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서 봄을 담고 봄을 캐다

 

 

개불알꽃(봄까치꽃)

 

 

 

 

산벚꽃

 

 

어제 뒷산에 가려다가 여시가 아픈 듯 하여 마음만 가득하고 가질 못했다.

오늘 아침,날이 흐리다. 그러니 또 가기가 싫은데 마음 한가득 뒷산에 가서 쑥을 뜯어다

'쑥전'을 해먹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니 통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침 댓바람부터 택배가 오고 책을 가져온 우00택배 아저씨,'책을 많이 읽으시나봐요.늘 책이에요.'

하시며 웃으시며 가신다. 울집이 늘 첫번째인지 아홉시도 되기전에 오신다.

유독 이 아저씨만... 아줌마티 다나게 부수수한 모습으로 택배를 받아 들고 들어 오는데

택배가 있다는 문자가 계속,그런다고 뒷산을 미루기가 그렇다.

 

주섬주섬 뒷산에 쑥을 뜯으러 갈 채비를 한다.비닐봉지도 챙기고 칼도 챙기도 메밀차도

그리고 엠피와 디카도 챙겨 가방에 넣는데 어제부터 제정신이 돌아온 여시는 난리다.

엄마만 밖에 나간다고 저도 데리고 가달라고 꼬리를 흔들며 뱅글뱅글..그래도 안돼..안돼...

 

 

양지엔 양지꽃이 소담스럽게 피었다

 

진달래는 서서히 지고 있고

 

 

 

 

유채꽃

 

 

산의 초입에는 사유지를 개간하여 농작물을 심는 밭이 조성이 되었다.그러면 안되는데

그래도 땅을 놀리기 보다는 무엇 하나라도 심으려는 농심이 밭을 일구어 놓았고

오늘도 소일거리로 할머니 한 분이 말뚝을 박고 있다. 허리도 못 펴시면서 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

꼭 친정엄마를 보는 듯 하다. 울엄니도 밭에서 그렇게 일을 하고 계실텐데...

 

진달래는 이제 서서히 지고 있고 산벚꽃이 이쁘게 피었다.

주말에도 피지 않았더니 이젠 꽃이 지고 있고 초록 잎을 달고 있다.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밭에 쑥이 있어 그곳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쑥을 뜯는데

산을 오르고 내려가시는 분들이 쳐다본다. 아구구..그런데 내 무릎이야...

오른쪽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은데 칼질 몇 번에 일어났다 앉았다..

그래도 한번 전을 해 먹을 만큼은 뜯어야 하기에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뜯는데 좋다.

봄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그것도 요맘때... 정말 한 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쑥 뜯는것 보다 쑥전을 먹을 생각에 더 행복하다.

 

 

 

 

 

 

 

 

 

하루 하루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체된 듯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뭇가지에 색이 살짝 입혀졌다. 연두빛도 아닌 초록빛도 아닌 갈색과 연두빛을 섞은 듯한

색들이 가지마다 물들어 있다. 그 가지에서 새들 또한 분주하다. 나뭇잎을 뒤져기며 먹이를 찾다가

나뭇가지에 올라 지저귀기도 하고 정말 산새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힘이 솟는 듯 하다.

 

쑥들 뜯어서 산을 오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쉬엄쉬엄 오르기로 했다.

아니 정상까지만 가려고 했는데 가다보니 그게 아니다. 쑥은 쑥이고 산행은 산행이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빨리 오르고 내리는 것도 아니니 내 방식대로 산을 즐기며 간다.

 

 

 

 

 

 

할미꽃

 

 

정상에서 내려가 할미꽃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돌보지 않는 산소... 그래도 어김없이 할미꽃은 피고 꿀꽃도 피고

제비꽃도 피었다. 쑥을 뜯느라 칼을 가져갔기에 할미꽃이 너무 많아 하나 있는 것으로

캐볼까 했는데 단단하다. 그렇게 단단하게 땅속에 뿌리를 감추고 있어서 이쁜 꽃을 피웠나보다.

그냥 이곳에 와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더 담을까 하다가 을시년스런 풍경을 보니

괜히 마음이 짜안해서 그곳을 벗어났다.

 

 

 

 

 

 양지꽃과 곤충....?

 

 

내려가는 길에 양지꽃이 한무더기 노랗게 피어 있다.

그 앞에 잠시 내 발길을 붙잡는 작은 녀석...

날개를 파닥이며 정지비행을 하듯 양지꽃에 빨대처럼 생긴 대롱을 꽂고는 꽃과 조우하고 있는 녀석..

이 녀석을 따라 한참을 서서 벌서듯 나 또한 녀석을 잡고 있는데

'마음 울적한 날에~~~' 내 폰이 올린다. 이 소리는 친구 전화인데...

하며 받아보니 옆동네 친구,울집 앞을 지나다 전화 했다고.. 산에 있다니 내려와서 얼굴좀

보잖다. 난 쑥도 뜯고 산행도 더해야 한다고 했더니 쑥이 더 중요하다며 삐졌다.

이 풍경을 뒤로하고 어찌 그냥 내려가나.. 봄은 지금 아니면 아니 지금의 봄은 이 순간만

담을 수 있는데...오늘은 나도 큰맘먹고 올라 왔으니 안돼....

그리곤 좀더 양지꽃과 녀석과 봄놀이를 하는데 산행하시는 아줌마가 날 이상하게 보셨는지

한참 쳐다보며 지나가신다. 아마도 양지꽃과 이녀석을 못 보신듯...

봄은 이렇게 몸과 눈높이를 낮추어야 더 잘보일 때가 있다.

 

 

 

 

 

 

바람불면 '훨훨..' 날아가 버릴 여리디 여린 꽃잎이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봄이 흔들린다. 살짝... 꽃이 피어 있어 가사나무를 헤집고 꽃이 핀 곳으로 가는데

낙엽 밟는 소리가 너무 좋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누군가 한번도 밟지 않은 듯한 낙엽을 밟으며 봄을 보고 봄을 담고 있다.

파릇파릇 돋아난 여리디 여린 새순도 이쁘고 갸냘픈 꽃잎도 이쁘고 봄은 정말 이쁘다.

 

 

 

 

 

큰나무 밑에서 동거를 하고 있는 현호색..

다방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며 성냥개비를 쌓아 올리던 그런 때가 있었는데

그 모양처럼 꽃을 하나 둘 셋 넷 얼기설기 잘도 탑을 쌓아 올렸다.

폭격기 같기도 하고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어린새 같기도 한 현호색...

봄이라고 그래도 잊지 않고 피었다.

 

 

 

 

 

 

 

 

아가배나무에 꽃몽오리 살짝 올라와 있고 조팝은 이제 서서히 피고 있다.

황매화도 노랗게 꽃몽오리를 달고 있는 것이 하루 이틀이면 필 듯 하다.

연결된 산을 갈까 하다가 그만 두고 돌아선다. 산벚꽃을 보며 천천히 오솔길을 지나

나오는데 꿀꽃이 이쁘게 피어 있다. 저걸 담을까 말까 하다가 올라갔다.

그곳은 묘지가 많은 곳이다. 산을 허물며 묘지를 이장하여 한 곳에 둔 곳으로

잔디가 심어져 있어서 그런가 제비꽃도 꿀꽃도 많다.

그곳에 천천히 올라 꿀꽃을 담으러 갔다.

 

 

고사리와 꿀꽃

 

 

괭이밥

 

 

꿀꽃(조개나물)을 담으려고 올라 갔는데 그곳엔 가세씀바귀가 있다.

작년에도 보았던 곳인데 뜯을까 말까 몇 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꿀꽃을 담고는

쪼르려 앉아서 가세씀바귀를 뜯었다. 씀바귀의 종류이지만 잎이 길어서 이곳 사투리인지

어려서부터 '가세씀바귀'라고 하니 입에 굳어졌다.

이것이 그냥 씀바귀 보다는 덜 쓰고 맛있다.어디에 많은지 아는데 잘 가지지 않는다.

혼자 가기엔 조금 으쓱한 감이 있어서..그런데 이곳에도 있다. 어디든 있겠지만...

 

쑥 한줌 뜯은 봉지에 그냥 가세씀바귀를 뜯어서 담았다. 그것도 참 재미있다.

어릴 때는 나물 캐는 것은 동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는데...모두 지난 얘기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누구보다 잘 보고 다닌다.

그렇게 보다가 '고사리'를 봤다. 2개...'너 고사리니~~~?' '앗싸..' 하면서 꺾어주셨다.

그리곤 가세씀바귀를 뜯고 있는데 뒤에 있는 산의 윗부분에서 뭔가 부시럭 부시럭하는

큰소리가 난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도 없고 뭔가 심하게 움직이는 소리다.

뭘까 하고 일어나 휘둘러 보는데 '아고고...글쎄 노루다'

내가 산에 올 때마다 보았던 녀석..오늘은 확실히 공중분양하여 뛰어 도망가는

완벽한 모습을 보았다. 뭐가 그리 겁이 났는지 '껑충껑충' 뛰어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누구한테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그런 찰나의 일이었다.

 

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앉아서 다시 씀바귀를 뜯고 봄을 담고 봄을 캐고...

그렇게 혼자서 룰루랄라 봄을 즐겼다. 아니 봄을 담았다.

비닐봉지에 내가 뜯은 쑥과 씀바귀 그리고 고사리가 두개 들어 있는데

왜 그리 행복한지..봄을 가득 담은 것처럼 부풀어 산을 내려왔다.

 

 

 

 

 

쏙과 씀바귀를 뜯어서 손을 쓰고 쑥을 캐느라 쪼르고 앉아서 다리는 알이..

그래도 한번씩 이렇게 깨알같은 봄을,계절을 담고 나면 얼마나 좋은지...

혼자서 흥얼흥얼 봄노래를 부르며 내려 오는 길,부자가 따로 없다.

 

201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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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서 만난 진달래와 할미꽃

 

 

 

 

오전에는 날이 참 좋아서 괜히 온 몸이 근질근질,뒷산에 가고 싶은 것이다.

날마다 베란다 창을 열고 바람이 어느 정도 부나 가늠해 보고는 뒷산에 갈까 말까한다.

그런데 오늘은 도저히 못참겠다. 오전을 얼른 보내고 물병하나 준비하고 디카 챙기고 엠피챙기고

모자를 챙기는데 여시가 벌써 눈치채고 난리났다. 저도 데리고 가라는 것인데 녀석을 데리고

나가면 내가 힘들다. 계속 안고 다녀야하니..이제 할매라 뒷산을 할보하게 놓아 둘 수가 없다.

지지배는 그렇게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좀더 따듯해져야 데리고 잠깐 나갈 듯 해서

조금만 가다리라고 하는데 현관을 나서는 날 보며 계속 '끙끙...으으으끙끙..'

특유의 우는 소리를 낸다.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ㅋ

 

 

 

유채

 

  

 

 

 

 

 

 

아파트 현관을 나가는데 어머님 같으신 분도 산에 가시는지 등산복 차림이시다.

날이 따듯해져서 이젠 산에 오르시는 분들이 많아지셨다. 나물도 뜯으시고..

간만에 뒷산에 가는 것이라 옷을 어떻게 입고 나가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얇게 입고 나갈까 하고 베란다 문을 열어보면 약간 추운듯도 하고...

할 수 없이 바람막이 속에 도톰한 티를 입고 나섰더니 덥다. 에고 잘못입고 나왔다.

그래도 약간은 쌀쌀함이 있어서 다행이다.

 

산의 입구에 사람들이 땅을 개간해 놓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 냉이꽃이 하얗게 피었다.

아니 노란 꽃다지와 함게 노랗고 하얗게 풀꽃밭이 되었다. 한편에는 노란 유채가가 곧

필 듯 부풀어 올라 있다. 종종 노란 나비가 훨 훨 봄을 휘젖고 다닌다.

산의 초입에 분홍빛 진달래가 너무 이쁘게 활짝 피어 얼른 그곳으로 달려가 진달래를 담고

버려진 땅에 피어난 냉이꽃을 찾았다. 초봄에 냉이를 찾으려고 내가 한바퀴 돌았을 때는

냉이가 얼마 있지 않았는데 꽃이 피고보니 많다. 냉이밭이다.

 

 

 

 

 

냉이밭을 지나 산으로 들어서니 서서히 초록빛이 살아나고 있다.

찔레나무에 새순이 돋아 초록빛이다. 나무에는 아직 아주 연한 연두빛이 스멀스멀인데

찔레나무만 유독 초록빛을 강하게 띄고 있다. 봄이라는 증거라도 내밀고 있는 듯 하다.

나무만 봄이 아니라 산새들도 바쁘다.여기저기서 시끄럽게 지저귄다.

바닥에 앉아 무언가 쪼아 먹는 녀석도 있고 나무에서 지저귀는 녀석도 있고 무척 바쁘다.

그들의 일상을 훼방놓지 않기 위하여 살금살금 정상으로 올랐다.

 

 

 

 

 

 

정상에서 잠시 머물러 우리 동네를 내려다 보다가 할미꽃을 보기 위하여

묘지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그곳은 지난해부터 자손들이 돌보지 않는지 묘지가 황폐해져

가고 있다. 이번 한식에도 아무도 오지 않았었는지 삭막한 풍경 그대로이다.

내려가는 길에는 가시나무가 있고 묘지에 떼도 벗겨지고 허물어지고...

이곳 묘지는 정말 잘 정돈이 되어 있어서 늘 부러움과 함께 난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친정아버지를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정말 너무 황폐해졌고 삭막하다.으슥하여 오래 머물러

있기가 미안하다. 그래도 나라도 찾아주니 다행한 일이 아닐까...

 

 

 

 

 

 

 

 

 

할미꽃과 한참 정답게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위가 시끄럽다.

아파트 뒤에 있는 중학교에서 아이들이 올라왔따. 체육시간에 가끔 산을 오르는 아이들,

물론 선생님 인솔하에 올라오는데 아이들이 올라오면 시끄럽고 산은 그야말로 갑자기 시장바닥처럼

변하고 만다. 그래도 운동을 잘하지 않고 산행도 하지 않으며 공부에만 찌든 아이들이

이렇게라도 맑은 공기를 들이마신다는 것이 참 좋은 일인듯 하다.

녀석들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가며 찍다보니 내 온전한 감정이 날아가 버렸다.

내일을 기약하며 그곳을 벗어났다.

 

 

생강나무 꽃

 

 

 

 

 

 

 

 

 지난번 산행은 힘들었는데 오늘은 다리도 그렇고 괜찮다.무릎에 아대를 하고 나온다는 것이

그냥나와서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왠일일까...봄이라 몸이 가벼워진 것일까.

정상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을 거쳐 다시 작은 산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지나

산과 산으로 들어섰다. 그곳에 가는 길에도 어김없이 진달래가 피어 있다.

여기저기 분홍빛 진달래가 점점이 찍혀 있어 꼭 봄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다.

 

산이 끝나는 곳에 이르러 가져간 메밀차를 마시니 시원하다. 기분이 날아갈것만 같다.

이렇게 산에 오면 좋은데 왜 그리 집에서는 나가기가 싫은지...게으름..

오늘 이 산에서 바람에 다 날려버려야 할 듯 하다.

 

봄이라고 지나는 길에는 쑥도 부쩍 올라왔고 양지녁엔 노란 양지꽃도 피고 보라색 제비꽃도

피었다. 봄은 봄이다. 진달래도 곧 질 듯 하다. 산벚꽃 꽃망울이 한참 부풀어 올랐다.

곧 터지지 않을까...아파트 화단에는 종종 터진 벚꽃도 보이던데 산은 아직이다.

산 밑이라 그런가 울아파트에는 목련이 아직이다. 하지만 산에 들어오니 봄이 한창이다.

오늘 유채,제비꽃,양지꽃,꽃다지,냉이꽃,진달래,생강나무꽃,할미꽃을 보았다.

정말 기분이 좋다.

 

 

 

 

산을 벗어나는데 무언가 뒤에서 '스드드득..스드드득' 하는 소리가 난다.

뱀이 있을 턱이 없는데 무얼까 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제비꽃을 찍고 있었다.그런데 저 밑에서 무언가 '다다다닥' 하며 뛰어간다.

노루가 한마리 뛰어가나보다. 아무래도 노루다. 지난번 겨울에도 두마리를 보았었는데

오늘도 느닷없이 당한 일이라 '어...어디로갔지..'하고 나니 없어졌다.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나만 보는 것일까..

 

산의 초입인 의자와 체육시설이 있는 곳에 와서 비로소 메밀차를 마시고 엠피의 노래를 켰다.

산에서는 산새소리 바람소리를 듣기 위하여 엠피를 켜지 않았다.

오늘따라 전화가 많이 온다. 내가 산에 온 것을 아는지..옆지기는 일을 하다가 핸펀을 잃어버렸다고,

혹시 집에 있나 확인해 보라고 전화고 여기저기서 전화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가며 산을 내려와 아파트 화단을 돌았다.

산수유가 활짝 피고 목련이 이제 피려고 한다.늦다..

그리고 매화가 피어 향기롭다. 어제도 매향을 맡았고 오늘도 또 매향을 맡지만 정말 좋다.

그렇게 봄으로 충만한 가슴으로 집으로 향한다. 기분이 좋다.

 

산수유

 

목련

 

매화

 

한시간여 뒷산 산행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데

늘 가기 싫어서..게으름에 바라만 보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자주 자주 뒷산을 찾아서 올라가야 할 듯 하다.

 

201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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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의 봄냄새,봄이 왔어요

 

 

 

 

산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내가 산에 가고 산에 가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인 듯 하다.

아파트 바로 뒤에 뒷산이 있지만 날마다, 오늘은 날이 추워서,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오늘은 비가와서,오늘은 눈이 내려서...라면서 늘 핑계를 대면서 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집안에도 벌써 봄이 왔는데 산은 어떠할까..

오늘은 정말 완연한 봄날이다. 날이 너무 좋다.

 

아침에 실외기 베란다의 화분에 있는 도라지와 더덕의 마른 줄기를 잘라내면서

도라지씨를 잘 받아 두었다. 산에 갔다가 뿌릴려고...

그리곤 얼른 초록이들 물을 주고 산에 갈 준비,보온병에 메밀차 넣고 디카 챙겨서

모자 눌러 쓰고 고고~~

 

 

눈이 내렸을 때 두어번 가고 겨울엔 도통 뒤산에 가질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계절에 많이 간것도 아니고 그저 산책수준의 산이건만

내겐 늘 멀고도 힘든 산이다.

 

 

 

오르지 않다가 간만에 오르려고 하니 힘들다. 오르다 쉬고 오르다 쉬고...

감기가 아직 낫지 않아서인지 콧물도 줄줄 나오고 기침,에취~~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올라간다.

그러다 발견한 벌집, 이게 말벌의 집일 것이다. 이걸 발견하고 보니

아래에는 더 큰것이 떨어져 있다. 집에 가져오고 싶어 다가가려니 온통 찔레나무로 둘러 있어

다가갈 수가 없다. 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시가 문제다. 주위에서 벌처럼 맴맴 맴돌다 말았다.

 

 

 

오늘 날이 좋아서인지 아파트 바로 옆 중학교에서 한반의 아이들이 선생님 인솔하에

주위를 산책하나보다.가끔 내가 뒷산에 오르는 날에 보면 아이들을 만난다.

체육시간에 산에 오는가보다. 아이들은 신이났다. 수업시간에 밖에 나오니...

녀석들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지나는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나도 녀석들 잠깐 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 푸르고 맑다.

 

 

 

 

 

양지녁엔 양지도 나오고 이제 곧 양지꽃이 필 듯 하다.

그런가하면 쑥도 많이 나왔다. 밭이나 그외 땅에 냉이가 있나 봤더니 가끔 눈에 들어오는 냉이,

아직은 작지만 이것이 꽃을 피우면 언제 그곳에 냉이가 있었지 한다.

 

정상에 올라 멀리 동네를 내려다 보는데 저 멀리 새 한마리 날아와 날개쉼을 한다.

저녀석도 힘든지 한참을 앉아서 있다가 날아간다.

나도 간만에 오른 산이라 맑은 공기를 '푸우 푸우 푸우...' 하고는 깊게 깊게 들이마셨다.

 

생강나무

 

 

아직은 생강나무에 노란 꽃이 없다. 이제 노란 꽃이 피려고 꼬물꼬물...

그야말로 앙증맞은 꽃망울이 꼬물꼬물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듯하게 매달려 있다.

산수유도 보니 이거와 비슷하게 노란 속은 보이지만 아직은 꽃망울이다.

조금 있으면 여기저기 노랗게 물들이고는 '봄이 왔어요..봄이 왔어요..' 할 녀석이다.

 

 

 

낙엽이 깔려 폭신폭신한 산길을 혼자서 호젓하게 걷는 기분,정말 좋다.

오늘은 햇살도 바람도 산새소리도 동무하자고 한다.

날이 좋으니 가끔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추운 줄 알고 껴입고 와서는 햇살에 몸이겨 웃옷을 벗어 들고 다닌다.

날이 많이 풀렸다. 산길도 어느 곳은 녹아서 미끄럽고 질다.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딱,앞서간 사람이 미끄러진 흔적도 있고...

이럴때 정말 조심해야 한다. 나 또한 이럴때 한번 산행사고를 당했기에...ㅜ

 

 

 

 

 

그래도 큰 산이었는데 모두 헐리고 주민의 쉼터 정도만 남았다.

헐리 곳에는 아파트도 들어섰고 공터도 있고 원룸도 들어서고 유통센터도 들어설 것이고

그리고 신00백화점이 건립중이다. 산은 많은 부분을 사람을 위해서 내어 주고도

또한 사람을 위한 쉼터로 남아 울동네의 허파로 작용을 하고 있다.내게도 물론 허파와 같은 곳이다.

 

 

 

똑같은 곳이라도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자아내니 정말 재밌는 곳이다.

뒷산은 낮지만 사람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길을 달리하여 여러 갈래로 산행을 할 수 있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만나는 사람도 많았고 어느 분이 강아지를 데리고 왔는데

이녀석 나를 주인보다 더 따른다. 저만큼 갔다가도 내가 보이면 얼른 나타나 올라타는 바람에

내 바지는 녀석의 발자국.... 울집엔 여시가 있기에 내게서 개냄새가 났나..

암튼 산행을 마치고 입구의 의자에 앉아 따듯한 메밀차를 마시는데 녀석 난리가 났다.

차가운 물이라야 주는데 뜨거운 메밀차라, '안돼..뜨거워서 못 먹어..'해도 

자꾸만 내 보온병에 달라붙는 녀석,주인이 부르고도 저 멀리 갔다가 다시 돌아와 한동안

내 옆을 배회하다 가는 녀석,이쁘다.  

오늘 나의 뒷산산행이 심심하지 않게 해 준 녀석이다.

봄바람 따라 뒷산에 왔더니 집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춥지도 않고 따듯하니 좋다.

내일도 꼭 산에 올라야 할텐데 이 게으름 탈피할 수 있을런지...

역시나 산에서 들이마시는 공기는 맑고 깨끗하고 흙냄새 봄냄새 가득이라 넘 좋다.

 

 

201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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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구일,하얀 눈이 지나간 뒷산의 상큼한 공기를 찾아

 

 

어젯밤부터 눈이 살짝 내리기 시작하여 새벽2에도 하얗게 제법 쌓인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아침에도 분명히 뒷산이 하얗게 되었는데 날이 덜 추워서일까 눈은 금방 녹았다.

산에 가야지하고 맘을 먹고 잠깐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사이,눈이 모두 녹아 버렸다..ㅜ

 

그렇다고 그냥 집콕하고 싶지 않아 얼른 할일 마치고 뒷산에 갈 채비를 서둘렀다.

디카에 보온병에 메밀차 넣어서 눈이 녹았으니 아이젠은 필요 없을 듯 하고 

눈이 녹고 땅이 질퍽한 곳도 있을테네 스틱은 가져가기로 한다.

 

 

 

 

 

하얀 눈이 모두 녹아 설레임도 눈 녹듯 사라져 버렸지만

그래도 정말 좋다. 눈이 내리고 난 후의 하늘과 산과 자연이라 너무 맑고 깨끗하다.

공기도 정말 맑고 상큼하니 좋다.간간이 잔설이 남아 있어 눈이 지나갔음을 말해 주고 있지만

좀더 서둘렀더라면...

 

 

 

 

 

노루발풀

 

오늘도 역시나 추울까봐 내복에 겹겹이 껴입고 나왔더니 덥다.

바람에서 약간의 봄기운이 느껴진다.

동토의 땅에 살아 있는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다 했더니 낙엽 속에 노루발풀이 초록잎을 드러내고

있다. '나 여기 있어요...보세요,살아 있죠' 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겹겹이 껴 입어서 더욱 힘들다. 겨우 중턱도 오르지 않았는데 숨이 차다.에고...

 

 

 

 

 

 

오늘도 나의 장난은 이어지고...

중턱 쉼터에서 먼저번에 만나던 82세의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일찍 오셨네요..

-아녀.난 아침에 한바퀴 저쪽으로 돌고 아침에 이쪽 산 안돌아서 또 온겨.. 

오늘은 산에 사람들이 없어.이상혀개...날도 좋은디...

-할아버지 새벽에 눈이 와서 그런가봐요..눈 오면 많이들 안오잖아요..

하면서 할아버지와 잠간 대화를 나누었다. 할아버니의 육체의 나이는 나보다 더 젊은 듯

날다람쥐처럼 몸이 가볍다. 산도 잘 타시고 몸도 꽂꽂하시다.

손에 장갑도 안끼시고 발을 보니 운동화인데 맨발이시다.양말을 안신으셨다.

난 내복까지 입고 왔는데 말이다.

-할아버지 안추우세요..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했더니 좋은신가보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고 그렇게 자신의 시간속에 점을 찍을 수 있으니...

 

82세의 할아버지는 이시간 벌써 두번째 산행인데 난 오늘 겨우 반을 오르고 힘들다고

하고 있으니... 정말 뭐 앞에서 문자를 썼고 다라미 앞에서 주름 펴러했던 것일까...

힘들다 소리 안하고 쉼터까지 거뜬히 올라서 겨우 한숨 돌리고 바로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서의 맑은 공기와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시원함...

아~~~~ 좋다.. 좋다...좋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날마다 와야 하는데 이 게으름...

 

 

 

 

 

 

노루발자국...

 

 언제나 산이고 인생이고 오르막은 힘들다. 하지만 정상의 어느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그 길은

오르막과는 다르게 정말 수월하게 그리고 금방 내려간다. 언제 내가 내리막을 걷고 있어나

할 정도로 빠르게 내려간다. 내리막길이 그랬다. 잔설이 남아 있는 풍경을 구경하며

 축축하게 젖은 땅과 나뭇잎 냄새를 기분좋게 맡으며 '음..정말 좋다'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하산길을 다 내려오고 바로 앞이 오솔길이다.

 

하얀 눈이 지나고 나서인지 정말 걷는내내 젖은 흙냄새와 나뭇잎냄새가 기분을 좋게 해준다.

오늘은 엠피도 가져오지 않아 자연의 소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모자에 달린 귀마개를 푹 내려 귀는 덮고 있었지만 겨울바람 소리며 모든 소리름 담고

냄새를 담고 그리고 눈이 지나간 낙엽을 담고 있는데 옆에서인지 앞에서인지

누군가 무척 빠른속도로 아니 힘겹게 달려가는 소리가 난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오솔길을 바라보았는데 아무도 없다. 어딜까 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

오마나~~~~ 노루 2마리가 나를 스치듯 하며 급하게 내려 달려 앞으로 사라졌다.

개인가 하고 보고 있었는데 너무 빠르게 달려가는데 보니 귀가 쫑긋 선 것이 노루다.엉덩이도 그렇고..

녀석들 사방이 큰도로인데 어디로 달려 가는 것인지. 겨우내 어디에서 있다가..

아니 저녀석들이 달려 오고 있던 곳이 우리집쪽인데 그곳도 아파트인데 그럼 어디에서 오는 것이지.

아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아무일도 없어야 할텐데..

 

녀석들이 달려 내려가고 나니 나도 맘이 급해졌다.녀석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아

녀석들이 지나간 자리로 가서 찾아보니 발자국이 눈 위에 찍혀 있다.

두녀석 무척이나 빨리 달려 지나갔는데 눈위라 남아 있다..

하지만 바로 앞도 도로고 그 멀리 산들이 있다고 하지만 위험한 인간세상이다.

이 산에 정말 오랫동안 왔지만 노루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그것도 2마리..

봄엔 꿩을 자주 만난다.

겨울엔 동물들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는데 녀석들 때문에 내 간은 콩알만했다.

그래도 괜히 기분 좋다. 이 산에서 노루를 만난 사람은 나밖에 없을 듯 하다.

좀전에 '노루발풀'을 보아서일까..오늘 괜히 노루발풀을 찾아 보고 싶었는데..

 

 

 

 

 

 

 

하늘이 너무 맑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그리고 철새들 몇 마리가 수 놓은 겨울하늘..

정말 그림같다. 감히 누가 흉내내지 못하는 자연의 그림...

그리고 그 사이를 흐리는 맑은 공기...

한시간여의 충전이지만 이시간이 더없이 이렇게 좋건만 왜 그리 집에서는 나오기가 싫은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곁에 있는데...

소중한 것은 무릇 바로 곁에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오늘도 할아버지께 메밀차를 한 잔 권하지 못했음을 산을 한바퀴 다 돌고나서 생각을 한다.

중턱에서 만났을 때 메밀차 한 잔 드렸어야 했는데..

난 산을 다 돌도 쉼터에서 따듯한 메밀차를 두 잔이나 마셨다. 몸이 녹아난다.

메밀차의 구수함이 내 몸 속 곳곳을 찾아들며 따스함으로 맴돌고 있는듯 정말 좋다.

오늘 산에 오지 않았더라면 노루도 만나지 못했을텐고 맑은 공기도 덤으로 얻지 못했을터인데

내일은 기약할 수 없지만 오늘 하루 한시간의 충전만을도 얻는 이 행복...

 

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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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 눈이 왔어요,하얗게 하얗게

 

 

 

얼마만에 뒷산 산행을 하는 것인지... 지난 가을에 몇 번 잘하던 산행을 춥다고 하여 

집안에서만 늘 바라보던 뒷산, 이월의 마지막 날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월 첫 날,

날 몹시도 설레게 한다. 창으로 눈이 하얗게 내린 뒷산을 바라보다가 아침을 먹으며,

-엄마 뒷산에 갔다 올께... 로 시작한 뒷산 산행을 진짜 강행하게 되었다.

 

 

 

 

 

 

 

 

 

겨울산은 뒷산이라도 몇 번 오르지 않아서 걱정... 산행사고를 한번 겪어서인지 겨울산은 더

겁이 나는데 오늘은 왜 이리 설레는지. 집에 있는 옆지기의 아이젠도 가져와 처음으로 해보고

스틱까지 가져왔지만 내겐 낯선 것들이라 처음이라 그런지 손과 발에 익지가 않다.

그래도 안한것 보다는 낫다. 미끄럽지도 않고 스틱에 의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뒷산이라지만 설경은 그야말로 좋다. 140m... 뒷산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그래도 난 산에 잘 오르지 않는다. 무얼 하느라 늘 집안에 콕인지...

벌써 산의 초입에 들어서니 공기부터 다르다. 시원함 시원함 시원함 시원함 시원함 시원함...

폐부 깊숙히 맑고 하얀 공기를 듬뿍 듬뿍 꾹 꾹 밀어 넣어본다. 가슴이 시리도록 말이다.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똑같은 풍경이 아닌 이렇게 조금만 시간을 달리해도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음이 정말 행복이다.

어제와는 너무도 다른 설산 설경이 중년의 가슴을 흔들어 놓다니..

난 아이처럼 하얀 눈이 쌓인 나무와 잎들을 마냥 신이 나서 찍어 댔다.

이런 풍경을 또 언제 만날까...내일 당장이라도 봄이 올것만 같은..아니 눈이 사라질것만 같아

찍고 또 찍고 멈추어 서서 맑은 하늘과 맑은 공기를 가슴 깊숙히 자꾸 자꾸 밀어 넣어 본다.

 

 

 

 

 

 정말 때묻지 않은 공기 때묻지 않은 풍경이다.

간만에 눈이 온세상의 때란 때는 모조리 씻어 내린 것처럼 맑은 공기와 맑은 풍경이

너무 좋다. 간만에 올라서일까 아님 껴입고 또 껴입고 모자까지 푹 눌러 쓰고 와서일까

숨이 차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숨이 차고 덮다. 하지만 볼은 시리도록 아프다.

콧물은 훌쩍 훌쩍... 아직 낫지 않은 감기로 인해 콧물이 맑은 공기 속에 들랑거려도 좋다.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시면 감기쯤은 금방 달아나 버릴 듯 하다.

감기야 물러거라...

 

 

   

 

 

 

혼자서도 잘 놀아요~~

 

 

 

 

 

혼자서도 잘... 열심히 놀면서 올라가는데 넘 좋다.

어쩜 이렇게 정말 깨끗할까...

하늘도 맑고 공기도 맑고 하얀 눈이 내린 뒷산도 좋고...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좋아 천천히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좀더 천천히 옮겨 보았는데

벌써 정상이다. 온 세상이 정말 하얗다. 어제의 시름은 잊으라는 뜻처럼

온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이고 나니 내 마음의 찌꺼기도 한번에 날아가 버린 듯 하다.

아~~~ 맑은 공기....정말 좋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는 발자국 소리따라 곧 봄이 올것만 같다.

아니 봄이 어느 발자국 속에 숨어 있는 듯 하다.

 

 

 

 

하산길은 더욱 조심 조심 하여 내려왔다.

그리고 만나는 오솔길..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워낙에는 산이 하나였지만 인간에 의해 그 몸뚱이가 몇 개로 나뉘어진 것이다.

아니 이제는 두개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없어져 버렸다. 삽시간에...

그리곤 그런 자리에 백화점이 아파트가 원룸이 상가가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끝없는 욕망처럼 남겨진 허허벌판...

그대로 산으로 남겨 두었더라면 좋았을것을...

난 이제 그 나머지 몸뚱이를 만나러 간다.

 

 

 

 

 

돌아서 가던 길에 지팡이를 짚고 오시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친정아버지가 생각나 '조심해서 가세요~~' 했는데 할아버지도 반가웠는지 불러 세운다.

-산에 오니까 좋지요..난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산에 오는데 오고나면 얼마나 좋은지..

-연세보다 정말 정정하시네요.저희 친정아버지보다 더 정정하신듯 해요.

하면서 할아버지와 잠깐 이 길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다고 늘 보던 할아버지도

아니고 처음인듯 했는데 이게 모두 눈이 가져다 준 인연이다.

 

할아버지와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통에 몇 몇 분이 지나가시며 쳐다본다.

할아버지와 내가 잘 아는 사이처럼 보였나.. 나의 목에는 디카가 걸려 있고

귀에는 엠피 이어폰이 꽂혀 있고 머리엔 실로 뜬 모자를 쓰고 있고

옆엔 작은 가방에 보온병을 넣었다. 그리고 손엔 스틱을 가지고 있는데

영락없이 이상한 모습이었으리라..ㅋㅋ

그래도 산에서 만나는 사람은 다 반가운데 모두들 인사도 없이 그냥 쳐다만 보고 다닌다.

먼저 인사를 건넨다면 정말 좋을텐데...

 

 

 

 

 

 

 

 

 

산을 다 돌고 나서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혹시나 내 뒤를 따라 오셨다면 따듯한 메밀차 한 잔 드리려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으셨다. 내가 너무 빨리 걸어왔는지도 몰라

먼저 한 잔 마시고 기다리는데도 오시지 않아 또 한 잔 메밀차를 마셨다.

얼었던 몸이 녹아 내리듯 너무도 좋았다. 깔끔한 메밀차 따듯한 메밀차가 정말 안성맞춤...

그런데 할아버지가 기다려도 오지 않아 다른 길로 내려 가셨나 하여 난 그냥 내 길을 향하고 말았다.

 

정말 간만에 한시간여 넘게 뒷산의 설경속을 헤매고 돌아 다녔는데 너무도 좋다.

몸도 마음도 정말 깨끗해진 느낌... 거기에 맑은 공기까지 가슴 속 깊숙히 들이마셨으니

감기도 곧 나을 것이다. 아이젠을 처음 신어 보았는데 괜찮다.

이제 뒷산에 자주 와도 될 듯 하다.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한 듯 하다.

시작하면 정말 반은 이룬 것인데 시작하기가 정말 망설여지고 어렵다.

올해 이렇게 산행 시작했으니 자꾸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여든이 넘으신 할아버지처럼

부지런히 뒷산으로 고고... 그렇게 건강을 다져야 할 듯 하다.

오늘 뒷산 설경은 정말 좋았다. 두고 두고 이 풍경을 잊지 못 할 듯 하다.

 

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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