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극, 123분, 22년 12월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감독 김경원 출연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


범죄영화를 보면 크게 [범죄도시]처럼 액션의 짜릿함을 주는 류의 영화가 있는가 하면 [도둑들]처럼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류의 영화가 있는 듯하다. 


최근 본 [자백]을 비롯해 반전을 주는 영화들은 한 번의 반전에 그치지 않고, 최소 두 번의 반전을 노리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말이다. 


영화 [젠틀맨] 또한 두 번의 반전을 통해 극적 재미를 더하고자 한다. 이 반전은 보통 등장인물의 시선에 따른 반전인 경우가 많다. [자백]의 경우에도 소지섭과 김윤진의 관점에 따라 사건은 다른 양상을 띠고, 결국 진실이 밝혀지는 모양새다. [젠틀맨]도 주지훈과 최성은의 관점에 따라서 사건의 모습이 달리 보이고, 마지막에 이르러 실상이 밝혀진다. 


문제는 이 반전의 짜임새다.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처음의 시선과 마지막 시선과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가 재미를 좌우한다고 보여진다. 그런 면에서 [젠틀맨]은 나름 시선의 격차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설득력을 얻기 위한 설정이 과도한 경우가 있다. 주인공이 사건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그 예측에 맞추어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면, 오히려 그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이런 철저한 계산을 보여주는 시리즈 물로 [종이의 집]을 들 수 있겠는데, 시리즈가 거듭 되면서 너무나 잘 짜여진 각본이 말 그대로 각본처럼 느껴져 개인적으론 오히려 재미가 줄어들었다. 영화 [젠틀맨]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 균형을 맞추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게다가 그 균형점이란 것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젠틀맨]이 재미있으면서도 개운한 맛을 주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인건 아닐까 싶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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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중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SBS [트롤리]이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무슨 뜻인 줄 몰랐다. 그러다 이것이 '그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의 그 트롤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트롤리란 일종의 기차라 할 수 있는데,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롤리가 선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그 앞에 인부 5명이 있다. 선로의 방향을 바꾸면, 바뀐 선로에는 인부 1명이 있다. 과연 이럴 때 당신은 선로를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답에 대한 선택이 당신이 무엇을 중요 가치로 여기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여기서 인부 5명과 인부 1명 각각의 개인에 대한 소중함이 모두 같다는 전제가 깨질 경우(실제로 사람 1명의 목숨이 갖는 소중함이 무한하다면, 사람 1명이든 5명이든 모두 무한한 소중함이라는 등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즉 만약에 인부 1명이 자신의 가족이라든지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택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1명 보다야 5명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 더 '낫다'라는 공리적 판단은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드라마 [트롤리]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사건들을 먼저 제시하고 있다. 혜주(김현주)의 경우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성추행하려 했던 친구의 오빠를 경찰에 고발하자, 오빠가 자살을 하는 사건을 치른다. 혜주의 남편이자 국회의원인 중도(박희순)는 성폭행 가해자의 실명을 방송에서 거론하는데, 이 가해자가 자살을 하는 사건을 겪는다. 혜주와 중도는 (간접)살인자일까. 


이 두 사건 이후의 행동은 혜주와 중도가 서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트롤리 딜레마가 시작될 듯하다. 중도는 가해자의 자살로 재판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사건이 종결되는 것을 막고자(이로 인해 사건의 피해자는 자신의 결백 또는 피해를 증명하지 못하고 계속 고통에 처할 수 있기에) 새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데,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혜주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이 크다. 중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자신의 선택을 위해 어떤 행동까지 감행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드라마 전개로 보여진다. 



영화 [데시벨]은 일정한 크기 이상의 소리가 발생했을 때 폭발하는 폭탄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폭탄이 향하는 대상은 침몰한 잠수함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 폭탄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전 해군 부함장(김래원)은 이 침몰하는 잠수함에서 선원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던 사람이다. 구조대가 오기까지 견딜 수 있는 공기가 부족하기에 선원 중 일부를 제비뽑기를 통해 한 공간에 가두어 두고 죽음을 맞게 한 것이다. 최대한의 선원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부함장의 선택은 옳은 일이었을까.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런데 우리 뇌는 이 선택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무슨 옷을 입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사소한 것에서 조차도 말이다. 그래서 뇌가 소진되면 나중엔 선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브 잡스가 똑같은 옷을 입는 것도 선택의 상황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는 '썰'도 있다. 


아무튼 선택이란 에너지를 소모하는 '힘든'일로, 그렇기에 허투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자신의 가치가 반영되기 쉽다. 그래서 자신을 말해주는 것은 자신의 선택들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오직 생존만을 위한 선택에 한정되지 않는 존재다. 바로 무엇인가에 가치를 만들어, 그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바로 우리가 무엇을 가치있게 여기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며, 바로 이 가치들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셈이다. 


드라마 [트롤리]와 영화 [데시벨]을 보며, 지금까지의 선택이 말해 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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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 미국 없는 세계에서 어떤 국가가 부상하고 어떤 국가가 몰락하는가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앤김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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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세를 바라보는 관점 중의 하나로 지정학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한, 미, 일과 북, 중, 러 간의 해양과 대륙 세력 간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 지정학적 해석에 눈길이 쏠린다. 


이책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의 저자인 피터 자이한은 지정학 전략가이자 글로벌 에너지 및 안보 전문가이다. 그는 지극히 미국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이 책은 미국이 셰일가스를 발견하고 개발하게 되면서, 더이상 에너지를 수입할 필요가 없어져, 세계 질서 또는 안보를 위해 힘쓸 필요가 없어졌다고 평한다. 즉 미국은 자국 내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 에너지, 식량을 비롯해 안보까지 갖추고 있어, 지구가 평평할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미국이 세계 곳곳의 갈등이 벌어지는 곳에서 점차 발을 떼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세계는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으로 들린다. 


그리고 각자도생을 위한 지정학적 조건으로 먼저 식량확보가 가능한 기후, 그리고 자국 내 원활한 물류, 미래 경제를 가능케하는 인구구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에너지와 식량의 수출과 수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해군의 힘을 꼽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지정학적 조건을 바탕으로 미래에 떠오를 나라로, 프랑스, 터키, 일본, 아르헨티나 등을 꼽는다. 


개인적으론 세계가 현재와 같은 평화적 무역 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이 미국의 막강한 해군력(항공모함 등)에 있다는 관점에 흥미가 간다. 우리는 가끔 해적에 나포된 선박으로 인해 인질 등을 구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는 정부의 모습을 뉴스에서 접하곤 했다. 생각해보면 하루에 수백, 수천 척의 배가 바다에 떠 있을텐데, 유조선을 포함, 다양한 선적들이 무사히 다닐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피터 자이한은 이런 평화적 무역이 바로 미군의 해군 덕분이라 말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굳이 이런 일을 도맡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판단하고, 대양에 있는 미국의 해군을 철수시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멀어지면서-셰일 가스 덕으로 석유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자- 벌어지고 있는 중동의 변화를 보더라도, 미국의 움직임으로 인한 세계 정세의 변화는 결코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으론 지금 우리의 시선은 미, 중 간의 대결구도에 쏠려 있는데, 피터 자이한은 머지않아 중국이 쇠퇴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물론 앞에서 말한 지정학적 조건이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예측 근거이다. 이또한 개인적으로 흥미를 갖게 된 해군세력과도 맞닿아 있는 듯하다. 세계 2위의 해군을 보유한 일본은 앞날이 창창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항공모함(2022년까지 3척, 2035년까지 6척 운항 계획)과 운항능력과 경험이 부족한 중국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지정학적 측면에서 미래가 어떨까. 피터 자이한이 말한 조건들을 살펴보면 식량자급률 20%대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걸음마 단계인 해군까지... 결코 앞날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정학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라도, 정말 세상이 미국의 방임으로 흘러갈지, 또 설사 미국이 방임한다면 이후 어떤 새로운 질서가 나타날지 등등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요인들이 나타날 것이다. 다만 다양한 관점 중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식량 자급률과 저출산 해결 등 우리가 앞날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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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드라마 112분 12세 관람가

감독 임진순 출연 마동석, 정경호, 오나라....


1. 마동석의 주먹 한 방!이 아니라 입담 한 방!으로 관객의 웃음을 잡으려 했지만, 글쎄.... 이야기가 받쳐주지 않는 말 장난은 술자리 친구도 자주 하는걸. "뭔 말인지 알지?"(이 대사는 영화 속 마동석이 줄기차게 하는 말임)


2. 영화의 배경은 2007년 압구정. 건물마다 성형외과가 들어서던 시기, 압구정 토박이인 대국(마동석 역)은 최고 실력의 성형외과 의사지만 면허가 정지된 지우(정경호 역)를 만나, 사업수완을 발휘, 대한민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에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원스톱 서비스 성형병원 빌딩을 꿈꾼다. 이를 위해 압구정 정보통인 미정(오나라 역)과 큰 손 태천(최병모 역), 인맥 규옥(오연서 역)을 한데 엮는다. 


3. 코미디로서 영화<압꾸정>은 사회 풍자적인 그림자는 희미하고, 슬랩스틱도 아니고, 그저 말 장난에 주력한다. 가끔씩 허를 찌르는 말 장난에 피식 웃음을 흘리지만, 마동석의 주먹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피식, 피식 거리며 볼 수 있을 정도. 그렇다고 드라마로서 <압꾸정>은 등장인물들 간의 권모술수와 배신 등이 큰 반전을 주지도, 잘 짜여져 있지도 않다. 약간 성긴 느낌이라 이야기로서의 몰입도가 크지는 않다. 


4. 그래서 결국,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선징악의 짜릿함도, 착한 악당에 대한 애정도 없고, 그렇다고 옆집 사람들만큼의 친근함도 없어 영화를 보고 나서의 감정이 애매모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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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미국  139분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에드워드 노튼, 자넬 모네...

15세 관람가


전편 <나이브스 아웃>에 이어 다시 찾아온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역- 007 제임스 본드보다 촬영하면서 부상을 입지 않아 좋았다는 인터뷰가 화제). 이번에도 한 장소(그리스의 한 섬으로 관리인만 50명이 필요한 호화로운 사유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등장 인물은 모두 살인 동기를 가지고 있다. 블랑은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전편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단서 만으로는 절대 범인을 추측할 수 없다. 이 단서들은 등장 인물들이 모두 범인일 수 있다는 미끼일 뿐이다. 관객은 단서가 아닌 촉 또는 감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영화의 재미는 이 단서들이 전지적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전체 장면 중 일부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다시 편집을 통해 전체 장면들을 보여 주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이야기의 끝은 범인을 밝히는 것이다. 


이번 [나이브스 아웃;글래스 어니언]의 재미는 두 가지 이야기가 주는 추리적 재미와 함께 백만장자(에드워드 노튼 역)의 허상을 까발리는데에도 있다. 여기에 동원된 명화 [모나리자]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하나의 단서가 되기도 하면서, 허상이 무너지는 표상이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한 영화적 장치 또는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 전혀 지겹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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