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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 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 ㅣ 클래식 클라우드 19
박상진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평점 :
사는 게 정말 괴롭다. 사람은 왜 나고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걸까. 또 이런 생각에 빠지다니. 아무 일 없으면 이러지 않았겠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은 자꾸 일어난다. 난 왜 아직도 이럴까. 세상을 떠나고 700년이나 지난 단테가 부럽구나. 클래식 클라우드에서는 죽은 사람만 이야기 하는구나(그것도 남자만). 죽었지만 이름을 널리 알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사람 말이다. 내가 죽으면 아무 기억에도 남지 않겠지. 그래도 괜찮다. 있었지만 없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건 내가 바란 거구나. 이런 건 별로 쓰고 싶지 않았는데. 기분이 아주아주 안 좋아서. 나중에 이걸 보면 왜 썼지 하겠다. 그런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난 내가 사는 시대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 많은 사람이 지금을 안 좋게 말하지만. 하나 안 좋은 거 있다. 그건 지구온난화로 생긴 기후변화다. 그것만 아니면 좋을 텐데. 난 가진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다. 뭔가를 가지려 하면 할수록 그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그런 걸 잘 아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없는 것이나 가질 수 없는 걸 바라면 괴롭다는 것만 조금 안다. 단테는 무엇이 갖고 싶었을까. 구원. 단테는 피렌체에서 쫓겨나고 《신곡》을 썼다는데 그걸 쓰고 구원 받았을까. 그걸 썼을 때만큼은 이걸 썼구나 하고 기뻐했을 것 같다. 《신곡》에는 그때 사람이나 단테가 겪은 일이 담겼나 보다. 그런 걸 박상진은 알아 보았구나. 소설, 글이 허구라 해도 모든 게 지어낸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난 쓴다면 내 이야기나 내 둘레 사람 이야기는 안 쓰겠지만. 그래서 못 쓰는구나. 내 이야기는 쓸 게 없다. 아주 재미없다.
단테 알리기에리는 126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나고 1321년 라벤나에서 죽었다. 말라리아로 갑자기 죽었단다. 죽었을 때 쉰여섯이었다. 단테는 오래 살지 못했구나. 이건 처음 안 듯하다. 난 왜 단테가 오래 살았으리라고 여겼을까. 그저 오래전 사람이어서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박상진은 단테를 시인이다 했다. 《신곡》은 시 형식으로 쓰였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볼 수 있을까. 한번 봐야지 하고 사두기는 했는데, 책 사고 몇해가 지났다. 죽기 전에 한번은 보면 좋을 텐데. 책도 별로 없는데 그걸 못 보는구나. <지옥> <연옥> <천국>은 다 죽은 다음에 가는 곳이구나. 사람이 죽은 다음에 영혼은 어딘가에 갈까. 이런 생각은 언제부터 했을까. 종교가 나타난 다음이었을 것 같다. 그런 것 또한 발명이라 할 수 있을지. 갑자기 발명이라는 말을 하다니. 처음부터 어떤 걸 나타내는 말은 없었을 거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났겠지. 지옥 연옥 천국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단테를 아는 건 거의 없지만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좋아했다는 건 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아홉살에 만나고 열여덟살에 한번 더 만났다고 한다. 피천득 수필 <인연>에 아사코를 두번 만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세번 만나고 세번째는 만나지 않아야 했다고 했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두번 만났다고 했지만, 박상진은 둘이 가까운 곳에 살아서 여러 번 마주쳤을 거다 말한다. 잠깐 만난 사람을 그렇게 오래 생각할 수 있을까. 단테는 베아트리체가 결혼하기 두해전 1285년에 젬마 도나티와 결혼했다. 그때는 정략결혼을 많이 했다지만. 베아트리체는 1287년에 부유한 은행가와 결혼하고 1290년에 죽는다. 단테는 1292년부터 1295년까지 베아트리체를 생각하고 《새로운 삶》을 썼단다. 오래 함께 한 아내 젬마 도나티는 글로 남기지 않았다니. 젬마는 그런 거 어떻게 생각했을까.
자신이 하려던 걸 하지 못하고 공금횡령죄로 피렌체에서 쫓겨난 단테는 망명길에 오른다. 망명은 자기 나라를 떠나는 거 아닌가. 단테는 피렌체에만 가지 못했을 뿐 이탈리아를 아주 떠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가지 못하면 마음이 안 좋겠다. 단테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피렌체에 돌아가지 못하다 해도. 단테는 《신곡》을 라틴말이 아닌 피렌체에서 쓰는 이탈리아 말로 썼다. 단테는 라틴말이 더 익숙했을 거다 말하던데. 라틴말은 배우기 어려운 말이다. 이탈리아 사람은 단테가 이탈리아말로 글을 써서 좋아했을 것 같다. 조선시대가 생각나는구나. 조선에는 한글로 글을 쓴 양반은 별로 없었지만. 편지는 썼다. 백성을 생각한다 해도 글을 한자로 쓰지 않았나. 그래도 한글이 사라지지 않고 일제강점기에도 살아 남았다.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단테 마음을 알았을까. 마음을 모른다 해도 베아트리체가 있어서 단테가 글을 썼겠다. 다른 것보다 이게 가장 기억에 남았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