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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부곤의
my favorite things


     


(좌) 필립 스탁의 레몬 스쿼서
레몬즙짜게이지만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제품 하나쯤 갖고 싶은 마음 때문에 구입했을 것이다. 내게도 그런 의미다.

(중) 와인
나는 와인 마니아다. 종종 파티를 하기 때문에 집에 와인셀러도마련되어 있다. 물론 와인 스크루도 나의 수집 품목 가운데 하나.

(우) 에스프레소 잔
미니멀한 디자인의 에스프레소 잔도 수집 소품 중 하나다.


(좌) 메탈 시계
내게 시계는 시간을 보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공간을 채워주는 장식적인 요소다. 본래 메탈 소재을 좋아하는 데다 독특한 디자인이 맘에 들어 구입했다.

(중) 평창동
평창동은 갤러리 문화가 있는 동네라는 점에서 나와 잘 맞았다. 생각보다 땅값이 쌌고 앞에는 북악산이, 뒤에는 북한산이 있어 사계절의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으니 최상의 환경 아닌가.

(우) MBC 대학가요제 음반
1981년 MBC 대학가요제에 나가 동상을 받았다. 그때의 추억이 담긴 음반이다.


  home truth
1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사는 집은 일반적인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거주 공간일 뿐 아니라 사옥이다. 때문에 이곳은 내게 사회적 공간이자 쉼터인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전시 및 공연을 한다. 애초부터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친교를 위한 공간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 그것이 내겐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 언젠가 살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
업무 공간을 제외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공연과 파티를 할 수 있는 광장 같은 열린 공간을 가진 집.

3 지금 이 집에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있다면?
AV 룸.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전용 룸이 없다. 사실 이 집은 본래 주거의 목적으로 설계했던 것이 아니라서 나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보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4 집 안에 상당수의 소품들이 가득한데 소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소품은 집 안을 꾸미는 장식적인 요소가 강하다. 다양한 소품 수집을 좋아하는데,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여행을 다니면서 산다. 둘째, 우리 나라에 없는 제품을 산다. 셋째, 우리나라에 있어도 값이 더 싸면 산다. 넷째, 미니멀한 좋은 디자인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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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라면 디자이너다워 보일 의무가 있다

 



현대 건축물의 상징이 되어버린 노출 콘크리트. 하지만 이런 물성도 주인을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부곤씨.메탈 냄새 강한 모던 디자인에서 손떼 묻은 골동품까지,자신의 감성과 취향이 담긴 소품들을 한자리에 풀어놓아 자기 식의 노출 콘크리트 공간을 창출했다.

빨간 지붕과 높다란 담장으로 무장한 주택가. 그 사이에 네모반듯한 3층짜리 노출 콘크리트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사무실일까, 집일까…. 문패를 보니,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 벨을 누르니 ‘쪽문’으로 들어오란다. 큰 대문 옆에 나 있는 쪽문은 인심 좋게도 활짝 열려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니 느티나무 아래 있는 전통 석상 두 내외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낯설 법도 한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들어선 1층은 커다란 옹기 하나만 놓여 있을 뿐, 여백의 미 그 자체다. 철제 난간이 있는 시멘트 계단을 올라 당도한 2층. 사무실이라고 하지만 전형적인 사무용 가구는 찾아볼 수 없다. MDF로 단촐하게 짜 맞춘 파티션과 가구 그리고 빨강, 노랑, 검정의 세 가지 색상이 마치 현대 구상화처럼 칠해져 있다. 누구나 꿈꿔보는 스튜디오 형식의 사무실이다.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디디는 순간, ‘여기서부터는 신발을 벗으세요’라는 문구가 발목을 잡는다. 이곳의 맨 꼭대기 층은 여느 건물에서나 볼 수 있듯 ‘주인집’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대적인 단순함이 돋보이지만 이곳은 벽면은 물론 와인바의 테이블까지도 한지로 마감하여 은은한 한국적 분위기가 감돈다.

남향으로 난 통창에서는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이 빛은 뻥 뚫린 공간을 따스하게 감싼다. 무채색의 단순한 모양의 소파가 놓인 거실과 수십 개의 와인 글라스가 천장에 걸려 있는 와인 바, 그리고 전통 다기와 평상을 갖춰놓은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서재….

책꽂이에는 건축 전문 서적부터 인테리어와 패션 잡지까지 다양한 책자가 자리하고, 반대편에는 향수 어린 포크 음악 레코드판이 빽빽이 꽂혀 있다. 서재 책상 위에는 세련된 컴퓨터를 중심으로 재기 발랄한 모던 디자인 소품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다 보니, 거실 저 너머에서 한 남자가 걸어온다.



집에서 입는 옷이라고 보기엔 세련된 검은색 옷차림에 맨발, 그리고 짧은 머리와 헤르만 헤세의 지적인 이미지가 담긴 동그란 안경을 쓴 그는 이곳을 디자인한 집주인,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강인한 인상과 달리. 그는 천천히 마음껏 둘러보라며 녹차 한 잔을 건네고, 기꺼이 침실 문까지 열어주더니 푸근한 포크 음악을 틀어준다. 도무지 한 가지 스타일로 정의할 수 없는 이 모든 것,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들은 눈과 귀, 코 그리고 손끝을 통해 이내 편안함이라는 조화를 이룬다. 오감을 자극하는 살아 있는 공간,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부곤의 ‘작품’이다.

한지로 표현한 한국적 정서로 물든 공간 산세 좋은 서울 평창동 주택가에 자리한 이 3층짜리 노출 콘크리트 건물은 김부곤 씨가 운영하는 설계 사무소 코어핸즈corehands 사옥이자 그의 삶터, ‘앳더몬at the morn’이다. 빛을 주제로 만든 이곳은 싱그러운 아침 빛을 담는다는 뜻에서 아침 녘(at the morning)이란 의미의 이름을 갖고 있다.
네모반듯한 노출 콘크리트 실내. 잿빛 시멘트의 삭막함이 느껴질 법하지만 오히려 따스한 느낌이 든다. 벽면에 한지(전주 육배지)를 발라 은은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나기 때문이다.

회의실이 되기도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방이 되기도 하는 서재. 이곳은 거대한 구름 모양의 한지 조명등과 고색창연한 반닫이를 놓아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긴다. “공간은 일상을 담는 그릇입니다. 따라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행위와 감정까지 고려하여 디자인되어야 합니다. 이곳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어졌기 때문에 무엇보다 작업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도록 편안함을 강조했죠. 그리고 그 편안함은 우리네 전통 공간에서 찾았습니다. 열린 구조의 전통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문을 생략하고, 벽은 영역만 구분하도록 최소화하여 공간과 공간이 소통하게 되었죠.” 소박한 무명 천으로 세련된 슈트를 만들었다고 할까. 볼수록 정감 있고 편안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 집의 진짜 묘미는 각 공간마다 차이를 보이는 소품 컬렉션 장식. 실무가 이뤄지는 사무실의 널찍한 책상에는 명함꽂이, 온도계, 재떨이, 액자 등 미니멀 디자인 소품이 퍼즐 조각처럼 놓여 있고, 2m는 족히 넘는 긴 선반 위에는 5백여 개의 다양한 와인 스크류(병따개)가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다. 거실에는 심플한 무채색 소파 하나, 그리고 단순한 조형미가 돋보이는 아프리카 쇼나 조각 한 점이 조용히 놓여 있다. 각기 다른 모습과 스타일을 지녔지만, 이 모두 김부곤이라는 한 사람의 감성으로 선택된 것이기에 묘하게도 하나의 조화를 이룬다.

패션 스타일리스트를 울린 고집 센 블랙 패션 그가 지금의 외모를 고수한 것이 올해로 10년째.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월의 무게로 다져져 한층 그 분위기가 농익었을 뿐. 이렇듯 개성을 확고히 굳히다 보니 CF 모델까지 하는 영예(?)도 얻었다.


1층부터 시작하는 중정은 3층까지 이어지며 전체 공간에 숨통을 트여준다. 난간 너머 보이는 그래픽 작품은 싱그러운 나뭇잎과 과일의 이미지를 조합하여 새를 형상화한 것으로 김부곤 씨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직선 운동을 하는 모터를 장착한 힘 있는 프리미엄 냉장고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되 전문 디자이너여야 할 것’. 수십 명의 후보 명단이 거론되었지만 그처럼 제격인 모델이 없었다. 하지만 광고를 촬영하면서 뜻하지 않은 난관을 맞았다. 시안을 따르자면 그는 흰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야 했다. 참고로 그는 단순히 검은색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상의는 꼭 라운드 네크라인을, 바지는 일명 프라다 천에 주름 없는 스타일만 고집한다. 스타일리스트가 수 없이 많은 옷을 가져왔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쯤 어울리는 게 있지 않을까, 이후 몇 번 더 옷을 가져와봤지만 소용 없었다. “그냥 제 옷 입고 하면 안 될까요?” 그의 제안은 카메라 테스트 결과 만장 일치로 오케이 사인을 받았고, 이는 광고계를 통틀어 유래 없는 일화로 남게 되었다고.

그의 블랙 스타일은 공간을 디자인하듯, 철저히 그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마른 체격, 작고 날렵한 얼굴.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수컷 동물들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결국 살아남는 것은 덩치 크고 힘센 놈들뿐이더군요. 그걸 보면서 디자이너로서, 또 남자로서 살아남은 듯한 강자의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었죠.” 그 결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작정’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중 블랙을 메인 컬러로 정하게 된 데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이탈리아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을 때였다. 당시 짧은 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런 그를 보고 현지인이 ‘마피아’라고 말했던 것. ‘아! 마피아처럼 블랙 패션으로 강인한 인상을 주면 되겠구나.’ 한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의 외모는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2평 남짓한 그의 드레스룸은 불을 밝히지 않고는 옷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온통 새까맣다. 수를 헤아릴 수 없지만 짐작하건대 티셔츠만 1백 벌은 족히 넘을 듯. 그리고 그 검은색은 어느 하나 큰 차이 없이 순도 높은 ‘까망’이다. 이렇게 짙은 검은색이라야 극명한 인상을 만들어준다고. 디자인은 모두 ‘미니멀’ 일색이다. 특히 얼굴형과 잘 어울리는 라운드 티셔츠에 장식이 없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로부터 ‘그 옷이 그 옷 아니냐’는 말을 듣지만, 사소한 디테일만으로도 디자인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미니멀 스타일이다.


길다란 그의 책상 위에는 제도판과 제도용 자 대신 컴퓨터 모니터를 중심으로 수 백개의 소품들이 늘아서 장관을 이룬다. 그의 창조 작업, 공간 디자인은 여기서 출발한다.

어떤 옷은 라운드 부분에 박음질이 두 줄로 되어 있고, 어떤 옷은 솔기를 살린 커팅이 돋보인다. 블랙은 옷뿐만 아니라 신발, 가방, 모자 등 패션과 관련한 모든 것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옷과 함께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동그란 스타일의 안경 또한 1백 개가 넘는다. 이쯤 되고 보니, 그의 옷과 안경은 단순한 패션으로 보아 넘기기 힘들 듯하다. 고집 그리고 신념이라고 하면 맞을까?

내 개성을 지키는 만큼 다른 사람의 스타일도 존중한다 그의 일관된 고집, 알고 보니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992년 그는 회사를 차리면서 국내에서는 유래 없는 ‘사건’을 터뜨렸다. 외국처럼 설계와 시공이 분리된 시스템을 도입, 오로지 설계 디자인만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시공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하는 국내 인테리어 실정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 하지만 공사에 드는 노력과 수고를 디자인에만 쏟으면 그만큼 좋은 디자인이 나올 것이라는 신념은 오래지 않아 빛을 보게 되었다. 여기에 그가 늘 주장하는 ‘철저히 사용자 중심’의 공간 디자인이 더해져 ‘정말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주었으니…. 그의 디자인은 대기업 임원실과 같은 ‘보이지 않는 공간’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가볼 수 있는 레스토랑, 대형 할인마트 등으로 나아갔고, 이제는 주택과 브랜드 아파트 등 개인 공간 속으로 들어왔다.

내 삶의 원동력은 포크 음악과 와인, 그리고 사람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성공한 디자이너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가 이런 평을 얻기까지 포기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음악이다. 어려서부터 그림과 음악에 소질이 많았지만, 특히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한 기타 연주는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해 동상을 수상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3년의 라이브 가수 경력을 더하고 보니 진로를 고심할 수밖에. 40대 중반을 훌쩍 넘겨버린 지금, 이제 음악은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든든한 친구가 되었다.

“70~80년대 포크 음악에는 영혼이 살아 있어요. 포크 음악을 처음 들어본다는 한 친구는 이내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의 서재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6천 장의 레코드 판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포크 음악. 그가 선뜻 음반 하나를 꺼내 들더니 들어보라 권한다. 이연실의 ‘찔레꽃’. 미안하게도 듣는 이의 나이보다 오래된 그 음악은 애절한 음색에도 불구하고 그저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이 세련된 디자이너가 소박한 음악에 취해 눈을 감기까지는 불과 몇 분.

그의 자동차 트렁크와 사무실에는 늘 기타가 놓여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기타를 연주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일을 끝낸 밤이면 신촌 라이브 카페에서 선후배들과 함께 모여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포크 뮤지션 김의철 씨가 결성한 포크 부활 모임 ‘청개구리’의 멤버로 활동하며 2003년에는 가수 서유석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는 등 프로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도 하고 있다. 음반을 내자는 제의도 있었지만, 그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오가는 게 좋단다. 그리고 앞으로는 기타 연주와 포크 음반을 감상하고 모으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이루지 못한 꿈은 늘 삶을 설레게 하는 법.

음악 외에 그에게 삶의 기폭제가 되는 것은 와인. 10년 전, 토스카나 지방을 여행하다가 와이너리를 방문했는데 1950년산 빈티지 와인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수확한 포도로 담근, 내가 살아온 세월보다 오랜 시간 동안 병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와인! 원시 상태의 와인을 접하던 감동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와인과 친해지기 위한 ‘구애 작전’이 시작되었고, 와인 스크류 수집을 시작으로 와인 셀러를 갖춘 완벽한 바까지 만들었다. 아직 와인은 짝사랑의 대상일 뿐. 하지만 와인으로 인해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안게 되었다. 작업이 없는 날 밤이면 그는 이곳에서 지인들과 함께 와인 잔을 기울인다. 음악, 연극, 무용을 망라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문화적 교류를 나누고 감성을 충전한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또 하나의 결실을 거두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이곳에서는 한국 실험 예술정신KOPAS에서 마련하는 공연과 김부곤 씨가 제공하는 와인이 어우러지는 예술 파티가 열린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옥상 정원까지, 공간과 공간이 중첩하고 소통하는 이곳에서 무대와 객석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한 무용가는 1층부터 3층 사이를 오르내리며 춤사위를 펼치는가 하면,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할 듯, 의외의 곳에 미술 작품이 전시되기도 한다. 관객은 공연의 흐름을 따라 자유롭게 감정의 궤적을 그어나간다. 자신이 만든 공간 안에서 다채로운 사람들의 감성과 문화가 교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 순간, 김부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행복을 맛본다.

물성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 그 물성을 위해 김부곤 씨는 자신의 감성과 고집과 지인들까지도 디자인한다. 지직거리는 레코드 판에서 흘러나오는 이연실의 ‘찔레꽃’ 한 소절에 심취해 디자인 영감을 얻고, 그 매력에 한번 빠진 후에는 블랙 셔츠를 ‘김부곤의 패션 컬러’로 만들어낼 정도로 우직한 고집으로 똘똘 뭉쳐있으며, 정말 좋아하는 와인과 공연은 늘 지인들과 함께 나누며 개인적인 취향마저 공유할 줄 안다. 이렇듯 듣고 입고 마시고 보는 일분일초의 상황마저 디자인에 대해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울 줄 알아야 ‘진짜’ 디자이너라는 그의 말, 아직까지도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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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부곤의 집
미니멀한 공간 속에 깃든 전통미


    고집이 남다른 건축가를 만났다. 1992년 인테리어 사무소 ‘코어핸즈’를 연 이후 시공과 분리된 오직 설계만을 고집하고 지난 10년 동안 오직 블랙 패션만을 고집해 온 김부곤이 그이다. 그 누구보다 문화 예술을 사랑하고, 디자이너로서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이 건축가의 집에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그만의 고집이 묻어 있었다.   
사진│전성곤(프리랜스 포토그래퍼)
 



어린 시절 그가 꿈꾸던 집은 사방이 투명한 유리집이었다. 마당 전체는 연못이어서 징검다리를 건너야 현관에 다다를 수 있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역시 유리로 된 바닥 밑으로 각종 민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며 창밖 너머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투영되는, 그야말로 꿈같은 자연의 집이었다. 남달리 상상력이 풍부했던 어린 김부곤은 자라나 건축가가 되었다. 그리고 2002년 평창동 북한산자락 아래 자신의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 될 집을 지었다. 비록 어린 시절 꿈꾸던 집은 아니지만 그가 설계한 집은 마치 유리집처럼 미니멀하면서도 자연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었다.

<< 작업실 책상에는 그가 틈틈이 수집해 놓은 수많은 소품들이 즐비하다. 햇살 가득한 통유리 창 앞에 놓은 화초들은 그 자체로 작은 실내 정원이 된다.





(좌) 거실과 부엌은 막힘없이 열린 공간이다. 식탁 대신 와인 바가 자리한 그의 부엌에는 수많은 와인 잔들이 걸려 있다. 종종 파티의 장소로 활용하는 이곳에서 그는 수많은 문화 예술인들과 교류한다.
(우) 무채색의 소파는 그가 릴랙스 타임을 즐겨 갖는 곳. 창 너머로 보이는 1층부터 3층까지 뚫린 이 공간은 서로 다른 영역의 공간을 연결해 주는 이 집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늘 푸른 소나무보다는 사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계절 나무들을 더 많이 심어 놓았다는 그의 집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을 들어서면 1층부터 3층까지 상하로 뚫린 중정이 먼저 객을 맞는다. 1층은 전시 공간으로, 2층은 그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 ‘코어핸즈’의 사옥으로, 3층은 그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모든 공간은 또한 공연과 파티의 장소로 쓰인다.

한때 화가를 꿈꿨고, 1981년 MBC 대학가요제에 듀엣으로 나가 동상을 수상했을 만큼 음악적 관심도 남다른 그는 매주 셋째 토요일이면 이곳에서 ‘코파스 멤버스데이’라는 예술 파티를 열 정도 문화 예술인들과의 교류를 즐긴다.


(좌) 여행 도중 틈틈이 수집했다는 골동품들은 미니멀한 그의 공간과 잘 어울리는 소품이다.
(중) 건축은 곧 삶을 담아내는 일이라고 말하는 그. 이곳에 앉아 그는 수없이 많은 삶의 그릇들을 만들어내었다.
(우) 그가 직접 디자인해 주문 제작했다는 구름 모양의 한지 조명. 노출 콘크리트 소재의 미니멀한 공간에 전통미를 더한다.


빈 공간의 여백과 단아함이 돋보이는 공간

주거 공간이라 할 3층은 그가 일하는 사무실과 서재, 거실과 와인 바가 있는 부엌, 침실과 욕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전 11시 즈음, 남향으로 난 넓은 통유리 창을 타고 아침 햇살이 부서진다. 그 눈부신 햇살만으로 집 안 가득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아침 햇살이 좋아 이 집에‘at the mon(아침녘)’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건축 외에 전념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음악이다. 요즘도 가끔 신촌 라이브 카페에서 기타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는 그는 한때 가수 서유석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한 바 있을 정도로 음악 애호가다.>>

노출 콘크리트의 재료를 그대로 살린 이 집은 지극히 미니멀하지만 그 안에 우리 전통 한옥의 정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사무실과 거실, 부엌과 침실 등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벽으로 영역만 구분 지었을 뿐 문이 없는 열린 공간이다. 자칫 차가울 수 있는 소재의 노출 콘크리트 벽면은 빛을 한껏 머금은 햇살과 부분적으로 사용한 한지 마감, 그가 특별히 주문 제작했다는 구름 모양의 한지 조명, 곳곳에 자리한 골동품과 전통 가구 등과 어울려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좌) 침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한 드레스 룸에는 온통 검은 의상들로 가득하다.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이 고수해 온 그의 패션은 강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컨셉트이다.
(중) 미니멀한 화장실는 세면대가 압권이다. 천장부터 타고 내려오는 심플한 수도관이 멋스럽다.
(우) 마치 돌조각을 맞춰 놓은 듯 한 벽면이지만 나무로 짜놓은 벽 위에 한지를 덮은 것이다. 이 집 군데군데 발라 놓은 한지는 노출 콘크리트 벽과 조화를 이루며 미니멀한 공간에 전통미를 가져다준다.

까사리빙 2005년 5월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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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s :19    / date : 2005.07.13 10:09:00
대지를 촉촉이 감싸는 감성의 흔적

나지막이 전해오는 자연의 감성을 자신의 디자인 언어로 잘 소화시키는 디자이너, 김부곤. 그가 만들어낸 공간 속에는 언제나 자연의 싱그러움이 숨쉬고 있고 따스한 인간미가 넘쳐난다.
마치 대지를 촉촉이 감싸는 빗줄기처럼 짙은 감성의 흔적들이 묻어나는 세 개의 공간에서 그의 감성색채를 넌지시 들여다본다.

바쁜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의 지친 몸과 영혼을 보듬어줄 편안한 안식처는 어떠한 공간이어야 할까. 또한 그 속에 거주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와 서비스, 문화요소가 가미된 공간을 제안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답변이라도 하듯 디자이너 김부곤은 네오클래식과 포스트 젠스타일의 디자인 언어를 부천 위브 더 스테이트(We've The State)에 조심스레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행복하고 건강한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디자인된 복합공간, 위브 더 스테이트의 주거공간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즐겁다. 복잡하고 다변화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상큼한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 디자이너는 럭셔리하면서도 앤티크한 바로크풍의 공간을 자신의 디자인 언어로서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48평의 아파트공간에 차곡차곡 내려앉은 레드와인풍의 색채는 그 자체가 고급스럽고 앤티크한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고 있다. 흡사 화려한 바로크풍을 나름대로 컨셉트화 한 듯 공간구성은 지극히 남성적이다.

평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유롭고 유연한 선의 흐름과 부드러우면서도 빛나는 매스의 풍부한 질감은 서로 튼실하게 엮이고 동적인 공간감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듯 하다. 공간 곳곳에 다채롭게 얽혀진 조명 빛과 그림자는 산호석, 대리석, 무늬목으로 표현된 매스의 순수한 질감을 더욱 살아나게 하며 고풍스러운 장식미와 함께 차분하면서도 품격 높은 공간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이너의 양감과 동적 표현은 53평의 오피스텔에서는 포스트 젠스타일로 바뀌어 표현된다.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선과 짙은 컬러우드의 소재는 그 자체로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서로 다른 소재와 컬러의 믹스 & 매치를 통해 볼륨감 있고 파워풀한 공간색을 자아내고자 한 것이다. 착색한 핑크오크와 짙은 콩고브라운 무늬목을 매치한 공간은 대조적인 컬러의 상반된 소재 또는 컬러를 결합시킴으로 기존의 믹스 & 매치스타일보다는 한층 더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러움을 담은 공간색으로 다가온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 고조, 여가의 개념의 확대, 가족형태의 다양화 및 가족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의 급변하는 주거환경 속에서 디자이너는 네오클래식과 포스트 젠스타일이란 언어로 거주자의 다양하고 개성 있는 삶의 공간을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나무와 돌, 패브릭의 자연적인 소재가 포근히 공간을 감싸고 있다.

 

대지를 촉촉이 감싸는 감성의 흔적
공간은 자연을 소모하고 자연의 한 부분으로 서로 어우러짐을 통해 또 하나의 자연이 된다고 표현하는 디자이너의 디자인관은 포크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인 홍대 앞 카페 얼굴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홀 중앙에 한가득 공간을 채우고 서있는 두 그루의 나무, 계단부의 벽면과 바의 곳곳에 마감된 비정형의 우드블록은 답답한 지하공간에 자연의 온기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때론 거칠고 오래된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목재의 투박함은 아련히 기억 저편으로 거슬러 올라가 포크음악이 주는 진한 향수를 동반한 채 편안함과 친숙한 자연미를 던져주고 있다.
공간 곳곳에 풍부하게 표현된 따뜻하면서도 두터운 질감의 한지, 은은하게 간접 처리된 조명과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레코드판의 이미지 역시 방문객들을 포크음악의 추억으로 되새김질하는 장치역할을 한다. 이처럼 카페 얼굴에는 진한 추억이 머무는 시간과 자연미를 통한 포근한 생명력이 넘치기를 바라는 디자이너의 바램이 잘 표현되어 있다.


빛과 시간이 공간에 깃들고 숨쉬게 한다는 디자인언어는 at the morn에서 효과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북악산을 바라보는 평창동 언덕에 자리한 at the morn은 그 이름처럼 빛의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공간이다. 넓게 열려진 창과 여유롭게 숨쉬는 공간을 통해 빛의 흐름은 다양한 표정으로 그 궤적을 남기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인 중정은 시간의 변화를 내부공간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

건물의 외부에서부터 이어지는 중첩된 공간과 여러 겹의 켜는 각각의 열린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건물이 지닌 고유의 질서와 힘을 교감케 해주고 있다. 공간에 곳곳에 표현된 간결한 매스 역시 디자이너의 감성과 있는 그대로의 물성을 담아내려는 흔적이 잘 반영되어 있다.
복잡한 선 효과와 무조건 채우려는 욕심보다는 단순한 도형과 매스에 의해 단아하면서도 여유로움을 주는 공간의미를 at the Morn에 담고자 한 것이리라.
그 속에는 단순히 공간을 형성하는 실체보다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공간을 통해 넉넉히 교감하고 상호관계를 맺어가기를 바래는 디자이너의 공간감성이 깃들어 있기에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침햇살이 따사로이 대지를 감싸고 at the Morn의 공간에 생명력이 넘실대듯 디자이너는 자신의 공간에 사람과의 교감을 지속하고자 한다.
때때로 열리는 퍼포먼스 공연과 이곳을 찾는 사람과의 따뜻한 만남이 공간을 더욱 살찌우게 하고 그것이 바로 디자이너가 바라는 인간미 넘치는 공간미인 것이다.


■ 김부곤 Kim Boo-gon(COREhands)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코어핸즈(주)의 대표겸 소장,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실내설계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91,95년 그리고 2001년도에 KOSID협회상을, 97년도에는 실내건축 실시설계도면 작성방법 연구로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대우미래주택문화관 휴먼스페이스, 동아건설 솔레시티, 현대건설 하이페리온, 삼성건설 래미안, 두산건설 제니스타워, LG MART, 남대문도매상가 MESA 등 다수 작품이 있다. 02-396-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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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샤토 무통 로쉴드 :  프랑스 보르도 메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보르도 특1급 와인

와인 샤토  무통 로쉴드의 라벨은 해마다 다르다.
1945년 제2 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승리를 상징하는 V를 그려넣은 것을 시작으로 아트라벨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샤갈, 피카소, 칸덴스키 등 현대 회화의 거장이 직접 라벨을 제작하였다.  자신의 영감에 따라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데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 로쉘드 가문의 문장인 무통(SHEEP:양), 포도를 주제로 자유로이 작업할 수있었다. 1975년은 앤디워홀, 1973년은 피카소, 1947년 장콕토, 1970년 마르크 샤갈, 1958년 살바도르 달리, 1982년 존 휴스턴..

이들은 자기가 그린 해의 와인을 박스로 선물로 받고, 본인이 받고자 하는 년도의 와인을 선택하면 이 와인으로 제작비를 받게 된다. 돈을 받거나 하는게 아니다. 이거는 순전히 명예라고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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