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휘두르며 36

히구치 아사

講談社  2022년 12월 22일




 일본에서 나오는 만화책 일찍 사도 책이 나오지 않아서 기다려야 한다. 늘 먼저 사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책 나오는 날 찾아봤다. 몇번 깜박해서 책이 나온 다음에 산 적도 있다. 시간이 더 흐른 다음에야 책이 나오는 걸 알려주는 메일 설정이 있다는 거 알고 그거 해뒀다. 그게 잘 오기는 하는데, 안 온 적도 있다. 내 메일이 문제였으려나. 인터넷 책방에서 받는 메일이 안 올 때도 있었으니. 지금은 사고 없이 잘 오는 것 같다. 만화책을 사면서 책이 나온다고 한 날 안 나온 적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까지는 그런 일 없었는데, 지난해에는 하나 늦게 나왔다. 바로 이번에 본 <크게 휘두르며> 36권이다. 이건 나온다고 하고 안 나온 게 여러 번이었다. 두번이던가 세번이던가. 책 나오는 날이 늦어졌지만, 지난해가 가기 전에 나와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얼마전에 <메이저 세컨드> 25권 오랜만에 봤는데, 이 책 <크게 휘두르며> 36권도 오랜만에 봤다. 35권은 2021년 7월에 봤다. 이것도 책 받고 바로 봤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이건 밀린 게 한권이어서 괜찮은데, <원피스>는 여러 권 밀렸다. 이번 36권 앞부분 보면서 아이들이 말하는 게 뭔가 했다. 조금 보다보니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고 지금 하는 이야기가 뭔지 조금 생각났다. 이 만화 <크게 휘두르며>는 야구가 재미있다는 걸 알게 해줬다. 이거 보고 <메이저>도 알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만화영화 보고 책을 봐야겠다 했다. 일본말로 만화책 보려고 한 때여서.


 이건 고등학교 야구만화다. 이 만화를 그리는 히구치 아사(ひぐち アサ)는 여성이다. 야구만화는 남자 작가가 더 많이 그릴 것 같은데. 여성 작가가 그려서 만화책 봐야겠다 했던 걸까. 그런 마음 조금 있었을지도. 작가는 이런 만화 그리려고 고등학교 야구 많이 봤겠다. 고등학생 때는 소프트볼이나 야구부 매니저 했을까. 그저 야구를 좋아했을지도. 여기 나오는 아이들은 니시우라 고등학교 야구부다. 이 아이들이 니시우라에 들어오고 야구부가 연식에서 경식으로 바뀌었다. 야구부원은 모두 1학년이고 열명이다. 매니저까지 하면 열한명인가. 야구 경기하는 사람 숫자는 아홉명이다. 이 학교는 야구하는 아이들 많지 않다. 야구만화에서 이야기 중심이 되는 건 그런 곳일 때가 많다. <메이저 세컨드> 후린중학교도 야구부원 많지 않다. 니시우라 야구부 감독은 여성이다. 이 학교 졸업생으로 고등학생 때는 매니저였단다. 야구부는 한해 동안 활동을 끝내고 잠시 쉬기로 했다. 감독은 그 시간을 아이들 저마다 알아서 보내라 했다. 그게 한주였는지 두주였는지.


 아이들은 따로따로 보내지 않고 몇 사람씩 나눠서 여러 학교 야구부를 보고 오기로 했다. 모두 모여서 다른 학교가 야구하는 걸 이야기 하고. 사이타마에서 군마까지 걸어서 갔다 오자고 한다. 이 말은 지금 나온 게 아니고 처음에 했던 것 같다. 그걸 해내면 지금까지 못한다고 여긴 걸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걷는 사람 있던데. 니시우라 야구부 아이들은 혼자가 아니어서 괜찮았겠다. 군마에는 미하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서 거기까지 가서 자고 다음날 돌아오기로 했다. 이 만화 처음 나왔을 때는 스마트폰이 없었을 텐데, 지금은 아이들이 다 스마트폰을 쓴다. 그걸로 어디로 걷고, 어디에서 쉴지 계획을 짰다. 무작정 걷는 것보다 어디로 걷고 어디에서 쉴지 정하면 훨씬 괜찮겠다. 예전에 본 온다 리쿠 소설 《밤의 피크닉》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걷기를 했다. 일본은 학교에서 그런 걸 하는 것 같다. 오래 달리기(마라톤에 가까운가)를 하는 곳도 있고. 지금은 어떨까.


 걷기라 해도 늦게까지 오래 걷는 거 쉽지 않을 텐데. 예전에 온다 리쿠 소설 보면서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준비하는 거 보니 재미있게 보였다. 아이들은 힘든 계획은 짜지 않았다. 매니저인 시노오카는 쉬는 곳마다 나타나서 아이들한테 주먹밥과 마실 것을 주었다.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걸 혼자 하다니 시노오카 대단하다. 주먹밥 사지 않고 만들었다. 아베는 그런 시노오카를 보고 왜 그런 걸 할까 생각한다. 힘들어도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면 즐거운 걸까, 어쩌면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자신도 힘을 얻는지도. 시노오카가 한 말은 두번째다. 아이들을 응원하면서 자신도 힘을 얻는다고. 무언가 열심히 하는 사람 응원하면 자신도 힘을 받는구나. 응원은 해도 아주 잘하기를 바라지 않아야겠지. 기대는 부담되니.


 군마에는 미하시 할아버지 할머니뿐 아니라 고모네 식구도 사는가 보다. 집이 아주 넓었다. 미하시는 중학생 때 여기에서 학교 다녔구나. 여기에는 니시우라 야구부 아이들이 다 함께 잘 넓은 방도 있다. 할아버지는 미호시 중학교 이사장이다. 아이들은 열두 시간 동안 거의 70~80km를 걸었다. 그렇게 긴 거리를 걷다니 대단하다. 아이들이 걸을 때 시노오카가 도와주고 쉬고 잘 곳도 있었구나. 군마에는 온천이 많다고 한다. 거기에 여러 곳 있는 거구나. 아이들은 온천에 다녀오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안마 의자에서 안마를 받고 잘 잤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잠들면 깊이 자고 몇 시간이 한순간에 간다. 그런 느낌 조금 아는구나. 새벽에 일어난 아이들은 근육통이 있어서 조금 놀랐다. 자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아침 먹고 온천에 갔다 오고 다시 걸어서 사이타마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힘들었지만 끝까지 해냈다. 좋은 경험이 되겠다. 나도 걷고 싶구나. 지금은 이런 마음이 들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리겠지.


 야구부 활동 다시 시작했다. 아이들이 야구 연습하는데 부모 여럿이 감독을 만나러 왔다. 아이들 부모는 야구부 조명 다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겨울에 아르바이트 해서 돈을 모으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모자랐다. 야구부뿐 아니라 운동은 그걸 하는 사람만 있으면 힘들겠다. 운동은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구나. 다음 권에서 아이들은 2학년이 되는가 보다. 1학년 몇 해 동안이나 나온 건지. 몇 해 넘은 것 같은데. 이건 얼마나 더 나올까. 볼 수 있을 때까지는 보고 싶기는 한데. 다음 37권은 2023년에 나올지. 기다리면 나오기는 하겠다. 작가가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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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6-27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박찬호선수가 미국에서 활동할 때 야구 엄청 봤어요.
근데 지금은 스포츠경기를 거의 보지 않아요. 일본도 야구가 인기가 많으니 야구소설이나 만화도 많을듯 하네요.
150km 걷기에 성공했군요!

오늘 햇빛이 났어요
저도 좀 걸어야겠어요^^

희선 2023-06-29 00:10   좋아요 1 | URL
저는 실제 야구는 본 적 없어요 야구 경기도 보면 재미있을지도 모를 텐데... 실제 하는 건 선수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기도 하네요 만화나 소설은 선수가 경기 하면서 말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게 재미있기도 해요 제가 아는 건 많지 않아요 야구만화 많을 거예요 그것뿐 아니라 다른 운동 만화도...

어제는 좀 흐린 날이었네요 새벽에 천둥 번개 치고 비가 왔으니... 오늘 또 비가 온다고 하는군요 많이 안 와야 할 텐데...


희선

거리의화가 2023-06-27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처음이 언제인가 검색해봤더니 2004년이네요? 그 때는 핸드폰도 없을 때인데 이제는 스마트폰을 쓰고.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작품을 쓰신다니 멋지네요.
저는 스포츠 만화 장르 꽤 좋아해요. 물론 많이 보지는 못했고 하이큐, 슬램덩크 이 두개는 정말 재미나게 봤던 기억이...ㅎㅎ
도전에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하는 모습이 결국 인생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런 듯해요^^
야구 만화를 여성 작가가 그렸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만큼 고교 야구가 인기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네요.

희선 2023-06-29 00:21   좋아요 1 | URL
저는 2010년부터 책을 봤군요 그때는 여러 권 나와서 바로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쩌다 한권 나옵니다 만화는 시대가 바뀌면 거기에 맞게 하더군요 그런 거 재미있기도 합니다 그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니, 다음에는 2학년으로 올라가고 후배가 들어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엔 어떻게 될지...

어떤 운동이든 전국대회 같은 데 나가려고 하는 것 같더군요 야구는 고시엔에 가는 게 꿈이고 우승하는 게 꿈이군요 실제 일본에서는 고시엔에서 하는 야구는 중계해준다고 하더군요 여기에서도 야구 경기를 텔레비전 방송으로 했어요 지역 방송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고시엔에서 하는 건 전국방송일 것 같네요

스포츠 만화 많이 못 봤지만, 만화영화 조금 봤는데 그런 건 재미있더군요 잘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희선

2023-06-27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9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신이 자신을 생각하지 않으면 어떡해

자신이 모자라고 마음에 안 들어도

자신은 자신을 좋아해야지


자신이 싫을 때가 더 많다 해도

조금은 봐 줬으면 해


뭐든 잘하고 잘난 것보다

앞으로 나아지는 게 더 낫잖아

조금씩이어도 괜찮아


아니아니

애써도 그대로면 그런가 보다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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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커피 디저트 세트 - 드립백, 커피백, 약과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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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달에 태어난 친구가 있어서 이걸 보내주려고 했어요. 전에 보고 두 개 세트는 값이 싸서 그걸 사려고 했는데, 그걸 사려고 했을 때는 다 팔렸습니다. 지금은 있네요. 제가 보내려고 하나만 샀는데, 무척 큽니다. 어떻게 보낼지. 본래는 이거 하나하고 책한권 여기에서 바로 보내려고 했는데, 찾아보니 두 개 세트가 있어서 그걸 또 사고 말았습니다. 사면서 미쳤다 미쳤어, 했습니다.






 하나는 어떻게든 잘 싸서 보내봐야겠습니다. 꺼내서 다른 박스에 넣고 책도 넣으면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그 생각도 진작에 했으면 좋았을걸. 요새 좀 게을러졌네요. 아니 책 읽느라고 다른 거 잘 안 하게 됐습니다. 책을 읽어도 다른 것도 잘 해야 하는데. 하루나 이틀 늦게 보낼지도 모르겠군요.


 여기엔 커피백과 드립백 그리고 약과가 들었어요. 잘 보니 드립백 커피는 디카페인이에요. 디카페인도 괜찮지요. 저녁에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마시면 될 테니. 디카페인이라 해도 카페인 아주 없지 않아요. 이 말 예전에도 한번 했습니다. 이름도 있어요. 커피백 알라딘 아네모네 블랜드 #1과 드립백 콜롬비아 엑셀소 디카페인 #4예요.


 커피백 앞에는 바쁜 사람을 위해서다는 말이 있는데, 드립백은 좀 귀찮기는 하죠. 물을 끓이고 내려야 하니. 바쁘지는 않지만, 드립백 커피 자주 마시지 않아요. 물만 끓이면 될 텐데 그걸 귀찮아 하다니. 아니 물만 끓이면 되는 게 아니군요. 저는 분위기 좋게 맛있는 커피 못 마시겠습니다. 실제 분위기 잡고 마시지는 않아요. 그냥 마십니다.


 여름입니다. 저는 여름에도 커피 따듯하게 마셔요. 얼음 얼리는 것도 좀 귀찮습니다. 얼음 얼리는 것부터 사야 할지도. 얼음을 얼리려면 물을 끓이고 식혀야 해요. 이것도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차가운 것보다 따듯한 커피 마셔서 다행입니다. 여름에 밖에 나갔다 오면 차가운 물이 마시고 싶기도 해요. 그때만 잘 넘기면 참을 만합니다. 여름이어도 차가운 거 많이 먹으면 안 좋아요.


 이건 선물하기 좋겠습니다. 저도 친구한테 선물하고 싶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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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6-27 1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따스한 희선님
친구가 엄청 좋아 할 것 같습니다
커피와 꿀 약과 ^^

희선 2023-06-29 00:07   좋아요 1 | URL
하나는 보냈는데... 저거 조금 놔둬도 괜찮을지... 커피는 괜찮겠지만, 약과는 어떨지... 빨리 보내도록 해야겠습니다


희선
 
알라딘 커피 디저트 세트 x 2개 - [2세트]드립백, 커피백, 약과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전에 없어서 아쉬웠는데 두 개 세트 다시 파는군요. 하나 벌써 샀는데... 기다렸다 샀다면 더 좋았을걸... 하나보다 싸서 사고 말았습니다. 사람은 참 없어도 되는 거 싸면 사기도 하네요. 한사람한테만 보내주기 미안할 텐데... 시간을 두고 보내는 방법도 있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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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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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일까, 어쨌든 예전에 한번 박경리 소설 《토지》를 보려고 했다. 여러 권 사고 읽기도 했는데, 그때 책을 다 사지도 못하고 읽지도 못했다. 솔직히 난 《토지》를 꼭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소설이든 외국소설이든 꼭 읽어야 하는 건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가면 만나는 거고, 마음이 안 가면 만나지 못하는 거다. 토지는 드라마로도 만들었는데, 제대로 본 적 없다. 언젠가 또 이 책을 드라마로 만들 날 오지 않을까. 지금 한류를 세계 사람이 좋아하니 말이다. 예전엔 긴 소설 읽기도 했다.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고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 다 읽었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알렉상드르 뒤마)도 읽었다. 《삼국지》는 여러 사람이 편역한 걸 읽었다. 한국소설로는 《태백산맥》(조정래)과 《삼한지》(김정산). 《삼한지》는 통일신라로 가는 이야기로 고구려 신라 백제가 나오지만 신라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토지》는 쓰였다. 박경리는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이 소설을 시작했을까. 일본소설 그것도 일본말로 여러 권 본 책이 생각났다. 오노 후유미가 쓴 <십이국기> 시리즈와 《고스트 헌트》, 이건 책이 새로 나와서 읽었구나. 내가 토지가 나왔을 때부터 읽었다면 따라서 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토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에 나왔구나. 박경리는 토지를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스물여섯해 동안 썼다. 박경리는 소설을 쓰는 동안 암에 걸리기도 했다. 수술을 하고 바로 글을 쓰고, 이걸 쓰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런 시간을 지나고 소설을 끝까지 쓰다니 대단하구나. 마지막을 썼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드디어 자기 손에서 소설을 떠나 보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고 시원했을지 섭섭했을지. 둘 다였겠다. 그동안 《토지》는 여러 곳에서 나왔나 보다. 이번에 본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걸 정본으로 여기는가 보다. 이것도 열해 걸려서 여러 사람이 만들었다고 한다.


 소설이지만 이걸 끝까지 볼지 모르겠다. 한두권이 아니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예전에는 조금밖에 못 봤고, 그때 본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번에 본다고 이걸 기억할지. 사람이 많이 나온다. 여기에서 중심이 되는 건 양반인 최참판집이겠지. 평사리라는 말 생각난다. 서희 길상. 첫번째 책에서 서희와 길상은 어린이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혼란스런 시대를 살아가겠다. 드라마는 중심인물이 있다 해도 소설은 누구나 비슷한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 아니고 그저 사람 이야기 같다. 조선에 살던 백성, 민초라 해야 할까. 조선이 망해가는 때구나. 양반은 더 이상 힘이 없는. 1권은 1897년 한가위 모습부터 보여준다. 한가위니 먹을거리가 많을 것 같지만 그건 잘사는 사람이나 그랬겠다.


 역사를 자세하게는 알지 못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몇년에 무슨 일이 있었다가 아닌가. 그런 것도 다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1897년 조선은 그리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이때는 공사노비가 사라졌지만 아직 그걸 다 지키지는 않았다. 최참판집에는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여길 나가도 갈 곳이나 살 방법이 없었을 것 같다. 최참판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누가 벼슬을 하지 않는다. 이 집 독자인 최치수는 글공부는 한 것 같은데 그리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비뚤어진 사람. 최치수 두번째 부인이고 서희 엄마인 별당아씨는 머슴이었던 구천과 함께 집에서 달아난다. 구천은 최치수 어머니인 윤씨부인이 낳은 아들이었다. 본래 이름은 김환이다. 출생의 비밀이구나. 오래전에는 겁탈을 당해도 아무 말 못하고 자신이 죄를 지었다 여기다니. 윤씨부인은 그 일 때문에 최치수한테 마음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최치수가 비뚤어진 건가.


 조선시대에는 백정이나 무당을 아주 업신여겼다. 용이와 월선은 서로 좋아했지만, 월선이 무당 딸이어서 헤어졌다. 용이 어머니가 반대를 했다. 용이는 다른 사람 강청댁과 결혼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잡지 못하고 월선이 평사리로 돌아오자 마음을 썼다. 용이 아내 강청댁은 아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한다. 정말 아이가 있으면 괜찮을까. 아이가 있어도 그리 좋을 것 같지 않은데. 최치수 아이를 낳으려 하는 귀녀. 귀녀는 신분상승을 꿈꾸는 거겠지. 그런 귀녀를 이용해 최치수를 덫에 빠뜨리려는 김평산. 최참판집 재산을 노리는 최치수 먼 친척 조준구. 여러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나라도 어지러워지려 하고 최참판집도 어지러워지려 하는구나.


 역사와 함께 흘러가는 많은 사람 이야기 쓰기 쉽지 않았겠다. 벌써 역사가 된 사람 이야기구나. 이때 여성은 이름이 없다. 무슨 댁이나 아이 이름을 넣어 누구네 한다. 이름이 있는 건 월선이 서희 봉순이구나. 양반집 마님인 윤씨부인도 그냥 윤씨부인이다. 지금 생각하니 귀녀도 있다. 귀녀는 귀하다는 걸지, 귀신일지. 귀녀가 하려는 걸 생각하니 귀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더하는 말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하니 책이 새로 나왔다. 이런, 좀 더 나중에 볼걸 그랬나. 그래도 그냥 새로운 책에 쓴다. 앞부분 미리보기로 보니 다른 거 보이지 않았다. 뒤에는 다른 거 있을지. 앞에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거 봤다고 썼구나. 그걸 여러 사람이 오랜 시간 들여 만들어서 그런지 이번 거 크게 바꾸지 않은 듯하다. 여러 권 읽은 책에는 《빨강 머리 앤》도 있다. 다 읽었지만 잊어버린 게 더 많구나.




희선





☆―


 어느 해, 마을에는 가뭄이 들었다고 했다. 들판은 누우렇게 타버리고 강물은 말라서 고기들이 말라 죽는 무서운 가뭄이었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기민 쌀을 내었으니 그것도 한도가 있는 일, 길거리에는 굶어 죽는 시체가 나동그라지고 그것을 파먹는 짐승조차 얼씬거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때 최씨네 고방에 쌓인 곡식은 그네들, 굶주린 농부들의 전답문서하고 바꾸어졌으며, 석 섬 나는 논 한 마지기는 몇 말 곡식으로 둔갑을 해도 조상 전래의 땅이 없어지는 설움보다 당장 목숨 부지하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때 자식 일곱을 거느린 과부는 가물가물 정신을 잃어가는 자식들을 보다 못해 죽물이나마 목을 축여주려고 바가지를 안고 기다시피 최씨네 문전에 가서 애절하게 구걸을 했다는 것이다. 전답문서와 바꾸어야 하는 금싸라기 같은 곡식이 나올 리 없었고 과부는,


 “오냐! 믹일 기이 없어서 자식새끼 거나리고 나는 저승길을 갈 기다마는 최가 놈 집구석에 재물이 쌯이고 쌯여도 묵어줄 사램이 없을 낀께, 두고 보아라!”


 저주를 남기고 굶주려 죽은 과부와 그 자식들 원귀 때문에 최참판댁에는 자손이 내리 귀하다는 것이다.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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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6-25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2000년에 개포동 헌책방가서 전집 사가지고 시외버스 타고 지고 내려온 토지를 7년 전 2016년에야 큰 맘 먹고 읽기 시작했어요. 그해 읽은 65권 중 16권(저는 전 16권짜리 솔 출판사 판을 가지고 있어요)이 토지였으니 나름 독서 생활의 분기점(?) 같은 한 해였습니다. 시도 열심히 쓰시고 글과 말 늘 곰곰 굴려가시는 희선님께 토지 독서 다양한 단어와 사람들 이야기 만나는 시간 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중간 지루한 기간 길기도 한데 끝권에서 탁 해방되는 느낌과 함께 아 이제 안녕…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ㅎㅎㅎ)

희선 2023-06-27 02:22   좋아요 2 | URL
헌책방 지금은 없어졌을 것 같아요 헌책방이 많이 사라졌네요 알라딘에서 헌책을 팔기는 하지만, 제가 사는 곳엔 없어서 한번도 못 가 봤습니다 헌책방도 이제는 없어요 몇해 전에는 있던 책방도 문을 닫았습니다 헌책방에서 한꺼번에 《토지》를 사 오시다니, 헌책이라 해도 그 책 한번에 샀을 때 기분 좋으셨겠네요 저는 예전에 태백산맥 헌책으로 한번에 샀어요 그런 일은 별로 없는데, 그냥 사고 싶었다고 할까 겨우 한번밖에 못 읽었습니다 글을 잘 쓰면 좋을 텐데, 그렇지는 못하네요 책을 사시고 시간이 흐른 뒤지만 다 보셨군요 그렇게 읽었을 때도 뿌듯했겠습니다 어떤 책을 보고 좀 달라지면 좋을 텐데, 저는 그러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책을 읽고 잘 못 써도 쓰니 예전보다는 낫겠지요 오래 본 책이 끝나면 많이 아쉽겠습니다 거기에서 만난 사람과도 헤어지겠군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6-27 09:51   좋아요 2 | URL
놀랍게도 개포서적백화점 검색해보니 아직 있다고 하네요 ㅋㅋㅋ헌책방
아니고 백화점(?)으로 이름 붙여 살았을까요? ㅋㅋㅋㅋ

희선 2023-06-29 03:03   좋아요 1 | URL
주소 보니 서울 강남이네요 강남에서 살아 남다니... 대단한 곳이네요 잘 모르지만 강남은 비싸잖아요 사람들이 거기를 잊지 않고 가기도 하는가 봅니다


희선

세실 2023-06-25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 시작하셨군요. 저도 일단 1권부터 다시 읽으려구요. 얼마전 원주에 있는 문학의집, 공원 다녀왔는데 참 좋았거든요^^

희선 2023-06-27 02:24   좋아요 1 | URL
예전에 책을 한권씩 사서 봐야지 하다가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볼까 합니다 잘 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박경리 문학의 집에 갔다 오셨군요 좋은 경험이 됐겠습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3-06-26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새로 나온 토지인 모양이네요.
이전에 크게 제목이 쓰여진 책의 전자책을 사긴 했는데, 몇년째 읽지 않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어요.
새로 나온 책도 달라진 것이 많은지 찾아봐야겠어요.
희선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6-27 02:26   좋아요 2 | URL
제가 본 건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거기는 한데, 앞부분 보니 달라진 게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여기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새로 나온 책 읽은 기분 들기도 하네요 2023년에 새로 나오다니... 이제 시작이지만 반갑습니다 이번주부터 장마예요 비가 와도 많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데... 서니데이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감은빛 2023-06-26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 전에 [토지] 완독 시도했다가 중간에 포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대학시절 [태백산맥]도 절반 이상은 읽었었는데, 결국 끝까지 읽지는 못 했네요.
그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대망]과 [후대망] 시리즈도 시도했다가 포기했었어요.
긴 시간 진득하게 읽는 것이 쉽지 않네요.

[반지의 제왕]을 비롯해 몇몇 판타지 소설들은 긴 시리즈였어도 다 읽었었는데요.
재작년이었던가? [듄] 시리즈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역시나 중간에 그만두었어요.
올해 여름에는 휴가를 따로 가지 말고 집에서 [듄]이나 읽을까 하고 생각중입니다.

희선 2023-06-27 02:34   좋아요 1 | URL
저와 비슷하시군요 저도 그랬는데 이번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거리의화가 님이 보셔서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거리의화가 님은 이 책뿐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보시는군요 예전에는 긴 책 잘 봤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책을 쓰기도 했네요 좀 유치하죠

저는 판타지 소설은 거의 못 봤군요 반지의 제왕이나 듄은 새로 나오기도 했군요 두꺼운 걸로... 그런 걸로 보면 더 좋을 듯합니다 열권 넘는 것보다... 두꺼워도 한두권이면 볼 수 있다 생각해도 권수가 많으면 그걸 언제 다 보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잖아요

이번 여름에 《듄》을 보실 거군요 언젠가 그 책 사셨다고 하셨지요 그 책 읽을 생각을 하면 즐겁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6-26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토지 읽고 싶은데 20권이나 되어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희선님, 토지 완독하시길 바라요.
저도 언젠가는 시작해야겠어요^^

희선 2023-06-27 02:36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보셨으니 토지도 보시면 끝까지 보실 거예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 읽기 편할지도 모르죠 한국에서 일어난 이야기기도 하니... 토지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나오겠지요 그런 사람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