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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여우 ㅣ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카이야 판눌라 지음, 네타 레흐토라 그림, 이지영 옮김 / 우리학교 / 2021년 11월
평점 :
그림을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그림 그릴 재료를 사면 괜찮을지. 여우는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붓 물감 튼튼한 이젤 그리고 천과 종이를 샀어. 여우는 바로 그림 그릴 재료를 갖추었군. 난 그림 그릴 생각이 없지만, 만약 그림을 그린다면 아무 종이에 연필로 그릴 것 같아. 그것보다 먼저 뭘 그릴지 찾아봐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생각하면 어떤 그림 도구가 있어야 할지 알겠어.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종이와 연필만 있어도 괜찮아. 종이와 연필은 글쓰기에 딱 좋은 건가. 그림에 욕심을 내고 싶으면 색칠할 물감이나 색연필을 준비하면 돼.
처음에 여우는 어떤 걸 그렸을까. 여우는 창 밖 풍경을 그렸어. 다락방 창문에서 하늘을 보고 구름을 그리려고 했더니 빨리 지나갔어. 움직이는 건 바로 잡기 어렵기도 하지. 아기 오소리는 자꾸 움직여서 그리기 힘들었어. 여우가 사과를 그리려고 하니 배가 고프잖아. 여우는 사과를 그리다 사과를 먹어 버렸어. 다음에 여우는 들판을 그렸는데, 들판으로 다른 여우가 지나간 것 같았어. 휙 지나가서 여우 꼬리만 그렸어. 이렇게 말했지만 여우는 그림 잘 그렸어. 그림은 잘 그려야 그릴 맛이 나지. 아닌가, 잘 못 그려도 그리고 싶으면 그려도 될까.
가을날 여우는 열매가 열린 마가목 나무를 그리려다 한 여우를 보고 깜짝 놀라. 풀색 스카프를 맨 여우는 마가목 나무에 기대서는 자신을 그려도 된다고 해. 여우는 풀색 스카프 여우와 친구가 되고 함께 차도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그러다 그림 이야기가 나왔어. 여우는 그림 그리기 쉽지 않다고 했어. 그 말을 들은 풀색 스카프 여우는 모든 걸 자기 뜰이다 생각하면 그리지 못할 게 없다고 말해. 여우는 뭐든 그렸어. 토끼나 아기 오소리가 와도 내버려 두고 살아 있는 것과 풍경을 그리는 게 즐거웠어.
겨울이 오자 여우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 겨울이 와서 여우는 우울했을까. 여우가 밖에 나갔다 오자 집에 불이 들어오고 밝았어. 여우 집에는 풀색 스카프 여우가 있었어. 여우는 풀색 스카프 여우가 집에 온 걸 반갑게 여기고 함께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눠. 풀색 스카프 여우는 어떻게 여우가 우울한 걸 알고 찾아왔을까. 풀색 스카프 여우가 우울해서 여우를 찾아왔을지도. 겨울엔 춥고 우울하기도 하지. 그럴 때 친구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 좀 낫겠어. 추운 겨울에도 그걸 그리면 좋을 텐데.
여우는 장미를 꽃밭에 심으려 했는데, 장미가 멋대로 꽃밭에서 삐져 나왔어. 여우가 꽃밭을 삐져 나온 장미 줄기를 뽑아 던져도 장미는 여기저기에 뿌리를 내렸어. 시간이 가고 이웃집 아기 오소리가 아프다 세상을 떠나. 여우는 아기 오소리가 죽어서 슬펐어. 장미가 어디에서 자라든 내버려두었어. 그 장미는 천방지축인 아기 오소리 같았어. 가을에 여우는 풀색 스카프 여우 도움을 받고 그림 전시회를 열어. 그림엔 여러 풍경과 아기 오소리도 있었어. 나무는 예전보다 자라기도 했어. 여우가 그린 그림엔 지난 시간이 담겼군.
그림을 그리고 혼자 봐도 괜찮지만,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지. 무엇보다 여우가 그린 그림엔 이 세상에 없는 아기 오소리가 있잖아. 아기 오소리 엄마 아빠도 그 그림을 봤어. 아기 오소리 엄마 아빠는 슬프면서도 마음이 따듯해졌을 거야. 그림속 아기 오소리는 아프지 않잖아. 여우가 앞으로도 그림을 그렸으면 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