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옷의 어둠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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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책 《검은 얼굴의 여우》에서 모토로이 하야타는 전쟁에 진 일본을 밑바닥에서 다시 세우겠다는 마음으로 탄광에 가서 일을 했다. 그때도 하야타가 군인이었다는 말이 있었던가. 그때 난 만주 건국대학에서 공부했다는 말만 본 것 같기도 한데. 전쟁이 끝났을 때도 하야타는 대학에서 잠시 공부를 하고 광부가 되기로 했던가 보다. 하야타가 공부한 건 민속학이었다. 이것도 전에 나왔을지도 모를 텐데 봤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모토로이 하야타는 여기저기 다니려나 보다. 두번째 이야기 《하얀 마물의 탑》에서는 아주 이상한 일을 겪었다.


 이번 책 《붉은 옷의 어둠》이 세번째로 나왔지만, 시간은 첫번째 책 다음에 일어난 거다. 일본은 전쟁에 지고 경제가 그리 좋지는 않았을 거다. 빠르게 나타난 게 암시장이란다. 전쟁에 진 일본이 두해쯤 지낼 물자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70% 정도가 사라졌단다. 그건 위에 있는 사람이 빼돌렸겠지. 사람들은 먹을 게 아주 없었다. 암시장에 가면 없는 게 없었지만 무척 비쌌다. 한국에도 그런 시장 있었을 것 같구나.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미군이 버린 걸로 음식을 만들었다는 걸 보니 한국에서 만든 부대찌개가 생각났다. 부대찌개는 한국 전쟁 뒤에 나온 거 아니던가. 미군이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말이다.


 모토로이 하야타는 만주 건국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구마가이 신이치한테서 편지를 받는다. 붉은 미로라는 암시장에 붉은 옷 괴인이 나타나고 젊은 여자를 쫓는다고 했다. 신이치는 하야타가 탄광에서 일어난 일을 푼 걸 알고 이번 일도 알아봐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오싹하구나. 붉은 미로는 길을 잃기 쉬운 곳이었다. 거기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은 거의 집에서 가게만 다녔다. 그 길은 잊어버리지 않았다. 왜 붉은 옷 소문이 퍼진 걸까. 누군가는 붉은 옷이 자신을 따라왔다고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붉은 옷을 따라갔다고 했다. 하야타는 붉은 옷 괴인 수수께끼를 풀까. 누군가 사람이 일으키는 일일까 했는데,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붉은 미로에서 조합장을 하는 기사이치 기치노스케는 파친코 가게를 했다. 붉은 옷이 나타나는 걸 풀어달라고 한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 그 집에는 임신한 딸 쇼코가 있었다. 붉은 옷이 젊은 여자를 쫓으니 걱정되겠다. 그랬는데 그 쇼코가 끔찍하게 죽임 당한다. 그때 파친코 가게는 밀실이었다. 쇼코 남편 신지, 일하는 사람 양쭤민과 아이 세이이치는 저마다 누군가를 만났다. 모두 가게 가까이에 있고 가게에서 나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죽은 쇼코 옆에는 쇼코 배에서 꺼낸 태아를 든 기사이치 기치노스케가 있었다. 누군가 쇼코를 죽이고 배 속에서 아이를 꺼낸 건지, 쇼코가 죽은 걸 보고 아이를 살리려고 기치노스케가 쇼코 배 속에서 아이를 꺼낸 건지. 뭐든 좀 끔찍하구나. 신이치는 하야타가 밀실을 풀고 진짜 범인을 알아내기를 바랐다. 경찰은 기치노스케를 용의자로 봤다.


 일본이 전쟁에 지고 난 뒤 거기에는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 있었다. 자기 나라로 떠난 사람도 있었지만, 돈이 없거나 갈 곳 없는 사람은 일본에 남았겠다. 전쟁이 끝난 뒤 잠시 동안 재삼국인은 법을 따르지 않아도 됐던가 보다. 그런 건 일본 사람이 안 좋아했겠다. 그게 오래 가지는 않을 텐데. 일본에는 미군이 있었다. 정부에서 ‘특수위안시설협회’ 라는 걸 만들고 몸을 팔 여성을 모았다. 이런 말은 빼고 했다. 돈이 없고 먹을 게 없으니 그 일을 하려는 사람이 많았겠지. 몸을 파는 일이라는 것도 모르고. 나라에서 그런 일을 하게 하다니. 일본은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았구나. 그것 때문에 성병이 문제가 되어 미군 병사를 위안소에 가지 못하게 했다. 한번 잘못된 길로 가면 돌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일어난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한 건 아니지만, 하야타가 나중에 신이치한테 한 말 맞을 것 같다. 난 쇼코 남편을 조금 의심하기도 했는데 하야타도 그랬구나. 쇼코 남편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게 아닐지.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다. 붉은 미로에 나타난다는 붉은 옷 수수께끼는 풀지 못했다. 붉은 미로에는 고스트타운이 있다. 붉은 미로를 걷다 보면 사람이 하나도 없는 순간이 찾아오고 정신을 차리면 거기는 고스트타운이란다. 사람이 많이 죽은 곳에서는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 않나. 그런 게 떠오르기도 하지만.


 다음에 모토로이 하야타는 무슨 일을 할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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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무슨 색일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분홍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지면 빨강


화가 나도 빨강일까

빨강은 위험한 색이네


따스한 마음은 노랑

차가운 마음은 파랑

싱싱한 마음은 풀색

심심한 마음은 어떤 거지


마음을 색으로 나타내기는 어려울까

한가지 색은 아닐 거야

복잡은 마음은 복잡한 색일 테지


어두운 검정은 되지 않기를

검정이 멋있는 것도 있지만,

마음에는 어울리지 않아


지금 네 마음은 무슨 색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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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와

넌 잘 지낸다고

네 소식을 전해주었어


나도 잘 지낸다고

바람한테 전해달라고

부탁했어


너도 그 바람 만났을까


마음 따스하게 해주는 바람이 찾아오면

귀 기울여 봐

내 소식을 네게 전해줄지도 몰라


언제나

어디서나

바람은 불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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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도 친구가 있기를 바라네


마음이 잘 맞는 단짝 친구

한번도 있었던 적 없는데

여전히 바라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바로 알아주는 친구,

영혼의 친구던가


친구도 환상인가 봐


아직 만나지 못했거나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어


내 영혼의 친구야,

어디서든 잘 지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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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9 2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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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0 05: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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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문학동네 청소년 51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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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잘못된 일이 일어나면 지난날로 돌아가 지금을 바꾸는 이야기가 많은 듯하다. 그런 것뿐 아니라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에 태어나는 이야기도 있구나. 삶은 한번뿐이다. 한번뿐이기에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바꾸고 싶다 생각하고 그런 이야기를 쓰는 걸지도. 이 책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을 보다보니, 만화영화 <나만이 없는 거리>가 생각났다. 이건 예전에 드라마 먼저 보고, 몇 달 전에 만화영화를 봤다. <나만이 없는 거리>는 후지누마 사토루가 초등학생 때 엄마한테 학대 당하고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는 반 친구 하나즈키 카요를 지난날로 돌아가 구하는 이야기다. 카요를 구하는 건 사토루 엄마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구하는 거였다.


 여기에는 부모한테 학대 당하는 아이 우영과 은재가 나온다. 우영은 엄마한테 말로 상처받고 은재는 아빠한테 맞았다. 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마음을. 말뿐 아니라 몸을 때리는 것도 안 될 일이지. 자기보다 힘 없는 아이를 때리다니. 은재 아빠는 왜 그렇게 아이를 때리고 은재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게 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우영이 엄마는 자신이 잘못된 걸 남편 탓을 했다. 뭐가 잘못됐다고 여긴 건지. 우영이 엄마는 우영이가 잘되어야 자신도 잘된다 여겼다. 실제로 이런 부모 있겠지.


 우영과 친하게 지내는 형수는 집안에 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엄마나 아빠나 형수를 생각했다. 여덟살 어린 동생이 있어서 그런 건지. 사춘기여서 그런가. 형수와 우영은 우연히 은재가 자기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아빠한테 맞으면서 집을 뛰쳐나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모습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학생 아이는 그럴 때 친구한테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잘 모르는구나. 형수는 은재를 걱정한다는 말을 한다. 그런 말이 은재 마음을 조금 따듯하게 해줬다. ‘나만이 없는 거리’에서도 사토루는 처음에는 카요가 늦은 밤에 혼자 놀이터에 있는 걸 보고 크게 마음 쓰지 않았다. 그날 카요는 살인범한테 죽임 당했다. 사토루가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갔을 때는 달랐다. 한번 살아봐서 그렇다고 해도. 여기에서 형수와 우영이는 은재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해도 관심을 가졌다. 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힘을 내는 거 실제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일까. 꼭 그렇지는 않을 거다. 다른 아이를 심하게 괴롭히는 아이도 있겠지만, 그런 아이만 있지는 않을 거다. 힘든 친구가 있으면 도우려 할 거다. 학교 폭력도 문제고 가정 폭력도 문제구나. 은재는 아빠한테 맞고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 여기고 거기에서 벗어나기보다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형수와 우영과 반장 그리고 축구하는 친구를 만나고 조금 달라진다. 아이들이 은재한테 손을 내밀고 은재는 그 손을 잡았구나. 은재는 이제 자기 삶을 살려고 한다. 그것도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은재는 괜찮겠지. 좋아하는 축구도 만나고 친구도 만났으니 말이다.


 소설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건 행운이다. 처음에 난 형수와 우영 둘이 아닌 다른 친구가 하나 더 있나 했다. 행운은 아이들 둘레에서 자신을 부르기를 기다렸다. 행운이 부른다고 올 것 같지는 않지만. 아주 가까운 곳에 행운이 있다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저 행운이 다가오기를 바라면 안 되겠지. 그게 다가오게 자신도 뭔가 해야 한다. 뭔가는 뭘지. 그걸 제대로 알아야겠구나. 나도 잘 모른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괴로운 것에서는 벗어나려 하기.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우영은 엄마가 심한 말을 하지만, 우영을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하는 반장 지영이를 만났다. 그것도 다행이구나.




희선





☆―


 내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인생이 마구 장난을 쳐 대는데도 견디는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들. 인생에게 걷어차여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어떻게 해서든 인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  (12쪽)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거다. 살을 조금 더 빼면, 키만 조금 더 크면, 말을 조금만 더 잘하면, 공부를 조금만 더 잘하면……. 끝없이 모자란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모든 것을, 그 모두를 좋아해 주는 것. 그런 것이어야만 한다.  (105쪽)



 “아무것도 못 하지. 근데 그냥 우리가 여기 있다고 얘기해 줄 수 있잖아. 세상 사람들이 다 외면하는 것 같아도 우린 널 이렇게 지켜보고 있다고. 네 걱정하고 있다고.”  (159쪽)



 “나는 내가 뭐가 되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나 할까?”

 .

 .

 .


 “누군가를 웃게 만들었으면 그걸로 충분히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거 아냐?”  (195쪽~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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