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잠이 들면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내가 깨어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왜 난 그렇게 됐을까
겨울잠은 아니다
그저 잠이 들면 오랫동안 깨지 않았다
내가 깨어 났을 때 세상은 달라져도
내가 사는 곳은 그대로였다
내가 자는 동안
다른 영혼이 내 몸을 빌리는 걸까
아, 모르겠다
그건
또 다른 나일지도
희선
눈 감아 봐
뭐가 보여?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뭐든 떠올려 봐
그건 보는 것보다
기억을 떠올리는 거군
이것저것
보고 싶은 거 떠올려 보면
즐겁겠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도
눈을 감으면
갈 수 있어
비를 가득 머금어
무거워진 구름은
한자리에 머물렀다
한바탕 비를 뿌릴
준비를 하는 걸까
세상에 비를 뿌리고
가벼워진 구름은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졌다
이번 비구름으로는
삶을 다했지만
다시 비를 머금고
나타나겠지
지구에서 머나먼 달
아니 지구에서 가까운 달
달은 지구에서 멀면서도 가깝다
많은 이야기를 품은 달
계수나무와 토끼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
신비로운 달
언제나 거기에
가까이 있어도
멀기만 한 마음
내가 한걸음 다가가면
넌 한걸음 물러서지
좁힐 수 없는
너와 내 마음의 거리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가가면
네 마음과 가까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