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가 즐겁게 노래하는 가을밤,

어둠이 세상을 가려도

빨갛고 노란 단풍이 떠올라

 

바람에 사라라락 사라라락

나뭇잎도 노래하는

멋진 가을밤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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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열 지음 / 동그람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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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종류는 잘 모르지만 폭스테리어는 좀 사납다는 말 들은 듯하다. 물지 않고 짖기만 하면 좋을 텐데, 어떨까. 풋코는 폭스테리어였다. 어릴 때는 풋코가 자주 짖었는데 지금은 나이를 먹어선지 덜 짖는 것 같다. 폭스테리어가 다 사납게 짖는 건 아니겠다. 개마다 다를 거다. 한번 짖으면 멈추지 않는 개도 있다. 언젠가는 천둥이 치니 개도 짖었다. 그런 소리 들으니 조금 재미있기도 했다. 개는 비나 눈 천둥 번개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보다 눈은 잘 보이지 않아도 소리나 냄새는 사람보다 잘 듣고 잘 맡는다. 개가 세상을 느끼는 방법은 사람과 다르겠다.

 

 지나가는 사람이 풋코를 보고 나이를 물어보기도 했다. 열다섯이다 하면 더 어리게 보인다고 말한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풋코를 보고 나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 자기 개가 그런 말 들어도 기분이 좀 이상할까. 나이보다 어리게 보면 기분 좋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그런 말 들으면 좋아한다. 아이는 나이보다 커 보인다고 하는 걸 좋아할까. 개도 아이처럼 생각하는 사람 있겠지. 어떤 사람은 아이와 눈썰매를 탔는데 정우열은 풋코와 탔다. 아이는 울었지만 풋코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썰매가 재미있는지 정우열이 썰매를 끌고 다시 위로 가자 풋코는 썰매에 앉았다. 내리막은 같이 타고 내려와도 오르막은 그러지 못한다. 개가 썰매에 가만히 앉아 있다니 신기하구나.

 

 정우열은 소리와 풋코와 같이 살다가 소리를 먼저 떠나 보냈다. 풋코는 소리가 낳았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 풋코는 어미와 오래 살았구나. 소리는 그거 좋았을까. 소리가 풋코와 있을 때는 자주 짖었는데, 정우열이 소리하고만 밖에 나갔더니 조용했다. 정우열은 그날을 좋은 날로 기억했다. 소리한테도 혼자인 시간이 있어야 했다고 그때 생각했다. 동물은 사람보다 일찍 죽는다. 그걸 알아도 사람은 동물과 함게 살고 먼저 떠나 보내고 그리워한다. 정우열은 소리를 가끔 떠올렸다. 예전에 살던 집에는 소리가 좋아하는 조팝나무를 심었다. 이제 정우열은 거기에 살지 않지만 소리가 가끔 거기에 찾아오기를 바랐다. 소리는 조팝나무를 보러 오겠지.

 

 풋코는 날 때부터 정우열과 살았지만 소리는 그러지 않았나 보다. 정우열은 소리가 전에 함께 살던 사람을 잊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소리 마음은 어땠을까. 개 마음도 알기 어렵구나. 정우열은 가끔 풋코가 무슨 생각하는지 말해주기를 바랐다. 정우열이 풋코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다 해도 알려고 해서 괜찮지 않았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풋코를 다른 사람한테 맡기기도 했는데. 풋코는 잘 지냈다. 잘 못 지내는 것보다 잘 지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전에는 자꾸 짖어서 다시 데려온 적도 있다는 말 있었는데. 개 나이 열다섯살은 사람 나이로는 아주 많겠지(2권에서는 열여섯살이었는데, 여기에서는 열다섯살이라니). 풋코 몸은 거의 좋았는데 백내장이 있었다. 정우열은 그걸 수술해야 하나 생각했다. 나이가 많아 수술하고 여러 치료 받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남은 시간 편하게 보내게 하는 게 나을지, 수술하고 눈이 조금이라도 잘 보이게 하는 게 나을지. 정하기 어렵겠다.

 

 다른 개 이름이 풋코와 같으면 어떨까. 같은 폭스테리어인 코코를 정우열이 아는 사람이 함께 살 사람을 찾아주었다. 코코와 살기로 한 사람이 코코 이름을 풋코라 했단다. 그런 일도 있다니. 풋코가 세상을 떠나도 다른 풋코는 아직 세상에 있겠구나. 열다섯살인 개와 사는 건 조마조마하기도 하겠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풋코가 건강하게 조금이라도 오래 살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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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시작하면

아니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끝을 생각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지만

좀 빠르지

 

마음도 그래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이 마음은 언제까지 갈까 해

 

끝이 찾아온다 해도

그때까지는 즐겨야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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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일기 2 노견일기 2
정우열 지음 / 동그람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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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책을 보고 몇달이 흘렀다. 풋코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책은 세번째까지 나왔는데(네번째도 나왔다). 곧 세번째도 볼 거다. 처음에 정우열은 풋코와 산책하다가 다른 개를 떠올렸다. 그건 예전에 죽은 소리였다. 정우열은 한해에 한번 소리가 나타나 풋코와 셋이 산책하고 싶다고 한다. 소리가 떠나고 다섯해가 흘렀나 보다. 다섯해가 흘러도 여전히 소리를 생각하는구나.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떠난다. 어렸을 때는 그런 거 잘 몰랐던 것 같다. 아이는 그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이 귀여워서 기르고 싶어한다. 함께 살다보면 책임져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알겠지. 그것보다 동물이 사람한테 주는 게 더 클 것 같다.

 

 사람이 열여섯해 사는 것과 개가 열여섯해 사는 건 다르다. 개는 늙는다는 거 정말 모를까. 아주 모르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생각은 만화를 봐설지도 모르겠다. 만화에 나오는 동물은 사람 같다. 사람이 생각하고 그린 거니 그렇구나. 만화에는 나이든 동물 어린 동물이 나온다. 그런 것도 재미있기는 하다. 사람과 살기 전에 개는 어땠을까. 그러고 보니 언젠가 동물도 서로 돕고 산다는 말 봤다. 몸이 약하거나 어딘가 안 좋은 동물을 다른 동물이 도와줬다. 그게 어떤 동물이었는지는 잊어버렸다. 개였는지 늑대였는지. 종을 넘어 어미가 다른 동물 새끼를 보살핀 적도 있구나. 어미가 아니고 아비일 때도 있었을지. 초식동물은 무리지어 육식동물 위험을 피하기도 한다. 오래전에 개는 사냥하기도 했구나. 그런 습성이 많이 남은 개는 사납다.

 

 풋코는 나이 들어선지 얌전했는데. 정우열이 풋코를 다른 사람한테 잠시 맡겨뒀다 데리러 갔더니 짖었다. 그전까지 짖지 않다가 처음 짖었다고 한다. 풋코는 정우열이 반가워서 짖었을까. 왜 나를 여기 두고 간 거야 한 걸까. 지금은 풋코가 자주 짖지 않아도 예전에는 많이 짖었나 보다. 풋코를 맡은 사람이 정우열한테 전화해서 풋코를 데려가라 한 적도 있다. 정우열은 풋코가 예전과 달라져서 아쉬워했다. 하루는 정우열이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도 풋코가 일어나지 않았다. 고양이와 강아지는 아주 많이 잘 텐데. 정우열은 풋코가 일어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죽은 거 아닌가 하고. 그날 풋코는 조금 기분 안 좋은 듯 일어났다. 개도 자다가 죽기도 할까. 그러면 개를 떠나 보내는 사람 마음이 좀 나을 텐데. 동물 마지막 모습 지켜보기 쉽지 않을 거다.

 

 여름이 갈 때였나. 그날을 정우열은 좋은 날이다 했다. 무슨 날이었느냐 하면 해수욕장 문 닫는 날이었다. 해수욕장을 열 때는 개는 거기에 못 가는가 보다. 바다가 해수욕장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정우열은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보고 사람이 더 바닷가를 나쁘게 만든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동물보다 사람이 자연을 더 망친다. 개털도 많이 날리겠지. 정우열이 다 마른 옷을 쌓아둔 곳에 풋코가 앉아서 털이 묻었다. 정우열은 옷에 묻은 털을 없애면서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겠지 한다. 마지막엔 풋코가 묻힌 털을 그대로 둘 생각인가 보다. 풋코가 갈 날을 생각하면 슬프겠다. 풋코 이야기를 이렇게 남겨둬서 나중에 보면 괜찮겠다. 아니 바로는 보기 힘들지도. 시간이 흐른 뒤에 풋코를 그리워하면 되겠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풋코와 지내는 하루하루는 소중하겠다. 풋코가 새끼였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풋코가 많이 아프지 않고 가기를 바란다. 아직은 잘 지내겠지. 풋코야, 좀 더 잘 지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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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15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사람보다 빨리 늙고 죽음을 맞는 걸 보는건 너무 슬플것 같아요. 집에 금붕어도 기르다가 죽으니까 안타깝던데 말이죠.

희선 2021-04-15 00:49   좋아요 0 | URL
금붕어도 꽤 오래 산다고 들은 것 같아요 오랜 시간 함께 한 게 시간이 흐르고 세상을 떠나면 무척 슬플 거예요 그런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멈추지 않고 흘러흘러

멀리 가는 나날

지나간 시간만 생각하지 마

다가오는 날도 있잖아

아무것도 없으면 어때

지금을 느껴

빛나는 햇살

파란하늘

예쁜 꽃

의젓한 나무

기분 좋은 바람

 

너는 너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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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4-14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오늘이 딱 이런 날이네요. 빛나는 햇살, 파란 하늘, 예쁜 꽃. 의젓한 나무. 보러 나가야겠습니다.^^

희선 2021-04-15 00:48   좋아요 0 | URL
어제 날씨 좋았지요 바람은 조금 차가웠지만... 그래도 좋은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며칠은 날씨가 좋을지, 좋으면 좋겠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