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웃는 숙녀 두 사람 ㅣ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5월
평점 :
몇해 전에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 《비웃는 숙녀》를 처음 봤다. 거기에는 가모우 미치루라는 사람이 나오고 사람을 조종해서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 그때 가모우 미치루는 경영 컨설턴트라는 걸 했다. 다음에 《다시 비웃는 숙녀》가 나왔는데, 그건 아직 못 봤다. 이번에 본 《비웃는 숙녀 두 사람》이 ‘비웃는 숙녀’ 다음 이야기인가 하고 봤는데 아니었다. 어쩐지 내가 모르는 게 나오더라니. ‘다시 비웃는 숙녀’를 건너뛰어서 그랬던 거였다. 거기에서 가모우 미치루는 죽은 게 됐나 보다. 그랬구나. 가모우 미치루 시체를 본 건 아니고 입은 옷으로 그렇게 여겼나 보다. 가모우 미치루 대신 죽은 사람이 있었을까. 그건 두번째 책을 봐야 알겠다. ‘비웃는 숙녀’에서 가모우 미치루는 경찰한테 잡혔지만, 풀려났을 거다. 미치루는 그저 다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었다. 그걸 한 사람은 자신이 미치루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자신이 결정했다고 여겼다. 남한테 조종당하지 않아야 할 텐데.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에는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있는데, 거기에서 달아난 우도 사유리가 여기에 나왔다. 우도 사유리는 여러 사람을 죽였다.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 때문에 의료교도소에 수감됐는데 거기에서 탈출했다. 여기에 나오게 하려고 그랬을까. 우도 사유리는 지명수배가 돼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돈이 떨어졌을 때 우도 사유리는 다른 나쁜 사람 가모우 미치루를 만났다. 어쩌면 가모우 미치루가 자기 목적을 이루려고 우도 사유리를 찾아낸 건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만났다 해도. 가모우 미치루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우도 사유리를 만나고 자신이 우도 사유리가 지낼 곳과 먹을거리를 준비해주고 돈을 줄 테니 일을 해달라고 한다. 일 하나에 백만엔이나 주다니. 한 건이다 해야 할까. 가모우 미치루는 돈이 많구나. 그 돈은 자신이 번 돈이 아니다. 다른 사람한테 받았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사람이 많이 죽었다. 고급 호텔에서 열린 어느 중학교 동창회에서 열일곱 사람이. 세 사람은 운 좋게 살았다. 다음에 대형 버스 폭파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학교가 불에 탄 사건에서는 한사람밖에 죽지 않았지만. 헬스장 폭파사건에서도 여러 사람이 죽었다. 누군가를 죽이려고 다른 사람까지 죽게 하다니. 우도 사유리는 사람을 죽이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가모우 미치루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이면서 다른 사람이 거기에 휘말려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자신이 죽이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는 거였다. 가모우 미치루는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서운 사람이구나. 사람을 죽이고 기쁨을 느끼지도 않았다. 가모우 미치루가 자기 손은 더럽히지 않았는데, 자기 아버지는 거의 자기 손으로 죽였다. 아니 그때도 다른 사람이 손을 쓰게 했던가. 아버지한테 안 좋은 일을 당할 때는 안됐다 여겼는데. 가모우 미치루가 아무 감정이 없어진 건 그때 일 때문일까.
사람은 자라는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아주 안 좋은 환경에서 자란다고 해서 다 범죄자가 되지는 않는다. 우도 사유리도 별로 안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그랬던 것 같은데. 경찰은 많은 사람이 죽어서 하루라도 빨리 범인을 잡으려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첫번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정치가 히사카 고이치는 숫자1이 적힌 종잇조각을 쥐고 있었다. 그때 경찰은 비슷한 일이 더 일어나면 어쩌나 했는데 그 생각이 맞았다. 두번째부터는 황동판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 숫자를 가진 사람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면 범인이 누군지 알지도 모르겠지만, 숫자를 가진 사람은 아무 상관없었다. 우도 사유리가 범행을 저지른다는 걸 알았는데도 우도 사유리를 잡지 못했다. 거의 끝날 때쯤에야 우도 사유리 뒤에 다른 사람 가모우 미치루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가모우 미치루와 우도 사유리를 만나게 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하다니. 가모우 미치루는 자기 대신 사람을 죽여줄 사람이 있어야 했고, 우도 사유리는 지낼 돈이 있어야 했다. 돈보다 다른 것 때문이었을지도. 둘 다 사람을 죽이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우도 사유리는 자신이 죽이는 게 사람이다는 생각은 했지만, 가모우 미치루는 아니었다. 가모우 미치루가 우도 사유리한테 마지막으로 죽이게 하려는 사람은 우도 사유리였겠지. 그걸 모를 우도 사유리가 아니었다. 이번에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가모우 미치루와 우도 사유리는 헤어졌지만, 다음 이야기 나올 것 같다. 가모우 미치루와 우도 사유리를 경찰이 잡을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