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 6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6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고양이 모습을 보는 건 좋지만, 언젠가 마지막이 찾아온다는 걸 생각하면 슬프다. 고양이든 개든 어떤 동물이든 처음엔 그런 생각 못할 텐데, 함께 산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런 생각하겠지. 채유리가 뽀또와 짜구와 산 지 열세해가 됐다.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 지낼 때는 하루하루가 천천히 가는 것 같아도 지나고 나면 순식간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럴까. 동물이 사는 시간은 사람 시간과 좀 다르겠지. 동물은 사람이 하루라고 느끼는 스물네시간을 더 길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사람한테는 하루가 고양이한테는 며칠이나 될지. 잠을 많이 자는 걸 보면 길 것 같다.


 내가 이 책 <뽀짜툰>을 본 건 얼마 안 됐는데, 책 속 시간은 열세해가 흐르다니. 책 속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도 있고 빨리 흐르는 것도 있구나. 채유리와 고양이 시간은 열세해 흘렀다. 이번에 ‘뽀짜툰 6권’을 만났다. 그냥 8권과 9권만 볼걸 그랬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한다. 지금 생각하니 8권에서는 쪼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구나. 이번 6권에서는 쪼꼬가 살이 찌고 말았다. 고양이는 중성화수술을 하면 살이 찌기도 한다고 들은 것 같다. 다 그런 건 아닐지도. 포비는 먹는 거 참 좋아하고 쪼꼬도 다르지 않구나. 짜구는 형제인 뽀또와 다르게 덜 먹었다. 채유리는 대학 친구들과 연락을 하게 됐는데, 친구들이 아이 이야기를 했다. 채유리는 짜구와 봉구 사진을 올리고 첫째와 막내라 했다. 고양이를 자식으로 생각하다니, 그런 사람 많기는 하구나. 난 동물을 자식으로는 생각하지 못할 거다. 동생도 그렇고 친구가 가장 낫겠다. 함께 살 일도 없을 텐데 이런 생각을 했구나.


 짜구가 사료를 잘 먹지 못했다. 구내염이 심해서 채유리는 짜구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짜구는 송곳니만 빼고 이빨을 다 뺐다. 이빨을 뺐을 때는 짜구가 사료를 먹더니 그것도 잠시였다. 약을 먹이면 좀 나았다가 다시 안 좋아졌다. 고양이가 걸리면 치료하기 어려운 게 복막염인가 보다. 병원에서 검사해 보니 의사가 복막염 같다고 했다. 사람도 그렇고 고양이도 아프지 않으면 참 좋을 텐데. 채유리는 짜구가 더 버티다 집에서 잠들 듯 떠나기를 바랐지만, 짜구가 무척 괴로워해서 짜구를 보내주었다. 내가 짜구와 오랜 시간 함께 산 건 아니지만, 짜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 채유리는 짜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가끔 꿈속에서 짜구를 만났다. 그렇게 함께 살던 동물이 떠나면 꿈에서라도 보고 싶겠다. 지금도 채유리는 짜구와 다른 애들이 나오는 꿈 꾸겠다.


 뽀또 짜구 쪼꼬 포비 봉구 이렇게 다섯이었던 고양이가 짜구가 떠나고 넷이 되었다. 채유리는 짜구가 떠나서 슬펐지만 뽀또 쪼꼬 포비 봉구 앞에서는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넷도 짜구가 떠난 걸 알까. 아주 모르지는 않겠지. 짜구는 새벽마다 물건을 떨어뜨려서 채유리를 깨우곤 했는데, 이젠 뽀또와 포비가 밥 달라고 채유리를 깨웠다. 채유리는 자기 물건보다 뽀또 쪼꼬 포비 봉구가 즐겁게 놀 만한 걸 찾고 샀다. 부모가 아이한테 장난감 사주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것도 난 안 할 것 같구나. 난 아마 너 혼자 알아서 놀아 하겠지. 고양이 간식 챙겨줘야 하고, 함께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니. 고양이랑 사는 것도 그리 쉽지 않겠다. 채유리는 열네해나 고양이와 살다니 대단하구나. 여기에서 뽀또는 열네살이었다. 뽀또 쪼꼬 포비 봉구는 건강하게 지내면 좋을 텐데. 사람과 살게 된 동물은 사람이 걸리는 병에 걸리기도 한단다.


 막내 봉구는 다른 애들과 다르게 몸집이 작았다. 털은 검은색이고 길었다. 검은색 고양이를 안 좋게 여기기도 하는데. 그런 건 사람이 만들어낸 거겠지. 다 같은 고양이인데 검은색은 안 좋은 인상을 갖다니. 봉구는 채유리와 엄마 아빠는 괜찮게 여겨도 다른 사람이 오면 잽싸게 숨었다. 무슨 일이 없어도 겁이 많은 고양이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모습 재미있게 보이기도 했다. 사람도 다 성격이 다르듯 고양이도 성격이 다 다르겠지. 채유리는 짜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뒤 남은 고양이 이빨을 잘 닦아주었다. 고양이 이빨도 닦아주어야 하다니. 그나마 목욕은 한해에 한번쯤 시키면 되는가 보다. 그거 힘들어 보인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니. 이제 짜구는 없지만, 채유리는 뽀또 쪼꼬 포비 봉구 넷과 살았다. 언젠가 짜구를 만나리라고 믿었다. 그건 죽은 다음이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번만 스쳐도

좋은 인연이길


한번이기에

서로를 몰라도 되지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렇게 사는 게 좋잖아


그저 한번으로 끝내

그게 서로한테 좋아


좋은 느낌으로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23-05-23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연이 쭉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희선 2023-05-24 02:40   좋아요 1 | URL
오래 이어가는 건 쉽지 않은 듯해요 서로가 그런 마음이면 좋을 텐데... 그러고 싶어도 무슨 사정으로 안 될 때도 있겠습니다 페크 님 어떤 인연이든 오래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희선
 




74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 있어?




 언젠가 여기에서 물어본 것이 아닌 다른 걸 말한 적 있는데, 어쩐지 그때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거 하면서도 언젠가 비슷한 게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다니. 어떤 건 잘도 맞는다.


 무언가 생각한 게 잘 맞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맞아서 안 좋은 것도 있다. 안 좋은 일이 그렇겠다.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더 잘 맞는다는 게 바로 덫인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 말이다. 어떤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더 나중에 일어나면 좋을 텐데.

 하루를 시작하는 버릇 별거 없다. 일어날까 말까 하다가 겨우 일어난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아니 자주 그런다. 일어나기 싫기도 하고. 일어나고 시간이 조금 흐르면 바로 일어날걸 한다. 나중에 아쉬워할 거면서 왜 그러는 건지.


20230515








75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친구나 지인들에게 어떤 말을 남길까?




 지난번엔 마지막 날 자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이번엔 다른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이네요.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요. 마지막 날 누군가한테 뭔가 말할 시간이 있을지. 그때 편지를 써야겠네요. 예전에 마지막 날이 온다면 편지를 쓰겠다고 했군요. 많은 사람한테 쓰지는 못하겠습니다. 아니 편지보다 엽서에 짧게 고마웠다고 쓰고 보내는 게 좋겠네요. 그러면 여러 사람한테 소식 전할 수 있잖아요.


 제 친구로 지내줘서 고맙습니다. 저는 먼저 가지만 친구는 앞으로도 건강하게 즐겁게 살면 좋겠네요. 저세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기에서 만나도 괜찮겠네요. 죽어서 만나면 더 마음 편할 것 같기도 하네요. 그때 살았을 때 일을 기억할지. 기억한다면 좋겠네요. 죽은 사람만 사는 곳이 있고. 지금 사는 곳하고는 다르게 그저 있는.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면 좋겠네요.


 살아서 이것저것 하는 건 조금 힘듭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면 좋을 텐데. 이렇게 생각해도 아무것도 안 하다보면 뭔가 하고 싶기도 합니다. 사람이어서 그런 건지 살아서 그런 건지. 친구는 남은 삶 편안하게 평안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그런 이만.


20230516








76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꼈던 일이 있어?




 사람은 누군가한테 있어야 하는 사람이어야 사는 게 기쁠 텐데. 그런 느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걸 쓰면서 좋게 시작하기보다 어둡게 시작할 때가 많네. 실제 그렇기도 해서.


 내가 있어야 한다고 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이건 내가 잘 모르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나한테 해도 잘 믿지 않겠지. 아니 그런 말 들으면 겉으로는 고맙다고 해도, 마음속으로는 그냥 하는 말이지 할 거야. 믿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다니.


 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다른 사람 말을 잘 믿지 못하다니. 아주 안 믿는 건 아니고 어쨌든 그래. 쉬운 건 없다 생각하는 거. 사기꾼은 뭐든 쉽게 할 수 있다 말하잖아. 그런 말 믿지 않아, 이건 다행이지.





 “뭔가 도움이 되지 않아도 우리가 서로한테 있어주기를 바라는 사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본래는 소설(《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인데 만화도 나와서 그것도 두권 정도 봤어. 저 말은 어떤 소설에 나온 말이었던 것 같아. 책을 본 지 오래 돼서 잊어버렸어.


20230517








77 어린 시절 나는 어떤 아이였어?




 내가 어릴 때 어땠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아주 어릴 때 기억은 거의 없고, 학교를 다닐 때부터 기억은 조금 있다. 그때 난 어땠더라. 별로 안 좋았다. 지금 생각하니 그렇게 느끼는 건지. 그냥 바보 같았다. 지금도 다르지 않나.


 하루 전에 쓴 것에서는 다른 사람 말 잘 믿지 못한다고 했는데, 어릴 때는 잘 믿었다.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 같구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떤 아이가 나하고 중학교가 바뀌었다고 했다. 난 그 말을 믿고 정말인가 하면서 선생님한테 말해보자고 했더니, 그제서야 거짓말이다 했다. 그때 그 애는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지금 생각하니 이상하구나.


 어릴 때 다른 사람 말을 믿었다고 해도 속은 적은 별로 없다. 다행이다 싶다. 나를 속이는 사람을 만나지 않은 거니 말이다. 내가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해서 그런 건가. 이런 게 그런 데 도움을 줬나 보다. 성격이 좀 안 좋은 게 아주 나쁜 건 아니구나. 성격보다 성향이라 해야 할까.


 예전엔 지금보다 좀 밝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억지로 밝아지려고 한 적도 있는데, 그건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힘들 뿐이었다. 지금은 그대로 살기로 했다.


20230518








78 내가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은?




 제가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은 제가 쓴 글로.





돈보다 마음





통장에 든 돈은 정말 내 것일까

실체 없는 숫자로만 보인다

숫자가 실체를 갖는 건

은행에서 찾을 때뿐

그게 내 손에 머무는 건 아주 잠시

돈은 돌고 돌지


문득,

언제까지고 돈을 놓지 않고 움켜쥘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마음뿐

남길 수 있는 것도

마음뿐








가벼워지기





겁내지 마

움켜쥔 두 손을 편다고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야

남을 건 제대로 남아


겨울나무를 봐

남김없이 잎을 떨어뜨려도

봄이 오면 다시 잎을 틔우잖아


놓으면 자유롭고 가벼워질거야








태어난 날





이 세상에 온 첫 날

크게 울었지

(정말?)


나이를 먹을수록 크게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조용히 웃고 울지)


처음 태어난 날에는

축복 받았지

(누구나는 아닐지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줄어든다

(나는 기억한다네)


“태어난 날, 축하해”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길





별이 빛나는 건 어둠이 배경이기 때문이고

무대 위 사람이 빛나는 건 뒤에서 애쓰는 사람이 있어서다

누군가의 배경도 멋지지 않을까

빛을 내는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아니 밝게 빛나는 별이 있는가 하면

약한 빛을 내는 별도 있다

사람도 비슷하다

형편에 따라

다른 사람이 빛나도록 받혀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 도움으로 자신이 빛나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된다면 멋지겠다








밤하늘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세상은 조금씩 어둠에 물들었다

땅에서 하나 둘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하늘에서도 하나 둘 별이 반짝였다


반, 짝, 반, 짝,


“오늘 하루 잘 지냈어요

좋은 꿈 꾸세요”


귀를 기울이면

별이 속삭일 듯하다








우울한 그대에게





우울할 때는

아무리 좋은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겠지요

그럴 때일수록

세상을 보고 세상에 귀 기울여요

그대 아픈 마음을 위로하는 게 보이고 들릴 거예요


어때요

보여요

들려요


그대가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세상도 쓸쓸할 거예요












하나만 알고 걸었지

더 나아가니 길은 하나가 아니었어

어디로 가야 할지

한참을 헤맸어


길 하나를 골라 나아갔지만

그 앞은 절벽이었어

다시 돌아와 다른 길로 가니

거기는 막다른 길이었어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하나하나 가 봐도 괜찮을까

헤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러다 가 보지 못하는 길이 있으면 어때

어떤 길을 가든 즐기면 되겠지





 꽤 많이 썼는데 찾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쓴 것에서 제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습니다. 조금 보다가 어떤 건 내가 이런 것도 썼어 했습니다. 이런 마음은 가끔 들기도 하네요. 저도 제가 쓴 걸 잊어버립니다. 어쩌다 한번 쓸 때는 잘 기억했는데. 지금은 많이 써서 잊어버리고 또 쓰기도 합니다. 나중에 비슷한 걸 보고 또 썼네 해요.


20230519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23-05-23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4 0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5-23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ㅎㅎ
일어나야하는데 자꾸 뒤척이며 아침을 시작해요~~

저는 일단 결혼하고 자식이 있으니 제가 굉장히 필요한 사람입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답을 하려면 자신을 잘 들여다봐야겠어요^^
그게 쉽지는 않을듯요~~

희선 2023-05-24 03:03   좋아요 2 | URL
잠이 깨고 바로 일어나면 좋겠지만, 일어나면 나중에 졸릴 것 같아서 더 자고 일어날까 하다가 일어나기도 하네요 나중에 잠이 안 오는 게 좋기는 한데...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이번주는 더 그럴 것 같아요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어떻게든 쓸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다 생각하는 건 좋은 거죠

페넬로페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5-23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4 0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을 등쳐먹고

발등 찍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한테도 쉽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더 많다고 믿고 싶어


뒷사람을 생각하고

문을 잡아주는

작은 친절이

작은 것 같아도 작지 않아


너에서 나로

나에서 누군가로

친절은 죽 이어질 거야




희선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23-05-20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3 0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5-20 2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는 배려!
이건 정말 큰 친절입니다.
언젠가 딸이 이 남자가 멋진 남자구나! 첫 눈에 알아보는 방법이 뭐냐고 물었어요. 그 때 제가 뒷사람을 위해 문손잡이를 잡아 주거나, 엘리베이터에서 열림 버튼을 눌러주는 남자라면 괜찮은 남자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답해준 적 있습니다.^^

희선 2023-05-23 02:03   좋아요 1 | URL
뒤에 오는 사람을 보고 문을 잡아주기는 하는데, 어떤 때는 줄줄이 이어서 오기도 합니다 멋진 사람이기도 하겠네요 문을 잡아주는 거나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 눌러주는 거... 저는 엘리베이터를 잘 안 타서 그런 거 생각 못할 때 있기도 해요 그럴 때 어쩐지 미안하기도 하더군요 다음에 그런 일이 있다면 누르고 있어야겠네요


희선

2023-05-21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3 0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5-21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 등쳐먹고 발등찍는 사람 정말 좋지 않죠.
그래도 이 세상엔 더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많다고 믿습니다^^

희선 2023-05-23 02:17   좋아요 2 | URL
다른 사람한테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나 친절한 사람이 많겠지요 저도 그렇다고 믿고 싶어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23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줍니다. 그냥 반사적으로 그렇게 되더라고요.ㅋ

희선 2023-05-24 02:39   좋아요 0 | URL
뒤에 오는 사람을 생각하는 게 마음 좋죠 그냥 문이 닫히게 두는 것보다... 한사람만 오면 좋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희선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문학동네 시인선 156
장혜령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시인은 여러 가지 글을 쓰는 것 같다. 지금만 그런 건 아니었던가. 시인이어도 시뿐 아니라 소설을 쓰고 다른 나라 말을 한국말로 옮기기도 한다. 소설가에도 그런 사람 있기는 하구나. 이 시집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를 쓴 장혜령은 산문집 《사랑의 잔상들》과 소설 《진주》를 펴냈다. 대학에서는 영화 연출을 공부했단다. 산문, 소설 그리고 시. 앞으로도 하나만 하지 않고 이것저것 쓸 것 같다. 어느 날엔가는 대학에서 공부한 영화 연출을 살려서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닐지. 소설 제목 한번 본 것 같기도 한데 어떤 이야긴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아버지 이야기였던가. 그런 글은 이 시집에도 담겼다.




만난 적 없지만

같은 시간을 사는 사람,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

어쩌면 미래에 있을 사람의 언어를

나는 받아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의 말에서, 5쪽)




 시집은 5부로 구성됐다. ‘1부 받아쓰다, 눈의 언어 / 2부 번역하다, 새의 울음 / 3부 바라보다, 숲의 심장 / 4부 꿈을 꾸다, 아버지를 토하는 / 5부 노래하다, 발이 없는 나의 연인’이다. 글을 쓸 때 자신은 누군가 말하는 걸 받아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누군가는 사람일지 자연일지. 장혜령은 ‘시인의 말’에서도 다른 사람 말을 받아쓴다는 말을 썼다. 그런 느낌은 어떨까. 난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없어서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세상을 번역한다고도 한다. 2부는 번역하다다. 바라보고 꿈꾸고 노래하기도 모두 글(시) 쓰기와 상관있구나.


 몇해 전부터 한달에 시집 한권 보려고 했는데, 그거 잘 못 지킨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시집을 만났다. 시를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괜찮은 느낌이 들었다. 이 말 전에도 했던 것 같다. 어쩐지 시를 앞으로 더 본다 해도 잘 알 것 같지 않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봐도 괜찮겠지. 앞에 실린 시는 거의 길다. 1부. 아이가 죽었다고 하는 시는 어쩐지 슬프구나. 유키, 눈. 동생은 자신한테 언니가 있었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부모가 일찍 죽은 아이 이야기를 하면 남은 아이는 어떤 느낌일까. 만나지 못해서 아쉬울지. 그런 마음이 클 것 같다.




이 숲에는

먼 나무가 있다

흑송이 있고 물푸레나무가 있다


가지 사이로 새어드는

저녁 빛이 있고

그 빛에 잘 닦인 잎사귀가 있다


온종일

빛이 닿은 적 없던 내부에

단 한 순간

붉게 젖어드는 것이

슬픔처럼 가만히 스며드는 것이 있다


저녁의 빛은

숲 그늘에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만들었다


그 속에

새 그림자 하나


날갯짓 소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비릿한 풀냄새가 난다

불타버린 누군가의 혼처럼


이 시각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이곳을 스쳐지나가고 있다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꿈속에서

물위에 나를 적는 사람


흔들리면서

내게 자꾸 편지를 보내는 사람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 것 같다


-<번역자>, 38~39쪽




 오래된 책을 말하는 시를 옮겨쓸까 하다가, 2부 첫번째에 나오는 <번역자>를 옮겨썼다. 여기 담긴 시가 한편도 없으면 아쉬울 거 아닌가. 세르반테스가 썼다는 《돈키호테》는 정말 어느 아랍인한테서 산 이야기일까. <모래의 책>에 그런 구절이 나온다. 그런 게 꼭 알고 싶은 건 아니다. 그걸 알고 싶은 사람은 여러 가지 찾아보겠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되는 것도 있을 텐데, 난 그런 거 안 하는구나. 게을러서.


 제목에 나온 발이 없는 여인을 난 정말 발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실린 시 <세이렌의 노래>에서는 ‘아직도 눈 감으면 / 인어의 운명을 지닌 여인이 부르는 / 노래를 들을 수 있다 (124쪽)’고 한다. 발이 없는 여인은 인어였구나. 그런 말 보기 전에 떠올렸다면 좋았을걸 조금 아쉽다.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3-05-18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키호테는 그 시절에 그대로 쓸 수가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앞부분을 그렇게 소개했다는 내용을 본 것 같은데... 하다가 한편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기억이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가공의 이야기보다는 어디선가 들었다는 식으로 쓰는 것이 어쩌면 실제로 있을 것 같은 기분은 들어요.
희선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5-18 01:15   좋아요 2 | URL
그때는 그랬군요 소설을 소설로 보면 좋을 텐데,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것 자체를 안 좋게 여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한테 들은 이야기다 하면 실제 그런 일이 있을 것 같겠네요 기사가 없어지는 때기도 했군요 언젠가 한번 보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생각만 하고 못 볼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18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집을 잔뜩 사 놓고 훑어 보기만 했지 꼼꼼히 읽지 않게 되네요.(한동안 꼼꼼히 읽다가 또 중단했죠.)
시집에 대한 리뷰를 써 보는 것도 좋을 듯싶어요. 어떤 시는 저자가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그건 그것대로 내 맘대로 써도 좋을 것 같아요.

희선 2023-05-20 01:16   좋아요 1 | URL
저는 제가 보는 책은 다 쓰려고 해서... 이건 여전합니다 안 쓰면 다른 책을 못 보기도 합니다 시집도 쓰다보니 어떻게든 쓰는군요 거의 제 마음대로 써요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날 때도 있고, 거의 모르겠다 싶은 거 볼 때도 있어요


희선

2023-05-21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3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