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꽃의 향기와 함께 간만에 만난 뒷산의 초록세상

 

칡꽃

 

요즘 통 뒷산 산행도 동네 산책도 안했더니 주말을 보내고 몸이 무겁다.

한번 진하게 땀을 흘려줘야 몸이 가쁜할 듯 하고 뒷산 소식도 궁금하고 마음이 가만히 있질 못하여

매실차 한병 챙겨 들고 엠피엔 '신날새의 해금'음악을 틀어 귀에 꽂고는

팔다리가 무거워 스틱을 들고 뒷산으로 향했다.

 

준비를 하느라 왔다갔다 했더니 울집 여우같은 여시는 벌써 저도 데리고 나가라고 현관에서

꼬리를 흔들며 난리가 났다.하지만 지지배를 데리고가면 내가 힘들고 날도 더운데다

모기에 물리면 안되니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녀석 앙앙 거리며 난리,

그래도 어찌하랴 나도 몸이 무거운데..금방 갔다 올테니 집 잘보고 있으라고 하고는

뒷산으로 향하는데 아파트 옆 중학교 여학생들이 벌써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지

벌건 얼굴에 시끌벅적 난리다. 녀석들 체육시간에 가끔 이렇게 선생님과 함께 산을 오르는데

요즘 아이들은 체력이 받쳐주질 않으니 뒷산에서 헉헉...하긴 나도 헉헉...

 

 

원추리

 

 

뒷산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헉헉'

이런 저질체력 같으니라고... 한동안 뒷산에 오질 않았더니 더욱 저질체력이 되었다.

거기에 날이 더우니 땀은 벌써 흘러 내리고 햇빛알레르기 때문에 팔토시를 했더니만 덥다 더워..

 

뒷산 초입은 사람들이 땅을 일구어 너도나도 농작물을 심고 가꾸느라 텃밭처럼 되었다.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주말농장처럼 이것저것 심어 놓고 공간을 나누어 놓았다.

그 덕분에 산으로 향하는 길에 코스모스가 즐비하던 것이 대부분 뽑혀 나가서 얼마 없다..

그래도 개망초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피해 꽃동산을 이루었다.

 

칡꽃

 

 

 

노루발풀..꽃이 지고 씨가 맺히고 있다

 

그래도 산에 들어오니 공기가 다른 것이 느껴진다. 초록공기..

비가 내려서인지 습하면서도 흙냄새 나무냄새가 다르다. 이제 서서히 버섯이 활동할 때가

된 듯 하여 오르면서 버섯이 있나 하고 두리번 두리번 하느라 조금 쉬면서 오르는데도

땀이 줄줄..머리 속에서 얼굴에서 몸에서 그야말로 지난 시간동안 쌓여 있던 노폐물들이

모두 바끄로 나오듯 줄줄 흘러 내린다.

 

점심시간이 임박하여 산에는 많은 사람들 보다는 한 두 명씩 간간이 눈에 들어 온다.

일정하게 오시는 분들도 가끔 만나고 몸이 아파 운동을 오신 분들도 있고

여중생들이 한무리 내려가고 나니 조금 조용해졌다.

그래서일까 새소리가 온 산을 올리는 듯 하다. 초록바람과 초록공기 속에서 울리는 새소리,

참 좋다. 잠시 서서 새소리를 들어가며 땀을 식히고 호흡을 고르고...

 

 

 

 

 

정상부근을 오르는데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내가 잘못들었나 하고는 이어폰을 하나 빼고

들인 맞다,아이들소리..어디서 나나 하고 얼른 올라가 봤더니 유치원생들이 이곳에 올라왔다.

녀석들 더워서 머리는 땀에 젖어 얼굴에 붙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물을 먹으느라 분주하다..

 

난 정상에 잠시 숨을 고르고 밤나무아 복숭아나무 뽕나무를 구경했다.

오디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복숭아나무에 복숭아도 없고 밤나무에는 밤송이가 아주 작지만

밤송이임을 말해주고 있다. 반대편으로 가서 산딸기가 있나 보는데

고사리가 올라 온 것이 있어 두어개 꺾었다. 누가 풀을 깎았는지 그 위로 삐죽이 올라온 고사리,

고사리는 하나를 발견하면 그 주위에 몇 개 있다. 그렇게 하여 이곳에서 몇 개 꺾었다.

 

아이들 소리를 따라 내려갔는데 벌써 아이들이 없어졌다.

내려가는 길이 몇 갈래 그리고 다른 산으로 이어졌으니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암튼 시끄럽게 지지배배하던  유치원생들의 소리가 사라지고 나니

다시 산은 새들의 천국이 되었다. 그 속에서 흙냄새와 나무냄새를 폐부 깊숙이 마시며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향했다.

 

아카시재목버섯

 

 

 

사람들이 없으니 뒷산을 나 혼자 차지한 기분이 들어

괜히 혼자서 웃어 본다. 오솔길을 지나 소나무 숲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헉헉,힘들다.

저질체력에 날이 더우니 더욱 땀이 줄줄, 이 길의 끝에서 잠깐 쉬며 가져온 시원한 매실차를

벌컥벌컥 마셔 주었더니 살것같다. 오늘 내게 힘을 준 것은 시원한 매실차와 뒷산의 공기..

그리고 자연이다. 길을 통하여 바람이 불어 들어오듯 시원하여 잠시 서서 그렇게 바람을 맞고는

다시 온 길을 뒤돌아 나왔다.

 

 

우린 가끔 갈림길에서 망설인다.어디로 갈까...

 

 

 

칡꽃

 

에고 여전히 힘들다.그래도 땀을 흘리고나니 조금 살것 같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평지가 있으면 오솔길이 있고..

그렇게 오늘 내가 밟아야 할 길을 모두 걷기라도 한 듯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천근만근..

그래도 초록공기를 마셔야 좋다. 혼자 음악에 빠지고 초록빛 세상에 빠진듯

생각없이 걸어서 하산을 하려는데 묘지가 모여 있는 곳 가장자리에 무언가 움직임 포착,

그곳에서는 노루도 보았고 꿩도 몇 번 보았는데..앗  오늘은 꿩이다..숫꿩..

쳐다보다 카메라를 꺼내어 촞점을 맞추는데 녀석 유유히 숲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곤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듯 '꿩 꿩..끽끽..' 하며 소리를 낸다.

'따라 올테면 따라와봐..' 하는 듯 하여 잠시 서 있다가 녀석이 사라진 곳으로 조심조심

발길을 옮겨 보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다.

꿩은 머리만 숨는 버릇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숲에 들어가 보기도 그렇고..

그렇게 꿩을 볼까 하고 올라갔다가 '칡꽃'을 만나 칡꽃만 담아 왔다.

초록빛 꿩알이 집안에 들어오면 행운이라는데 오늘 꿩을 보았으니 행운이 오려나..

암튼 한시간여 힘들지만 그래도 땀을 흘리고 자연도 만나고 맑은 공기도 들이 마시고

좋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나오면 좋은데 시작인 한 발을 떼어 놓기가 참 어렵다..

뭐든 시작이 어렵지만 시작하고 나면 뭐든 이루어진다.

 

20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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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뒷산엔 으아리도 피고 오디가 익어 가고

 

 

 

 

 

집에서 보이는 뒷산은 밤꽃이 하얗다. 그리고 한쪽면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뒷산을 깎고 있다.그러면 안되는데..괜히 서운하고 안타깝고.. 그나마 이렇게라도 뒷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내가 얻는 것은 많다. 뒷산에서..

 

오늘은 옆지기도 모처럼 휴일을 맞아 직원들과 관악산 산행을 가고 나 혼자...

직원들과 가지 않으면 함께 산행가자고 했는데 빠질 수가 없단다...ㅜ

휴일을 뺐는것 같아 짜증을 내더니 그래도 준비하여 일찍 나간 옆지기에게 나도 뒷산에 갈거야..

해 놓았는데 집안일이 많다.. 다 미루고 뒷산에 아침 일찍 갈까 하닥 이불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집안일 하다보니 점심경이다.더운데... 그래도 맘을 먹었으니 가봐야지..

그리곤 뒷산으로 향하는데 정말 덥다. 사람이 없다. 혼자서 호젓하게 갈까 하다가

엠피 노래를 크게 틀어 주머니에 넣고 흥얼흥얼 시간을 즐기며 가기로 했다.

 

가시엉겅퀴

 

 

 

자리공

 

노루발풀

 

 

 

 

땅싸리꽃..?

 

 

 

 

개복숭아와 밤꽃

 

 

밤꽃과 오디

 

 

 오디..두어개 따먹었다...

 

고사리

 

숲은 우거지고 날은 덥고 사람은 없으니 작은 소리에도 뒤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점점 산에 익숙해지면 질수록 더 헤치고 들어가고 싶은 호기심..

그렇게 천천히 오르며 노루발풀꽃도 만나고 땅싸리도 만나고 엉겅퀴도 만나고...

 

산의 정상에는 밤나무와 개복숭아 나무가 있어 밤꽃과 개복숭아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줌마 한 분이 의자에 앉아 홀로 음악을 듣고 있다.방해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내 나름 산을 즐기며 밤꽃도 담고 개복숭아도 담고 그 옆으로 가면 뽕나무가 있어

오디도 담고 오이도 몇 개 따먹었다.이제 막 익어가고 있다.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었었는지

뽕나무 아래는 풀이 누워 있다. 발에 밝힌 풀들 사이로 뱀딸기가 빨갛게 익어 고개를 내민다.

 

그리곤 묘지가 있는 할미꽃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뭔가 눈에 들어온다.

오마나..고사리다. 이곳에 고사리가 있었나 하고 둘러보니 네개가 눈에 들어와 꺾었다.

그리고 보니 나무와 함께 고사리가 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고사리는 웃자라 있고

아마도 더 많은 씨를 날려 내년에는 더 많은 고사리를 올리겠지..

나의 눈에 뜨인 고사리는 정말 제수없는 고사리다..그래도 기분은 좋다.

 

 

 

으아리

 

 

 

 

 아카시아 꽃이 떨어져 하얗다

 

정상에서 내려 오는 길에 으아리를 만났다. 작으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또렷이 나타내는 하얀꽃..

그렇게 네잎 다섯잎의 꽃이 피어 있어 하산길을 외롭지 않다.

그리고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떨어져 길을 덮었다. 나무잎도 덮고 숲도 덮었다.

무척 많은 꽃들이 떨어져 오월의 그 찬란함을 말해주고 있다.

이 길은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아서 더욱 많은 꽃들이 떨어져 있는 듯 하다.

오월의 잔재를 확인하듯 유월에 담아 본다.

 

 

 

원추리

 

 

무슨 꽃인지..?

 

 

정상에만 오르고 하산해야지 했는데 어느새 가다보니 하산길을 접어 들어

오솔길도 지나고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곳까지 갔다 왔다. 그곳에서 물을 한모금 들이켜고는

시원하나 바람을 맞은 다음에 다시 턴하여 들어오던 길에 원추리꽃을 만났다.

가는 길엔 보지 못했는데 오는 길에 만났다. 이렇게 삶도 그렇고 모든 것이 뜻하지 않은 순간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보물과 같은 것을 만날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순간 내가 찾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하기엔 이르다.

 

 

 아가배와 산딸기

 

 

 인동초와 엉겅퀴

 

 

삐비와 나무의 꽃

 

 

 

 

개망초

 

 금계국

 

 

 

 

 

 오늘 산행에서 얻은 것이 많다. 오솔길을 돌아 오는 길에서 오늘 처음으로 '인동초'를 보았다.

그곳에 언제 있었나 하고 한참을 서서 생각을 하는데 내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듯..

그리고 날씨에 비해 힘들지 않게 산행을 했다는 것..정상만 오르고 하산해야지 했는데

여기 저기로 왔다 갔다 이 산 저 산을 옮겨 다니며 늘 다니던 코스를 모두 다녔다는 것..

그런데도 힘이 들지 않는다. 날이 더운데.. 아마도 새롭게 만나는 녀석들에게 기분이 좋았나보다.

오디도 따먹고 고사리도 보았고 인동초도 보았으니..

 

그리곤 개망초가 하얗게 피어 있는 길로 내려왔다. 정말 일부러 심은 것처럼 길 양옆으로

하얗게 피어 있는 개망초,계란후라이꽃... 그 사이로 노란 금계국이 바람에 흔들흔들..

이곳엔 금계국이 없었는데 몇 년 전인가 우리집에서 보이는 쪽인 중학교 뒷편에 한쪽 면이

노랗게 금계국이 피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귀화식물이면서 우리나라의 땅을 얼마나 잠식하고 있는

것인지 이곳까지 금계국이 퍼진 것인가 했는데 산을 오르는 곳에도 하나 둘 금계국이 보이더니

이젠 자리를 잡은듯 하다.풀이 있는 것보다 꽃이 피어 있으면 더욱 보기엔 좋겠지만

이런 식물들이 우리 땅을 차지한다는 것이 좀 그렇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이뻐서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리는 개망초와 금계국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나오면 이렇게 좋은데 이 길이 너무 멀다. 바로 아파트 뒷산인데 말이다.

가끔 이렇게 바람을 쐬고 마음에 자연의 변화를 담아 주면 정말 한동안 기분이 넘 좋다.

이 에너지가 얼마나 갈까...주말에도 한 번 더 오면 좋으련만...

 

20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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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비 내리는 그 속으로 여름이 잉태되고 있는 뒷산

 

 

 

 

 

지칭개

 

 

두시가 다 되어서 뒷산으로 나가는데 덥다. 여름이다. 여름이라고 해야 맞을 듯 한데

감기로 오한이 나기도 하고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아침마다 베란다 창을 열고 실외기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에 물을 주면서 뒷산을 보년

당장 달려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처럼 무언가 설레임이 불뚝 불뚝 솟아 오르지만

그렇다고 날마다 가는 것은 아니다.게으름이 먼저 나의 발목을 잡는 날이 더 많다.

올해는 책을 덜 읽고 뒷산에 산행을 다닌다고 해 놓고,저질체력을 보강하다고 해 놓고

늘 뒷전이다. 그래도 철마다 피는 꽃들이 보고 싶어,얼마 있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하여

아니 계절의 변화와 자연에 대한 내 설레임을 잠재우기 위하여 뒷산으로 향한다.천천히..

 

아카시아 꽃이 피었네... 했는데 아카시아가 지고 있다.그것도 우수수 우수수수수...

꽃비가 하얗게 떨어져 정말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서소..' 의 싯귀절처럼 사뿐히 밟고

가야만 하는 길이다. 바람이 한차례 불어 오기라도 하면 눈처럼 초록 숲에 하얗게 떨어져 내리는

아카시아 하얀꽃...그렇게 꼭은 떨어져 또 다시 낙화로 땅을 수 놓는다

내가 걷는 걸음 걸음마다....

 

 

 

 

 

 

 

 

아카시아 지는 그 밑에는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 있다.

찔레꽃 잎 위에는 떨어져 누운 아카시아 꽃들이 있다. 정말 대단하다...후두둑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너무 서둘러 오르지 않고 찔레꽃 향기도 맡아가며 숲의 냄새도 맡아가며 나무 냄새도 맡아가며

천천히 오르는데 땀이 줄줄 흘러 내린다.숲의 냄새가 바뀌었다.

지난번에는 아카시아향이 진했는데 이젠 떡갈나무와 참나무등 나무냄새와 나뭇잎냄새가 진하다.

참 좋다. 난 이런 냄새를 참 좋아한다. 특특하면서도 뭔가 흙냄새가 섞어나는 냄새...

그 속에서 꽃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아카시아 하얀 꽃들을 본다.

화무십일홍이라 하더니 정말 아카시아의 화려한 날은 너무도 짧다.

날이 덥고 가물어서일까 더 빨리 꽃이 지는 듯 하다. 황매화도 보면 꽃이 피고는

타죽듯이 그냥 시들어 버렸다. 애기똥풀은 여기저기 씨앗을 매달고 있고 산딸기도 꽃이 진자리에

열매가 잉태되고 있다. 숲의 생명이 무언가 바뀌어 가고 있다.

 

 

땅싸리와 노루발풀

 

 

노루발풀

 

 

은난초와 은방울꽃

 

지난번 산행에서 '은방울꽃'을 보고 갔어야 했는데 깜빡했다..

오늘은 은난초와 은방울꽃을 찾아 보았더니 지난번 활짝 피고 있던 은난초도 이젠 지고 있고

은방울꽃도 서서히 지고 있다. 아쉽다... 아까비...

이 산에 은방울꽃 군락지가 있었는데 개발되면서 모두 없어졌다. 이젠 여기 저기

조금씩 나고 있는 것들을 찾아다녀야 한다. 군란지에서는 누군가 정원에 심기 위하여

무더기로 캐가기도 했었는데..사람들은 은방울꽃 잎이 둥굴레인줄 알고 많이 뽑아 놓는다.

약간 비슷하지만 다르다. 뭐 산에 가면 비슷비슷한 잎들이 많지만 말이다.

 

노루발풀도 하나 둘 이젠 탱글탱글하게 꽃몽오리가 보인다.

하루 이틀이면 필 듯 한데 저녀석 보러 또 와야 할텐데 날마다 올 수 있으려는지..

아니 이젠 아침 일찍 와야 하는데 늘 잠을 새벽에 자기 때문에 아침엔 힘들다.

아니 일어나는데 산에 오기가 싫다.그러다 망설이다 급하게 오는게 태반이다.

이 게으름..남들은 아침에 일찍 일찍 오는데..더울 때 올게 뭐람...

 

 

 

 

 

조금 있으면 밤꽃 피겠다

 

복숭아

 

오디

 

산딸기

 

 

무엇이든 처음 시작이 정말 힘들다. 하지만 시작만 하면 탄력을 받아 쉽다.

산에 오는 것이 힘들었는데 집을 벗어나 나오고 오르다보니 금방 정상이다.

이건 뭐 산도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높이다.하지만 그래도 힘들다. 땀은 줄줄 볼 것은 다봐야하고..

남들은 뛰듯 올라가도 난 여기에 뭐가 있을까 하고 들어가 찾아보고 기웃거리고 하다보면

다른 사람보다 배는 더 힘들게 산을 오른다.

 

정상에 아카시아 나무가 빙 둘러 있는데 하얗게 떨어져 내렸다.

아니 그곳에 서 있으니 눈이 내리듯 아카시아 꽃이 떨어져 내린다. 향은 이제 많이 달아났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일까 시계가 참 좋다. 멀리 보이는 산을 향해 맑은 공기를 한번 들이 마시고

주위를 들러보니 밤나무에는 밤꽃이 피려고 하고 복숭아 나무엔 열매가 올망종말 커가고 있다.

뽕나무에도 오디가 점점 단단해져 가고 있고 꽃이 진 산딸기에도 탱탱한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있다. 꽃이 진다는 것은 어쩌면 슬픈 일인데 이렇게 또 행복한 결실이 기다리고 있다.

 

 

 

 

 

 

인생도 오르막은 힘들다. 하지만 내리막은 쉽다.산행 또한 오르막은 땀을 줄줄 흘렸는데

내리막길은 금방이다. 숲이 이젠 우거져서 무서움이 더하다. 이곳에서 노루를 몇 번 보았기에

경계를 하며 내려가는데 그러지 않아도 지난번 노루를 만났던 비슷한 곳에서

'바사사사삭...부시시시식..' 하는 노루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가던 길을 멈추어 가만히 서서 소리를 들어 보았다.내가 멈추며 멈추고 내가 걸으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다음엔 스틱을 가지고 와야할 듯 하다.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이젠 우겨져서 보이지 않는다. 꿩 또한 근처에 있는지

'꿩꿩...꿩꿩 꿩꿩..' 하며 계속 소리낸다. 초록의 숲에 녀석이 빗금을 긋는 듯 하다.

 

 

 

고사리

 

 

 

 누구냐 너....? 이녀석 지난번 읽은 <기상천외한 곤충 학교>에 나온 녀석이다.ㅋㅋ

 

 

 

오솔길을 지나 소나무 숲에는 들어가지 말아야지 했는데 들어갔다.

숲은 우거지고 날은 더우니 헉헉 숨이 막힌다. 물이 급하지만 참는다.

소나무 숲길에는 때죽나무가 있다. 그런데 지나며 보니 때죽나무에 꽃이 하나도 없다.

왜 일까... 지난해에도 보고 몇 번 보았는데 올해는 꽃망울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개발에 의한 변화일까..

 

그렇게 들어간 소나무숲을 빠른 걸음으로 벗어나 숲의 입구로 오는데

오솔길에서 아카시아 꽃비가 내린다. 서서 바라본다. 혼자서...

바람이 지나고 있나보다. 나뭇잎도 떨어지고 나뭇가지도 떨어지고 아카시아 꽃도 눈처럼 떨어져

내린다. 아카시아 꽃잔해가 융단처럼 깔린 길을 걸어 숲 입구에 도착하여

메밀차를 맘껏 마셨다. 가슴속이 다 시원하다. 초록이 물들은 것만 같다.

그렇게 메밀차로 시원함을 충전하고 나오는데 딱정벌레과 한마리가 바쁘게 가고 있다.

주저 앉아서 또 지켜본다.내가 멈추니 녀석도 나뭇잎 뒤에 숨어서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이녀석 교란작전을 쓰나보다. 나뭇잎을 살짝 치우니 얼른 움직이다 바로 멈춘다...

그렇게 녀석과 잠깐의 데이트를 마치고 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그 길을 따라 숲을 벗어났다.

 

 

 

때죽나무 꽃

 

매실

 

뒷산을 벗어나 아파트에 들어서서 그냥 집으로 향하지 않고

아파트 화단 산책길을 따라 한바퀴 돌았다.아니 산에서 보지 못한 때죽나무꽃을 보기

위하여 때죽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때죽나무꽃이 하얗게 피었다. 활짝..

그리고 매화나무에는 매실이 영글어 가고 있다.

그렇게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몸도 마음도 가볍다. 내일도 가야 하는데 갈까...

 

201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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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5-1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란님, 사진들 꽃과 숲길과 곤충 한 마리까지 모두모두 너무 좋아 한참 들여다봤어요.
뒷산이든 어느 산이든 산 오르는 것 잘 안 하지만 한다해도 서란님처럼 이렇게나
꽃과 나무 하나하나에 눈 주고 이름 불러주고 그러질 못할 거에요, 전.^^ 참 좋으네요.
은방울꽃과 때죽나무꽃도 예쁘고 초록매실이 싱그러워요.
그러고보니 재작년 5월 이맘 때 아는 선생님 정원에서 매실을 한 가득 땄던 기억이 나요.

서란 2012-05-18 22:05   좋아요 0 | URL
제가 산을 잘 오르진 못하는데 이런것 구경하는 것은 잘해요..저랑 가면 옆지기가 산행이 즐겁고 배울것이 많다고 하면서도 알려주면 금방 까먹곤 한답니다..제 옆지기는 산을 그냥 후다닥 올랐다가 내려오는 성격이었는데 저랑 다니고 많이 바뀌었어요.. 자꾸 물어보기도 하고.. 저도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모르면 자꾸 책 찾아 보고 배우려고 했더니 산행이 더 재밌어요.. 철마다 다 다른 모습이거든요..매실 정말 이쁘죠... 연두구슬 같아요..조금 있으면 따겠죠~ㅋㅋ
 

뒷산에 아카시아가 활짝 은난초도 활짝

 

은난초

 

 

유채..씨가 맺혔다

 

 

애기똥풀

 

 

어제부터 집안에 아카시아 향기가 솔솔,바로 아파트 뒷산에 아카시아가 활짝 핀 것이다.

오월이면 산이 바로 곁에 있으니 찔레꽃 향기와 아카시아 향기로 집안이 넘쳐난다.

그러면 난 산에 가고 싶은 마음에 흔들흔들,어제도 그렇게 하여 산에 갈까 했는데 감기기운,

오늘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닌데 택배도 가지러 내려가야 하고 이런 감기에 주저 앉을 수 없지

준비하고 나가려는데 여시가 난리났다. 집에 있기 싫은지 제가 먼저 나선다.

-여시야,너도 엄마 쫒아서 뒷산에 갈래..목줄 하고 가야지..

했더니만 소파위로 얼른 뛰어 올라가 앉는다.그게 목줄하라는 것이다.

목줄 해 놓고 가지고 나갈 재활용쓰레기 챙기고는 나가면서 따라오라고 했더니

여시가 안온다. 낑낑 거리며..왜 그런가 하고 다시 들어가 봤더니 목줄이 식탁에 걸렸다..ㅋㅋ

 

여시 지지배를 데리고 나가면 내가 고생이다. 파리나 벌레들이 물지 않게 쫒아 줘야하고

조금만 걸으면 힘들어 하니 내가 안고 다녀야 한다. 그러니 팔이 떨어져 나간다.

그래도 지지배가 나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간다. 분리수거 버리고 여시를 안고

뒷산으로 향한다. 계단을 올라 내려 놓았더니 좋아서 난리다. 여기저기 킁킁 킁킁..

갈 생각도 않고 흙냄새도 맡고 풀냄새도 맡고..오줌도 누고...아고 언제가겠다는 것인지..

산은 벌써 초입부터 아카시아 향으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정말 활짝 피었다.

금세 또 하얗게 떨어져 내리것만 같다.

 

 

 

 

 

아카시아

 

뒷산은 온통 초록과 아카시아 향이 뒤덮었다. 아카시아 향에 온 산이 흔들리는 듯 하다.

아파트 바로 옆 학교의 아이들이 요즘은 체육시간에 뒷산을 오른다.오늘도 녀석들이 올라와서

산은 아이들 소리로 시끄럽다. 마구 뛰어 다니며 떠드는 녀석들, 울 여시도 덩달아 '멍멍 멍멍'

그러다 녀석들이 여시를 보았다. '이렇게 작은 강아지도 산을 잘 오르는데 난 왜 그리 힘들까..'

'이거 강아지 아냐..11살 할매야 할매..' '어쩐지요..강아지가 짱짱해요..다리도 튼튼한것 같고..'

바로 수정하며 여시가 산을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아이들, 억지로 산에 오르라 하니 힘들지..

즐겨야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게 안된다. 무엇이든 어른들의 강압에 의해 움직인다.

 

아카시아 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정말 좋다. 저녁에 아카시아 꽃전을 해 먹으려고

작은 봉지 하나 가지고 왔는데 도통 낮은 곳에 있는 꽃이 없다. 모두 높이 있는 나무에 있어서

꽃을 딸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아카시아 향 속에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 좋다.

 

 

 

 

노루발풀..

 

 

 

 

여시가 오르막을 조금 오르더니 힘든가보다.왜 아니겠는가 11살 할매인데..

거기에 이것저것 참견하며 오르려고 해서 더 늦기도 하지만 심장이 좋지 않으니 안고 가야 한다.

나도 힘든데 지지배를 안고 가야 하니 에고..더 힘들다. 혼자 올 것을..

힘들어도 좋아서 난리피는 지지배를 가끔 이렇게 한번씩 데리고 나와야 나도 좋긴 한데

오늘은 서로 힘들다. 그래도 기운내서 씩씩하게 오르다보니 정상에 가까워졌다.

각시붓꽃은 이제 보이지 않고 '은난초'를 찾아야 한다.

찔레꽃도 간간이 보이기도 하고 아카시아 향 때문에 찔레꽃이 피었는지는 보이지도 않는다.

 

 

 

 

은난초

 

 

정상 밑에 부분에서 드디어 '은난초' 발견, 와우 오늘 산에 온 보람이 있다.

다 진것을 보는 것도 아니고 이제 막 피는 것을 보게 되었다.이게 왠 횡재인지..

얼른 그 모습을 담고 또 담고..그렇게 여시를 안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옆에는 지난해 피어서 씨를 맺고 있는 것 옆에 있는 은난초가 보인다. 혹시나 씨가 들었나 하고는

따서 보는데 하산을 하던 아줌마 한분이 웃으며 물으신다.뭐냐고..

-아,이게 은난초라는 야생화인데 지금만 볼 수 있는 아주 이쁜 꽃이에요.. 씨가 맺혀서

한번 있나 보고 가져다 심어볼까 하고요..

그리곤 아줌마에게도 반을 나누어 드렸는데 받으시다가 나를 주신다.그래서 모두 비벼서

산에 뿌렸다.그런데 씨가 없는 듯.. 아줌마는 내가 은난초를 알려 주었더니

-아이고 저기도 있네..지기도 있고..귀한 꽃이 피었네.

하시면서 잠깐 멈추어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고맙다고 하시고는 내려가신다.

내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그게 풀인지알지 꽃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고맙다니..

 

 

 찔레꽃

 

은난초를 만나고 올라가는데 눈을 돌려보니 찔레꽃이 피었다.

아카시아 필 때 찔레꽃이 피는데 올라오며 보니 아직이던데 정상부분에는 모두 다 피었다.

아카시아 향에 찔레꽃향이 묻혔지만 정말 좋다.

 

 

 

 

 

오디..(뽕나무 열매)

 

층층나무

 

 

은난초

 

 

정상에는 완전히 아카시아 나무라 정말 아카시아 향기속을 갇혀 있는 느낌이다.

비가 오려고 하는지 점점 흐려지고 후텁지근 해져서 여시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비를 맞으면

안되엇 서둘렀다.그래도 한바퀴 돌다보니 뽕나무에 오디도 많이 컸고

층층나무에 하얗게 눈이 온 듯 하다. 멀리 할미꽃은 하얗게 머리를 풀어 헤친 듯한 풍경...

잠시 여시와 아카시아 향을 맡다가 내려 서둘러 내려 가는데 여기 또한 은난초가 많다.

군락을 이룬 듯 한데 며칠 산에 온다면 은난초를 만날 듯 하다.

 

 내려가는 길에는 그냥 산을 즐기며 사진은 멀리 하면서 내려갔다.

고사리가 있는 곳도 있는데 가면서 보니 이젠 다 폈다. 두어개 보았던 곳인데

지나며 보니 많다.군락지인듯 하다. 무엇이든 한번 보고 나면 그곳을 다시 보게되고

하나를 찾으면 주위에서 여러 개를 찾을 수 있다. 살피며 찾으려 해야지 찾지

그냥 길만 따라 간다면 산에 나무만 있고 길만 따라 갔다 왔다는 것밖에...

 

 

 

 

 

잠깐 이렇게 산에 나오면 정말 좋은데 점점 우거지면 무서운 것이 또한 산이다.

조용하다가도 꿩이 갑자기 '꿩 꿩..꿩꿩..' 하면 시끄럽고 무섭고..

그리고 길이 여러 갈래라 여기 저기서 올라오는 사람들..

혼자 다니다가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오늘도 몇 번..다행히 주의 아파트 사람들.

그리고 여시가 있으니 무슨 소리가 나면 '멍멍 멍멍 멍멍..'

작은 것이 마치 이 산에서는 주인이라도 되듯 크게 짖는다.지지배...

 

아카시아 꽃도 한번 꽃전을 부쳐 먹을 만큼 따고 여시도 함께 와서 바람 쐬고

나 또한 은난초에 아카시아 찔레꽃 산딸기... 이런 저런 꽃도 보고 아카시아 향기도 맡고

정말 바람 한번 잘 쐬고 들어간다.아카시아 향을 담고 가니 한동안은 흔들림없이

오월을 또 달려갈 수 있을 듯 하다. 담주에도 몇 번은 산에 와야 할 듯 하다.

 

201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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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5-1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꿩 하나도 안 무서워요.갑자기 푸드득 하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던걸요.운좋으면 장끼의 화려한 깃털을 주울 수도 있고요.

서란 2012-05-12 01:04   좋아요 0 | URL
저도 꿩을 만나면 정말 기분 좋은데 갑자기 조용한 산에서 '꿩 꿩' 하고 울면
제가 깜짝 깜짝 잘 놀라거든요..ㅋㅋ 괜히 뒤돌아보게 되고..
산에 가서 몇 번 꿩을 만났답니다.. 앞에서 아장아장 걸어가는 것도 보고..
 

초록빛 세상속 서운산 야생화 산행

 

봄구슬붕이

 

 

 

 

 청룡사 일주문

 

오늘은 5월1일,근로자의 날이다. 그런고로 근로자인 옆지기가 쉬는 날이다.

쉬는 날에 어디를 갈까 미리 이야기를 했는데 난 단연 '산행'을 가자하고 옆지기는 둘다 무릎이

아프니 산행보다는 그냥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하는게 좋을 듯 하다고 했지만

난 기필코 무슨 일이 있어도 산행을 해야 한다고,야생화도 보고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취하러 가자고 했다. 봄이라 나물도 많이 나니 산행 후에 나물과 도토리묵가루를 사오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옆지기가 핸펀을 스마트폰으로 다시 했는데 오전에 배송이란다.

그걸 받고 가겠다는 옆지기,기다리기엔 너무 늦다고 그냥 가자고 하면서도 어찌하다보니

늦어져서 산은 오르는 곳까지만 갔다가 오기도 했다.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늦은 출발에 평일이라 사람들이 적을줄 알았는데 근로자의 날이라 단체산행객들이 많다.

일찍 와서 하산을 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오르는 사람들도 많고 도시락을 싸와서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계곡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 사람들도 있고...

우린 야생화 구경하며 푸르른 봄을 구경하며 천천히 올랐다.

 

 

멍석딸기(줄딸기)와 애기똥풀

 

 

애기나리와 양지꽃

 

 

제비꽃과 졸방제비꽃

 

 

 

 

봄구슬붕이

 

 

삿갓나물

 

 

쇠별꽃(개별꽃)과 선밀나물

 

 

각시붓꽃과 금붓꽃

 

 

괭이눈과 참꽃마리

 

 

미나리냉이와 족도리풀꽃

 

 

바위에서 잘 자라는 말발도리와 병꽃

 

 

벌깨덩굴과 현호색

 

 

풀솜대와 앵초

 

 

 우산나물과 으름꽃

 

조팝나무

 

 

지금은 한창 야생화가 피는 계절이다. 정말 눈에 어릿어릿하는 야행화들의 그 고은 자태,

그렇게 생각을 하며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와 초록빛 아니 연두빛 나무잎에 취해 올라고 있다보니

그야말로 지천에 꽃들이다. 남산제비꽃은 지고 잎만 남아 있고 병꽃도 많이 피었고

다른 나무들을 의지하여 올라가는 '으름나무'에도 꽃송이가 몽글몽글, 터진 것들도 눈에 보인다.

 

무엇이 피어 있을까 하고 지나치다 '봄구슬붕이'를 만났다. 뒷산에서도 찾아 보았지만

올해는 만나지 못했던 작은 보라색 꽃인데 있다. '와우~~' 큰소리를 지르며 무슨 보물이라도

찾은 듯 얼른 달려 들어 사진을 찍는데 옆지기도 가만히 들여다 보더니 이쁘다고 한다.

정말 이런 꽃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찾을수가 없다.

그냥 길만 따라 걷어가면 이런 보물과 같은 존재들을 찾을수도 만날수도 없는 것이다.

 

봄구슬붕이를 만나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다. 그러다 몇 걸음 옮기다가 '각시붓꽃'을 발견했다.

'와우..각시붓꽃이다.. 이건 정말 횡재나 마찬가지야..' 하고는 또 녀석에게 취해 찍고 있는데

옆지기도 옆에서 감상을 한다. 산에오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봄꽃들...

길에는 노란 애기똥풀이 지천이고 멍석딸기도 정말 많이 피었다. 줄줄이 핀 꽃에 벌과 나비가

날아 든다.노란 나비를 꽃과 잡으려 하면 날아가고 또 날아가고... 그러다 지쳐 그냥 갔다.

 

봄비가 내리고나서일까 산의 푸르름은 정말 진하다. 산에 오지 않았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는 듯 하다. 거기에 계곡 물소리는 얼마나 좋은지.. 산행후에

탁족을 하려고 수건도 가져왔다.오늘은 아침을 늦게 먹고 와서 먹을 것을 챙기지 않았다.

물만 둘이서 챙기고 산행 후에 그냥 추어탕을 사먹기로 했다.산행도 얼마나 할지 모르고...

 

 

 

 

 

 

 

 

 

 

 서어나무와 산진달래

 

 

옆지기와 이런 산행을 정말 얼마만에 하는 것인지..이곳 또한 너무 오래간만에 오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동안 오르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올라가기로 했다. 이 길 또한 몇 번 올랐던 기억이 있는데

힘들다.그래도 야생화가 더 많은 듯 하니 이 길로 올라가기로 한다.

 

바람소리 새소리를 벗하며 오르다보니 땀이 줄줄,숲속 작은 옹달샘에서 시원한 물을 한바가지

떠서 옆지기와 나누어 마시고 야생화도 두루두루 구경을 하고 사진에 담고..

남들은 오르고 내리는게 목적이라면 우린 나무와 새와 야생화를 속속들이 구경하며 오르는게

목적이라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산의 초입에서 말을 걸던 아저씨는 우리가 정상

근처에 겨우 다다랐을 때 정상을 둘러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렴 어때..

남보다 더 많은 구경을 하는데..

 

이 길은 한나무가 연리지가 된 희한한 나무도 있고 길이 흙길이라 미끄럽기도 하고

생각보다 야생화를 많이 봐서 일까 힘은 들었지만 기분좋게 올랐다. 힘든 길일수록 옆지기와

더 많이 손을 잡아 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참 좋다.

이 길을 오르며 힘들었던 지난 이야기들을 하며 야생화도 찾고 연두빛 세상도 구경하고

시원한 바람도 잠시 멈추어 서서 몸에 감기게 해 보기도 하고..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굴참나무의

표피도 만져 보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올랐다.

우리의 오늘 목표는 정상이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힘들어도 이 길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인생 또한 이와 마찬가기라는 것을 알기에 힘들 때 서로의 손을 잡아줄수 있다는 것이

아니 오늘 이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하면서 힘들어도 힘들어도 오른다.

겨우 547m에 헉헉 거리다니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산 앞에서는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 자연 앞에서는 자만하지 말고 늘 나 자신을 낮추고 진정한 자신을 볼줄 알아야 한다.

힘들면 잠시 나무에 기대어 서서 쉬었다 가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헉허거리며 오르다 보니 헬기장을 지나서 정상이다.

사람들의 생기 있는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을 보니 정상이 가깝다. 없는 힘도 난다.

 

늦은 아침으로 인해 점심도 거르고 나 때문에 천천히 올라서 밥 때도 지났고

정상에서 옥수수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내려 가기로 했다.

어쩌면 그 맛에 산에 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오늘이 평일이라 막걸리 파는 사람이 있을까

햇는데 있다. 발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정상에서 평택이며 멀리 보이는 곳까지 구경을 하고는

옥수수 막걸리에 안주로는 마늘쫑에 멸치로 입맛을 돋우고는 정상에서 다시 은적암길로

하산하기로 했다. 인생길도 그렇지만 산행길도 하산길은 무척 쉽고 금방 내려올 수 있지만

오르는 것은 힘들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금방 숨이 넘어갈 듯 해도 오르다보면

희열을 느낄 수 있고 보람이 있는 산행,하지만 둘다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로 참 멀리 했다.

난 뒷산을 몇 번 오르긴 했지만 정말 멀리하며 살았는데 간만에 온 산행은 정말 좋다.

야생화도 많이 만나고 정상에서 옥수수 막걸리도 마셨으니 말이다. 이젠 그 기운으로 하산이다.

 

 

 

 

 

 

 

 

헬기장에서 내려다 보는 청룡저수지는 정말 청룡 한마리 날아 오를 것처럼 초록빛이다.

산도 저수지 물도 완전히 푸른빛이다. 산의 골마다 푸른빛이 다르고 그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그렇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저 밑까지 한달음에 갈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긴 시간동안 힘들었지만 도돌이표처럼 처음으로 되돌아 오는 그 끝지점에서 탁족을 했다.

하루종일 고생한 발을 양말을 벗고 계곡물에 담그는 찰나,정말 차가운 물 때문에

땀이 쏘옥 들어가고 피로가 한번에 싹 가신 듯 말끔해졌다. 계곡물이 정말 차가웠다.

옆지기와 난 발을 제대로 담그지도 못하고 세수와 발에 살짝 살짝 물을 묻히는 정도로,

살짝 담갔다가 빼는 정도로만 탁족을 했는데 후끈후끈하던 열기도 가라앉고 정말 좋았다.

 

산에 와서 다람쥐를 보지 못하면 그날은 기분이 좋지 않은데 오늘은 다람쥐를 세마리나 보았다.

산에서 한마리 청룡사 절에서 한마리 절 밖에서 한마리.. 정말 귀여운 녀석들이다.

그리고 각시붓꽃만 보나 했는데 하산 길에 '금붓꽃'도 보아서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다래순을 조금 땄다. 한줌 맛만 보려고 딴 다래순,

다른 분들은 봉지봉지 나물을 많이 뜯었는지 넘쳐나서 지나는 분들마다 물어서 잘 가르쳐주지 않는다.

우린 나물에 대하여 잘 모르고 괜히 모르고 먹어서 고생 하느니 그냥 야생화 구경이나

실컷 하자고 하면서 꽃향기 바람소리 새소리 그리고 봄의 그 시간속에서 훔뻑 물들어 있었던

그 시간이 좋아서 힘든 것도 잊고 하루종일 산을 헤매인 듯 하다.

 

남들은 두어시간이면 족할 산을 네시간여에 걸쳐서 구경을 하고 산행을 했다.

오늘은 정말 오래간만에 야생화 구경이라 찬찬히 들러봤다. 정말 배부른 봄의 시간을 누린 듯 하다.

옆지기는 옆에서 때를 놓쳐 배가 고프다고,나하고는 산행하지 말아야 한다며 투덜투덜..

그래도 왜 난 배가 부른지... '철마다 한번씩은 꼭 와야해..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했더니만

그가 이젠 한달에 한번은 오자고 한다. 이렇게 쉬엄쉬엄 다니면 되지 욕심 부리지 않고..

인생 또한 욕심 부려서 될 일이 없다. 산행 또한 마찬가지다. 내 몸에 맞게 그렇게 천천히

오르고 내리고 그리고 자연과 함께 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몇 시간에 올라갔다 내려왔다가

중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담고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끼고 왔는지가 중한 것이다.

힘들어도 정말 행복한 시간들,빛 바래지 않고 담겨 있을 봄의 풋풋한 초록이 정말 좋다.

 

하산 하고는 청룡사 절을 한바퀴 돌았다. 대웅전은 지금 보수공사 중인데

대웅전 앞의 계단이 대웅전과는 맡지 않게 바뀌어 있고 대웅전과 그외 주변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절 주변이 많이 변했다. 그런 것이 싫은데..너무 세속의 때를 타고 있는 듯 하여

그런것이 싫었는데 청룡사는 그런 것이 덜하다 느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여러모로 변모하려고 하는 그 움직임이 싫어 한바퀴 돌고는 휑하니 나와 절 입구 마을 할머니들이

벌인 난장에서 도토리묵가루와 나무두릅을 샀다. 그리고 오는 길에 어죽을 먹고 들어왔다.

탁족을 해서인지 피곤함은 가셨지만 오래간만에 산행이라 몸이 힘들다.

그래도 갖가지 야생화들과 함께 하여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20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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