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냥꾼

내가 무얼 잡느냐고

그건 말이야,

글 재료야


글 재료는 잡기 어려워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잠시 한눈팔면 놓쳐버려


쓸거리를 꽉 잡고 놓지 않으면,

그게 글이 될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겠지


난 게으르고 서툰 사냥꾼이야

글 재료를 잡으면 좋고

놓쳐도 괜찮아


아무래도 난 사냥꾼이 아닌가 봐

그저 게으른 사람이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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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6-22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재료 사냥인가요, ㅎㅎ
정말 쉽지 않아요 ㅠㅠ

희선 2023-06-24 01:25   좋아요 2 | URL
그래서 그저 게으른 사람이 됐네요 잠시 스치는 것도 놓치지 않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희선
 
숲으로 보낸 편지 상추쌈 어린이 2
가타야마 레이코 지음, 가타야마 켄 그림, 김누리 옮김 / 상추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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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편지 쓰기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해요. 이 책 《숲으로 보낸 편지》를 만난 것만 봐도 제가 편지 쓰기 좋아한다는 거 알겠습니다. 친구가 많지 않고 만나서 말하기보다 편지로 말하기 더 좋아합니다. 저만 그런 거 좋아하는군요. 친구한테 조금 미안하네요. 지금처럼 뭐든 빠른 시대에 좀 느려서. 편지는 가는 데 며칠 걸리잖아요. 거의 잘 가지만 가끔 편지가 길을 잃기도 합니다. 그런 일은 없으면 좋을 텐데. 편지 배달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 어쩌다 한번 그런 일이 일어나도 이해해야 할지도. 그래도 아쉽습니다. 편지가 잘 가지 않으면.


 추운 겨울에 히로코는 편지를 썼어요. 히로코가 편지 쓴 상대는 사람이 아니예요. 히로코가 함께 호두를 줍던 다람쥐, 히로코가 꼬리를 밟아 놀라게 한 도마뱀, 귀가 검은 토끼와 새들한테 썼어요. 히로코가 편지 쓴 상대는 숲속 동물이군요. 그 편지는 누가 전해줬을까요. 히로코는 편지를 가지고 겨울숲에 가서 여전히 푸른 전나무에 편지를 묶었어요. 편지가 달린 전나무는 꼭 성탄절 나무 같기도 했어요. 저는 편지 잘 안 가면 어쩌나 걱정하고 나무에 편지 매달지 못했을 거예요.







 히로코가 동물한테 쓴 편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따스한 바람이 부는 날 히로코가 전나무를 찾아가서 보니 편지가 없었어요. 편지는 바람에 날아갔을지. 히로코는 전나무한테 편지를 썼어요. 편지를 매달게 해줘서 고맙다고. 어느 날 히로코 집 문을 누가 두드렸어요. 히로코가 문을 열고 보자 바닥에 나무 열매와 꽃이 놓여 있었어요. 히로코는 그게 동물들이 보낸 답장이라는 걸 알았어요. 히로코가 쓴 편지 사라진 게 아니고 잘 받아간 거였군요. 다행입니다. 제가 더 기쁩니다.


 따스한 바람이 불고 제비꽃이 피면 히로코는 전나무 밑에서 동물들을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히로코가 전나무를 찾아가자 거기엔 다람쥐 토끼 도마뱀 새들이 있었어요. 전나무 밑엔 제비꽃이 피었답니다. 동물들이 먼저 거기에서 히로코가 오기를 기다렸군요. 히로코와 동물들은 따스한 봄을 더 따스하게 보냈겠습니다. 봄뿐 아니라 여름 가을도. 동물 친구가 있는 히로코 부럽네요. 히로코가 먼저 동물들한테 편지를 보내서 친구가 됐겠습니다. 이 책 보니 저도 편지 쓰고 싶네요. 히로코처럼 제비꽃이 피면 만나자고 못하겠지만,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해야겠어요.


 제가 친구한테 쓴 편지 잘 가겠지요. 전나무가 아닌 집배원님이 잘 배달해주겠습니다. 여러분도 오랜만에 친구한테 편지 써 보세요. 편지 받는 것도 기쁘지만, 친구한테 편지 쓰는 건 더 기쁩니다. 편지를 쓰고 친구가 그걸 받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워요. 히로코도 동물들한테 편지 쓰고 제비꽃이 피길 기다렸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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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6-19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의 그림 넘 이쁘네요^^

희선 2023-06-22 00:05   좋아요 1 | URL
나무에 편지를 매달다니 재미있기도 하죠


희선

2023-06-19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2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9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2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3-06-19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 불볕 더위 시작으로 오늘은 오전부터 30도를 넘었는데 희선님의 그림책 리뷰 속 전나무 눈발 날리는 장면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질 정도로 무덥네요
아이가 숲으로 보낸 편지
빛과 바람에 바스라져서
땅 속에 토양분이 되어 꽃으로 피어 났을 것 같습니다 ^^

희선 2023-06-22 00:31   좋아요 1 | URL
비가 와서 조금 덜 덥지만 습기 때문에 덥기도 하네요 앞으로도 습한 날 많겠습니다 장마가 지나가면 좀 낫겠지요 더울 때는 눈을 생각하면 조금 시원하겠습니다 겨울에 눈이 별로 안 와서 아쉽네요 지난 겨울이 생각나서... 비 한곳만 많이 쏟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생각해도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scott 님 여름이니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아무도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러는 넌 좋아해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 모르겠다고

그런 거 모르면 어떻고

그런 마음이 아니면 어때


네가 생각하고 마음 쓰는 사람이 있듯

널 생각하는 사람도 있잖아

그거면 되지


주고받는 마음이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된다 해도 슬퍼하지 마

때론 마음은 한쪽으로만 흐르기도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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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3-06-19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한 쪽으로만 흐르는 마음이 참 야속하고 슬프고 아프기도 하지요.
시간이 지나면 그 아픔과 슬픔이 무뎌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더라구요.

희선 2023-06-22 00:03   좋아요 1 | URL
시간이 가면 무뎌지기도 하지만 불쑥 생각나기도 하지 않나 싶어요 사람은 왜 그렇게 미련을 갖는지... 그런 생각해도 자기 마음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될 때 있군요


희선
 




몸속이 다 비쳐서

마음도 보일 것 같은 해파리


물속에서 헤엄치는 넌

레이스처럼 예뻐 보이지만

얕은 바닷속에선 사람을 쏘기도 해서

좋아하기 어려워


멀리서 보면 좋은 건

너만이 아니군

가까이 가지 않게 조심해야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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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6-18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파리.. 집단으로 뭉쳐있는거 보면 징그럽습니다 ㅋ

희선 2023-06-18 23:50   좋아요 1 | URL
해파리 집단으로 있는 거 본 적 없어요 실제 본 적 없을지도... 만화에 나온 거 보니 예쁘게 보이기도 하더군요 하늘하늘...


희선
 
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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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도 그림책이 있겠지. 언젠가도 한번 봤는데, 이번에는 《장미 별장의 쥐》를 봤어. 작가 이름이 중국 사람 같다고 해서 다 중국 사람은 아니겠어. 다행하게도 이 책을 쓰고 그린 사람은 중국 사람 맞는 것 같아. 중국엔 사람도 많고 어린이도 많겠지. 작가도 많겠어. 그림책 그리는 사람도 있겠지. 내가 이름 아는 중국 작가는 그리 많지 않아. 그림책 작가는 더 몰라. 중국이 한국과 가깝지만, 말이 어려워서 멀기도 하군. 갑자기 세종이 중국말이 한국말과 다르고 어려워서 한글 만들었다고 한 말이 생각나는군.


 한국도 한자말을 쓰지만 한자를 그대로 쓰지 않고 한글로 소리를 적지. 장미(薔薇)라는 한자도 쉽지 않아. 어려운 중국말로 쓰인 걸 한국말로 봐서 다행이야. 여전히 중국 작가는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해. 내가 잘 모르는 거고 관심 가진 사람은 많이 알까. 그럴지도 모르겠어. 책을 여러 권 만나 본 중국 작가는 위화뿐인 것 같아. 위화는 새로운 소설 쓰는 건지, 소식이 없군(읽지는 않았지만 위화 새로운 책 나왔어). 요즘은 중국 사람이 SF나 미스터리도 쓰고 그게 한국말로도 나오는군. 중국 사람뿐 아니라 대만 사람도 있겠어.


 장미라는 이름 한국 사람도 쓰던가. 아주 안 쓰는 건 아닐지도. 일본 소설에 장미 공주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아(이건 소설 속에 나온 이야기였어). 이 책 《장미 별장의 쥐》에서 장미 별장은 거기 사는 사람 이름이기도 해. 나이가 많은 여자야. 장미 할머니는 홀로 도시 밖 별장에 살았어. 장미 할머니는 다친 달팽이나 새와 개 그리고 젊은이를 돌봐주기도 했는데, 나으면 모두 그곳을 떠났어. 장미 할머니는 모두 떠나고 홀로 남아서 쓸쓸했을까.


 어느 날 남의 쌀을 몰래 가져가서 쌓아두는 걸 즐기던 떠돌이 쥐 쌀톨이가 찾아와. 쌀톨이는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싶었어. 할머니는 쌀톨이를 장미 별장 지하 창고에 살게 해줘. 대신 집 울타리와 대나무 밭을 갉아 먹지 마라 했어. 그런 건 어렵지 않겠지. 잠시 동안 쌀톨이와 할머니는 잘 지냈는데, 언제부턴가 쌀톨이는 지하 창고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 쌀톨이는 쌀로 술을 빚어 마시고 자주 취했어. 쥐가 그러다니.


 쌀톨이가 쓰러진 걸 보고 할머니는 쌀톨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땅에 묻으려 했어. 장미 할머니는 쌀톨이가 죽은 걸 슬퍼하고 울었어. 쌀톨이는 죽지 않았어. 쌀톨이는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우는 걸 보고 술을 끊기로 했어. 장미 별장에 살고 싶다는 고양이 뚱이가 찾아오자 할머니는 쥐가 살아서 안 된다고 해. 뚱이는 그 말에 심술을 부렸어. 할머니는 뚱이가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고 뚱이가 다쳤을 때는 치료해줬어. 쌀톨이는 뚱이가 장미 별장에 살게 하려고 자신은 떠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쌀톨이는 장미 할머니가 생각나서 장미 별장을 찾아갔는데, 장미 할머니는 없고 뚱이만 있었어. 장미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 쌀톨이는 뚱이 옆에 앉아 장미 할머니를 생각하고 울었어. 누군가를 생각하고 우는 거 누군가한테는 기쁜 일일까. 난 잘 모르겠어.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없어서 슬퍼서 우는 건데, 웃는 게 낫지 않을까. 크게 웃는 건 아니고 죽은 사람이 저세상에서 잘 살기를 바라고 웃음 짓는 거지. 이 세상에서 살기도 힘든데, 저세상에서도 살아야 한다니. 저세상은 이 세상과 다르다 생각하면 되잖아. 언젠간 저세상에서 장미 할머니와 뚱이와 쌀톨이가 만날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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