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지금은 물질이 넘치는 시대다. 그런데도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 그건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선진국이라는 데서도 일어난다. 지금은 빈부격차가 심하다. 이건 갈수록 심해지겠지. 부자는 늘 부자고 가난한 사람은 언제나 가난하다. 먹을 게 없어서 움직이지 못한 적은 아직 없다. 이 책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그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아주 아껴 쓸 생각이기는 한데, 아무것도 없어서 전기도 물도 끊기면 어쩌나 싶다. 사람이 아무것도 안 먹어도 물이 있으면 조금은 낫다. 그 물까지 못 먹으면 얼마 뒤 죽겠지. 어떤 사람은 자신이 죽을 때가 됐을 때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죽음을 기다렸다는데. 그것과 굶어죽는 건 다르구나. 일부러 안 먹는 것 하고도. 먹을 게 없어서 굶으면 마음도 아주 안 좋다. 먹을 게 없었던 적 아주 없지 않았구나. 그건 옛날 일이다.
한국도 돈을 거의 못 벌거나 한부모 가정에 도움을 주기는 하겠지. 그것도 그냥 되는 게 아니고 신청해야 한다. 신청할 때 여러 가지를 적어야겠다.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안 된다고 할 때도 있겠지. 규칙이네 하면서. 공무원이 잘 하는 말은 ‘규정이 그렇다’다. 내가 사회복지를 받으려 한 적도 없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뭔가 도움을 바란 적은 없지만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 같다. 그건 대체 뭐지. 한국에서 기초생활 도움을 받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혼자 살고 돈 못 벌고 몸이 아픈 사람일 것 같다. 보면 그런 사람 바로 알 것 같기도 한데, 사회복지사는 그 사람한테 식구가 있다면 그 사람한테 도움을 받으라 하겠지. 연락도 안 되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사람한테 말이다. 이런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진짜 도와줘야 할 사람은 돕지 않고 그렇게 힘들지 않은 사람한테 돈을 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는 조직폭력배인 사람이 생활보호대상자기도 했다. 사회복지사가 그걸 알고 돈을 안 주겠다 말하지만, 처음에 그런 사람을 생활보호대상자에 넣은 건 누굴지.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는 거 나도 안다. 돈 못 벌고 생활 능력 없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그렇다. 사회복지사에는 그런 건 자신이 잘못해서 그렇다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반은 자기 책임이기는 하다. 모든 잘못이 그 사람한테 있을까. 나도 그렇게 악착같이 돈 벌지 않아서 당당하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가난한 건 내 탓이니까. 난 그렇다 해도 일 열심히 하고 나이 먹고 더는 일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사회에 도움을 줬으니 이제는 반대로 사회가 도움을 줘야 하지 않나. 한국도 기초생활금 받는 사람 예전보다 늘었을까. 사회복지 예산이 줄어서 도움 주지 못하는 일이 더 많을지. 그건 내가 모르는 일이구나. 이 책에 나온 걸 보니 사회복지 예산이 줄어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려 했다. 그게 진짜 도움을 줄 사람한테 도움을 주려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예산에 맞추려는 것뿐이었다. 세상에 종이만 보고 돕지 못한다고 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겠지. 자신이 보고 도와야 할 사람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기를 바란다.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한사람은 보건복지사무소 과장이고 한사람은 지방의회 의원이었다. 두 사람은 굶어죽었다. 범인이 두 사람 몸을 묶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 두고 굶어죽게 내버려 두었다. 경찰은 원한으로 보았다. 그런데 두 사람 다 둘레에서 좋은 말을 하고, 원한 살 만한 일은 없다 한다. 그래서 착한 사람, 인격자의 죽음이었구나. 한사람만 그렇게 죽었다면 몰랐겠지만 두 사람이나 굶어죽어서 경찰은 두 사람 공통점을 찾겠지. 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은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보건복지사무소에서 사회복지사와 상사로. 두 사람은 둘레 사람한테는 좋게 행동했지만 도와달라고 한 사람한테는 그러지 않았다. 사회복지사가 된 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면 누구를 도와야 할지 잘 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저 예산이 적으니 안 된다고만 하다니. 아니 처음에 죽임 당한 사람은 기초생활비를 신청하려는 사람을 깔봤다. 그러니 사람을 제대로 안 봤겠지. 난 아무리 힘들어도 나라에 도움 바라지 않을 거다.
누군가한테 도움을 바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 나온 기초생활비 신청서에는 써야 할 게 많았다. 그건 나이 많은 사람이 하기 어렵기도 하다. 도움을 바라는 사람은 거의 나이 많고 배우지 못한 사람일 때가 많을 텐데. 도움을 주려면 사람으로 존중해주기를 바란다. 대단한 걸 베푼다는 식이 아니고. 사회복지사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 나라에 사는 사람이 낸 세금으로 주는 건데. 일손이 모자라 도와야 하는 사람을 놓칠지도 모르겠다. 그런 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운 사람이 나서서 말해야 할까. 그 말을 편하게 하게 하기를 바란다. 죄지은 사람도 아닌데 말하려면 쭈뼛쭈뼛하겠다. 사회복지가 돌아가야 할 사람한테 꼭 돌아가기를.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