공포나 스릴러, 또는 오컬트를 즐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냥, 다 아는 이야기지만 약간 뒤집어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인생 그 자체가 가장 훌륭한 동화이다"라는 문장이 보인다. 착한 것과 악한 것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는 중이라....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책은 그런 내용을 품고 있다.

인간을 파멸시킨 욕망 잔혹동화: 인간의 욕망 때문에 파멸하게 되는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가 어땋게 욕망을 극복하고 균형을 찾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4가지 이야기 중에 확실하게 기억나는 이야기는 빨간 구두 뿐이지만, 그리고 어렸을 때도 이 이야기는 무섭다고 생각했었다.

  •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 혹부리영감 이야기가 생각나는 동화이다. 누군가는 노력하며 정직하게 돈을 벌지만, 어느 누군가는 힘들이지 않고 부정적인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 빨간 구두: 빨간 구두를 신고 싶은 욕망이 뭐 그리 대단히 나쁜 일이라고...이리 벌을 주는걸까? 하지만 명품 중독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인간의 욕심이란 게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라야 멈춰질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보게도 된다.

목숨과 맞바꾼 사랑 잔혹동화

  • 인어공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탐하여 목숨을 잃은 인어공주. 사랑이 대체 뭐길래...

  • 어머니 이야기: 안데르센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작품으로 꼽힌다는 어머니 이야기.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동화이다. 죽음이 데려간 아이를 되찾기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어머니의 여정이 낯설지 않다.

sentence 140

Then the mother screamed aloud with terror,

"Which of them belongs to my child? Tell me that. Deliver the unhappy

child. Release it from so much misery. Rather take it away. Take it to the kingdom of God. Forget my tears and my entreaties; forget all that

I have said or done."

그러자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둘 중 무엇이 내 아이의 미래인가요? 말해 주세요. 불행이 내 아이의 미래라면 데려가

세요. 그 아이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차라리 신에게 데려가세요. 나의 눈물과 애원을 다 잊고 그 아이를 데려가 주세요"

p.118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마법 잔혹동화

  • 눈의 여왕: 잔혹동화라고는 하지만 안데르센은 이야기 곳곳에 희망을 심어놓았다. 비록 현실은 힘들고 아프고 괴로울지라도 그것을 잘 이기고 견뎌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이다.

sentence 180

They walked hand in hand out of the palace, where summer had arrived

at last.

게르다와 카이가 손을 잡고 궁전을 나오자 마침내 여름이 도착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p.147

  • 부시통: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노력을 하거나 일하지 않았는데 요행을 통해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의 이야기가 과연 행복한 결말일까 의심스럽다. 더군다나 자기 부모를 다 죽인 남자와 함께 살아야 하는 공주는 어떤 마음일까? 부시통을 이용해서 소원을 들어주는 개 이야기는 알라딘의 램프와 지니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의 설화들이 비슷비슷한 줄거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유에 묻히게 하는 철학 잔혹동화

  • 미운 오리 새끼: 이 이야기는 안데르센이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본인을 투영하여 쓴 작품이라고 한다. 앞에서 읽었던 다른 이야기에서도 그랬지만 안데르센의 작품 속 인물들은 신분 상승을 하고 그것을 성공으로 여긴다. 이또한 안데르센의 심리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는 듯하지만, 백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외모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게다가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원래부터 금수저로 태어난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오리라니...

  • 성냥팔이 소녀: 이 이야기는 충격스러웠다. 물론 애초에 성냥을 팔아서 살아가는 아이가 환상을 보면서 죽어가는 장면도 슬펐지만. 산업혁명 당시 싼 값에 어린이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죽음의 맹독이 나오는 백린을 사용한 성냥을 만들어 내었고, 결국 쫓겨날 때는 그 성냥 한 보따리를 받아 나왔다고 한다. 성먕팔이 소녀가 마지막에 남은 성냥을 모두 불에 붙였을 때 거기서 나온 맹독으로 인해 죽었을 거라고 짐작할만하다. 저자는 그렇게 말한다. 성냥팔이 소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가난과 추위가 아니라 어른들의 욕심이었다고.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뒤집어 까고, 시대적 상황까지 확인해보니 그 이면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들의 모음집이였다. 그리고 모처럼 이야기를 다시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 리텍콘텐츠의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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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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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가난하고 빈곤한 아이들의 상황이 나와 별다르지 않았기에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불편했다. 그 불편함의 원인은 무엇일까?

"소희네 가족은 가난이 대물림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조부모의 가난과 병력이 부모의 양육 조건을 부실하게 해서 어머니는 교육과 돌봄이 결핍된 성장기를 보냈다. 그 결과 어머니는 학력과 노동 능력이라는 사회적 기반을 얻지 못했고 한부모가 되어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자녀들을 양육했다. 게다가 우울증까지 앓게 되면서 이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나 바람까지 약화되었다. 의지할만한 다른 가족도 없이 정신적·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만성적으로 빠졌다. 어머니는 소희에게 '신경을 안 쓴'게 아니라 '신경을 쓸 수 없었'던 셈이다."(21~22)

알고 있다. 우리집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가출과 비행을 일삼았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착한 자녀의 역할을 해내려고 애를 썼다. 어렵더라도 학교를 보내려고 하는 부모였기에 그나마 이 아이들과는 환경이 달랐다고 말해야할까?

책을 통해 만난 아이들의 삶은 나와는 달랐다. 사람마다 상황이 같을 수 없고, 각자의 성향도 다르다. 저자가 만난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은 대부분 가족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지점이 나와는 다른 지점이다. 나는 가족이 애틋하지도, 가족의 빈 자리를 느끼지도 않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 아이들은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거나 "평범한 가정을 갖고 싶다"거나 "자녀를 낳으면 뭐든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 역시 나와는 다른 부분이다.

아이들과 나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환경을 살아가는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내가 살아온 길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환경' 탓만 하고 있어서는 변할 수 없다. 바뀌어야 하고,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노력해야 한다. 아, 노력하지 않아서 가난하다는 것이 아니다.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도 많다.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있다. 사회가, 제도가 보완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도 있지만, 자신이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좀 더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결핍감은 영성 개인의 성향에서 온 것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가치관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필요 이상의 박탈감일 수 있다. 가난한 가족일수록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들이 취약하기 때문에 '비정상가족'일 가능성이 높고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상당수가 바로 여기에 속한 약자들이다. 정상가족의 배타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소외감과 열패감을 경험한다."(p. 65)

교육적 자극을 받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살아가는 힘이 다르다. 그것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든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든 말이다. 자아정체감을 잘 형성하지 못한 아이들은 여전히 어렵게 살아간다.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데는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청소년기에도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제법 있었다. 지금하고는 비교도 안되지만. 지금 청소년들은 학원에, 게임에, 스마트폰에 쉴 틈이 없다. 그런데 이런 걸 두고 바쁘다고 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 아이들에게 부모의 가난과 빈곤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다가도, 괜히 마음 한편에서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그것인 것 같다. 내가 처해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제도와 정책을 알고 나에게 맞게 활용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아이들이 부딪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회와 국가의 역할을, 제도와 정책이 보완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것들이 보완되고 마련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없어서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 말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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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움직이는 사람들 문지아이들
브라이언 플로카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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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한창인 때라, 꽃구경을 한다며 나섰더니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지, 사람에 떠밀려 발걸음을 옮겨본다. 그러다 문득, 그때가 생각났다. 2020년 봄,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정지되었던 바로 그때. 물론 우리나라는 봉쇄되지 않았고, 확진자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 한 어느 정도는 자유로웠다. 전 세계가 코로나때문에 멈춰야했던 그때의 디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기록되어 있다.

이 그림책은 코로나19 펜데믹 초기에 잠시 멈춘 도시를 계속 움직일 수 있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는 뉴욕에서 살면서 여러 장소와 사람을 즐겨 그렸다. 그러다 펜데믹을 겪으면서 그가 그리는 그림은 '내가 있는 곳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다양한 탈것들을 중심으로 보게 되었는데, 모두가 멈춘 것 같은 그때, 누군가는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작가는 그렇게 이 그림책에 그림과 글을 썼다.

우리는 집에 있어요.

창으로 밖을 내다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살펴보고 있어요.

창밖의 도시는 우리가 잘 아는 곳이지만

우리가 처음 보는 모습이에요.


펜데믹 초기, 우리는 이 사태가 그렇게나 오래 지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지역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으로 그칠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많았다. 전국을 뒤덮어버린 펜데믹 상황에서 그래서 우리는 삶을 지켜내었다. 그 3년 가까운 시기에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떤 것은 10년 후의 미래를 앞당긴 것이었고, 어떤 것은 우리가 애써 지키고 발전시킨 것을 후퇴시킨 것이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를 떠나, 우리 삶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은 틀림없다.

외국에서는 도시를 봉쇄하거나, 생필품 대란이 일어나 폭동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 애를 썼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다양한 탈것과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그런 의미가 있다.

그림 속에는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 일이 아니었어도 감기에 걸리거나 황사로 공기가 안 좋을 때 마스크를 쓰곤 했기에 큰 거부감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마스크 품절로 쓰던 마스크 재활용한 날도 있지만...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염병 확산을 막거나 치료하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과,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던 우리 모두를 격려해야 할 것이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잘 견디고 넘어온 우리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봄꽃 구경을 가며, 사람으로 가득 찬 거리를 걷는다. 황사가 와서 목이 칼칼해도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걸어가며 이것이 작은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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