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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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혼자 지내기 좋아하는 사회 부적응자예요.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정말 그러니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학교 다닐 때 하던 행사 같은 건 즐겁게 했습니다. 그런 거 생각하면 신기해요. 지금은 여러 사람과 맞춰서 뭔가 하는 거 무척 싫어하는데, 학교 다닐 때는 아주 싫어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해요. 학교 다닐 때 싫었던 건 한해가 지나고 새학년으로 올라가는 거였어요. 반 친구도 선생님도 바뀌어서 힘들었어요. 처음 정해진 반이 초중고 죽 이어졌다면 덜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여섯해 중학교 세해 고등학교 세해 그렇게. 제가 다닌 학교는 해마다 반이 바뀌고 선생님도 바뀌었어요. 거기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때 힘들어서 지금 학교 친구가 하나도 없는가 봅니다. 친구도 없네요.


 학교 다닐 때 혼자 지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딱히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 해서 그런 건 아니고 심심해서 그랬어요. 그때 저는 책 안 봤습니다. 책을 보고 나서 학교 다닐 때도 책을 봤다면, 혼자여도 괜찮았을 텐데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때 사귀기 싫은 친구를 사귀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무리에 들어가서 조금 낫기는 했어요. 밥 혼자 먹지 않아도 돼서. 밥 혼자 먹는 것도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닌데 왜 그때는 그런 생각 못했는지. 밥만 같이 먹었군요. 어릴 때 제가 바보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지금은 아주 혼자여서 조금 쓸쓸하기도 합니다. 쓸쓸해도 어딘가에 들어가 소속감 느끼고 싶지 않기도 해요. 사회 부적응자여서. 앞에서 한 말 또 했네요. 누구나 이렇게 살기 쉽지 않겠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돈이 있어야 살잖아요. 저는 여러 가지에 관심이 없어서 괜찮습니다. 가난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이 책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오래 걸려서 봤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랬네요. 오랜만에 이런 소설 본 듯합니다. 학생이 나오는 거 보면 제가 학생일 때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이건 비슷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아주 모르지 않는 거기도 하더군요. 저는 학교 다닐 때보다 나중에 그런 걸 느꼈습니다. 여러 사람과 뭔가를 해야 한다고 강요해서. 학교 다닐 때는 힘들지 않았던 게 학교를 마치고는 힘들어지다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게 싫어서였겠습니다. 일하는 곳에서는 가기 싫어도 회식에 가야 하잖아요. 그건 정말 싫었습니다. 어디 놀러가는 것도. 그럴 때 몸에 맞지도 않고 싫어하는 술을 억지로 마시라고 했어요. 그때 정말 괴로웠습니다. 이제는 그런 거 안 해도 돼서 정말정말 다행입니다.


 기타카에데고등학교에서는 세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시라세 미즈키는 세 아이가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다고 해요.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미즈키와 어릴 때 친구인 가키우치 도모히로예요. 가키우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한테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미즈키를 만나고 ‘수취인’이라는 걸 알고 나서 세 아이를 죽이고 또 다른 아이를 죽이려는 아이를 찾으려고 해요. 기타카에데고등학교에는 대대로 초능력을 받는 ‘수취인’이 네 사람 있었어요. 가키우치는 그 한사람이 됩니다. 그런 힘이 대대로 이어지다니 신기하기도 하네요. 사실 그 힘은 학교를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쓰라고 어떤 사람이 학교를 만든 사람한테 준 거였어요. 그런 힘이 있는 게 좋을지. 학교는 어때야 할까요. 모두가 같은 걸 해야 하는 건 아닐 텐데.


 재미있는 학교를 만든다고 하면서 모두한테 어떤 걸 하라고 하는 거 좋을까요. 다른 일이 있어서 그런 것에 관심없는 사람도 있을 텐데. 하고 싶은 사람만 하라고 했다면 나았을 것 같습니다. 친구가 뭔가 하자고 해도 자신이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겠지요. 안 한다고 하면 친구가 자신을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이 하기 싫다고 누군가 죽기를 바라는 것도 안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는 어떤 게 싫어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군요. 저는 남이 아니고 제가 죽기를 바란 거네요. 그런 것도 안 좋은 거겠습니다. 그냥 그때가 지나가기를, 지나간다고 믿어야겠습니다.


 사람은 혼자 지내고 싶어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혼자 지낸다 해도 온전히 혼자는 아닐 거예요. 다른 사람이 있기에 자신도 살아가죠. 사람과 잘 지내기 어렵겠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면 좀 낫겠습니다. 힘들 때 기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야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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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8-1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교 다닐때 의무적으로 참가해야하는 행사를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다 하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했죠.
그렇다고 사회 부적응자는 아닌 것 같아요.
자신이 선택한 것이 행복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희선 2023-08-15 23:32   좋아요 1 | URL
제가 학교 다닐 때 그런 걸 한 건 몇 해 동안 해서 그냥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건 하다 보면 재미있기도 하죠 다른 거 하고 싶은 게 없어서 한 건지도... 학교 마치고는 뭔가 다 같이 하라고 하면 하기 싫더군요 학교 다닐 때 어떻게 했나 생각하고는 했어요 뭔가 하면 쉬지 않고 그것만 한다고 할까 제가 요령이 없어요 지금도 비슷할 거예요


희선

바람돌이 2023-08-12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땠나 생각해보니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행사 이런거 막 욕하고 싫다 하면서 또 막상 하면 막 신나서 열심히 하는.... 지금 생각하니 항상 어딘가에 소속되려고 진짜 열심히 무리에 끼이는 사람이었던듯....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는데도 참 오래 걸렸던거 같아요. 사람의 사는 모습은 참 다 다르죠. 그 다름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아직도 그건 또 멀고도 머네요.

희선 2023-08-15 23:35   좋아요 0 | URL
학교 다닐 때는 다 해야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그게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때는 그냥 하고 하면 재미있기도 했어요 바람돌이 님도 하면 즐겁게 하셨군요 할 때 안 좋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사람은 어딘가에 들어가지 않으면 불안하게 여기기도 하는군요 그런 거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데... 예전에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러면서 지금은 어쩌다 한번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저도 여전히 다 잘 받아들이지 못하네요


희선

감은빛 2023-08-14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약 처음 입학할 때 반이 그대로 졸업할 때까지 간다면,
그건 그거대로 너무 재미없고 지루하지 않을까요?

저는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혼자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남자 아이들은 왜 같이 공놀이를 하지 않냐고 묻곤 했죠.
그래서 종종 같이 공놀이를 하기도 했어요. 축구, 피구 등등
여자 아이들은 뭐 읽냐고? 재미있냐고? 물었던 것 같아요.
물론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여학생들과의 교류는 끊기고,
남자 아이들은 죄다 공부만 하는 녀석들과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녀석들로 나뉘었죠.
저는 그 난장판 속에서 적절하게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럭저럭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 그 지옥 같은 시간을 지나왔네요.

희선 2023-08-15 23:41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 여섯해는 조금 지루할까요 중학교 고등학교는 좀 나을 것 같기도 한데... 이렇게 생각해도 막상 그랬다면 안 좋다 여겼을지도 모르겠네요 선생님도 바뀌어서 기대하기도 했겠지요 좋은 선생님을 못 만났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가 가장 무서운 선생님이었어요

감은빛 님은 어릴 때부터 혼자 책 읽기 좋아하셨군요 저는 그런 사람 참 부럽습니다 저는 그러지 못해서... 학교 다닐 때는 책이라는 걸 잘 모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교과서라도 잘 볼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그것도 재미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공부가 아니고 그저 즐겁게 볼 것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네요 친구도 반이 바뀌면 다 없어지고... 새로 사귀기 아주 힘들었어요 친구가 없어도 그런대로 지냈다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 지금도 해야겠군요 학교가 좀 안 좋기는 해도 친구를 만나기도 해서 괜찮기도 했죠 지금 아이들은 그런 거 못 느끼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토지 11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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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여러 권이어도 재미가 있으면 죽죽 앞으로 간다. 《토지》도 그렇구나. 이 소설 신문에 연재했을 때 기다린 사람 많았겠다. 스물여섯해 동안 소설 하나에 매달리다니. 글은 쓰는 것보다 읽는 게 더 빠르다. 예전 사람은 오래 걸려서 이 책을 봤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구나. ‘토지’ 끝까지 못 보고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겠다. 이야기 많이 써 보지 않았지만, 시간 흐른 거 나타내기 어려웠다. 박경리 작가는 괜찮았을까. 소설을 보다 보면 시간이 흘렀다. 그런 거 보면서 몇 년일까 했다. 읽는 사람은 그런 거 바로 몰라도 박경리 작가는 그걸 생각하고 썼겠다. 잘 모르는 내가 문제겠지.


 이번에 본 《토지》 11권은 3부 3권이다. 3부 한권 남았다. 임이네는 지난 권에서 결핵성 복막염이었는데, 세상을 떠났다. 사람은 다 죽는다. 홍이는 임이네를 보고 월선이를 덜 생각했다. 임이네한테 잘해주지 못한 걸 아쉽게 여겼다. 사람이 살았을 때는 그 사람이 미우면 잘하기 어려겠지.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다. 홍이는 일본에 가서 돈을 벌어오기도 했다. 그곳 생활이 좋지 않았나 보다. 이제 홍이는 그럭저럭 자리 잡고 사는구나. 예전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친구와 만난 모습에 진주에서 장사하는 일본 사람이 잠깐 나왔는데 일본 사람은 조선 사람한테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남의 나라 땅에 와서 장사하면서 그런 마음이라니. 이때 일본 사람한테 조선은 남의 나라가 아니었구나.


 상현은 만주로 떠난다.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여러 사람이 말한 걸 보니 상현이 봉순(기화)이를 버린 건가 보다. 다들 그렇게 여겼다. 봉순이는 상현이 딸을 낳고 기르다 평양에 가서는 아편중독이 됐다. 어쩌다가 아편중독이 된 건지. 서희가 그걸 알게 되고 석이한테 봉순이를 평사리로 데리고 오라고 한다. 그 일은 석이 아내 질투심에 불을 질렀다. 석이는 왜 그 사람하고 결혼했을까. 어머니가 하라고 했다고 해도 마음에 안 들면 안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임역관 딸 명희도 그렇게 좋은 결혼하지 않았구나. 사는 건 괜찮아도. 남편인 조용하는 친일파에 동생이 명희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명희를 괴롭히는 느낌이 든다. 사람 마음이 비뚤어졌구나. 명희는 시동생한테 다른 마음 없는 것 같은데. 토지에는 이런 일그러진 남녀 사이가 좀 나온다. 그런 건 왜 넣었을까. 현실에 그런 일이 없지는 않겠지만.


 서희와 길상이 아들 환국이도 많이 자랐다. 이때는 중학교가 지금처럼 3년이 아니었다. 중학교지만 고등학교 과정까지 있었나 보다. 환국이는 서울에서 공부하고 진주로 돌아오기도 했다. 환국이가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는데, 병원에서 양소림 손등에 난 혹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런 게 흠일까. 장애인도 안 좋게 여겼구나. 조준구 아들 조병수 말이다. 조병수는 몸만 그랬지 정신은 아무 문제 없었다. 아버지가 한 일 때문에 괴로워하고 여러 번 죽으려 했다. 환국이는 중학교 졸업할 때가 다가왔다. 공부를 잘해서 둘레에서 기대했다. 그런 거 부담스럽겠다. 환국이는 그림 그리고 싶어하는데. 서희한테 이 말 못하겠지. 환국이가 그림 그리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친구인 이순철뿐이다. 예전에는 사이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환국이와 이순철은 친구로 지낸다. 이순철이 환국이를 시샘했구나. 이제는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양소림 집에서는 최참판집 환국이와 혼사가 이뤄지길 바랐지만, 손에 있는 혹 때문에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다음에 점찍은 사람은 진주에서 박영호가 하는 병원에서 조수로 일하는 허정윤이다. 허정윤은 의사가 되려고 공부했는데 학교에 들어갔나 보다. 허정윤은 간호사와 사귀었는데, 둘은 헤어지겠구나. 양소림 집은 부자다. 양반집 사람은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하고는 일본에서 공부하다 만난 신여성과 살기도 했다. 이때 그런 일 많았겠다. 누군가는 가난한 고학생일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과는 헤어지고 부잣집 딸과 결혼하기도 했구나. 그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지도. 신분제도가 사라졌다 해도 아직 집안을 따졌다. 이것도 여전하던가.


 김환이 죽었다. 지삼만 때문에. 김환은 잡히고 감옥에 갇혔다. 함께 끌려간 사람이 고문 받다 죽자 김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문 당하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랬겠지. 동학당 사람은 그리 남지 않았다. 지삼만은 김환을 따르던 사람을 다 흩어지게 했다. 지삼만은 이상한 종교를 만들고 교주가 되었다. 지금 말로 신흥종교구나. 김환과 함께 다니던 강쇠는 복수하려고 한다. 김환은 그런 거 바라지 않을지도 모를 텐데. 김환 안됐구나. 서희 엄마 별당아씨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둘이 아무도 모르는 데서 조용히 살았을 것 같은데. 나라를 잃었는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살다니 할지도. 그때 그런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 조선 사람은 많든 적든 나라를 빼앗긴 영향 받았겠다.


 일본은 독립운동하는 사람을 모두 잡으려고 했다. 계명회 사건으로 길상이 잡혔다. 그 일로 여러 사람이 잡혔는데 일본 사람도 있었다. 한국 여성이 일본 사람과 사귄다는 말도 퍼졌다. 그때 나라를 넘어 서로 좋아한 사람 있었을 텐데. 이중섭도 일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나. 석이도 참 안됐다. 봉순이는 왜 기생이 되어서. 그저 소리꾼이 됐다면 나았을 텐데. 소리꾼도 광대라면서 차별받았겠지만 기생보다 덜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생각하니 그런 일하는 사람도 안 좋은 일 당했구나. 몸파는 사람도 아닌데 그걸 하라고 했겠지. 사람 마음은 형편이 좋을 때만 좋구나. 자기 형편이 아니고 상대 형편이 좋을 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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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8-09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에서 하신 <토지>를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겠다는 말씀과 마지막 문단에서 하신 사람 마음이 상대 형편 좋을 때만 좋다는 말씀이 뭔가 와 닿습니다. 저도 <토지> 읽고 싶은데 아직 엄두가 안 나네요. 희선 님 마지막까지 화이팅 입니다!!!

희선 2023-08-10 01:24   좋아요 2 | URL
예전에 이 책이 다 나오기를 기다린 사람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박경리 작가가 《토지》를 스물여섯해 동안 썼으니... 지금은 책이 다 나왔으니 보려고 하면 누구나 볼 수 있겠습니다 사람이 어떻든 똑같이 대하면 좋을 텐데, 사람 마음은 바뀌기도 하네요 저도 그럴지도... 저도 저를 잘 모르겠네요 마음 바꾸지 않고 싶네요 꼬마요정 님 고맙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08-09 1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11권까지 오시다니 희선님 진짜 멋집니다! 아마 조만간 완독 보시겠네요^^ 화이팅!

희선 2023-08-10 01:31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을 한권만 봐서 그렇군요 거리의화가 님은 여러 권 함께 보시니 끝나는 것도 비슷할 것 같네요 여러 권 보는 거 멋지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08-09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 더위에 넘 무리하시는 건 아닌지요? ㅎㅎ
정말 읽는 속도가 빠르네요^^

희선 2023-08-10 01:33   좋아요 2 | URL
책은 천천히 보지만, 시간을 많이 들이려고 합니다 2023년 초에는 하루에 책을 한시간이나 두시간 정도밖에 못 봤어요 이건 서너시간 길면 다섯시간 볼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2023-08-11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2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지 10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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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도 괜찮지만, 예전에는 그런 걸 안 좋게 여겼구나. 지난 번 《토지》 9권에서 임역관 딸인 명희한테 오빠인 명빈이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그건 이번에 본 《토지》 10권으로 이어진다. 3부 2권이다. 명희는 상현한테 마음이 있었지만, 결혼한 사람이어서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은 독신주의자다 했나 보다. 명희는 여성 교육선구자가 되겠다는 말도 했지만, 자신이 그런 걸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혼자 살려고 교사 일을 하는 것도 안 좋게 여겼다. 예전이니 그렇게 생각했겠다. 지금이라면 그런 모습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텐데.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살아가기에는 힘든 세상이었구나. 지금도 그렇게 쉽지는 않다.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명희는 상현을 찾아간다. 상현은 그런 명희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것도 어쩔 수 없으려나. 명희가 좀 더 괜찮은 사람 만나려고 했다면 좋았을 텐데. 지난 번에 상현이 소설을 쓰나 보다 했는데, 썼나 보다. 소설 제목은 <헐벗은 나무 밑에서>다. 기화와 자기 일을 소설로 썼다. 그 소설을 본 서의돈은 상현을 시샘한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이 기화를 두고 떠났으면서. 남자 마음은 참. 사람 마음인가. 서의돈은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을 겪었다. 그때 조선 사람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말이 퍼지고 많은 조선 사람이 죽임 당했다. 그런 말이 돌다니. 조선을 망하게 하려는 일본 사람이 퍼뜨린 거겠지.


 서희는 진주에 살지만 평사리 최참판집에는 용이가 살았다. 거의 스무해 만에 평사리는 넉넉한 명절 추석을 맞았다. 서희가 마을 사람한테 베풀었다. 최참판집은 예전에도 그랬다. 서희 할머니 윤씨는 명절이면 쌀을 풀었다. 흉년에도 그랬겠다. 서희는 오광대도 불렀다. 명절이니 즐거워야 하는데 오광대놀이 하는 곳에 일본헌병이 나타났다. 의병이 산에서 내려왔다는 말을 듣고 마을을 뒤지고 오광대놀이를 보던 사람에서 젊은 사람을 끌고 갔다. 거기에는 용이 아들 홍이도 있었다. 홍이는 잘생겨서 감옥에서 더 심하게 고문을 했다. 얼굴 보고 그러다니. 죄가 없다는 게 밝혀지고 풀려나기는 했다. 실제로 그때 죄없이 끌려가고 고문당한 사람 많았겠다.


 평사리에는 김훈장이 있었다. 김훈장은 서희와 간도로 가고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었다. 김훈장 딸인 점아기는 홍이를 보고 자기 딸과 결혼시키려 했다. 양반과 상민인데. 김훈장이 있었다면 반대했겠지. 홍이는 장이가 일본으로 가서 혼인을 받아들였다. 홍이가 결혼하는 날엔 날씨가 아주 안 좋았다. 그날 꼭 날씨가 좋아야 할까. 날씨 좀 안 좋으면 어떤가. 이튿날에는 날씨 좋았다. 홍이 처가 사람은 홍이 인물을 칭찬했다. 어떤 얼굴일까. 여기에 나오는 사람에 못생긴 사람 얼마나 될까. 아주 없지는 않던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서희와 길상이 아들 환국이는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 가려고 시험을 봤다. 환국이는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린단다. 진주에 있는 부잣집 아들 이순철은 자신이 환국이를 이기지 못해 환국이를 시샘했다. 하지 않아야 할 말도 했다. 이순철도 환국이와 같은 중학교 시험을 쳤지만 떨어졌다. 환국이가 공부 더 잘하는 거 맞네. 아이들이 어느새 자랐구나. 시간 참 잘도 간다. 일제 강점기는 짧지 않았다. 그때 나라를 되찾으려고 했던 사람도 나이를 먹었겠지. 이상현 아버지 이동진은 죽었다. 이동진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죽었구나.


 동학당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만주나 연해주에서 독립운동하는 사람과 조선에서 독립운동 한 사람은 조금 다르기도 했을 거다. 동학당 사람도 하나가 되지 못했던가. 독립해야 한다는 마음은 같아도 맞지 않는 게 있었겠다. 사회주의에 빠지는 사람도 있었구나. 그런 게 나중에 한 나라를 남과 북으로 나뉘게 했다. 함께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건 조선 사람 탓만은 아니다. 미국이나 소련 중국 일본 영향이 있었다. 아직 조선이 독립하려면 멀었는데 이런 말을 했구나. 이때는 조선이 아니었나.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사람은 기계에 밀려나지 않았나. 조선도 근대화가 되면서 길쌈이 사라지려 했다. 공장에서 만든 천을 쓰게 됐다. 예전 사람은 땅을 가장 큰 재산으로 여겼는데. 나라를 빼앗겼으니 가난한 사람은 더 살기 어려웠다. 조선 사람은 돈을 벌려고 일본으로 가거나 하와이와 멕시코로 떠났구나. 만주로 간 사람도 있고. 기화는 상현이 아이를 낳았다. 홍이 엄마 임이네는 결핵성 복막염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임이네는 돈으로 뭘 한 걸까. 그저 돈을 모으는 재미에만 빠진 걸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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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5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8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ドクタ-·デスの遺産
나카야마 시치리 / KADOKAWA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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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데스의 유산

나카야마 시치리



 




 한국도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가 되어간다. 태어나는 사람은 적고 죽는 사람도 적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엔 한국 사람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 말 일본 사람이 하는 거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책에서 봤던가. 한국이 일본과 비슷해지다니. 비슷해지려고 해서 그런 게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겠지. 바다를 사이에 뒀다고 해도 일본과 한국은 이웃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듯 나라와 나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겠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면 좋을 텐데, 사람이 안 좋은 걸 쉽게 배우듯 나라도 안 좋은 영향을 쉽게 받을지도.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 몇 해 뒤에 한국에서도 일어난다고 했는데, 지금은 시간 차이 얼마 없을 것 같다.


 경시청 통신지령센터에 어린이가 전화를 걸고는 나쁜 의사가 와서 아빠를 죽였다고 한다.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은 그걸 깊이 생각하지 않고 두번째로 전화가 걸려오자 그 일을 수사1과 다카치호 아스카한테 넘긴다. 살인사건이어서 그랬다기 보다 아스카가 본래 바란 곳은 생활안전과여서였다. 거기에서는 아이를 상대하기도 하는가 보다. 다카치호 아스카는 이누카이 하야토와 함께 전화 건 아이 마고메 다이치 집에 간다. 집엔 아무도 없고 장례식장에 있다는 걸 알고 두 사람은 그곳으로 간다. 엄마와 다이치 말이 조금 달랐다. 엄마는 아빠 주치의가 오기 전에 온 의사 이야기는 하지 않고 다이치는 의사가 두 사람 왔다고 했다. 죽은 다이치 아빠 마고메 겐이치 시신은 사법해부를 한다. 결과는 고칼륨 증상으로 심부전을 일으켰다. 마고메 겐이치는 폐암으로 오래 병과 싸웠다. 힘은 힘대로 들고 돈은 돈대로 들었다. 그럴 때 사람은 편하게 죽고 싶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어떤 소설에서는 자신이 암이라는 걸 알고 치료도 안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암 치료가 잘 될지도 모르겠지만, 쉽지 않다는 걸 알아서 그랬을지도.


 이누카이는 마고메 겐이치 아내 사에코가 인터넷에서 <닥터 데스의 왕진실>이라는 곳을 알고 20만엔(한국 돈으로는 190~200만원쯤 될까)만 내면 아픈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는 걸 보고 닥터 데스한테 의뢰했다는 걸 알게 된다.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안락사는 법으로 금지됐다.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지금은 연명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걸 남기면 호흡이 힘들고 심정지가 됐을 때 산소호흡기를 달지 않고 살려내지 않는다.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환자는 아주 힘들다. 환자는 괴롭고 치료비는 많이 드는. 그때 정신이 뚜렷한 사람은 죽고 싶다고 하거나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식구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도 괴롭겠지. 아무도 다른 사람 아픔은 대신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안락사를 시켜도 괜찮을까. 환자가 바란다고 해도.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 예전부터 있기는 했다. 간병에 지친 식구가 환자를 죽인 일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있었을지.


 경찰은 법을 어긴 사람을 잡아야 한다. 이누카이는 아픈 딸 사야카를 생각하면서 조금 흔들리기도 한다. 이누카이는 자신이 경찰이라는 걸 잊지 않는다. 닥터 데스, 죽음의 의사를 잡으려고 딸인 사야카를 미끼로 쓰기도 한다. 사야카 이름을 그대로 쓰지 않았지만, 닥터 데스는 그걸 알았다. 사야카는 이누카이가 그렇게 해서 조금 섭섭했던 것 같다. 아빠는 경찰일 수밖에 없다고. 이누카이는 이번에 경찰과 아빠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이누카이가 아주 차가운 사람은 아니었구나. 닥터 데스한테 아픈 아이 안락사를 부탁한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은 시체가 없어서 자살 방조죄를 묻지 못한다. 경찰은 닥터 데스를 연쇄 살인범으로 여겼다. 이누카이 상사인 아소 반장도 닥터 데스를 안 좋게 여겼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까. 앞에서도 말했듯 난 어느 한쪽만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내가 가까운 사람 안락사를 의뢰하지는 않을 거다.


 미국에는 잭 케보디언이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 사람은 사람한테는 죽을 권리가 있다면서 약품으로 죽기를 바라는 사람을 죽게 했다. 잭 케보디언이 바로 죽음의 의사다. 여기에 나온 닥터 데스는 자신이 잭 케보디언 뜻을 이었다고 말한다. 잭 케보디언이 한 말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누군가는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했구나. 프랑수아 사강이던가. 거기엔 죽을 권리도 들어갈까. 닥터 데스한테 안락사를 의뢰한 환자나 식구는 닥터 데스를 원망하지 않고 고맙게 여겼다. 어떤 사람은 딸이 괴롭게 죽기 전에 안락사 시켰다면 좋았을 텐데 한다. 언젠가 본 기사에는 암인 사람이 함께 사는 사람한테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고 말을 들은 사람이 있었다는 게 쓰여 있었다. 암은 죽기 전에 많이 아플 거다. 그런 사람이 말기 의료를 받으려면 돈이 많이 들겠지. 돈이 없으니 집에 있었을 거고 스스로 죽기 어려우니 다른 사람한테 죽여 달라고 했겠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안락사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잘 모르겠다. 본래 작가는 어느 한쪽만 말하지 않던가. 초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는 지금 그런 걸 생각해 보라는 걸지도. 이누카이는 마지막엔 막지 못했다. 자신이 그걸 막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고 앞으로 자신도 십자가를 지고 살겠다고 한다.




*더하는 말


 안락사, 이 책뿐 아니라 다른 책을 보면서도 그런 게 있다면 바라는 사람은 그렇게 해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프다 해도 남은 시간을 자기 나름대로 지내면 어떤가 하는. 사실 이건 많은 날이 아니고 한시간이나 두시간이다. 얼마 안 되는 시간도 아주 많이 아프면 참지 못하고 죽고 싶다고 생각할까. 난 아파도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있고 싶기도 한데. 단 일분이라 해도. 이건 누군가와 함께일 때 그럴지도. 혼자면 아픈 거 참지 못할 것 같다. 가끔 별거 아닌 걸로 죽는 게 낫다 하면서. 아니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별거 아니어도 나한테는 아주 큰 거다.


 어쩌면 한국에도 스위스로 가서 안락사 하려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락사라는 걸 알고 그런 것도 돈 있는 사람이나 하겠구나 했다. 돈 없는 사람은 죽는 것도 편하지 않다. 아직 난 안락사 찬성은 아닌 듯하다. 시간이 가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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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8-03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락사, 가 있으면 좋겠어요. 남의 손에 의지해 너무 오래 사는 경우가 되면 필요할 듯해요.

희선 2023-08-04 03:33   좋아요 0 | URL
시간이 더 흐르면 많은 한국 사람도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ドクタ-·デスの遺産
나카야마 시치리 / KADOKAWA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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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까운 사람이 무척 아프고 괴로워하면 편안하게 해주고 싶으세요, 아프더라도 더 살기를 바라세요. 두 가지 마음이 다 있겠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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