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잊지 않으려고 시작한 매일의 습관, 자기만의 방
김신지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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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띄엄띄엄이라도 일기를 오랜 시간 썼습니다. 쓰기만 하고 그걸 다시 들춰보지 않았습니다. 봐도 지난해나 지지난해나 비슷한 말을 써서. 쓰면서도 그걸 알았습니다. 그래도 안 쓸 수 없었군요. 일기에 제 마음을 모두 쓰지 않지만, 뭔가를 쓰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생각하지요. 내가 이러면 안 될 텐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할 거 아니야, 하는. 그런 생각은 아주 잠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분 안 좋은 것보다 좋은 걸 적는 게 나을 텐데. 예전에는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그걸 적어야겠다 했군요. 좋은 꿈을 꿔도. 좋은 꿈은 별거 아니고 누가 나왔다는 거예요. 안 좋은 꿈도 다르지 않다니. 몇해 전에는 꿈을 잘 적어두기도 했어요. 꿈속에서 있었던 일과 제가 한 말이나 들은 말을. 요새는 꿈에 별 말 안 하더군요. 생각나는 것도 없고, 그저 아는 사람이 나오면 그것만 기억해요. 왜 꿈 이야기를 했는지.

 

 이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김신지)에서는 기록하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더군요. 다섯해 일기쓰기를 보니 지난해(2020)에 그 생각했던 게 떠올랐어요. 그때도 다른 사람이 말해서 나도 한번 해 볼까 했는데. 일기장만 찾아보고 그만뒀어요. 이번에 보고 또 찾아봤어요. 저는 다섯해보다 세해를 해 볼까 잠깐 생각했어요. 아직 마음 못 정했습니다. 김신지는 그날 좋았던 걸 쓰고 다음 해에 보고는 같은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더군요. 저는 늘 비슷한 날이어서 좋은 게 없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가끔 우울하고 안 좋다 하는군요. 비슷한 날이기는 한데 가끔 그걸 깨어버리는 일이 일어나서. 날마다 비슷한 날이어도 상관없으니 그걸 깨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끔 이런 것도 써요.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 밤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그렇게 쓰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아요. 이건 기록이라기보다 그냥 마음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거네요.

 

 하루에 하나 좋은 거 줍기. 이것도 멋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날마다 하려고 하면 힘들 것 같아요. 무언가 좋은 게 없나 하고 늘 보던 걸 다르게 보려고는 하겠지만. 하루하루는 잘 가요.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이다 하잖아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는 잡기 어렵습니다. 다는 아니어도 손을 꽉 쥐면 조금 잡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건 겨우 그 정도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시간이 가면 사라지겠지요. 김신지는 기록을 잘하는 사람이더군요. 이 책 보니 정말 대단합니다. 따라하기 어렵겠어요. 벌써부터 못하겠다 하다니. 김신지가 기록하는 건 한두가지가 아니예요. 기록도 부지런해야 잘 하겠습니다. 저는 아주 게을러요. 그래도 가끔 그냥 쓰는 거 있기는 해요. 김신지처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저도 조금 하더군요. 그건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였어요. 김신지가 기록은 앞날 자신한테 보내는 편지다 하던데, 그때는 난 내가 쓴 거 잘 안 보는데 했는데 가끔 보는 것도 있다는 거 알았습니다. 그건 자주 하지 않고 어쩌다 생각나는 거 쓰는 거예요.

 

 새해가 오면 이번에는 잘 살아야지 하지만, 한해가 끝날 때쯤에는 한 게 아무것도 없네 합니다. 기록을 하면 자신이 뭘 했는지 조금은 알겠더군요. 달마다 ‘나만의 베스트 가리기’ 괜찮아 보입니다. 그걸 하면 그때 자신이 뭘 좋아했는지 알 것 같더군요. 저는 좋았던 거 가리기 종류는 책밖에 없을지도. 책에서도 좋았던 거 잘 고르지 못합니다. 좋았던 거 고르면 나머지는 슬퍼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제가 어딘가에 들어가는 적이 없어서, 뽑히지 못하는 마음을 생각했나 봅니다. 순위는 안 되겠어요. 모든 게 자신한테 작게든 크게든 도움될 테니. 처음에는 괜찮다 생각했으면서, 이렇게 쓰면서 다른 생각을 했네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건 먼저 말해야 했는데, 이렇게 쓰면서 다른 생각을 했네요. 글, 그림, 사진, 영상 여러 가지로 한다고 해요. 순간을 붙잡으려는 모든 일. 저는 글이나 사진으로 하고 싶네요. 예전에 사진 담고 싶기도 했는데, 요새는 별로 못 담는군요. 가는 곳이 비슷해서. 김신지는 날마다나 철마다 같은 곳을 사진으로 담았어요. 그런 거 나중에 보면 참 신기하겠지요. 폴 오스터 소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서도 날마다 같은 곳을 사진으로 담는 게 나오는군요. 어떤 사람이 그 사진 속에서 죽은 자기 아내를 봤던가요. 그 기록도 참 멋졌습니다. 날마다나 철마다 담을 곳 한번 찾아보고 싶네요. 저도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있군요. 한동안 한가지만 사진에 담기도 했어요. 우편함. 제가 편지쓰기를 좋아해서 별난 우편함을 보면 담았습니다. 그런 우편함에 편지를 받으면 어떤 느낌일지. 기쁘겠지요.

 

 지금 생각하니 김신지가 말한 건 누구나 한번쯤 해 볼까 생각한 거기도 하네요. 잠깐 생각하고 잊어버린. 김신지는 생각하면 바로 한 거지요. 자기 나름대로. 많은 사람은 생각하고 그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귀찮다 나도 모르겠다 하고 안 했겠지요.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영감 모으기나 정리하기, 그런 건 진짜 못하겠습니다. 그런 걸 잘 모아두면 잘 써 먹을지. 하지도 않고 이런 생각을 하는군요. 하고 싶은 거 하나 있기는 합니다. 누군가 자신한테 해준 좋은 말(댓글)이나 책에서 본 좋은 글을 한곳에 모아두고 가끔 꺼내보면 힘이 되겠습니다. 저는 가끔 우울함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때 좋은 말을 보면 좀 낫겠습니다. 하면 좋을 텐데. 그런 게 늘어나면 어디 있는지 찾다가 못 찾을지도.

 

 

 

희선

 

 

 

 

☆―

 

 날마다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훗날 돌아볼 기록이 과거를 반성하게 해주어서가 아니고 지금 나와 마주 앉는 시간을 꾸준히 보내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그 시간은 삶에서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도록, 반대로 내게 중요한 것들을 지키고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나라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46쪽)

 

 

 

 

 

 

 

예전에 사진으로 담은 우편함

https://blog.aladin.co.kr/798715133/863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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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07 0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 님 우편함 사진 보니 전자우편함 이메일함이 생각나요. 가끔 어떤 연유로 지난 이메일을 열어보곤 깜짝 놀라곤 합니다. 잊고 있었지만 간직하고자 서랍에 넣어둔 편지들. 마주하기도 맞지만 지난 글을 읽어볼 필요도 느껴요.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듯이요. 기록이 없었다면 그냥 사라져 버렸을 의미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뭔가는 조만간 페이퍼 쓸게요 ^^

희선 2021-10-08 23:25   좋아요 1 | URL
저는 반대로 전자편지는 잘 안 쓰는군요 컴퓨터 처음 쓸 때는 가끔 쓰기도 했는데... 그래도 예전 게 있기는 한데, 지금 생각하니 다른 데서 썼던 건 없어지기도 했네요 그 생각하니 조금 아쉽습니다 다른 데 저장해뒀다면 좋았을 텐데... 예전 전자편지를 읽으면 놀라는 일도 있겠습니다 그것도 기록이나 다름 없기도 하죠 자신이 쓴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쓴 것도...

프레이야 님 오랜만이네요


희선

새파랑 2021-10-07 0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편함 사진 너무 멋지네요 ^^
매일매일 꾸준히 기록하는건 힘든거 같아요. 저의 다이어리도 6월에서 쓰기를 멈췄네요ㅜㅜ
내년에는 잘 기록하기로 다짐해봅니다 ^^

희선 2021-10-08 23:27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일기 대신 쓰는 거 있기도 하잖아요 책 읽고 쓰는 거... 그것도 일기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자주 못 쓰게 됐지만, 책을 읽고 쓰다보니 일기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희선

scott 2021-10-07 16: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말씀처럼 이거 하나는 실천 해야 겠습니다.

[하루에 하나 좋은 거 줍기]

저는 양손으로 타이핑 칠때는 글이 술술 써지는데
손에 펜을 쥐면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손으로 뭔가 끄적이는 것 만큼 하루 하나 좋은 생각 노트에 적어 보는 걸로 올 한해 마무리를 ^.~

희선 2021-10-08 23:32   좋아요 2 | URL
많은 것보다 하나라도 꾸준히 하면 좋겠지요 좋은 거 줍기, 그걸 하면 세상이 좋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안 해 봤으면서 이런 말을... 좋은 거니 뭐든 잘 볼 테니, 그러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그럴지도...

시월이 오니 2021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그런 느낌이 더 들겠지만... 하루에 하나 좋은 생각 적기는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으니 할 수 있을 거예요 좋은 생각이네요


희선

stella.K 2021-10-07 1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의 글 소리로 들으니까 되게 좋네요.
희선님이 구어체로 쓰셔서리.ㅎ
저도 대부분 희선님과 같은 생각인데 저 마지막 구절이
꼼짝 못하게 만드는군요.ㅠ

희선 2021-10-08 23:38   좋아요 1 | URL
이걸 소리로 듣다니... 언젠가 stella.K 님이 엣지에 그런 게 있다고 하셔서 찾아보다가 못 찾았는데, 나중에 우연히 찾았어요 재미있는 게 있네 했습니다 일본말을 한국말로 읽게 하면 한자만 읽지만, 일본말로 했더니 제대로 읽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엣지 쓰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써요 아직 아주 못 쓰는 건 아니니...


희선

서니데이 2021-10-08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희선 2021-10-08 23:39   좋아요 1 | URL
이번주 빨리 지나가는군요 벌써 주말이라니... 이번주에는 잠을 자도 자꾸 잠이 오기도 하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0-10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팟캐스트로 듣고 좋았었어요. 기발해요.
저는 기록을 잘하는 편이에요. 일기를 쓰기도 하고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노트에 적습니다. 일종의 습관이에요. 훗날 들춰보면 좋더라고요. ^^

희선 2021-10-11 23:50   좋아요 0 | URL
나중에 써둬야지 하는 것보다 보면 바로 써두는 게 좋을 듯합니다 생각은 빨리 사라지니... 좋은 글은 다시 찾으면 되는군요 적어두기 좋은 버릇이네요 그때도 좋지만 시간이 흐른 다음에 보면 더 좋겠습니다


희선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잊히는 건 슬플까

한때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젠 아니야

잊어도 돼

 

잊었다

어느 날 문득

떠올릴 날도 있겠지

 

 

 

 

*며칠전에 썼던 것과 비슷하지요, 저도 쓰고 나서 전에 썼는데 또 썼다 했습니다, 그래도 올리는...... 같은 생각을 또했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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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07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해도 좋아요.잊어야 할일은 잊어야 겠죠? 쉽지는 않겠지만 ㅜㅜ

희선 2021-10-08 23:21   좋아요 1 | URL
잊으면 더 나은 것도 있을 텐데, 사람은 그런 건 더 못 잊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희선
 

 

 

 

1

 

걷히지 않을 것 같던

어둠이 천천히 물러나고

아침이 왔다

 

아침은 희망이다

 

 

 

2

 

밝게 떠오르는 해

상쾌한 아침 공기

좋은 아침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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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05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아침이야~점심을 먹자~ 는 노래가 떠오르네요 ^^
아침은 언제나 희망~ 좋은 오전 보내세요 ~!!

희선 2021-10-07 00:38   좋아요 1 | URL
아침 점심 저녁 다 지나고 한밤입니다 언제나 이때 쓰는군요 어제는 밤에 졸려서 조금 자기도 했습니다 책을 별로 못 봤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0-05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아침이야, 하고 일어나면 좋은데...
저는 아, 일어나기 싫다, 하며 일어나게 됩니다.ㅋㅋ
하지만 아침 공기는 좋아합니다. ^^

희선 2021-10-07 00:39   좋아요 1 | URL
아침 좋기는 한데, 아침에 일어나는 적 별로 없어요 그래도 아침이 있어서 점심도 있고 저녁도 있겠지요 아침 공기 저도 좋아요 별로 만나지 못하지만...

페크 님 오늘도 좋은 날 맞이하세요


희선

서니데이 2021-10-05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해뜨는 걸 보면 좋다고 합니다.
무기력한 날에는 의욕이 생긴다고 하는데
하지만 저는 아침잠이 많아서, 그 시간에 자고 싶어요.
희선님,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1-10-07 00:41   좋아요 2 | URL
해가 뜨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을 듯합니다 그런 걸 별로 못 봤네요 잠 안 자고 본 적은 있군요 아침 좋기는 한데 잠잘 때가 더 많습니다 그래도 아침을 생각하기도 해요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1-10-05 2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일 인사 미리 해요
좋은 아침입니다~~

희선 2021-10-07 00:42   좋아요 1 | URL
하루가 더 가고 다시 새로운 날입니다 아직 아침은 아니지만...

그레이스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양요섭 - 정규 1집 Chocolate Box [Milk Ver.] - 포토북(120p)+북밴드(1종)+프레젠트 카드(1종)+가사 북마크(1종)+로고 스티커(1종)+폴라로이드 포토카드(2종)+셀피 포토카드(1종)
양요섭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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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에 쓰고 또 쓰다니 할지도 모르겠어.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말했잖아, 세 번 쓰겠다고. 하이라이트 양요섭 1집 앨범은 화이트 밀크 다크 세 가지여서. 지난 5월에 나온 하이라이트 미니 앨범 3집은 세 가지에서 두 가지만 샀지만, 요섭 님 1집은 세 가지 다 샀어. 모아서 한번만 써도 되지만, 처음부터 하나씩 써야겠다 생각했거든. 할 말도 없으면서 그렇게 생각하다니. 전에도 말했는데, 음악은 똑같지만 사진은 달라. 화이트 밀크 다크, 사진 조금씩 보여줄 때 화이트랑 밀크 좋았는데, 다크는 멋있었어.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 다크는 첫번째 노래 BRAIN에 어울린다고 하더군. 헤어진 사람 이름을 생각하고 함께 한 기억이 괴로운. 괴로워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마음. 얼마나 좋아하면 그렇게 잊지 못할까.

 

 첫번째에서는 누군가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마음을 노래하지만, 여기 담긴 음악이 다 그렇지는 않아. 제목이 초콜릿 박스잖아. 이건 삶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는 말이 나온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생각하고 지었대. 내가 먹어본 초콜릿은 다 맛이 같았는데, 여러 가지 들어 있는 건 다른 맛도 있는가 봐. 어떤 맛을 먹을지 알 수 없겠지. 삶도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다는 걸 말하려는 것 같은데. 난 날씨로 그런 걸 생각하는데.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흐리고 비 오고 바람 부는 날도 찾아오는 거 말이야, 여러 가지 맛이 든 초콜릿도 있겠지. 앨범 제목과 같은 <Chocolate Box (Feat.pH-1)(초콜릿 박스)>는 초콜릿처럼 달달해. 랩을 하는 pH-1은 요섭 님 초등학교 친구라더군. 지난해에 한번 본 적 있기는 한데, 그때는 그렇구나 했어. pH-1은 여러 사람과 음악을 하는 래퍼야.

 

 

 

 

 

 

 

 음악 들어도 그냥 좋아할 뿐이고 잘 몰라. 노랫말이나 멜로디를 듣지. <느려도 괜찮아(SLOW LUV) (Feat.민서)>, 나도 이런 말 자주 생각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느리게 사는 것과는 좀 달라.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도 된다. 그런 걸 노래해. 1초 2초도 잘 느끼고 싶다고. 노랫말에 ‘느려도 괜찮아 우리 사랑만 있다면 너는 나의 영원한 아이야이야이야이야’가 있는데, 이걸 들을 때 난 ‘너는 나의 영원한 사랑이야이야이야이야’로 생각하기도 해. ‘영원한 아이’인가. 그걸 왜 ‘영원한 사랑’으로 듣느냐면, 일본말로 사랑이 바로 아이(愛)거든. 이런 뜻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말하고 나니 좀 유치하군. <Dry Flower>는 요섭 님이 청소를 하다가 선물받은 드라이 플라워 꽃잎이 바닥에 떨어진 걸 보고 쓴 거래. 마른 꽃이니 이제 끝나버린 마음이겠지. 슬픔 마음이야. <척>은 척하면 척하고 아는 걸 나타낸대. 여기 나오는 사람은 잘 모르더군. 모르는 척하는 건지. 그런 일도 있겠지만 상대가 솔직하게 말해주기를 바라는 걸 거야. 마음은 잘 보면 알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으면 모르기도 해. 그걸 모르나 할 게 아니야.

 

 다음 <Body & Soul>은 <BRAIN>만큼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군. 그러고 보니 이것도 헤어진 이야기군. 헤어졌지만 난 너밖에 좋아할 수 없다고. 누군가와 헤어지면 그리워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꽃샘>이라는 노래 제목 봤을 때 난 꽃이 나는 샘물인가 했어. 요섭 님은 이런 말도 쓰다니 했는데, 꽃샘은 ‘꽃샘추위’에서 꽃샘이었어. 이말 보고 다른 거 생각한 사람은 나밖에 없을까. 나도 겨울이 오면 사람들이 겨울보다 봄이 오길 바라서 겨울이 슬플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도 있고 요섭 님 자신을 생각하고 쓴 것 같기도 해. 잊지 않았으면 하는. 요섭 님은 노래로 다른 사람을 위로해주고 싶어하기도 해. 미니 앨범 2집에서는 <별>과 <위로>가 그런 노래였는데, 이번에는 <나만>이 그래. 나만 슬프고 힘들고 쓸쓸하다 생각하다가도 나만 그렇지 않다 생각하기도 하지. 사람은 누구나 힘든 일 하나나 둘은 있겠지. 그럴 때 음악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다른 게 위로가 되기도 하겠어.

 

 세상에는 사랑 노래가 많을지도 모르겠어. <Change (Feat.SOLE)>에는 헤어졌는데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담겼어.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떠나버린 마음을 돌아오지 않는데. 난 좀 안 좋게 생각하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뭐든 예쁘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 <예뻐 보여>에서는 그런 마음이 잘 보여. <Good Morning>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달라진 사람 이야기야. 노랫말에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이 나오거든. 좋아하는 사람이 그걸 좋아해서 자신도 좋아하게 됐다는 거겠지. 그 말 듣고 조금 웃었어. 요섭 님은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 안 좋아하는데 그렇게 써서. 이건 우연히 안 거야. <YES OR NO>를 한마디로 말하면 ‘네 마음을 말해줘’야. 좀 짧게 말했군.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은 어떨지 알고 싶을 것 같기는 해.

 

 요섭 님 1집 앨범에는 모두 열두곡이 들었어. 난 글 써도 다른 사람 생각하기보다 그저 내가 쓰고 싶어서 써. 음악이나 글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생각하더군. 앞에서 요섭 님도 노래 들을 사람을 위로하고 싶어한다고 했잖아. 기뻐하기를 바라기도 해. 노래하는 사람이나 글쓰는 사람은 그걸 기다리는 사람이 있군. 난 없는데. 난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가 쓴 글이 누군가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해. 그런 마음보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클지도 모르겠어. 칭찬받으면 받는대로 쑥스럽지만. 난 그저 나야.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뭔가를 한다 해도 자신이 좋아해야겠지. 먼저 자신이 즐거워야 해. 요섭 님이 즐겁게 음악하기를 바라. 내가 이런 생각 안 해도 벌써 그러겠어.

 

 

 

*더하는 말

 

 난 앨범 화이트 밀크 다크 하나씩 겨우 세장 샀는데, 어떤 사람은 여섯장씩 열여덟장을 샀더군(그런 사람 더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게나 많이 사다니. 그런 거 잘 안 찾아보려고 하는데 우연히 봤어. 자꾸 보면 보고 싶을지도 모르고 난 못 보는 것도 있을 테니. 적당히 알고 모르는 건 모르는대로 사는 게 마음 편하지. 이것저것 알면 뭐 하겠어.

 

 마지막 한번 더 쓸 수 있을지, 이달이 가기 전에 쓰면 좋을 텐데 어떨게 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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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0-04 1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앨범 디자인이 예쁩니다. 처음에 사진 보았을 때는 공정무역 초콜렛인 줄 알았어요.
오늘은 개천절 대체휴일이었습니다. 좋은 휴일 보내셨나요.
희선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희선 2021-10-05 02:37   좋아요 1 | URL
앨범 제목이 초콜릿 박스여서 초콜릿처럼 만들었어요 이건 사진 색이 잘 안 나왔어요 하루가 빨리 갔네요 시월도 이렇게 하루하루 빨리 가겠습니다 날마다는 아니어도 가끔은 잘 지내야 할 텐데... 그런 날 조금은 있겠지요

서니데이 님 좋은 아침 맞이하세요


희선

scott 2021-10-04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이트-밀크-다크 조합이 쵝오 인것 같은데
여섯 여덟장은 선물용 아닐까요

전 이 앨범 구입해서 화이트-밀크-다크 쵸콜렛과 함께 지인들에게 선물 해야 겠네요 ^ㅅ^

희선 2021-10-05 02:40   좋아요 0 | URL
여러 장 사서 선물로 주기도 하겠지요 scott 님 친구분 초콜릿과 함께 이 앨범 선물 받으면 좋아하시겠습니다 음악도 많이 좋아하면 좋겠네요

scott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초딩 2021-10-04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들으면 듣다 말고 마구 마구 다음 이전 곡으로 뛰어가는데,
CD 그리고 LP로 음악을 듣는 것이 그런면에서 음악을 제대로 듣는 것 같아요 ^^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1-10-05 02:45   좋아요 0 | URL
음악을 듣다보면 다시 듣고 싶은 곡도 있을 테니 그러겠습니다 어쩐지 자꾸 듣고 싶은 게 있기도 하죠 저는 컴퓨터로는 파일 듣는데 그때는 같은 곡 여러 번 넣어서 들어요

어느새 새벽이네요 괜히 망설이다 이렇게 됐습니다


희선
 

 

 

 

아무리 가까이 있다 해도

마음이 멀면

아무 사이도 아니겠지

 

아주 가깝지도

아주 멀지도 않은

마음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마음의 거리가 늘 같지는 않을 거야

어느 때는 가깝고

어느 때는 멀겠지

 

마음은

멀어졌다 가까워지고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되풀이하겠어

 

아주아주 멀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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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04 0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거리는 언제나 어려운 문제인것 같아요 🙄 어느정도가 답일까 항상 고민이 되더라구요~ 그렇다고 아주 멀어지기는 싫고..
오늘 시도 완전 좋네요 ^^

희선 2021-10-05 02:32   좋아요 1 | URL
어렵지만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주 가까운 것보다는 조금 거리를 두는 게 낫겠네요 그래도 가끔 아주 가까워지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런 건 어쩌다 한번이면 괜찮겠습니다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10-05 0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주 멀리 가진 않을게요. 희선님 돌아보면 보이는 곳 어디쯤 있을게요. ^^ 희선님은 시로 하고픈 말 참 잘하네요.^^

희선 2021-10-05 02:34   좋아요 1 | URL
맞아요 하고 싶은 말... 가끔은 안 하는 게 나을 텐데 하는 것도 해서, 왜 했을까 하기도 해요 다음부터는 그런 건 안 써야지 하다가도 어느 날 우울하면 쓰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