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1년 십이월이야. 한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2021년은 짧은 듯한 느낌이 드네. 내가 게으르게 지내서. 본래 게으르지만 2021년은 더 게으르게 지냈어. 난 내가 책을 얼마나 봤느냐로 게으르게 지냈는지 그러지 않았는지 가늠해. 이걸로 생각하다니 좀 우스운가.
새해가 왔을 때는 2021년은 2020년보다 좀 낫겠지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걸 아는군. 코로나19는 여전하고 더 안 좋아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자꾸 느니. 그런 걸 보면서도 언젠가 괜찮아지겠지 하기도 해. 그렇게 믿기라도 해야지 어떻게 하겠어.
이번 2021년은 그렇게 좋지 않았어. 이 말 또 하다니. 십일월에는 조금 괜찮아졌나 했는데 나도 잘 모르겠어. 구월보다는 나았으니 괜찮아진 거겠지.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2021년 십이월 마지막 날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 한해 보냈구나 할 텐데. 사람은 새해뿐 아니라 십이월에도 죽는군. 사람은 태어나는 날뿐 아니라 죽는 날도 마음대로 고르지 못하는군. 죽는다면 한해 끝보다는 그 해를 보낸 다음이 낫겠어. 그냥. 한해 마지막 달이어서 이런 생각을 했군.
다음 2022년은 호랑이띠 해래. 검은 호랑이라는군. 이제 한국 호랑이는 거의 사라졌지. 북한에 한국 호랑이가 있다는 말 듣기는 했는데, 거기 있는 호랑이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지도 모르겠어. 지구온난화는 여전하잖아. 조선시대에는 호랑이가 많아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내려오기도 했군. 아니 그건 호랑이가 많은 게 아니고 사람이 호랑이가 사는 곳을 빼앗아서였겠어. 일제 강점기 때 호랑이를 많이 잡아서 거의 없어졌지.
옛날 이야기에서 우는 아이는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지. 누군가 우는 아이한테 곶감을 준다고 하자 울음을 뚝 그쳤어. 그걸 밖에서 들은 호랑이가 곶감이 자신보다 무서운 건가 보다 하고 그곳에서 달아나. 효도한 호랑이도 생각나. 어떤 사람이 산에서 호랑이를 만나고 호랑이를 자기 형제라 하고 어머니 이야기를 했던가. 호랑이는 그 말을 믿고 어머니를 생각하고 동물을 잡아다가 마당에 두고 가잖아. 호랑이 이야기는 두 가지밖에 몰라. 더 있을까.
한해가 가서 아쉽지만 새해가 와서 다행이야. 가는 해 오는 해, 가는 사람 오는 사람. 오면 가고, 가면 와. 지구는 돌고돌잖아. 아직은 추운 겨울이지만, 추위를 견디면 따스한 봄이 와. 겨울이 있어서 봄이 더 반갑겠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도 그렇군. 코로나19는 겨울일지도 모르겠어. 겨울이 가는 것처럼 코로나19도 사라지면 좋을 텐데.
모두 아직 남은 십이월 잘 보내. 마지막 날까지 잘 지내고 새해 첫날 즐겁게 맞이해. 늘 건강 잘 챙겨.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