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에 힘입은 영향은 아닐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 주소가 검찰을 중심으로 하는 법의 적용이 과연 정의로운지를 시험하는 형국에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법을 다루는 대표적인 드라마다. 법이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이 어떻게 허물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불의 앞에선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는 꼴통 검사의 활약 <진검승부>, 법을 통해 돈의 하수인이 되었다가 진실을 파헤치게 되는 변호사<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조직의 일원이 아닌 법의 차별없는 적용을 위해 뛰었던 검사가 개인적 사건으로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파헤치는 <천원짜리 변호사>. 


<디 엠파이어>는 시종일관 진중하지만, 나머지 세 드라마는 묵직한 사건과 함께 가벼운 웃음을 버무리며 재미를 준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주는 통렬함은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질서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집단이 생겨나고,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한 줄대기와 서열이 일상이 되어버리면서, 이 질서가 정의로운지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이때 이 물음표를 끝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선 '꼴통'이 되는 수밖에 없다. 꼴통이 되어 조직으로부터 튕겨나오지 않는 한, 조직의 썩은 부분을 도려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 속에 꼴통들은 영웅이 되고, 정의는 이루어진다. 


하지만 현실의 꼴통은 어떤 신세가 될까? 세상 모든 꼴통들을 응원하는 지금의 드라마가 재미있으면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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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감독, 서인국, 장동윤, 최귀화 등 출연. 121분 청소년 관람불가


1. 영화를 그만 볼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영화 도입부. 공항에서의 자폭 테러 장면. 폭탄이 터지고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아.... 이런. CG티가 팍 난다.


2. 영화 초반. 필리핀에서 범죄인들을 화물선에 태워 한국으로 이동시키는 작전. 화물선에 타게 되는 인물들을 소개하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질펀한 육두문자와 현란한 문신들이 정신 사나울 장면들을 예고하는 가운데, 느닷없이 지하칸에서의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체에 가까운 괴물의 등장. 아.... 이런. 이 특수분장도 티가 팍 난다.


3. 영화 <늑대사냥>은 액션 보다는 피를 튀기는 데 더 정성을 들인 듯하다. 초인간적인 능력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싸움은 영화 <마녀>를 떠오르게 하지만, <마녀>의 액션과는 비교 불가. 액션은 허술하고 그 빈 공간에 피만 범벅인다. 마치 어떻게 하면 피를 더 많이 튀길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4. 아, 정말 끝까지 이런 수준의 액션일까? 참고 참고 보았지만, 예상을 뒤엎지는 못했다. 게다가 2편을 만들겠다는 서사는  다소 과욕처럼 보인다. 2편을 통해 완성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은 그다지..... 


5. 정말로 피 튀기는 슬래셔 무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래도 너무 화면의 구성이 듬성듬성하다. 그나마 주연과 조연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이 예상을 살짝 벗어나는 정도에서 결말을 맞는다는 것에 별 하나를 살짝 얹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최근 본 영화 중 <리미트>와 함께 최악의 영화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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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뇌 - 뇌의 새로운 이해 그리고 인류와 기계 지능의 미래
제프 호킨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이데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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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다른 동물 또는 생명체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와 주장은 숱하다.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신의 영역에 근접한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인간까지 그 스펙트럼도 크다. 

이 책 <천 개의 뇌>는 인간의 특징을 뇌의 신피질로 보았다. 인간만이 유독 신피질이 발달되었으며, 이로 인해 지금과 같은 문명과 과학, 지식을 쌓아왔다는 것이다. 오직 인간만이 생명의 기원을 찾고, 지구의 크기를 알며, 우주의 원리를 탐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인간은 두 가지 선택의 길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적자생존과 경쟁, 유전자의 전달이라는 오래된 뇌의 길과, 지능과 창조성의 확산이라는 신피질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갈등과 문제는 대부분 오래된 뇌의 영향 때문으로 본다. 눈앞에 아이스크림이 있다고 치자. 건강을 위해서는 한 두 스푼 먹고 멈추어야 하지만, 대부분 허겁지겁 깨끗하게 먹어 치운다. 오래된 뇌의 생존 전략 때문이다. 새로운 뇌의 이성은 가끔 오래된 뇌의 본능에 잠식된다. 이 위험성은 인류 전체를 위험으로 빠뜨릴 수 있다. 핵무기 버튼을 누른다거나, 기후 위기를 앞에 두고도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줄이지 않는 생활양식을 계속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명의 발달이 자칫 소수의 누군가의 잘못된(본능적) 판단으로 인류 전체 또는 지구 전체를 궤멸시킬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류가 오래된 뇌에 휘둘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뇌(신피질)는 계속해서 인류 또는 지구, 생명의 공존과 행복을 합리적으로 지향한다. 오래된 뇌가 생존할 수 있었던 진화의 길은 방향과 목표가 없다. 그저 살아남은 것들이 살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피질은 우리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 방법을 찾아 실현시킬 수 있다. 




저자인 제프 호킨스는 인류가 미래에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존지를 찾고-지구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를 대비해 화성과 같은 행성 등-, 그곳에서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계(로봇)를 활용해 척박한 환경을 최적의 환경으로 바꾸고, 그 변화가 완전하지 못할 때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인류를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종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가히 자연주의적 삶을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급진적 주장으로 느껴질 정도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도 그럴 것이 제프 호킨스가 생각하는 자연이란 것은 맹목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이상으로 삼는 사람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대신 진화의 결과로 지금의 인류가 갖게 된 새로운 뇌의 합리성을 극대화 해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방향과 목표를 정해 가자는 것이 그의 주장으로 보여진다. 


제프 호킨스가 <천 개의 뇌>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자연과 순리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가진 이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 반면 과학의 발전을 이끌어 온 이성을 옹호하는 이들에겐 환호할 만한 미래 예측이라 할 만하다. 찬반을 떠나 그의 주장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주고, 창의적인 생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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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레이]는 [프레데터]의 프리퀼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의외로 디즈니+에서 만나볼 수 있다.

 

디즈니에서도 19금 액션영화를 만드는 구나. 첫번째 놀라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액션 연출에 두 번 놀라고

그럼에도 여전사의 성장기라는 디즈니적 요소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세번 놀란다. 


[프레이]는 우주선에서 외계 생명체(프레데터) 1명이 스텔스 기능으로 아메리카에 내려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지막 결투에선 함정을 만들고 늪을 활용하며, 재래식 무기로 상대와 겨룬다. 마치 1987년 첫 [프레데터] 영화를 오마주하는 듯 여겨진다. 



다만 달라진 것은 1987년 첫 [프레데터] 영화는 중남미를 배경으로 근육 투성이의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주인공이라면 [프레이는] 아메리카를 배경으로 300년 전 코만치 부족의 소녀전사가 주인공이라는 것이다.즉 외계 생명체 사냥꾼 프레데터를 대적하는 주인공이 근육의 성인 남자에서 원주민 부족의 소녀로 바뀐 것이다. 다분히 디즈니적인 설정이다. 그리고 부족으로부터 아직 어린 여전사이기에 인정받지 못하던 주인공 나루가 주위의 냉대와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마치 [뮬란]과 [모아나]처럼 말이다. 


이런 디즈니적 설정을 이해하고 영화의 액션을 즐긴다면 꽤나 즐겁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초반 토끼도 사냥하지 못하던 나루가 어떻게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외계 사냥꾼 프레데터를 대적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지 말라는 것이다. ^^;  이런 전제하에 영화를 본다면 곰과의 싸움을 포함해 몇몇 액션 장면이 기억에 남을만큼 잘 연출된 것을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게다가 중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소중한 사냥감이던 버팔로를 무자비하게 대량학살한 백인들의 모습 등을 통해 나루가 코만치 부족에게 이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한다는 말의 무게가 육중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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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작품 [6번 칸]은 핀란드, 러시아, 독일, 에스토니아 등의 합작 영화다.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은 마치 박찬욱 감독처럼 칸이 사랑하는 감독인 듯하다. 2016년 데뷔작인 <올리 마키 생애 가장 행복한 날>로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수상한 이후 두번째 작품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으니 말이다. 영화 [6번 칸]은 핀란드의 여류작가 Rosa Liksom이 2011년에 발표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6번 칸]은 마치 <비포 선라이즈>의 북유럽판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비포 선라이즈>가 사랑의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화사한 반면, <6번 칸>은 사랑일지 알 수 없는 따스한 감정과 한겨울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차가움이 교차하고 있어 닮은 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도 기차가 가지고 있는 낭만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 [6번 칸]은 러시아에서 학업을 마치게 된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가 자신의 동성 연인이자 룸메이트가 꿈꾸었던 무르만스크의 고대 암각화를 보러 떠나는 여행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원래 룸메이트와 함께 하려던 여행은 룸메이트가 갑자기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라우라 혼자서 무르만스크행 기차를 타게 된다. 라우라는 자신의 연인을 사랑하기에 그 주위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싶어 하지만, 어쩐지 잘 섞이질 못한다. 실제 이번 여행은 암각화를 본다는 목적보다는 그의 연인과 함께라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암각화를 보는 게 목적이었던 연인은 여행을 취소하고, 라우라만이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무르만스크행 기차의 6번 칸에 동행을 하게 된 러시아 노동자 료하가 그녀와의 첫 대면에서 매춘녀 취급하자, 당장 여행을 취소하려 했다. 하지만 연인과의 통화에서 연인은 라우라에게 무심하고, 오직 암각화 여행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만을 말한다. 연인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모스크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무르만스크로 향하는 라우라. 연인과의 인연은 이미 끊어져가고 있는 것 같지만 라우라는 그 사실을 일부러 직시하지 않는 것 같다. 라우라는 료하와의 만남이 싫어 좌석을 바꿔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료하와 무르만스키까지 동행하여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점차 라우라와 료하는 서로의 마음을 열고 순수한 끌림으로 다가간다. 라우라는 여행이 끝나갈 무렵 료하에게 키스를 하고, 주소를 교환하고 싶어하지만, 료하는 어쩐 일인지 키스도 주소 교환도 거부한 채 떠나버린다. 하지만 라우라가 날씨로 인해 암각화를 볼 수 없게 되자, 료하는 헌신적으로 암각화를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암각화 여행을 함께 한다. 암각화는 실제 보잘것 없었지만, 그 둘의 인연은 암각화보다 더 오래 지속될 듯하다. 암각화를 보고 난 후 거센 눈보라 속에서 둘이 함께 눈 속을 뒹구는 모습은 마치 영화 [러브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이 둘의 감정이 [비포 선라이즈]나 [러브 스토리]처럼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기차칸이 주는 좁은 공간에서 낯선 이와의 만남이 불편함에서 끌림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흥미롭다. 어찌보면 지적 허영심과 외로움에 갇혀 있던 라우라가 거칠지만 순박한 료하를 만나며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이 기분을 묘하게 푸근하게 만든다. 특히 료하의 헌신적인 순박함은 우리가 무엇에 끌리는지를 곰곰히 생각하도록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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