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펭귄클래식 4
조지 오웰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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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클래식 세계고전 문학전집 50권을 사고나서 첫번째로 읽은 작품이 바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예전에 문학동네판 <1984>와 최근 <위건 부두로 가는 길>까지 읽고 나서 의무감?에 찾게 된 책.. 사실 어린시절 동화식 우화집으로 읽었던 <동물농장>을 이참에 제대로 읽기 위해서 첫번째로 선택한 작품이다. 역시 조지 오웰답다. 정치 풍자 우화답게 그만의 위트적 재미와 풍자가 가열차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정치 풍자 소설 최고의 고전답게 국내에 여러 출판사에서 소개가 됐는데.. 특히 펭귄클래식 시리즈(이하 펭클) 책은 <동물농장>의 내용을 담기전에 앞 뒤로 알찬 구성이 돋보인다. 책 머릿말 서문에 외국 소설가이자 비평가 '맬컴 브래드버리'의 서문을 장황하게 언급하며 <동물농장>과 오웰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또 이어진 '피터 데이비슨'교수의 말을 통해서 <동물농장>의 여러 판본과 원본도 언급하며 출판의 우여곡절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본 내용이 끝나고 책 뒷편에는 조지 오웰이 직접 쓴 서문이 부록1로 자세히 수록되어서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다. 또 부록 2에서도 우크라이나어판 직접 쓴 서문으로 자신의 생애와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정작 본 내용은 100여 페이지밖에 안되는 책이지만 앞 뒤에 비평, 판본, 서문등을 넣으며 알차게 구성한 펭클의 동물농장.. 이미 민음사등 다른 판으로 읽으신 분들이 많겠지만 간단히 줄거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장원농장의 동물들은 가장 존경받는 어르신 수퇘지 '메이저' 영감의 멋진 연설과 '영국의 동물' 노래 통해서 혁명을 예고한다. 이런 예고에 심취된 동물들은 자신들을 괴롭혀온 농장 주인 존스를 몰아내고 자기들만의 '동물농장'을 만든다. 모든 동물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이 그들의 지상 최대의 목표.. 일곱계명을 만들어 잘 협력하며 사는 슬로건은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로 시작돼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혁명을 이룬 이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몫대로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전면에 나선 두 수퇘지 '스노볼'과 '나폴레옹'.. 그들은 협심해서 인간들이 공격한 외양간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한껏 고취된다. 하지만 두 수장의 대립이 심화되며 나폴레옹측은 스노볼을 반동으로 몰아 급기야 몰아내고 선동을 일삼는다. 결국 나폴레옹이 동물농장의 지배자로 떠오르며 그의 독단과 독재가 서서히 시작된다. 최대 건설 목표인 풍차 건설을 위한 노동력 착취부터 매회 집회 금지및 각종 규제등 농장의 분위기는 점점 살벌하게 변해간다.

그런 살벌한 분위기에 앞장서는 이는 나폴레옹의 오른팔 스퀼러가 앞장서 각종 선동 정치를 한다. 그의 말 한마디에 어제의 동지가 적이되고 주창해온 일곱 계명이 하나씩 사라지고 바뀌는등 중심에 바로 그가 있었다. 그러던 중 외부 인간세력과 또 싸우게된 풍차 전투에서 동물농장은 위기를 맞이하지만 나름의 승리를 거뒀고 대신 풍차는 무너지고 말았으니 그들의 꿈도 사라지고 만 것이다. 급기야 동물농장에서 가장 열심이며 '나폴레옹은 항상 옳다'며 최일선에 열심히 일해온 '복서'가 도살장으로 팔려가 죽게된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뒤 동물농장은 예전보다 돈을 많이 벌었지만 이미 나폴레옹은 인간들과 거래를 통해서 자신들이 꿈꿔온 이상을 저버리고 동물들의 삶은 더욱더 피폐해간다. 급기야 나폴레옹 일파는 인간들과 카드놀이를 하며 격렬한 말다툼을 벌이는데.. 그 모습이 어느 것이 돼지이고 어느 것이 인간의 모습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는 소회로 <동물농장>은 끝을 맺는다.

이렇게 본 작품은 동물들을 의인화 시키며 우화 형식을 빌린 정치 풍자 소설이다. 즉, 각각의 동물들은 당시 오웰이 작품을 구상하고 출간되기까지 시대적 배경이 된 소련의 전체주의하에서 스탈린과 그의 부하들은 민중들이 일으킨 러시아 혁명을 배반했다는 직접적인 암시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런한 이유로 원고는 출간이 늦어져 4번의 퇴짜를 맞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런 출판거절은 좌익, 중도, 우익 모두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는 것을 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서문에서도 조지 오웰은 언급한다. 그런 소련의 전체주으로 가는 과정이 담겨져 있지만 영국의 이야기를 한 것이고 주로 스탈린주의의 진정한 본질에 관해 영국의 자유주의자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즉, 1941년 이후 영국의 소위 지식인들이 대부분 러시아의 선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반복하면서 보여준 비굴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친러시아주의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모든 억압 조직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침묵시키고 비방하는데 집중했음을 또 말한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도 이 작품은 잘못 흘러간 혁명의 역사를 다루는 작품으로 또한 혁명의 원칙을 왜곡할 때마다 동원했던 온갖 변명들의 역사를 낱낱히 살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물로 의인화된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공포와 선전이 난무하고 혁명적인 자기 배반 과정의 무서운 힘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이러한 것에 반대하며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바로 사상과 언론의 자유라는 점에 그는 존 밀턴의 작품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 "옛 자유라는 알려진 법칙으로..."를 인용한다.

이렇게 <동물농장>은 정치적, 도덕적으로 활력이 넘치는 입장에서 견지하고 쓴 어찌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 있는 정치 풍자 우화 소설이다. 물론 이 동물농장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과거의 어떤 혁명에 대한 우화이기도 하지만 그 이후 아니 작금의 현실 사회나 정치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편의 메세지적 드라마인 셈이다.

그래서 기억나는 여러곳의 위트적 문구들이 많이 와 닿지만.. 그중에서 양들이 주야장천 외쳐댄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로 시작된 슬로건이 나중에는 "네 발은 좋고 두발은 좋다"는 바뀌는 상황이 씁쓸하기만 하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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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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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런 유의 팩션 소설을 만나는 감흥은 기대되고 좋다.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가장 기본인 공식으로 외우고 지금도 까먹지 않고 있는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은 빗변 길이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이른바 '피타고라스 정리'.. 그런데, 그가 정립한 이 대단한 수학 공식이자 이론이 사실 그가 만든 공식이 아니었다?는 도발적 전제로 유혹한 책..

더군다나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에 1억원 고료까지 받은 책.. 그래서, 나같이 일천한 수학적 사고와 이과 계통의 문외한에게도 과연, 그 숨은 진실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설날 연휴동안 단박에 읽게 된 '천년의 침묵'..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도시 국가 크로톤. 그 곳에 수의 제국을 세운 현자 피타고르스가 학파를 이루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아니 그는 바로 神적인 존재였다. 수 많은 제자들도 그를 알현할 수 없었으며 청강자 생활을 수년을 거치고 시험을 통해 제자로 들어가 또 몇년을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 최고의 학파였다. 이런 피타고라스의 학파의 수제자이자 주인공인 디오도로스가 어느날 바닷가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의 동생 아리스톤이 형의 죽음을 파헤쳐간다. 그러면서 또 다른 현자의 수제자 히파소스를 만나며 의기투합해서 현자의 학파를 둘러싼 음모와 진실을 밝혀나가는 전형적인 추리적 팩션 구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현자의 수제자중 카리톤은 옆에서 방해하거나 돕는 세력이 있으니 바로 크로톤의 참주이자 귀족 권력가인 킬론과 그의 아들 팜필로스. 그리고, 팜필로스가 건드린 하녀인 코레와 그의 오빠이자 시민단체의 니논, 이런 시민단체의 수장이자 권익을 대변하는 인물 니코스. 그는 아리스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어른신이다. 또 현자의 아내이자 여제자들의 스승인 테아노 그리고 그의 딸 다모와 아들 텔라우게스와 빼놓을 수 없는 밑바닥 생활의 지존 청부살인업자 테론까지 이렇게 갖가지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특히 테아노는 현자와 원치 않은 결혼에 가슴 아파하고 유부녀지만 디오도로스와 히파소스 사이에 에로스적 사랑에 갈등하고, 현자는 부인 테아노 이외에 동생애적 연인 에우니케와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독특함도 선보인다. ㅎ 암튼, 이런 부수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큰 줄거리는 역시 디오도로스의 동생 아리스톤이 형의 죽음을 조사하는 위해서 현자의 학파에 입문하고, 불문율을 깨면서까지 스파이 활동을 통해서 히파소스와 개구멍을 드나들며 진리의 아버지인 현자의 숨은 이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현자가 밝혀낸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바로 천년전 이미 바빌로니아 시대에 현자가 우연찮게 여행하는 과정에서 얻게된 두개의 흙 서판을 통해서 얻어낸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즉, 바빌로니아에서 밝혀진 진리를 자신의 업적으로 삼는 과정속에서 수제자 디오도로스가  이런 내막을 알게되고 현자에게 이론 수정발표를 제시하자 그는 스승에 대한 불경죄등으로 청부 살인을 당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막은 다시 수제자 히파소스와 아리스톤이 알게되고 또한 히파소스는 그속에서 순환되지 않는 무한소수 '무리수'를 발견하며 현자는 놀라움과 함께 앙앙불락하며 그와 모종의 거래를 하게 된다. 이렇게 지식이 권력과 결탁했을때의 부패상과 진리에 대한 현자의 욕망을 잘 그려내고 있다.

즉, 자신에게 그 이론을 넘기고 너는 나의 부인 테아노를 가져라식. 이런 과정속에 오래 지속된 피타고라스 학파의 기세와 억압이 시민들에게 봉기를 일으키게하고 그 중심에 참주 키론이 선동질을 부추기며 새로운 학파의 교체를 꿈꾸게 되는데.. 과연, 현자는 이런 반란속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 스승에게 자신이 발견한 '무리수'의 이론을 넘긴 히파소스는 오매불망 사랑했던 여자 테라노와 영원한 사랑을 꿈꿀 수 있을까.. 또 형의 죽음을 파헤쳐 알게된 주인공 아리스톤은 이후 어떻게 지냈을까?

이렇게, 본 팩션 소설은 역사속 실존 인물과 허구 인물을 재창조해 그 속에서 '피타고라스 학파'가 이루어낸 엄청난 성과물에 메스를 가하며 그 속에 담긴 진실을 파헤진 작품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피타고라스 정리'는 당시로부터 천 년전에 이미 발견된 이론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자 피타고라스는 자신은 신적인 존재로 아니 신이 되고자 했던 그 열망과 욕망속에 갖히며 그 침묵이 깨지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천 년이상 지속되온 '피타고라스 정리'가 그의 업적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의 수제자 히파소스가 발견한 무리수 존재까지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일천한 수학적 사고를 가진자도 피타고라스가 이룬 학파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맛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꽤 만족하며, 그것은 그가 만든 수의 제국, 그 비밀의 수를 둘러싼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또 다른 재미를 충분히 준 팩션이었다. 특히,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크로톤에서 펼쳐진 피타고라스 학파의 풍경과 폴리스 사이의 정치 구도의 생생한 묘사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감흥은 배가 되는 것이고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체로 이런 거대한 업적속에 숨겨진 이면을 잘 파헤쳤다. 그것은 바로 실제 수학을 지도해보고 수학사를 다룬 경험을 토대로 '수학적 정보'의 제시와 역사적, 문학적 감각으로 승화시켰으니.. 어떻게보면 참 지적인 팩션 소설의 경지를 보여준 작품이자 잘 써내려간 감각적 팩션이라 본다. 그래서 피타고라스의 숨은 이면과 진면목을 알고자 하는 분들에게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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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하는 악마
테오 R.파익 지음, 박미화 옮김 / 수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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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복잡다변한 인간사에 어떤 큰 사건, 사고를 겪거나 보고나면 항상 나오는 말중에 하나가 있다. 저런 인간도 아닌 놈이.. 짐승만도 못한 놈.. 악마같은 놈.. 즉, 바로 인간의 본성과 내면에 존재하는 악의 기질이 깨어나서 어떤 다른 감정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분출된 발현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이렇게 교과서적 상투적으로 이야기하고 또 많이 써온 표현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간의 내면에 惡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냥 정신과, 심리학적 어떤 개념적인 주제의 일반화로 고착화된 말이 아닐까.. 이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 답을 제시한 책이 바로 <노크하는 악마>이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 교수인 저자 ’테오 R. 파익’이 말하는 악마란 어떤 존재였을까.. 그 내용을 간단히 줄여 보면 이렇다.

우선, 챕터 구성이 눈에 띈다. 1장 악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악의 화신, 악의 단면, 살인자 유형, 악의 배경, 마지막 악의 유혹까지.. 모든 구성과 큰 제목마다 악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역시 악의 개론서 분석서답다. 1장 악의 기원은 말 그대로 악의 기본 기원이 되는 신화부터 해서 자연안에 존재하는 악과 인간 안의 악의 관점을 고대 철학과 윤리, 종교적 관점에 펼친 개론적 입장이다. 그러면서 죄악과 악덕, 미덕과 도덕등 선 안에 존재하는 철학적, 윤리적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사실 초반은 좀 루즈하다. 마치 학창시절 철학 윤리과목 수업을 듣는 듯 해서다. ㅎ

하지만 2장 악의 화신부터가 재밌고 눈길을 끈다. 바로 무형적 존재인 악마들을 기독교 발생이전에 악마들부터 기독교 발생후 불거진 신앙의 적으로써 즉, 사탄의 개념으로 악을 정의한다. 그러면서 유럽 중세 시대를 거쳐 15~17세기 횡행하던 희대의 마녀 사냥꾼 종교재판장 ’토르케마다’로 시작된 ’마녀 사냥’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며 유럽사를 관통한 악의 역사를 말한다. 이런 악의 역사는 현대에 들어서 엑소시즘으로 발현된다.

그런 엑소시즘은 종교적으로 더욱더 발전해서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악의 단면(3장)을 낱낱히 해부한다. 바로 근현대사에 자행된 대표적인 유대인 민족 말살 정책 홀로코스트(Holocaust,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 학살 현장과 가스실 학살)등 가열차게 자세히 소개하며.. 굵직한 다섯인물 로베스피에르,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둥, 폴 포트까지.. 그들이 저지른 학살과 만행의 현장을 생생히 전하며 그들이 그렇게 학살한 배경에 존재한 악의 성정까지 평가한다. 물론, 이런 악은 단체로 옮겨져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알카에다, 적군파(RAF)같은 테레리즘까지 분석한다.

이렇게 악의 화신에서 각개로 분석한 단면을 자세히 엿보았다면.. 이후에 펼쳐지는 내용들은 살인자 유형(4장)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범죄자들의 살인 현장과 기록을 보듯이 생생히 열거한다. 범죄자의 범행 동기부터 대량살인범, 무차별살인범, 연쇄살인범, 살인하는 여성들, 심지어 식인 살인범까지.. 살인 유형의 총집합체라 할 수 있다. 여기 우리나라 사람을 경악케한 한국계 조승희의 무차별 살인범도 언급하며 연쇄 살인범들을 소재로 한 영화까지 소개한다.

이후에는 펼쳐지는 내용 악의 배경(5장)을 통해서는 정신학적, 심리학적 관점이 아닌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 연구를 통한 그들의 범죄 통계와 공격 가정설을 통한 살인 억제, 그리고 이런 정신이상자들의 두뇌 연구 결과까지 언급하는데 그렇다고 확고한 두뇌 연구 성과까지 정립은 힘들어도 살인범들의 유형은 시상하부와 축두엽 내부에 있는 편도핵에 이상이 있다고 밝힌다. 특히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 이른바 ’사이코패스’에 대한 분석이 돋보인다.

결국, 이런 악의 배경 뒤에는 악의 유혹(6장)이 있다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있다. 즉, 주체할 수 없는 살인 욕망과 독일의 나치정권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의 현장에서 삶과 죽음을 지배한 그들의 나치 안락사와 생체 실험까지 언급하니 그 내용은 정말 목불인견이다. 그러면서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폭력 예찬에 빠져 있는지 반문한다. 지금의 현대인들은 자극을 너무나 좋아하는 인간의 욕망에 내재된 감정을 통해서 위험과 짜릿한 흥분속에 빠져있음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즉, 직 간접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경험하고 자행하면서 공포심, 긴장감, 짜릿한 흥분을 추구하는 행동은 불행, 재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면역성을 기르려는 인간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고 그것이 바로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 책은 우리안에 내재된 악의 기운에 대해서 제대로 아니 모든 갖가지 설, 기원부터 해서 실제 존재했던 대학살, 살인의 유형, 현장까지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 인간사를 통해서 펼쳐진 그림들로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자.. 이것은 인간 내면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선의 개념과 더불어 악이 공존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살인을 저지르는 악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의 절제가 가능한 이성적 동물임에 틀림없지만 그 악이 분출돼서 자행된 현상들은 분명히 내재된 욕망의 발현일 수 밖에 없는 원론으로 다시 귀결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 책은 그 악마가 되는 구조적 역학과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정신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여러 사례를 통해서 잘 설명해준 개론서이자 분석서이다. 

그래서 책 제목처럼 <노크하는 악마>라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 안에 내재된 악마가 나오기전에 나를 깨우는 신호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악마가 스멀스멀 나오기전 아니 "내 안에 악마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감히 권하는 바이다. 바로 유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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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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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비판적 개인'의 대명사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 의 대표작하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두 작품 <동물농장><1984>가 있다. 이중 동물농장은 학창시절에 아름아름 읽었던 기억과 <1984>는 작년말 문학동네판으로 읽고 또한 영화까지 접하며 전체주의에 맞선 한 인간의 상실과 그 상실속에서 '억압과 통제의 진수'를 맛본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의 생애를 조망하면서 알게 된 작품중 그가 30대 시절에 썼다던 <위건 부두로 가는 길(The Road to Wigan Pier)>..

이 작품을 읽고 난 느낌은 책 앞에 띄지의 홍보처럼 '오웰의 사상을 이해가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느낌에 완전 동화되고 말았다. 즉, 이 작품이 있었기에 후에 <동물농장>과 <1984>가 나올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과정이었던 것이다. 과연 어떤 내용의 책이었을까.. 한마디로 줄이면 조지 오웰의 눈으로 바라본 가열찬 영국의 근현대사의 현주소를 밝힌 보고서로 르포르타주(Reportage)다.

즉, 당시 전세계가 공황기를 겪던 시절 1930년대 영국의 노동계급에 대한 처참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국 북부 탄광 지대에서 겪은 생생한 르포다. 그 르포의 현장은 조지 오웰이 진보단체이자 독서클럽인 '레프트 북클럽'으로부터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하여 책을 써달라는 제의로부터 시작된 작업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몇달여 걸쳐 북부 산업 지대인 일대인 탄광촌으로 몸소 뛰어든다.

이 내용이 책 전체 1부에 해당되는 것으로 브루커 부부의 하숙집에서 칩거하는 순간부터 이른바 우리가 지금은 희화된 표현중 하나인 막장.. 사실, 막장은 바로 탄광의 갱도 끝자락 현장으로 사실 광부들에게는 생과사를 넘나드는 곳이다. 이런 막장에서 그들과 함께한 생생한 체험을 통한 목숨의 위태로움까지 느끼며.. 이런 작업을 통한 광부들의 처절하고 소위 쓰레기 더미에 묻혔다고도 표현한 그들의 삶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이것은 글로 표현보다 직접 읽으면 오롯이 전달된다.

그런데, 이것이 그냥 작가의 느낌으로 적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가 조사하고 근거를 토대로 자료를 제시하며 그들의 실업문제부터 주택문제, 실업수당, 먹거리문제까지 당시 영국의 사회 현상과 복지에 대한 메스를 제대로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노동자 계급의 실태 보고를 통해서 그들의 밑바닥 생활이야말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풍경중 하나로 뇌리에 깊숙이 박힌 것이다.

이런 작가주의 정신으로 탄생된 생생한 탄광지대 노동자들의 실상과 실태는 문학적인 감동과 더불어 역사학계에서도 영국의 1930년대 역사 자료로도 자주 인용되고 있다고 하니.. 그래서 이 르포의 생생한 현장을 바라본 어느 한 역사학자는 '실업을 다룬 세미다큐멘터리의 위대한 고전'이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생한 르포에 이어서 펼쳐진 2부는 좀 다른 느낌이다. 르포는 아니고 바로 조지 오웰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즉, 자신의 자서전적 보고인데.. 그의 어린시절부터 인도에서 제국의 관료생활과 이 책을 쓰는 순간까지 그의 생각과 사상이 그대로 적혔있다. 그래도 당시 하급 상류 중산층으로 좀 부족했지만 평이하게 살았고 특히 장학금을 받아 들어간 사립학교 최고 명문인 이튼 스쿨에서 익힌 편견(일종의 유색인종의 차별과 '아래것들은 냄새가 나..' 같은 평민들과 놀면 안된다)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와..

이후 인도 식민지에 5년간 경찰 관료로 지내면서 제국주의에 앞장서며 그가 주장해온 '압제의 현장'에서 느낀 참회의 기록을 생생히 전한다. 그리고 그곳을 박차고 나와 프랑스와 영국을 돌며 이번에는 탄광지대의 몸소 체험이 아닌 부랑자들의 삶속으로 직접 뛰어들며 그 현장을 목도한다. 이러면서 그는 학창시절부터 식민지 통치하에 '압제의 현장'과 부랑자들 속에서 또 탄광지대의 생생한 노동자들의 삶속에서 그가 느끼고 해온 일련의 작업들이 그의 사상으로 집결되며 포텐을 터뜨린다.

바로 소위 노동 계급,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자 의견 개진이다. 그래서 이후에 나오는 내용들은 사실 정치 이념서적 성격을 많이 띄며 각종 이데올로기의 현장을 보는듯 하다. 계속 주야장천 말해온 사회주의, 파시즘, 프롤레타리아, 부르주아, 마르크스주의, 자본주의까지.. 여러 동료 선후배 작가들의 책과 잡지를 통해서 설명도 하고 비교도 하는데 사실 모호한 부분도 있고 일견 수긍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건너기 힘든 계급의 강'이라는 소제를 통해서 이데올르기를 말한다. 그러면서 왜 사회주의가 지지 받지 못하는가에 대한 물음부터 사회주의는 어떻게 파시즘을 키웠는가와 마지막 우리가 해야 할일의 제시까지.. 즉, 자신은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지만 사회주의자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모순속에 펼쳐진 사상은 스스로 좌파 지식인임을 인정하면서도 좌우의 이념을 넘어서 사회주의, 자본주의와 파시즘과 도래할 기계 문명의 산업화를 전체주의의 맥락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런 사상은 파시즘이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통제와 불신의 미래를 보며 후에 <동물농장><1984>같은 디스토피아적 작품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본 2부에서는 그의 사상적 견해를 생생히 엿보며 당시 이데올로기의 현주소를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런 사상적 견해의 밑바탕은 학창시절에 잘못 배운 편견과 이중성의 잣대속에 식민지 관료로 있던 '압제의 현장'에 느낀 참회의 기록.. 그리고 1부에서 밝힌 생생한 북부 산업 단지의 탄광촌의 체험이 오롯이 전달된 작업이자 르포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작가주의적 입장을 제대로 고수하며 어찌보면 가장 '인간다움'과 '상식적인 양식'이라는 큰 틀속에서 전개한 이야기는 작금의 우리 현실과 무관하지 않음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시 한 사람의 대문호가 주는 영향은 이렇게 크니.. 조지오웰의 대표적 두 작품 <동물농장>과 <1984>를 아직 접하지 못하거나 접했던 분들도 반드시 이 작품의 정독을 꼭 권하는 바이다.

물론 조지 오웰의 사상과 르포가 담긴 책이라 하드할 수도 있지만.. 조지 오웰식 위트가 간간히 숨어있다. 특히 176p에서 난 뿜었다. ㅋ 물론, 중간 중간마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탄광촌등 흑백컷의 사진들이 수록돼 있고 그의 학창시절과 관료시절의 모습도 담겨져 있으니 소장가치로도 좋은? 뒷면에 이런 글이 있다. "일반인들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나 '프롤레타리아 연대' 같은 말을 들으면 영감을 받는게 아니라 정나미가 떨어질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정나미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이 스며들지도 모를 일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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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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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가 낳은 천재적 젊은 작가였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 자국 출신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널리 알려진 밀란 쿤데라도 카프카의 작품을 두고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 표현했으니.. 그의 작품 세계는 한마디로 '그로테스크(Grotesque, 괴기하고 극도로 부자연스런 현상이나 양식과 행태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중 장편의 대표적인 소설 <성(城)>,<소송>을 제외하고 여러편의 단편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변신>이다.

그래서 단편답게 페이지는 100여페이지 밖에 안돼서 금방 읽히기에 지장이 없다. 또한 이 작품은 국내에 번역서가 많이 나왔고.. 그중에서 나는 '변신'이라는 주제에 맞게 그로테스크적인 삽화가 중간중간에 삽인된 문학동네 완역판으로 읽게됐다. 나의 상상력에 플러스된 느낌을 갖기 위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선택은 아주 대만족이었다. ㅎ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출장 영업사원 '그레고르' 라는 젊은 청년이 어느덧 아침에 일어나보니 자신이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그 모습은 흡사 바퀴벌레를 연상케하는데 한마디로 얼굴만 사람이고 그외의 모습은 등껍질, 더듬이, 수많은 가는 다리등.. 즉, 벌레 인간으로 변한 것이다. 이 얼마나 황당한 시츄에이션인가.. 자신도 놀라고 가족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아버지 '잠자'와 여동생 '그레테'는 오빠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무진장 애를 쓴다. 하지만 어머니는 거의 기절상태로 차마 아들을 대하지 못한다. 즉, 이렇게 벌레 인간으로 변한 아들을 둘러싼 가족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그런데, 이 그림이 마치 우리 영화 '조용한 가족'과 외화 '아담스 패밀리'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즉, 가족들이 좀 심상치 않다. 물론, 이들 가족은 '그레고르'가 열심히 성실하게 가정 경제를 책임지던 순간까지는 극히 평범하고 나름 단란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벌레로 변신하고 나서부터는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아버지는 수수방관적 모습에서 사과를 무차별 던지는 폭력성을 띄며 아들을 사지로 내몬다. 특히 여동생은 그런 오빠를 도우려 하다가 나중에는 매몰차게 오빠를 버리려 하는 극단적 이중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엄마만이 차마 아들을 대하지 못한채 남편과 딸에게 의존하는 객체적 힘없는 존재다.

이런 가족들에게는 처음에는 하녀가 있었는데 가세가 기울자 그 하녀가 나가고 늙은 할멈 가정부가 들어오면서 어찌보면 그 할멈이 벌레 인간으로 변한 '그레고르'의 유일한 소통이 된다. 그 할멈은 그를 '말똥구리'라 부른다.ㅎ 또한 나중에는 세를 벌려고 세 남자를 하숙인으로 들이면서 이 가정은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데.. 과연, 벌레인간으로 변한 우리의 '그레고르'는 다시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대로 벌레도 죽을 것인가? 결과는 마지막에 있다.

이렇게, 카프카가 그려낸 '변신'이라는 작품은 어찌보면 바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즉, 그의 실제 생활과 이력을 조금만 살펴보면 가부장적이고 일벌레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한마디로 기를 못피고 어린 동생들이 병과 전쟁통으로 죽어나가고 자신의 꿈마저 버리고 법학을 선택해야 했던 갈등을 겪으며 아버지와 불화속에서 지낸 유년기.. 즉, 자신의 자전적 테마가 아주 깊게 깔린 소설이다. 즉, 벌레로 변하기 전에는 그나마 자신이 중심이 된 것이지만 벌레로 변하고 나서는 그는 바로 소외되고 몰화된 인간으로 치부된 것이다.

하지만 살기 위한 사투는 벌레나 인간이나 똑같은 법이다. 그것이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충돌속에서 어찌보면 벌레는 일종의 해방적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하고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이해되는 탈현실의 긍정적 의미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벌레로 변한 순간 세상과의 소통불능, 가족들의 몰이해, 변신의 고착화 등으로 인해서 인간의 육체적 실존에 대한 의식의 소멸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라는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즉, 우리네 현대인들의 실존적 위기를 주제로 한 일종의 현대적 우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실존의적 주제를 벌레의 형상을 빌려서 우화적으로 묘사한 프란츠 카프카의 역량에 박수를 보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래서 그가 젊은 천재 작가가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카프카적(Kafkaesque, 인간의 부조리, 무의미, 허무, 냉소, 악몽) 신조어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세계들.. 이런 연장선상에서 장편작이자 '고독의 삼부작'이라 불리는 <성(城)>, <소송>을 읽고 싶어지는 이유중 하나다.

물론, 이 <변신>이라는 작품도 카프카적 그로테스크한 고전으로 감히 추천하는 바다.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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