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살면서 일탈했던 경험이 있어?
일탈이라 하면 어떤 걸까. 학교에 가야 하는데 안 가고 다른 곳에 가는 거, 일하러 가야 하는데 아프다고 하고 다른 데 가는 거. 생각나는 거라면 그런 것밖에 없다.
이런 말을 하는 건 난 한번도 그런 걸 해 본 적이 없어서다. 일탈, 본래 가던 길을 벗어나는 것. 그런 건 안 해 봤다. 하라면 하라는대로 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학교에는 아파도 가고 쉰 적 없다. 딱 한번 초등학교 1학년 때 쉬었나. 그때는 아주 많이 아파서 그랬던가 보다.
남들과 아주 다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들처럼 살지도 못하고. 꼭 남들처럼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재미없게 살았다. 아니 다른 사람이 보면 재미없을지라도 난 나름대로 괜찮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뭘 더 바라리.
20230619
98 감명 깊었던 예술 작품 또는 공연 또는 자연경관은?
언젠가 꿈속에서 멋진 풍경 봤는데. 잘 생각나지 않는데 어쨌든 무척 멋졌어. 그럴 때 사진 못 찍어서 아쉬웠어. 꿈속에서도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니. 이런 말 처음이 아니군.
예술 작품에는 감명 깊었던 거 잘 생각나지 않아. 그림이나 예술 작품을 가까이에서 봐야 감명 받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까이에서 보면 좀 다른 느낌이 들겠지. 그런 적이 없어서. 그래도 책에 실린 그림 보는 거 좋아. 감명까지는 아니고 좋다 정도밖에 안 됐던 것 같아.
20230620
99 나를 설명할 때 붙일 수 있는 해시태그는?
자신이 자신을 설명하는 일 쉽지 않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난 뭘로 나타낼 수 있을까. 그런 거 꼭 해야 할까. 그런 걸로 규정 지으면 괜찮을까. 사람은 하나나 둘이 아니고 여러 가지 면이 있지 않나.
어떤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이 그렇다 단정하는 건 안 좋을 듯하다.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그런 적 있을지도.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한사람한테는 여러 가지가 있고 끝내 못 보는 것도 있을 테니 말이다.
사람은 오래 봐야 조금이라도 알겠지. 자기 자신도 다르지 않구나. 이렇게 피해가다니. 정말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알아가야지. 알아 간다고 해도 많이 알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슬프구나.
20230621
100 어렸을 때 들었던 말 중에서 나를 기쁘게 했던 걸 떠올려봐
슬프네요. 어렸을 때 들었던 말 하나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때는 무슨 말 듣고 기뻐했을지도 모를 텐데, 지금 생각하니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저는 좋은 말보다 안 좋은 말만 생각나기도 하네요. 무슨 말인지는 말 못하겠습니다. 안 좋은 말이니.
아이한테 말하는 게 아니다 해도 그 아이가 듣는 데서 안 좋은 말 하면 안 좋을 듯합니다. 왜 어른은 아이가 가까이에 있을 때 안 좋은 말을 하는 걸까요. 그런 말이 아이한테 상처가 된다는 거 모를까요. 모르겠지요. 나이를 먹었다 해도 다 아이였을 때가 있었을 텐데, 나이를 먹으면 그때를 잊어버리는 듯합니다. 이런 말 하는 저도 다르지 않겠지요.
다른 사람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어쩌면 이런저런 말 듣고 싶지 않아서 사람 만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친척. 그것보다 창피합니다. 잘 살면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잘 살지 못하니. 아주 나쁜 짓하고 사는 건 아니니 그건 다행이네요.
20230622
101 꼭 고쳐야 하는 버릇이 있다면?
그런 버릇 없어. 고쳐야겠다 생각해도 꼭 고쳐야 할까 해. 이러면 안 될 텐데. 사람은 좋은 버릇보다 안 좋은 버릇이 더 잘 들어. 그런 거 어떡하겠어. 좋은 버릇을 더 들이면 안 좋은 건 그렇게 안 좋게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
난 자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면서 아주 어두워지기도 해. 그런데 정말 그런 것 같아. 그렇다 해도 죽지 않고 살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면 다른 사람은 나를 싫어하겠어. 언제나 자신 없는 나. 어릴 때도 다르지 않고 지금도 다르지 않아.
내가 나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 거 그걸 고쳐야 할까.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나 같은 성격 좀 피곤하고 슬프기도 하지.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래. 다행하게도 내가 나를 피곤하게 만들기는 해도 다른 사람은 귀찮게 하지 않아. 아니 편지 쓰는 건 귀찮게 하는 걸지도.
어쩌다 보니 좀 우울한 이야기가 됐어. 아주 많이는 아니더라도 내가 나를 조금 좋아하려고 해야겠어. 별거 없는 나지만. 실천은 못하고 이런 생각만 자주 하는군.
20230623
이번 한주도 거의 갔군요. 유월은 그럭저럭 지냅니다. 언제나 그럭저럭이네요. 큰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해야겠습니다. 며칠 전에 조금 걱정한 게 있는데, 안 해도 될 걱정이었어요. 안 해도 될 걱정은 안 하면 좋을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