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다의 황홀경. 

실내 의자에 앉아서 스킨스쿠버 하는 느낌. 모두가 진짜인 듯 생생한 디테일에 놀란다. 반면 이야기는 전편의 흐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황홀한 바다를 구경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


2. 생생한 디테일 

13년 전 3D 기술에서 얼마나 발전했을지가 궁금했다. 당시 느꼈던 시각적 충격만큼의 놀라움이 있을까. 생생한 묘사 능력이 발전했지만, 3D라는 공간적 시각 효과의 발전은 느끼지 못했다. 좌우로의 움직임이 주가 되고, 관객을 향하거나 관객으로부터 멀어지는 움직임을 통해 깜짝깜짝 놀라게 했던 장면 연출은 자제한 듯 느껴진다. 반면 배경이 되는 소품들을 앞 뒤로 배열해 공간감을 많이 주었다. 


3. 물의 감촉

전편 배경이 되었던 숲에서 이번엔 바다로 변화를 주었다. 물이 주는 감각이 훨씬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 추측된다. 그런 점에서 9년 전 선보였던 [라이프 오브 파이]가 정말 대단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4. 자연 보호?

영화의 백미는 어찌보면 툴쿤을 사냥하는 장면일 듯. 현재의 고래 사냥을 떠올리게 만드는 툴쿤 사냥을 통해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 500미리미터도 되지 않을듯한 툴쿤의 뇌수를 채취하기 위해 거대한 툴쿤 한 마리를 사냥하는 인간의 모습 속에서 인간 탐욕의 비도덕성을 깨우친다. 하지만 전쟁(전투) 속에서 적을 과감히 죽이는 모습은 생명 존중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적의 소멸을 통한 통쾌함이 명확한 선악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인간은 악한 존재인지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 


5. 지독한 가족주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버지라는 존재일까. 가부장주의와 가족주의가 다소 마음에 걸린다. 다만 가족의 범위를 직계 가족아 아니라 부족으로, 다시 인간으로, 크게는 지구로, 그리고 마침내는 뭇 생명으로 확장시킨다면 다행일 터.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가족의 범위가 부족의 범위로 확장된다. 후편에서는 이 범위가 보다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베스트 셀러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영화화 했다. 책을 읽지 않았지만, 그 평을 보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습지에 대한 묘사가 탁월한 듯하다. 영화는 소설 속 습지를 영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과연 소설이 공들인 것 만큼의 영상을 표현해 냈는지는 책을 읽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다. 다만 영화 속의 습지 또한 매력직이긴 하다.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매력이 습지라는 배경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러가지 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굳이 장르로 표현해보면 성장물, 멜로물, 법정물, 미스터리물 등 다양한 장르가 합쳐져 있고, 관점에 따라서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정해질 듯하다. 


만약 주인공인  카야가 폭력적인 아버지를 떠나 가족들이 모두 도망가버리고, 결국 어머니와 아버지마저 잃어버린 채 습지에 위치한 집에 홀로 남아 자라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성장물이 될 것이며, 이렇게 홀로 남겨진 카야의 외로움을 위로해 줄 두 명의 남자를 만나는 모습에 집중한다면 멜로물이 될 것이다. 또 이 두 남자 중 한 명인 체이스의 죽음이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에 집중한다면 미스터리물로, 살인자로 몰린 카야가 무죄를 받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한다면 법정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카야가 진짜 살인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카야를 바라보는 바깥(문명) 사회의 시선 속에 포함된 편견과 권력, 자연에 대한 경이와 함께 따라오는 상반된 두려움 등 다양하게 읽혀지는 재미 또한 크다. 


주인공 카야가 습지 집에서 홀로 자연을 통해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은 사회 속에서 자란 이들에게 신비롭게 보여진다. 하지만 한편으론 거리껴지는 대상이기도 하다. 현대문명이 자연을 대하는 자세가 그대로 녹아있다 할 것이다. 자연을 두려워하면서도 정복해야 할 대상이자 도구로 바라보는 한편, 신비롭고 지혜로운 것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으로도 보여지는 것이다. 


카야 또한 자연 속에서 자랐지만 결국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테이트와 체이스라는 두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믿었던 사람들이 떠나버리는 배신 속에서도 또다시 사람을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인간은, 아니 생명이란 결국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이 폭력에 의한, 또는 힘에 의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아니라, 공감하고 이해하는 방식이기를 바랄 뿐이다. 두 남자 체이스와 테이트는 이 상반된 방식을 표현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폭력이 자신에게 가해졌을 때 과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를 카야는 질문한다. 카야의 해결 방식에 동의를 할 것인지, 아니면 부정할 것인지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끝을 맺을 때 그 결말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두 입장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신의 입장에 따라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꽤나 매력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약한 영웅> 시리즈를 예고편으로 접했을 때, 무척 흥미가 갔다. 학원물에 성장기. 거기에 더해 기존의 무술 지향의 액션이 아닌 지적(?)인 액션. 딱 취향 저격인 작품으로 보였다. 그래서 원작인 웹툰을 찾아봤는데, 초반부 설정이 드라마와 다소 다른데다 속도감도 차이가 있어서 조금은 실망하게 됐다. '어서 드라마나 봐야지.' 


<약한 영웅>은 싸움을 잘 한다고는 볼 수 없는 연시은이라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다. 주위 사람들과 섞이는 것이 싫어서, 대화조차 차단하기 위해 귀에 항상 이어폰을 꽂고 사는 성격이다.(재패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지를 떠오르게 한다 ) 하지만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대상에겐 가차없다. 비록 싸움을 잘 하진 못하더라도, 주위 사물과 환경, 그리고 상대방을 재빠르게 파악해 상대를 제압한다. 하지만 신체적, 물리적으로 강한 상대에게 다소 역부족일 때가 있다. 


반면 시은과 친구가 된 안수호는 격투기를 배운 싸움꾼이다. 어려움에 처한 시은을 도우며, 타인과 섞이길 싫어했던 그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또다른 친구인 오범석은 다른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시은의 학교로 전학을 왔다. 이곳에서 또다시 폭력의 희생자가 될뻔했지만, 시은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게 되면서, 시은에게 많이 의존하게 된다. 이것이 그의 시기와 질투심을 불러 일으켜 재앙을 불러오게 되지만, 이렇게 시은은 수호와 범석이라는 친구와 한 세력을 갖추게 된다. 


시은의 무리는 학교 내 일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지만, 이 싸움은 점점 더 밖으로 커져간다. 마치 스포츠물 작품들이 더 강한 상대를 만나고, 이들을 꺾으면서 성장하듯이 말이다. 학원폭력물이지만, 그 이야기의 흐름은 성장 스포츠물을 닮아 있는 것이다. 시리즈1이 끝나는 말미에 시은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데, 그곳에서 또다시 새로운 상대를 만나게 될 것을 예고한다. 성장에는 한계가 없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약한 영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드라마가 끝나갈 즈음, 학생들 개개인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학교의 안위 만을 걱정하는 선생들이 시은을 불렀을 때, 시은이 대꾸하지도 않고 복도의 유리창을 깨뜨려 버리는 장면이다. 학교에서 벌어진 폭력에 그동안 학교는 무엇을 했는지를 묻는 듯하다. 학교가 폭력에 대처하지 않으면서 학교에 악당이 만들어지고, 그 반대편에 영웅이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약한 영웅의 탄생은 학교라는 곳이 실로는 부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독재 시절을 은유한 것으로 보이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학교에서 지금의 학교는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있는 길은 오직 힘을 갖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영웅이 되었지만 약한 존재인 시은이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영화의 흥행성적만으로 볼 때는 마블이 DC코믹스에 완승을 거두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들의 이름값으로만 따져본다면 슈퍼맨, 배트맨, 아쿠아맨, 원더우먼 등 DC코믹스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다만 마블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의 주인공들의 개별적 활약은 물론 이들이 함께 뭉치면서 어벤저스라는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했다. 게다가 일종의 마블이 갖는 세계관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면서 오랜 세월 인기를 누리고 있다. 


DC코믹스도 이런 시너지를 위해 저스티스리그를 만들었지만, 어벤저스만큼의 시너지를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 새로운 영웅을 들고 나온 것이 영화 <블랙 아담>이다. <블랙 아담>은 칸다크라는 고대 국가의 영웅인 블랙 아담은 정말 영웅일까? 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영웅의 의미를 되새긴다. 블랙 아담은 5,000년 전 노예 신세로 전락한 국민들의 자유를 위해 헌신한 영웅인 것인지, 아니면 이와 반대로 자신의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의 화신인 것인지 모를 인물이다. 다만 현재에 다시 깨어난 아담이 그를 깨어나게 만든 가족의 믿음에 상응하며, 진짜 영웅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절대 선의 영웅은 아니며, 저스티스의 입장에선 관리해야 할 요주의 인물이다. (스포일러)그래서 쿠키 영상에서 등장하는 것이 블랙 아담에 맞서는 인물로 슈퍼맨이 나타난다. 블랙 아담의 초능력을 놓고 보면 슈퍼맨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이니, 가히 서로 박빙의 대결을 펼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반대로 함께 힘을 모은다면 막강한 팀이 될 것이다. 


영웅과 빌런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케 만드는 <블랙 아담>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액션에 있어서는 과잉된 CG가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영화 <블랙 아담>의 본 이야기는 살짝 지루하지만, 오히려 10초 컷 쿠키에서의 슈퍼맨과의 조우가 살짝 가슴을 뛰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골 마을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섰다. 아직 사람들이 다 입주가 되지 않았는데도, 가장 먼저 가게를 연 곳은 편의점이다. 아파트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시골 역 앞에 편의점이 생긴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이런 곳에 편의점이 왜 생겼지? 고개를 갸우뚱 거렸는데, 이번 아파트 단지 편의점은 대번 이해가 갔다.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 앞 도로를 지나칠 때면, 편의점으로 항상 드나드는 사람들이 보인다. 


편의점에 드나드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쳤을지도 모를 편의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장과 점원, 고객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속내는 마치 TV프로그램 <인간극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이 작용한다. 세상이 이런 선한 영향력으로 굴러간다면 좋으련만, 세상은 결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게, 그냥 그렇게 굴러갈 뿐이다. 그래서 선한 영향력으로 가득 채워진 <불편한 편의점>은 읽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다. 사람의 따듯한 손길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일듯 싶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편의점에 들어섰다면, 그 안에서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따듯한 인사말이라도 건네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