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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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를 보는 비주류의 시각

레볼류션이란 '혁명'이다. 그런데 무슨 혁명이란 것이 이렇게 시시한 건지 모르겠다. 삼류고등학교 학생들이 일류 고등학교 학생들의 오만함이 대를 이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류고등학교 여학생들을 유혹해보는 것이라니... 바로 이 엉뚱한 발상에 이 책의 재미와 이 책의 깊이가 있다.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페이지가 쑥쑥 넘어간다. 쉬운 문장으로 삼류 악동들의 시시한 이야기를 아주 명랑하게 끌어나가기 때문이다. '더 좀비스'라니 서양의 이상한 귀신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채용한 것이 아닌가. 여기에 이 책의 엉뚱함이 잘 축약되어 있다.

일류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이상한 집착과 불온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약간의 분노. 그런 것이 바로 사회의 비주류가 겪는 고통일 것이다. 바로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나오는 것일수도 있다. 해학적으로 그려진 재미있는 줄거리의 이 책을 읽고나면 왠지 모르는 느낌이 남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음지에서 항상 양지를 꿈꾸며 커가는 아이들. 사회의 그늘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 그런 마음의 아픔이. 그런 아픔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이. 그리고 헛된 희망의 몸짓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꿈이 바로 혁명이란 이름의 이 책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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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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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좋은 친구

30년.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다. 그 긴 세월을 한마리의 개와 함께 살아간 기록을 남긴 책이다. 처음 조그만 개를 들여왔지만, 그 개는 금방 커다란 개가 되고, 온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존재가 된다. 조용하던 집이 어수선해지고, 그 한마리의 개로 인해 삶은 바뀌어버린다.

오죽하면 "행동과다, 주의력결핍"이란 이상한 병명까지 같다붙였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소란스럽게 살아가는 개도 자신을 아껴주는 주인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다. 그 어수선한 개를 참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개에 대해서 무언가 모르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예쁜짓은 하나도 하지 않고, 온통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귀찮기만 한 존재. 그 이상한 존재에 대한 이상한 사랑. 그것이 바로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예뻐서 하는 사랑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수도 있다. 사랑스러운 점이 하나도 없는 개를 인정하고, 내 가족으로 받아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 늙고 관절염으로 절뚝거리는 늙은 개가 되어서도 개는 가족을 떠나지 않는다. 조건없이 주는 사랑에 개는 그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한 평생을 인간들과 가족을 이루며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간 개에 관한 이야기. 그 개와 가족을 이룬 사람에 대한 가슴 저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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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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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적인 인간상의 재발견

사고만 치던 사고뭉치 부모를 둔 가족은 멀리 남쪽으로 이사를 간다. 그곳에서 새로이 벌어지는 일들이 이 책을 가득히 메우고 있다. 그러나 1권에서의 온갖 헤프닝과 사건들이 그냥 일어난 것은 아니다. 1권은 2권을 위한 준비였고, 기초를 다지는 일이었다.

사사건건 시대와 역행하여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부모의 모습이 이제는 서서히 이해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한 아이의 지성이 성숙해가기 위해서는 그 모든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필요하기도 했을 것이다.

가슴으로 느끼는 가족애와 이성으로 깨달아가는 삶의 진리가 합쳐지는 순간,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각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토록 문제만 일으키던 부모가 거대한 회사라는 조직과 맞서서 싸우는 불굴의 의지를 보고 새로운 아이로 주인공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사회와 개인의 부조화가 단순한 파열음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그런 갈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열정과 새로운 사랑,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심한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빛어내는 아름다운 무늬를 감상하는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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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니, 크리스?
캐럴 플럼-어시 지음, 장석훈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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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에 대해서

아이가 사라졌다. 처음에는 자살로 여겼던 아이의 죽음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게되면서 아이의 사라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것이다. 온 마을이 아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럽다. 자살이냐 타살이냐. 누가 왜 어떻게 죽였느냐에 대한 관심이 온통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빼았는 것은 그가 어떻게 사라졌느냐에 관한 것이다. 아마도 그 사라진 아이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단지 그 아이의 사라짐만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그 아이의 존재는 의미가 없어진다. 살아있을때도 그 아이는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죽어서도 그 아이는 '어떻게'죽었느냐만이 문제가 된다. 아무도 그 아이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의문,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존재라는 것이 지니는 의미를 묻는 물음이다. 과연 사라진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행위외에 다른 의미를 남기지 않을까. 사라지는 그 개체에 있어서 사라진다는 것은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체의 인연과의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가 아는 모든 것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라진 사람 외의 타인들에게는 그 사람의 사라짐이 가지는 의미가 다르다. 그저 사라졌을 뿐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한사람이 사라졌을뿐,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는 않는다. 숲 속의 많은 나무들 중 한 그루가 사라졌거나,. 들판의 수많은 돌맹이들 중 하나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따돌림이라는 외피속에 보다 더 근본적인 의문. 즉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묻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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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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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형태의 이야기에 관한 글

여기에 어떤 하나의 책이 있다. 그리고 그 책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 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바로 그 책의 내용이 된다. 무슨 말인가 약간 이상하다. 그러나 잠시 주의를 집중해서 생각해보면 이 뫼비우스의 띠같은 이야기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금새 깨닿게 된다. 작가는 지금 글이라는 것의 존재형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예고편 형식의 짧은 단편을 만들어 놓고, 그에 연하여 그와 관련된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다. 그가 하는 이 이상한 작업은 무엇일까. 그는 바로 독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고편에 해당하는 작품은 그가 세상에다 하는 말이다. 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그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하고자 한다. 그런 것이 바로 그가 글이라는 것을 대하는 방식인 것 같다.

이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책은 바로 그런 형식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다. 책은 책이란 형태로 만들어지기 전에 이야기로 존재한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다른 사람이 그 이야기에 대해 평가를 한다. 말이 다듬어지고 글이 변형되면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가는 것이다.

내용은 알수 없고 이름만 존재하는 책. 그 책을 찾기 위해 집을 둘쑤시며 책 찾기를 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적어나가는 동명의 책. 이렇게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이야기가 한권의 책이 되는... 그래서 책의 존재 양식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책. 그것이 바로 이 독특한 양식의 책에 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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