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너를 찾아 길을 나섰어

 

저기 걸어가는 사람이 너일지

저기 뛰어가는 사람이 너일지

저기 자전거 탄 사람이 너일지

도무지 모르겠어

 

어쩌면 넌 어디에도 없을지도,

아니 어딘가에 있을지도

 

내가 널 찾지 못해도

어딘가에서 잘 지내

 

살다보면 우연히

스쳐지나갈 날도 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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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STONE 15 (ジャンプコミックス) (コミック)
이나가키 리이치로 / 集英社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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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톤 15

이나가키 리이치로 글   Boichi 그림

 

 

 

 

 

 

 과학은 잘 모르지만 과학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재미있기도 하다. 사람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그런 게 오랫동안 이어졌다. 지금과 같은 과학이 있는 건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지식과 지혜를 쌓아서다. 처음엔 그게 쉽지 않았겠지만. 과학은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는 거다. 그건 잊지 않는 게 좋겠다. 뭐든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야 나아진다. 지난번에 <닥터 스톤> 14권 보고 15권도 보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봤다. 이 책 14권까지는 책이 나온 다음에 샀지만, 15권은 다른 것보다 빨리 샀다. 내가 <닥터 스톤>을 봐야겠다 하고 첫권부터 살 때 책이 빨리 다 팔렸다. 책을 조금 찍어서 그런 건지. 다행하게도 난 못 산 거 없다. 16권부터는 언제 나오는지 알아서 일찍 샀다. 이런 재미없는 말로 시작하다니.

 

 이시가미 마을에서 센쿠와 동료는 배를 타고 센쿠 아버지 뱌쿠야가 남겨둔 백금을 찾으려고 섬으로 왔다. 이곳에는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가진 사람이 있어서, 배에 있던 사람은 돌이 되었다. 배 바깥에 있던 센쿠와 코하쿠 겐 소유즈는 괜찮았다. 섬사람인 아마릴리스를 만나고 마음이 맞아 힘을 합친다. 그러다 코하쿠와 긴로가 돌이 되고 섬 두령이 돌이었다는 걸 알았다. 실제 섬사람을 지배한 사람은 총재인 이바라였다. 그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안다고 해도 이바라한테 맞서서 싸울 사람은 있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섬에서 힘이 가장 센 모즈는 그저 자신이 바라는 걸 얻고 싶을 뿐이다. 모즈는 이바라가 없으면 자신이 왕이다 여기고 잠시 센쿠와 동료 편이 되기로 했다.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빼앗으려면 네 가지가 있어야 했다. 후드, 드론, 튼튼한 줄(와이어) 그리고 총. 후드는 모즈가 침입자인 척했을 때 썼던 거다. 드론은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공중으로 던지면 빼앗으려는 거다. 튼튼한 줄은 사람을 돌로 만드는 게 달린 줄이 드론에 얽혔을 때 힘으로 빼앗아야 해서. 총은 위협이겠지. 후드는 아마릴리스가 마을 창고에서 가지고 온 걸로 유즈리하가 만들었다. 드론도 처음 만든 것보다 제대로 만들고, 튼튼한 줄은 잘 끊어지지 않는 카본 줄이다. 요는 총 쏘는 연습을 했는데, 그런 소리가 들리면 마을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아마릴리스가 꾀를 냈다. 아마릴리스는 마을 사람이 자신한테 구혼한 게 생각나서 후궁에서 빠져나왔다고 하고, 큰북을 가장 크게 치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고 한다. 남자들은 큰북 치는 연습을 했다. 큰북 소리 때문에 다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드론은 류스이가 조종하기로 했다. 그것도 바람을 잘 알아야 할까. 류스이는 어릴 때 게임도 훈련했단다. 드론 조종은 게임과 같다고 여겼다. 킨로 니치 마그마도 깨웠다. 힘 쓸 사람이 있어야 해서. 시간이 걸리려나 했는데 바로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빼앗는 일을 하려 했다. 지금까지는 센쿠가 세운 계획이 잘 됐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잘 되지 않았다. 총재인 이바라는 모즈가 귀에 건 귀걸이를 보고 코하쿠가 한 것과 같은 거라는 걸 알아챘다. 코하쿠 걸 자신이 가지고 가서 센쿠가 모즈한테 말하는 걸 들었다. 듣기만 하는 건 안 좋구나. 다음에는 같은 편이 말할 수 있는 것도 만드는 게 좋겠다. 그런 거 만들까. 센쿠와 여러 사람이 후드를 쓰고 나타나자 키리사메도 나타났다. 모즈는 싸우는 척하다가 키리사메한테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쓰게 했다. 하지만 그건 가짜였다. 류스이와 센쿠가 그걸 알아챘다. 센쿠는 짧은 시간에 키리사메가 던진 게 어디로 올지 계산했다.

 

 센쿠는 모두한테 그 자리에서 달아나라고 했다. 다들 실험실차에 올라탔는데, 마그마가 보이지 않았다. 요 총도 없었다. 마그마는 요가 총 쏘는 연습할 때 그걸 가만히 지켜봤는데, 자신이 가장 힘이 세다는 걸 보여주려고 총을 요 몰래 가지고 갔다. 겐이 그런 걸 알아채고 마그마하고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실험실차를 모즈가 따라왔다. 이바라는 센쿠와 동료가 타고 온 배 페르세우스에 마을 사람을 거의 태우고 바다로 나갔다. 배 타고 멀리 가면 어쩌나 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센쿠는 배로 가는 사람과 돌이 된 두령을 가지고 오는 사람으로 나누었다. 두령이 있는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타이주와 유즈리하 소유즈 여럿이 두령이 있는 곳에 갔더니 두령은 조각조각 나 있었다. 그래도 붙이면 된다. 하지만 두령은 없거나 풍화된 부분이 있어서 모두 붙여도 되살릴 수 없게 보였다. 소유즈는 그 사람이 자기 아버지라는 걸 알아봤다. 소유즈가 여길 떠나고 스무해가 됐나 보다. 두령이 돌이 됐다는 걸 사람들한테 보여주면 이바라가 한 나쁜 짓이 드러나겠지. 여기서는 세습제여서 소유즈가 다음 두령이다. 소유즈는 이곳에 남을까.

 

 페르세우스호에 가려고 니치가 이바라 부하가 타려는 작은 배를 빼앗았다. 마그마와 겐이 먼저 가고 센쿠 니치 여럿이 페르세우스호로 갔다. 뒤에서는 모즈가 따라왔다. 총은 니치가 마그마한테서 빼앗았다. 마그마보다 요가 총을 갖고 있는 게 낫겠지. 킨로는 모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센쿠가 배에 간 건 그 안에 모즈와 싸울 만한 사람이 있어서였다. 그건 바로 효가다. 효가가 츠카사를 배신하기는 했지만. 효가 얼굴 전과 조금 달랐다. 입가에 있던 금이 없어졌다(안 그린 건지 바뀐 건지). 다시 돌이 됐다가 돌아와서 그런 건지, 효가가 같은 편이 된다는 걸 나타낸 건지. 다행하게도 효가는 과학나라 사람을 돕기로 했다. 이바라는 효가가 돌에서 돌아오고 깨졌던 류스이가 멀쩡한 걸 보고 알아봤다. 센쿠쪽은 돌에서 사람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는 걸. 이바라는 두령을 떠올렸다. 배 위로 가서 이바라는 키리사메한테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오아라시한테 주고 섬 가운데로 가지고 가게 하라고 시키려 했다. 키리사메는 이바라 말을 바로 듣지 않았다. 타이주가 돌이 된 두령을 가지고 와서 큰 소리로 두령은 돌이 됐다고 말했다. 키리사메는 이바라가 아닌 두령 말을 들었다. 그걸 아는 이바라는 키리사메한테서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빼앗아서는 키리사메를 돌로 만들었다. 그건 대체 어떻게 쓰는 건가.

 

 요는 모즈한테 총을 쏘려다 못 쏘고 바다에 빠졌는데, 어느새 바다에서 나와서 이바라 손을 쏘았다. 이바라는 사람을 돌로 만드는 빛을 내는 걸 떨어뜨렸다. 요가 그걸 주웠지만, 요는 그걸 어떻게 쓰는지 몰랐다. 이바라는 배에서 떨어지면서 몇미터 몇초라는 말을 했다. 그런 말을 하면 사람을 돌로 만드는 게 움직이는 걸까. 요가 들고 있던 금속 같은 것에서 빛이 나고 요는 돌이 되었다.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건 이바라한테 넘어갔다. 이제 어떻게 될까. 효가와 모즈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센쿠와 동료는 배에서 나왔다. 센쿠는 섬에서 만들 게 있다고 했다. 그건 대나무관이었다. 효가는 관창술을 썼다. 보통 창으로 싸우는 것과는 다른가 보다. 효가는 센쿠가 그걸 만들리라는 걸 알고 페르세우스에서 나와 섬으로 온다. 모즈도 따라왔다. 센쿠와 여러 사람이 만든 관을 마그마가 효가한테 던졌다. 그거 하나 넣었더니 효가가 모즈를 이겼다. 관창술을 잘 해서 그런 거겠지.

 

 바다에서 엄청난 얼굴로 섬 가운데로 뛰어가려는 오아라시를 보고 모두는 오아라시가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이바라가 쓴 속임수였다. 이바라는 오아라시한테 섬 가운데로 가면 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바라는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벌써 썼다. 이바라는 바닷속에서 2000미터 15분이라 했는데. 섬 가운데서 빛이 나고 거의 다 돌이 되었다. 센쿠만 빼고.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건 범위와 시간을 말하면 거기만 빛날까. 수수께끼다. 센쿠가 이바라한테 이기면 어떻게 된 건지 알겠다. 센쿠가 이기겠지, 이겨야 한다. 많은 사람이 살아야 하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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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파우치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 50ml*5ea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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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이월에 다시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이 나왔는데, 이달 사월에는 그게 콜드브루로 나왔어. 콜드브루라는 건 ‘커피콩을 갈아서 상온이나 차가운 물에 우려내 쓴 맛이 덜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커피’래.

 

 

 

 

 

 

 알라딘 커피에는 다른 콜드브루도 있지만 그건 한번도 안 사 봤어. 그것과 다르게 에디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은 파우치(50ml)로 하나씩 먹기에 좋아. 사실은 처음에 파우치라는 말을 보고 파우치 그게 뭐지 했어. 여기에는 50ml짜리 다섯개가 들었어. 이거 하나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끝이야. 아주 편하지.

 

 커피가 든 상자 옆에는 이걸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쓰여 있어. 파우치 하나에 물이나 우유를 부어 먹거나 파우치 하나를 아이스크림에 부어 먹어도 좋대. 아이스크림에 넣어서 먹어보고 싶지만 그냥 물만 부어서 마실 듯해. 드립백은 내가 물을 좀 많이 부어서 연하게 마셨는데, 이건 물 덜 부었어. 그래도 그렇게 진하지는 않아. 맛 좋아. 앞에서 콜드브루가 어떻다는 거 말한 것처럼 부드러워. 산미와 고소함도 있는 듯해.

 

 지난해에 그냥 드립백 커피 마셔 보고 괜찮네 했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산 게 바로 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였어. 뒤에 난세보가 붙었다니. 어쨌든 이것과 그렇게 다른 건 아니겠지. 그때 디카페인도 함께 나왔던가, 나중에 나왔던가. 에티오피아 시다모랑 인연이 있군. 커피연이라 해야 할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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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요정을 믿으세요

이 말은 외계인을 믿느냐는 말과 비슷할지도

세상에는 요정도 외계인도 있어요

그들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게 보이고

평범하게 살아요

그건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잘 생각해 보세요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뭔가 다르게 보일 때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바로 요정이에요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으로 살아서 마법은 못 써요

마법은 쓰지 못해도 마법 같은 일은 해요

그건 요정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구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세상에는 생각보다 요정이 많을지도

 

당신도 요정인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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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문학동네 시인선 125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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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 사고 한해 넘게 지난 것 같아. 첫번째 시집도 사고 시간 많이 지난 다음에 본 것 같은데, 두번째도 그러다니. 그래도 보기라도 해서 다행 아닐까. 예전에 산 시집은 거의 한번은 보기는 했어. 아니 사두기만 하고 한번도 안 본 거 몇권 있을지도. 그건 시집을 어쩌다 한번 샀을 때였을 거야. 지금도 시집 자주 사지 않고 자주 못 만나. 한달에 한권 봐야지 한 적도 있는데. 어느 달에는 여러 권 만나기도 했는데. 이 말 예전에도 한 것 같군. 시를 보면 좋기는 한데, 시집을 보고 나서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걱정스러워서 시집 보기 미뤄. 이 시집도 그랬어. 마음먹고 빨리 만나려 했다면 더 좋았을걸. 시집을 한권 보면 다음에 볼 게 없어서 또 살지도 모르잖아.

 

 첫번째 시집 제목은 《다정한 호칭》이었는데, 이번에는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야. 이 시집 어디에서 샀을까. 책방에서 샀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책방에 갔더니 이 시집이 없더라고. 책 나오고 거의 한달 되려 했을 때였는데. 거기에는 새로 나온 시집이 있을 것 같아서 갔는데. 주문하고 며칠 뒤에 사 왔어. 이 시집은 2019년 7월 여름에 나왔어. 시집 색 봄 같지 않아. 시를 보니 봄을 말하는 게 많더군. 좋은 봄은 아니야. 그렇다고 안 좋은 봄도 아니야. 잊지 않아야 할 봄이야. 알지 2014년 4월 16일. 이은규는 그날을 잊지 않으려고 시를 여러 편 썼을까. 봄이 올 때마다 썼을지도. 2014년이 가고 봄은 여러 번 다시 왔지. 그때와는 다른 봄이겠지만. 언제든 같은 날은 아니지.

 

 

 

누가

봄을 열었을까, 열어줬을까

 

허공에서 새어나온 분홍 한 점이 떨고 있다

바다 밑 안부가 들려오지 않는데, 않고 있는데

 

덮어놓은 책처럼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세상에서 가장 이기의 말을 반복했다

미안(未安)

잘못을 저지른 내 마음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

이제 그 말을 거두기로 하자, 거두자

 

슬플 때 분홍색으로 몸이 변한다는 돌고래를 본 적이 있다

모든 포유류는 분홍분홍 울지도 모른다

 

오는 것으로 가는 봄이어서

언제나 봄은 기억투쟁 특별구간이다

그렇게 봄은 열리고 열릴 것

 

인간의 한에서 악을 골랐다고 말한다면

오래 바다에 귀 기울이자

슬픔은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그 무엇이어서

봄은 먼 분홍을 가까이에 두고 사라질 것

 

성급한 용서는

이미 일어난 일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만든다

오래 이어질 기억투쟁 특별구간

 

멀리서 가까이서 분홍분홍 들려오는 말

덮어놓은 책은 기도와 같다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오고 있을 문장은 기도가 아니라 선언이어야 할 것

 

봄을 닫기 전에, 닫아버리려 하기 전에

누군가

 

-<봄의 미안>, 66쪽~67쪽

 

 

 

 미안하다는 말은 ‘잘못을 저지른 내 마음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이었군. 미안하다는 말 자주 안 하는 게 좋겠군. 아주 큰일에는 더하겠어. 많은 아이가 세상을 떠났잖아. 아이뿐 아니라 누군가의 식구도.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뭐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 말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겠지. 이런 바람도 있어. 아이들이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잘 지냈으면 하는. 내가 산 사람이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군. 다시 좋은 세상에 나기를 바라는 게 나을까. 잘 모르겠군.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뭐든 좋을 건 없을 듯해.

 

 

 

책장 한편

눈 내리는 마을 스노볼이 놓여 있다

고요한 세계, 시인이

아름다운 나타사를 사랑해서

눈이 푹푹 내린다

 

문득 스노볼을 흔들면

눈송이들 반짝이며 흩어졌다 약속처럼 가라앉는다

그 시간을 한 생이라 하자

시인은 아직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맑은 술을 마시며, 혼자 쓸쓸히 많이 생각한다

 

사계절 겨울인 세계에서는

눈 내리는 동안만 사랑이 있을까 사랑이 되돌아올까

고요에 눈이 멀고 귀가 멀고

 

눈이 푹푹 쌓이는 밤 나타샤와 시인은

흰 당나귀 타고 마을로 가자

작은 새가 우는 눈 내리는 마을로 가 살자, 노래하고

 

스노볼을 흔들면 문득

약속들 반짝이며 흩어졌다 눈송이처럼 가라앉는다

그 시간을 한 생이라 하지 말자

 

눈은 푹푹 내리고 시인은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오지 않을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고조곤히

눈 내리는 마을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 버리지 못하는

 

고요한 세계, 시인이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 응앙응앙 울 것

눈 내리는 마을 스노볼이 놓여 있다

책장 한편

 

-<스노볼*>, 64쪽~65쪽

 

 

*백석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기대어 쓰다.

 

 

 

 앞에 옮겨 쓴 시 <스노볼>은 <봄의 미안> 바로 앞에 실린 시야. 이걸 먼저 쓰려고 했는데 봄 이야기를 먼저 해서 차례가 바뀌었어. 이 시는 좀 익숙해 보이지. 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백석 시가 생각나게 해. 백석 시에 기대어 썼다는 말이 있군. 이런 시는 한편 더 있어. 여기 담긴 시에는 처음과 끝이 비슷한 시 많아.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라. 그런 걸 수미상관이라 하지.

 

 여기 실린 시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보니 괜찮았어. 우연히 이은규 첫번째 시집을 봐서 두번째 시집이 나왔을 때 관심을 가졌다가 이렇게 봤어. 이 시집 제목에서 말하는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는 잊지 않아야 할 이야기인 듯해. 그런 건 속삭이기보다 조금 크게 말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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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0 16: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 내리는 마을 스노볼]

시인 백석의 나타샤 ㅠㅠ

희선 2021-04-21 01:08   좋아요 1 | URL
눈 내리는 마을이 작아졌네요 그런 걸 보고 백석 시를 떠올리고 시를 쓰다니...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4-20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날은 오래 속삭이고 싶지 않은 날 ㅠㅠ
세상에 모르는 시인도 넘 많네요. 담아가요. 고마워요~~~~

희선 2021-04-21 01:10   좋아요 0 | URL
어느새 일곱해가 되다니... 그날은 오래 속삭이지 못할 일이네요 저는 다 알지 못했지만 행복한책읽기 님은 잘 보실 듯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