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밖의 예수 - 믿는다는것 2
일레인 페이젤 / 정신세계사 / 198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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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기독교의 이해를 위해

이집트의 한 마을에서 1945년 파피루스에 쓰인 문서들이 발견되었다. 13권의 책에 52편의 문서가 쓰여 있었다. 이 문서들은 이스라엘의 쿰란지역에서 발견된 문서들이 구약의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신약의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엄청난 내용을 담을 것이었다.

이 문서들 속에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도마복음서' '빌립복음서'등의 새로운 초대기독교의 경전들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영지주의'로 불리는 신학적 입장을 가지는 문서로 분류된다. 이 문서의 발견으로 인류는 처음으로 영지주의 문서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제까지도 영지주의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껏 접할 수 있었던 영지주의 문서들 대부분은 영지주의를 비판하는 문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한꺼번에 무려 52가지나 되는 새로운 문서들이 발견된 것이다.

이 문서들이 가지는 신학적 입장은 현대의 카톨릭이나 기독교가 가지는 신학적 입장과는 다른 점이 무척많다. 오늘날 우리는 카톨릭과 개신교, 그리고 개신교 내부의 여러 다양한 종파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에는 현대의 카톨릭과 개신교의 여러 교파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기독교적 견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이 문서발견을 통해서이다.

기독교가 로마의 인정을 받고 자신의 형태를 갖추어가면서, 정통으로 인정되지 않은 교파들과 문서들은 세상에서 사라져갔다. 이 문서들도 기원후 300년대에 그런 압력을 피해 땅속에 파뭍힌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서의 발견을 통해 초기시대 기독교의 다양한 모습들을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절대로 이 문서의 내용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초기시대에 존재했던 기독교의 다양한 모습들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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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 먹거리-농업-환경, 공존의 미학
브라이언 핼웨일 지음, 김종덕 외 옮김 / 이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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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의 세계화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

세계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면서 농업도 예외가 아니게 되었다. 아직은 많은 나라들이 농업의 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농업의 세계화는 많이 진전되어 있다. 쌀이나 밀가루 같은 저장가능한 음식이 아니라, 빨리 먹어야 하는 상추 마저도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농업개방을 반대하는 국가들의 개방반대 논리도 단순하다. 자국의 농민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농업개방은 단순히 농업경쟁력이 약한 나라의 농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정책이 아니다. 농업개방은 엄청나게 많은 부작용을 낳을수가 있다. 예를들어 농업경쟁력이 뛰어나 대규모 집약 농업이 이루어지는 지역에 기상이변이 일어나면 전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해볼 수 있다. 지구상의 여러지역에서 소규모 농업들이 이루어진다면 지구적규모에서는 결코 겪지 않을 극심한 식량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농업개방을 반대하고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다 줄지 모르는 GMO 농산물의 확산을 방지하고, 더 많은 환경의 파괴를 초래하는 육식의 확산을 줄이는 등의 이유만이 아니다. 음식물이 국경을 넘나들면 그 음식물을 운반하는데 소요되는 환경비용이 발생한다. 음식물을 수용하기 위한 운송수단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생활하는 주변의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런 이점은 수없이 많다.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환경의 부담을 줄이고, 토지의 이용율을 높인다. 대규모 식량위기나 식량의 무기화가 생길 위험도 줄어든다. 게다가 녹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지구의 자정능력을 키울수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세계화의 바람도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가 음식물의 개방을 막아야 할 이유는 농민들의 삶이 곤궁해 질 것을 걱정하는 것 이외에도 훨씬 더 많은 요인들이 있다는 것을 깨닿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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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문화 지형도 - 동시대 문화의 이해를 위한 코디 최의 대중을 위한 문화 강의 1
코디 최 지음 / 안그라픽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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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문화를 되돌아보다

매우 인기있는 문화사를 강의하는 교수로 유명했다는 저자가 20세기 문화의 흐름에 대해 쉽게 쓴 책이다. 우선 20세기를 주름잡았던 여러가지 문화적 사조들을 개관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한번씩 이름은 다 들어보았지만 사실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하던 여러가지 문화사조가 머리에 쉽게 들어올만큼 쉽게 쓰여졌다.

이 책을 가장 두드러지게 하는 특성이 바로 '쉽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내용이 가볍지 않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책은 세간의 인기를 끌만한 책이다. 그가 인기있는 강사였던 것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문화사를 그냥 문화사로서 다루지 않고, '지형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사를 다루면서도 미국의 문화사와 서양의 문화사를 자꾸 구별하려고 한다. 미국은 서양문화의 대표주자인것은 틀림이 없지만, 미국문화가 바로 서양의 문화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뉴욕대에서 교수생활까지 한 사람치고는 매우 독특한 시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심지어 각국이 자국의 문화를 더욱 진작시키기 위해 예술가들을 홍보하는 전략을 정보기관이 세우고 실천하기도 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이렇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읽어나가다 보면 20세기의 문화적 흐름이 어떻게 전재되었는지 감이 잡힐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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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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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삶의 아픔과 부조리함



새들은 그 먼 페루의 해변까지 날아가서 죽는 것일까? 먼 거리를 있는 힘을 다해 날아와 페루의 리마북쪽 해변에 널부러져 퍼덕이며 삶을 마감하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이 책은 새들은 왜 그렇게 죽는지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답해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인이 왜 새들이 죽어가는 페루의  해안에 와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인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해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남자가 자살하려는 여인을 구한후 자신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 책에는 그런 의문들만이 가득하다. 책을 아무리 뒤져봐도 작가는 왜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작가는 그런점에서 친절하지가 않다. 아마도 그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인간군상의 삶이란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삶이란 그런 것이니, 그저 그렇게 적을 뿐이라고. 작품이 그런 것처럼 인간의 삶도 원래 그렇게 투박한 것이라고...


로맹가리(Romain Gary1914-80). 그는 러시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프랑스인으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여러나라를 거치며 갖은 풍운을 겪은 셈이다. 그는 게다가 2차 대전에 참전한다. 그리고 프랑스 최고의 영예라는 레종 드 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전쟁의 경험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해, 인생의 후반을 작가로 이름을 날리며 살았다.


그는 콩쿠르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유명한 작가였다. 그런 영예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는 인간들의 삶이란 것이 그리 희망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았었나 보다. 이 책에 담긴 열 여섯 편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아픔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으니 말이다. 그는 그의 작품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의 등장인물처럼 비극적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권총으로 자살을 한 것이다.


그의 삶의 궤적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에 관한 글들로 가득해 보인다. 이 책에 실린 열 여섯 편의 작품들이 모두 그러하다. 이 책에 실린 다른 단편 ‘어떤 휴머니스트’에서는 전쟁이 끝이 났다는 것도 모르고, 언젠가는 전쟁이 끝나고 좋은 세상이 올것이라면서 지하실에 숨은 채 죽어가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의 얼굴이 성형수술을 받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가짜’라는 작품도 있고,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것이 순조롭다.’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이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끊임없이 엽서를 보내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작품들은 하나같이 인간의 부조리함과, 인간 존재와 존재들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보여준다. 그런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가슴 아픈 감동을 느끼는 독자들인 우리들도 결국은 그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21세기로 접어들어서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전히 고독하고 외롭고 부조리한가 보다. 그러기에 아직도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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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를 찍다 - 사진작가 이광호의 쿠바 사진여행
이광호 지음 / 북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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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를 찍으러 떠난 사진작가의 사진기행

사진 작가가 오랫동안 벼르던 쿠바를 찍으러 여행을 떠났다. 오랜기간 경제제재로 궁핍해진 쿠바. 낡아가는 건물들은 오래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 나타난 사람들 같다. 오늘날의 풍요로운 물질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와 지척간의 거리에 있는 그곳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쿠바만 찍으러 간다. 쿠바의 유명한 관광명소나, 체 게바라의 모습같은 것들은 결코 찍지 않으리라." 과연 말 그대로 이 책에는 쿠바인들의 삶의 모습과, 쿠바 거리 거리의 미학적인 아름다움만 가득하다. 그렇다고 고답적인 유미주의 취향의 사진들은 아니다. 표지의 사진처럼, 집에서 가지고 나온 그릇에 스파게티를 받아서 먹고 그릇을 겨드랑이에 낀채 집으로 돌아가며 입맛을 다시는 아이의 모습같은 것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책엔 쿠바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들, 투박한 모습들, 질박한 삶이 그대로 잘 나타나 있다. 사진은 그렇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지만, 사진과 함께 실린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의 글들은 감칠맛이 나는 재미가 있다. 쿠바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흥미로우나 지나치지 않게 솔직한 느낌들이 있다. 글과 사진이 묘한 조화와 대립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은 또 사진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사진가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피사체를 대하는가. 사진을 찍을때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가. 사진을 찍을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며, 어떤 식으로 접근해가는가에 대한 많은 조언들이 글의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흑백과 컬러가 썩인 사진들이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흑백이다. 쿠바의 고색창연함과 북회귀선이 지나는 강렬한 태양이 빛어내는 명암의 대비가 흑백 사진을 찍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란다. 사진을 잘 보면 빛을 대하는 작가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흔히들 사진은 빛과의 싸움이라고들 말한다. 이 책은 빛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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